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12] 똥손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무척 오래된 말입니다. 우리가 입으로 읊는 말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고, 입으로 읊지 않고 생각에 담기만 해도 어떤 일이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아무 말이나 입밖에 내지 않도록 다스릴 삶이면서, 어떤 말이건 스스로 사랑스레 꿈을 짓는 말을 나눌 삶입니다. 내가 어떤 일이 서툴다고 할 적에 내가 스스로 ‘똥손’이라 생각하거나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언제나 어떤 일에 서툴면서 아무것도 못할 테지요. 내가 이제껏 어떤 일에 서툴었어도 ‘아, 이제부터 괜찮아. 다 할 수 있어.’ 하고 생각하거나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참말 이제부터 다 괜찮으면서 씩씩하게 할 테지요. 손놀림이 서툴면 서툴 뿐입니다. 몸놀림이 익숙하지 않으면 아직 안 익숙할 뿐입니다. 즐겁게 하면서 기쁘게 누리면 됩니다. 내가 나한테 할 말은 ‘똥손’이 아닙니다. 더러 ‘똥손’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면, 똥처럼 흙을 살리고 풀과 나무를 가꾸는 손이네, 하고 스스로 새롭게 다시 말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내 손은 ‘별손’이고 ‘해손’입니다. 내 손은 ‘바람손’이고 ‘사랑손’입니다. 내 손은 ‘고운손’이면서 ‘밝은손’입니다. 4348.2.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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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1] 짝님



  ‘짝’을 이루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짝’이 되어 어울리는 사람이 사랑스럽습니다. 오래도록 내 짝이기를 바라고, 언제까지나 함께 짝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둘은 살가운 ‘짝꿍’이 되고, 기쁜 ‘짝지’가 됩니다. 반가우면서 사랑스러운 짝이기에, 서로서로 ‘짝님’이 됩니다. 좋은 님이면서 고운 님이고, 그리운 님이면서 기쁜 님이기에 짝님입니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님이요, 가슴속에 까만 씨앗을 심는 살뜰한 님입니다. 서로서로 님이 되면서 웃고, 너와 내가 함께 님이 되기에 노래합니다. 짝꿍은 짝님입니다. 짝님은 짝지입니다. 둘은 ‘한짝’입니다. 4348.2.1.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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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0] 조각놀이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갑니다. 두 아이가 쓸 새 연필깎이를 장만하러 가는 길입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제 마음에 맞는 연필깎이를 하나씩 고릅니다. 그림종이를 두 권 장만한 뒤, 더 고를 것이 있나 살피니 ‘미니퍼즐’이라는 이름이 붙은 ‘조각맞추기 놀이판’이 네 가지 보입니다. 잘 되었구나, 이 놀잇감을 더 장만하면 재미있겠네. 두 아이를 불러 너희 마음에 드는 빛깔을 하나씩 고르라 이릅니다. 큰아이는 노란 바탕에 꽃나비 그림이 깃든 ‘조각맞추기 놀이판’을 고르고, 작은아이는 푸른 바탕에 무당벌레 그림이 깃든 ‘조각맞추기 놀이판’을 고릅니다. 다른 두 가지도 더 고를까 싶으나, 다음에 고르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읍내마실은 오직 두 아이 선물을 장만하려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작은아이는 ‘자동차 모습을 한 연필깎이’ 하나만으로 마음이 부풉니다. 다른 놀잇감은 아예 안 쳐다봅니다. 연필깎이인 터라 굴러가지 않는데, 그저 ‘자동차 모습을 한 연필깎이’만 굴리면서 놉니다. 큰아이는 조각맞추기가 잘 안 된다면서 아버지한테 가져옵니다. 그래서 ‘조각놀이’는 어떻게 하는가를 몸소 보여줍니다. 잘 보렴 아이야, 조각놀이를 할 적에는 억지로 조각 하나를 이곳으로 가져다 놓으려면 안 되지, 네가 이 모습을 본대서 처음부터 할 수 있을 수 있고, 어쩌면 한참 해 보아야 할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해든 다 좋으니, 처음에는 아버지가 맞추는 손놀림을 보렴. 이 조각이 저쪽으로 가려면 천천히 돌고 돌아서 간단다. 그렇지? 조각이 하나씩 맞으면서 그림이 드러나고, 그림이 드러나면서 짠, 이야 다 맞추었지? 오늘 저녁은 이제 코 자고, 이튿날 아침에 네가 스스로 혼자 해 보렴. 4348.1.2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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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9] 발춤, 발바닥춤



  발바닥을 굴려서 춤을 춥니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쿵쿵 울리기도 하고, 뒷꿈치나 앞꿈치로 똑똑 찍기도 합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울리거나 찍으면, 이에 따라 내 몸이 움직이고, 내 몸이 움직이는 결에 따라 내 팔과 손도 홀가분하게 움직입니다. 이렇게 온몸이 홀가분하게 움직이니 ‘춤’이라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춤은 춤이로되 손을 홀가분하게 놀린다면 ‘손춤’이 될 테고, 발을 홀가분하게 놀린다면 ‘발춤’이 될 테지요. 엉덩이를 흔들면 ‘엉덩춤’이 될 테며, 허리를 돌리면 ‘허리춤’이 될 테지요. 발바닥을 굴려서 ‘발바닥춤’입니다. 두 팔로 땅을 짚고 걷거나 통통 튀긴다면, ‘물구나무춤’입니다. 머리를 흔들어 ‘머리춤’이요, 빙글빙글 돌아서 ‘빙글춤’이에요. 그리고, 또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요. 꽃과 같이 나부끼면 꽃춤일 테고, 나무와 같이 서다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결을 살피면 나무춤일 테며, 바람이 불고 멎는 결을 살피면 바람춤일 테지요. 우리 삶은 언제나 온갖 춤으로 태어납니다. 삶춤이요, 춤살이입니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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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8] 첫걸음과 새걸음



  사람은 누구나 첫발을 내딛습니다. 첫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떼고 나서는 어떤 걸음을 뗄까요? 두 걸음일까요, 세 걸음일까요, 네 걸음일까요, 다섯 걸음일까요? 한겨레가 먼 옛날부터 쓰는 말을 돌아보면, ‘첫걸음’만 한 낱말로 삼아서 썼고, 다른 낱말은 굳이 한 낱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재미나지요. 그러면, ‘첫걸음’에서 끝일까요? 그럴 수 없을 테지요. 첫걸음에서 끝날 일은 없을 테지요. 처음을 지나면, 이제부터 모두 새롭습니다. 그래서, 우리 걸음은 꼭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첫걸음’이요, 다른 하나는 ‘새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뗀 사람은 이제부터 나아갈 새로운 걸음을 생각합니다. 첫걸음을 지나간 사람은 앞으로 늘 새롭게 걷습니다. 새로운 걸음은 새로운 삶입니다. 그러니까, 걷는 사람은 늘 새롭습니다. 새롭지 않다면 걸음이 아니고, 걸음이 아닌 걸음을 걷는다면 모두들 너무 괴롭고 고단합니다. 4348.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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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2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