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02] 눈썰미



  어릴 적에 둘레 어른들은 으레 ‘눈썰미’라는 낱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옆에서 어깨너머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서도 잘 따라하거나 배우면 “눈썰미가 좋다”고 했습니다. 흘깃 한 번 보고 나서도 잘 떠올리거나 알아챈다든지, 어떤 것에 깃든 이야기나 숨결을 슬기롭게 읽어낼 적에도 “눈썰미가 훌륭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눈썰미’라는 낱말은 좀처럼 못 듣습니다. 요새는 어른이나 아이나 ‘안목(眼目)’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이른바 “보는 눈”을 가리키는 한자말인데, 예전에는 어른들이 ‘눈썰미’라는 낱말과 ‘보는 눈’이라는 말마디를 함께 썼어요. “‘보는 눈’이 있구나”라든지 “‘보는 눈’이 좋다”고 했습니다. 나는 집에서 우리 아이들한테 ‘눈썰미’뿐 아니라 ‘눈길·눈매·눈초리·눈높이·눈빛’이라는 낱말에다가 ‘눈결’ 같은 낱말도 씁니다. 일부러 쓰는 셈인데, 우리가 눈으로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헤아리고 마음에 담느냐 하고 함께 돌아보고 싶습니다. 4348.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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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1] 사람



  한국말은 ‘사람’입니다. 영어로는 ‘human’이라 적고, 한자로는 ‘人間’이라 적습니다. 나라마다 쓰는 말이 같다면 모두 같은 말을 쓸 테지만, 나라마다 쓰는 말이 달라서 모두 다른 말을 씁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영어로 말밑이 있어 ‘human’을 즐겁게 쓰고, 한자를 쓰는 나라에서는 한자로 말뿌리가 있어 ‘人間’을 즐겁게 씁니다. 한국에서는 한국대로 말넋이 있어 ‘사람’을 즐겁게 써요. ‘사람’은 ‘살다’라는 낱말에서 나왔고, ‘살다’는 바로 오늘 이곳에서 눈을 뜨고 숨을 쉬면서 생각을 하고 마음을 기울여 사랑으로 하루를 일구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에서 살기에 사람일까요. 바로 이 땅에 발을 디디면서 삽니다. 이 땅은 거칠거나 메마른 땅이 아니라 풀과 나무로 우거지면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숲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은 들숨이면서 숲넋인 셈입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다고 할 적에는 ‘이웃과 기대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들과 숲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바람과 흙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생각으로 꿈을 짓고, 꿈이 이 땅에 나타날 때에 비로소 사람으로서 산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한국에서 살며 한국말을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으면 ‘사람’으로서 ‘사랑’을 나누고 짓는 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살갗으로 깊이 느낄 만하리라 봅니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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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0] 나누다



  이웃과 나눕니다. 무엇을 나눌까요? 무엇이든 나눌 수 있으니, 우리는 이웃하고 ‘이웃나눔’을 합니다. 동무하고는 ‘동무나눔’을 합니다. 이웃이나 동무하고 책을 나눈다면 ‘책나눔’을 하는 셈이고, 밥을 나눈다면 ‘밥나눔’을 하는 셈이요,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야기나눔’을 하는 셈이며, 사랑을 나눈다면 ‘사랑나눔’을 하는 셈입니다. 너랑 나는 함께 밥을 먹습니다. 밥 한 그릇을 사이에 놓고 한 숟갈씩 나눕니다. 둘은 사이좋게 ‘나눠먹’습니다. 책상에 지우개를 하나 올립니다. 두 사람이 지우개 하나를 즐겁게 함께 씁니다. 둘은 사이좋게 ‘나눠씁’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나눗셈’과 ‘나눠떨어지다’ 두 가지 낱말만 나오지만, 우리는 한국말사전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기쁘게 나누고 사랑스레 나눕니다. 밥나눔을 하는 사람은 ‘나눔밥’을 먹는달 수 있고, 책나눔을 하는 사람은 ‘나눔책’을 읽는달 수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활짝 웃고 어우러지는 자리는 ‘나눔자리’입니다. ‘나눔터’요 ‘나눔마당’이고 ‘나눔잔치’입니다. 무엇이든 나눌 수 있고, 무엇이든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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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9] 우리 집 학교



  나는 집에서 가르치고 배웁니다. 나 스스로 나를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배우고 가르칩니다. 우리 집 아이들 나름대로 즐겁게 배우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어버이한테 늘 기쁘게 가르칩니다. 우리 집은 보금자리이면서 배움터입니다. 우리 집은 고이 쉬고 노는 자리이면서 사랑스레 가르치고 배우는 터입니다. ‘집학교’입니다. ‘우리 집 학교’입니다. 딱히 다른 나라에서 ‘홈스쿨링’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집학교’요 ‘우리 집 학교’입니다. ‘배움자리집’이고 ‘배움마당집’입니다. ‘배움숲집’이 되기도 하며, ‘배움놀이집’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집 학교에서는 무엇이든 가르치고 배울 수 있습니다. 즐거운 노래를 배우고, 기쁜 웃음을 가르칩니다. 따스한 사랑을 배우고, 너그러운 꿈을 가르칩니다. 배우면서 함께 자랍니다. 가르치면서 같이 큽니다. 배우기에 너나없이 배움동무입니다. 가르치기에 서로서로 배움이웃입니다. 배움빛이고 배움넋이며 배움나무입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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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8] 귀염나무



  아이들이 귀여워서 ‘귀염둥이’라고 부릅니다. 가시내한테는 ‘귀염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내한테는 ‘귀염돌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집에 고양이나 개를 기르는 이웃이 있으면, 이들은 ‘귀염고양이’나 ‘귀염개’와 함께 사는 셈입니다. 우리는 서로 ‘귀염동무’나 ‘귀염이웃’이 됩니다. 나는 너한테 귀염동무요, 너는 나한테 귀염이웃입니다. 이리하여, 나는 우리 집에 ‘귀염나무’를 둡니다. 아침저녁으로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루만지는 귀염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후박나무와 초피나무와 동백나무는 귀염나무입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모과나무와 무화과나무와 복숭아나무와 감나무와 뽕나무와 유자나무는 모두 귀염나무입니다. 봄에 피는 봄꽃은 귀염꽃입니다. 늘 그 자리에서 조롱조롱 올라오는 제비꽃이든 민들레꽃이든 모두 귀염꽃입니다. 귀엽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반갑습니다. 좋습니다. 온갖 기운을 함께 나누면서 귀여운 몸짓과 눈빛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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