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100. 새롭게 바꾸기



  올해부터 우리 집을 또 새롭게 바꾸기로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이도록 살림을 지은 삶이 못 되었기에, 틈틈이 새로 배우면서 하나씩 바꾼다. 꾸준히 새롭게 깨닫고 익히면서 차근차근 바꾼다. 새로 바꾸려고 하는 몸짓은 ‘그동안 몸하고 마음에 익숙한 틀이나 버릇’을 내려놓고 새로운 꿈이나 사랑으로 가려고 하는 길이 될 만하다. 요즈음 들어서는 ‘플라스틱’을 집안에서 하나씩 치운다. 모든 플라스틱을 한꺼번에 치우지는 못한다. 냉장고 껍데기가 모두 플라스틱인데, 냉장고 없이 땅을 판 ‘밥곳간’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플라스틱을 차츰 치우다 보면 나중에 셈틀도 안 쓸 수 있을까? 그러나 ‘안 쓴다’기보다는 ‘우리가 쓸 것을 우리가 손수 짓자’는 생각이다. 우리가 누릴 삶은 우리가 손수 짓는 살림으로 채우자는 생각이다. 곁님은 애써 뜬 알록달록 예쁘고 재미난 뜨갯거리도 치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 뜨갯거리를 이룬 실이 ‘털실’이나 ‘면실’이 아니라 ‘PP’인 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며칠에 걸쳐서 뜬 뜨갯거리도, 실꾸러미도 몽땅 거두어서 치운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우리한테는 새로운 것이 우리 손을 거쳐서 태어날 테니까. 2016.5.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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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9. 수박 한 통



  보름쯤 앞서 큰아이가 읍내 가게에서 수박을 보았다. 가게에서는 모든 먹을거리가 철이 없이 나온다. 포도도 딸기도 참외도 능금도 수박도 그야말로 철이 없다. 우리가 손수 씨앗을 심어서 거두어 먹는다면, 이제 겨우 4∼5월인데 수박을 먹을 수 없다. 요즈음이 수박씨를 묻는 철이 아닌가. 겨우내 비닐집에 난로를 틀어서 키운 수박이 요즈음 가게에 나온다. 그렇지만 수박을 바라는 큰아이한테 수박을 사서 선물하기로 한다. 먼저 이 수박이 어떤 수박인지 제대로 이야기하고, 이 수박이 어떤 수박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기쁨하고 즐거움을 노래하는 웃음으로 먹자고 이야기한다. 수박은 한 통만 해도 꽤 무겁기에 두 아이를 이끌고 읍내마실을 한다. 아버지가 수박을 비롯해서 무거운 것을 잔뜩 짊어져야 하니, 너희가 가벼운 것은 몇 가지쯤 가방에 담아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2016.5.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집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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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5. 살림짓기



  살림을 짓자는 생각으로 하루를 연다. 살림을 가꾸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살림을 일으키자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살림을 노래하자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살림을 꿈꾸려는 뜻으로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림을 사랑하려는 손길로 이모저모 짓거나 만진다. 나는 마당에서 갓잎을 뜯고 솎아서 갓김치를 담는다. 아이들은 갓김치를 담는 아버지 곁에서 책을 읽고 흙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달리기를 하고 춤을 추고 …… 하면서 기운을 북돋아 준다. 서로서로 사이좋게 하루를 지낸다. 다 같이 즐겁게 한자리에 모여서 오순도순 잔치판이 된다. 참 그렇다. 언제나 온 하루는 웃음잔치 일잔치 놀이잔치 노래잔치 꿈잔치와 같고, 밥잔치 기쁨잔치 사랑잔치이지 싶다. 어버이로 사는 하루란 바로 ‘날마다 잔치’인 줄 배우는 나날이로구나 싶다. 살림짓기를 하면서 누리는 이야기는 언제나 신나는 꿈노래로 거듭나지 싶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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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4. 내 꿈을 그리자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면서 가르치는 동안 아이들도 나한테서 배우지만 나도 아이들한테서 배우기 때문에 누가 교사이거나 학생이라는 틀은 거의 없다고 느낀다. 다만, 어버이인 나는 아이들보다 먼저 이 땅에서 살림을 지으니, 밥이나 빨래나 옷이나 집이나 여러 가지 일은 어버이인 내가 도맡는다. 이야기도 어버이인 내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얼거리가 되는데,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이야기를 듣기를 즐길 뿐 아니라, 어버이한테 저희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몹시 즐긴다.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겪거나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들려주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그림을 그린다. 나는 어버이요 어른으로서 내 꿈을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요 새롭게 삶을 짓는 숨결로서 아이들 꿈을 그린다. 잘 그리는 그림이나 못 그리는 그림이란 없이, 늘 새롭게 그리는 꿈이다. 오늘 두 아이가 능금씨를 뒷밭에 심는다며 꽃삽을 들며 부산을 떠는 동안, 나는 마당에 새로 짜서 놓은 평상에 조용히 앉아서 새로운 꿈을 그려 보았다. 내가 고흥 시골에서 가꾸는 ‘사진책도서관’이 처음부터 맡은 몫이었던 모습을 비로소 짙게 깨닫고는 ‘한국말사전 배움터(연구실)’라는 이름을 함께 쓰자는 생각이 든다. 참말 그렇다. 나는 이 시골에서 한국말을 새로 가꾸면서 북돋우는 일을 하지. 나는 늘 아이들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겁게 꿈을 꾼다. 2016.3.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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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3. 물이 흐르는 곳



  놀다 보면 땀이 흐른다. 신나게 놀기에 땀투성이가 된다. 가까운 곳에서 손이랑 낯을 씻고 물을 마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놀면서 땀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손도 낯도 씻을 수 없거나 물도 마실 수 없다면, 놀이가 퍽 고단하리라. 물 한 모금으로 더위를 가시고, 바람 한 줄기로 새 기운을 얻는다. 아이들이 노는 자리 곁에는 물이 흘러야 한다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놀이터 한쪽이라면 살짝 물놀이를 할 만한 자리가 있으면 한결 나을 테고. 우리 마을에는 샘터랑 빨래터가 있어서 이곳은 ‘손빨래하는 자리’가 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낯이랑 손을 씻는 자리도 된다. 더욱이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니 신나게 마실 만하다. 골짝물을 마을 앞 샘터에서 다슬기랑 함께 마시면서 놀이도 살짝 한숨을 돌린다. 2016.3.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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