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안녕히 2023.11.15.물.



저 해를 봐. 여름에도 봄가을에도 한결같이 비추는구나. 겨울에도 해는 넉넉히 비추지. 어디로든 비추고, 언제나 감싸. 어느 곳은 해가 덜 비춘다고 느낄 텐데, ‘안 비추는’ 일이란 없어. 다 다르게 비출 뿐이야. 해는 누구나 아늑히 하루를 열고서 저마다 오늘을 누리도록 비춘단다. 해로서는 구태여 다르게 비출 까닭이 없어. 그저 빛나고, 가없이 밝고, 늘 따뜻하게 돌보려는 별이야. 잘(안녕히) 지내려면, 마음에 해가 떠야겠지. 잘 하려면, 마음을 해처럼 다스려야겠지. 잘 살려면, 해를 품고 나누며 베푸는 뜻을 펴야겠지. 늘 비추는 해를 잊으면, 네 마음이 차갑게 식었겠지. 누구한테나 고른 해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너 스스로 기울고 흔들려. “잘 가”나 “잘 있어”나 “잘 지내” 같은 말은, 앞으로도 꾸준히 마음을 밝고 따뜻이 돌보면서 스스로 일어서라는 뜻이야. 해를 마주보는 낮에는 다른 별을 헤아리지 않겠지. 해를 쬐면서 하나로 흐르는 빛을 그려서 펴. 하나인 씨앗인 꿈을 짓는 낮이랄까. 해가 진 밤에는 숱한 별을 헤아리니까, 굳이 해를 떠올리지 않아. 온누리에 이렇게 다 다른 별처럼 다 다른 숨결이 어우러지면서 환한 줄 생각하다가 꿈누리로 나아가는 밤이지. 낮에 해를 안 보거나 못 본다면, 해다움하고 등지면서 밝은 빛씨를 스스로 멀리하기에 죽음수렁으로 가는 셈이야. 밤에 별을 안 보거나 못 본다면, 다 다른 씨앗을 모르는 채 어리석거나 바보스러운 굴레에 사로잡히는 셈이지. “잘” 헤아릴 노릇이야. 나무는 어디에서 나무답겠니? 꽃은 어디에서 피고 열매를 맺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스미다  2023.11.16.나무.



너는 어디를 보며 말을 하니? 눈을 보며 말하니? 눈을 거쳐 서로 마음을 틔워서 말을 나누니? 눈을 안 보더라도, ‘몸을 입은 넋’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하니? 스미는 말이나 스치는 말이 있어. 마음을 틔워서 하는 말이란, 천천히 스미는 햇볕 같지. 마음을 안 틔운 채 겉치레로 하는 말은, 곧장 튕기며 잊어버리듯 그저 스쳐서 사라져. 나무가 어떻게 자라니? 네모난 나무가 있을까? 네모난 꼴로 가지치기를 해놓으면 나무가 숨을 쉴까? 구불텅 자라는 나무가 있을까? 아프고 앓다가 구불 수 있지만, 억지로 휘어 놓으면 나무가 반가울까? 모든 마음에 모든 느낌과 말이 스며. 궂은 느낌과 말도, 사나운 느낌과 말도, 어설픈 느낌과 말도, 반짝이는 느낌과 말도 스민단다. 너는 미움씨앗이 싹터서 자라는 하루를 살 수 있어. ‘남이 널 미워하는 탓’이 아닌, ‘네가 널 미워하’고, ‘네가 널 미워하는 눈으로 둘레를 보’기 때문이지. 온누리 모든 냇물이 천천히 스미기에 곳곳이 들이고 숲이야. 들숲에 천천히 스민 냇물이 다시 천천히 흘러서 바다를 이뤄. 바다가 되어 놀던 물방울이 천천히 하늘로 스미니 구름을 이뤄. 그리고 새롭게 들숲에 스미는 냇물이 되려고 빗방울로 바뀌어 내린단다. 불을 확 키우면 빨리 익힐까? 그런데 큰불은 ‘익힘’이 아닌 ‘태움(불지름)’이란다. 오래오래 가거나 한결같이 흐르려면, 오래오래 돌보고 한결같이 가꾸는 따뜻볕으로 스밀 일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다물다 2023.11.4.흙.



어린이는 쉬지 않아. 어린이가 쉴 때란, 몸을 잊고서 꿈으로 갈 때란다. 어린이는 눈을 뜨자마자 놀고, 노래하고, 뛰고, 노래하고, 이것저것 다 만지고 보고 노래하고, 새로 놀고, 실컷 노래하고는, 폭 고꾸라지듯 꿈길로 간단다. 어린이는 그야말로 이 별을 하나부터 끝까지 누리고 싶어서 태어났어. 어린이한테서 끝없는 수다를 뺀다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할 수 있어. ‘입을 다무는 아이’란 ‘빛을 잃은 아이’란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뛰면서 자라게 마련이야. 무엇이든 묻고 하고 겪고 다가서고 깨우지. 두려움도 걱정도 무서움도 불길도 근심도 아닌, 오직 초롱초롱 별빛처럼 궁금하기에 마주하고 품는단다. 그런데 너희 사람터에서 어린이는 어떤 모습이니? 길에서 어린이가 자취를 감추네? 혼자 버스를 타거나 돌아다니는 어린이는 다 어디 갔을까? 걱정없이 씩씩하게 보고 듣고 겪으면서 온누리를 맑고 밝게 바꾸어내는 아이는 어디 갔을까? 모든 곳에 아이가 있을 노릇이야. 모든 곳은 아이가 드나들 수 있어야 해. 아이가 못 드나들거나 아이를 막는다면, 그곳은 죽음수렁이지. ‘몇몇 나이든 사람’만 드나들거나 놀 수 있는 데가 끔찍하게 넘치는구나. 아이들이 누빌 수 있는 데가 아예 사라지다시피 하네. 아이들이 입을 다문다면, 아이들 입을 틀어막고 심부름으로 길들인다면, 아이들이 실컷 얘기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너희 모두 찌들고 주눅들고 시름시름 앓는단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서 ‘어린이 수다’를 들으렴. 어린이 말을 들어야 어른이 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대차게 2023.11.5.해.



대나무는 대나무로 자라. 후박나무는 후박나무로 자라. 소나무는 소나무로 자라고, 배롱나무는 배롱나무로 자라. 모든 나무가 다르니까 다 다른 자람결이야. 너희 몸은 나무보다 짧게 살지는 않지만, 너희가 스스로 살림빛을 그리지 않을 적에는 나무뿐 아니라, 들풀보다 짧게 살겠지. 모름지기 ‘알’이란 ‘알차’야 알이야. 속이 차지 않고서 껍데기만 번지르르 있다면, 어느 누구도 ‘알’이라 여기지 않아. ‘껍데기·빈껍데기’라고 이르지. 대나무라면 대차게 서야겠지. 소나무라면 솟아나듯 서야겠지. 배롱나무라면 배롱배롱 밝게 꽃다울 노릇이고, 후박나무라면 흐드러지듯 밝을 노릇이야. 겉모습만으로 ‘사람’이라 할 수 없지. 사납고 어리석어 사랑을 잊고 살림을 등진 몸짓이라면, ‘허울은 사람인 척’이되, 조금도 ‘사람답지’ 않아. 아무렇게나 뒹구는 쳇바퀴는 ‘하루’가 아니고 ‘삶’이 아니란다. 꿈을 그리고 사랑을 펴는 오늘을 스스로 그려서 펴고 누리고 나눌 적에 ‘하루’이자 ‘삶’이야. 사랑이 없으면 ‘알 없는 껍데기’야. 사랑을 품고 피우기에 ‘알찬’ 숨결이고 ‘대찬’ 몸짓이지. 너는 사람이니? 사람인 척이니? 너는 사랑이니? 사랑인 척하며 꾸미는 껍데기나 허울이니? 아직 껍데기를 뒤집어쓴 몸짓이라면, 오늘 네가 뭘 하는지 곰곰이 보렴. 네가 한 발짝을 내딛는 몸짓인지, 갈팡질팡 헤매는지 보렴. 헤매도 되고 멈춰도 돼. 어지러울 수 있고, 어쩔 줄 모르면서 맴돌 수 있어. 그저 모든 네 모습을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바라보다가 포근히 안을 적에 조그맣게 반짝이면서 사랑이라는 씨앗이 싹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열 살 2023.11.6.달.



다섯 살하고 여섯 살은 확 달라. 떠올려 봐. 네가 다섯 살에서 여섯 살로 접어들 적에 얼마나 거듭났는지 되새겨 봐. 일곱 살하고 여덟 살은 아주 달라. 생각해 봐. 네가 일곱 살을 마치고 여덟 살에 이르던 날에 얼마나 반짝였는지 곰곰이 짚어 봐. 아홉 살하고 열 살은 가없이 달라. 그리렴. 네가 아홉 살에서 열 살로 폴짝 뛰던 무렵, 네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어떻게 돋았는지 그리렴. 날개는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먼저 마음으로 느껴서 알 노릇이야. 철이 들려고 하나씩 여미고 엮다가 열어젖혀서 빗방울처럼 내리거나 바람줄기처럼 흐르려고 하는 ‘열 살’이라는 나이에, 넌 무엇을 하거나 했는지 차근차근 헤아리렴. 숨쉴 틈이 없으면 숨막히겠지. 숨을 쉬도록 네가 스스로 틈을 내거나 짬을 내지 않으면 숨가빠. 왜 바쁘겠니? 네가 바쁘게 몰아치거나 밀어대면서 하늘을 안 보고, 나무를 안 타고, 꽃내음을 안 맡고, 나비하고 안 놀고, 새소리를 안 듣고, 눈뭉치를 안 굴리잖니? 누가 시키기에 바쁠 수 없어. 스스로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까, 둘레에서 자꾸 시킨단다. 그러니까, 열 살이란 나이는, 네가 스스로 하루를 여는 때야.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 짓는 첫걸음이야. 스스로 해보며 스스로 배우는 첫발짝이야. 스스로 누리고 스스로 나누는 첫날이야. 한꺼번에 하지 마. 하나를 하렴. 하나를 하고서 새로 하나를 하렴.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마음을 열렴. 생각을 열고서 훨훨 날아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