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2] 그림놀이


  아이들하고 즐겁게 놀면서 생각합니다. 공을 갖고 놀면 ‘공놀이’요, 물에서 놀면 ‘물놀이’이며, 흙을 만지며 놀면 ‘흙놀이’입니다. 마당에서 ‘마당놀이’를 하고, 손에 책을 쥐면서 ‘책놀이’를 합니다. 놀이는 새롭게 뻗어 ‘글놀이’하고 ‘그림놀이’로 이어집니다. 어른들은 ‘사진놀이’도 하는데, 아이들도 손가락으로 얼마든지 ‘사진놀이’를 누립니다. 노는 아이들은 노래하고 춤춥니다. 노는 아이들은 꿈꾸면서 삶을 사랑스레 속삭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늘 놀면서 주고받는 말은 참으로 오래된 낱말이라, ‘노래하다·춤추다·꿈꾸다·놀이하다’는 어엿하게 한국말사전에 한 낱말로 실립니다. ‘글쓰기’라는 낱말은 열 몇 해 앞서 한국말사전에 비로소 실렸는데 ‘그림그리기’나 ‘사진찍기’는 아직 한 낱말로 한국말사전에 실리지 못합니다. 더 헤아리면 ‘말하다’처럼 ‘글쓰다·그림그리다·사진찍다’ 같은 낱말을 한 낱말로 삼도록 이끄는 한국말사전은 없습니다. 아직 이렇게 쓸 만한 때가 아니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읽기’는 사람들이 무척 널리 쓰는 낱말이지만 한국말사전에 좀처럼 안 실립니다. 이리하여 나는 아이들하고 ‘말놀이’를 하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한국말사전에 실린 낱말이건 아니건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읊습니다. 우리가 쓸 말은 ‘사전에 실린 낱말’이 아니라 ‘생각을 담는 낱말’인 만큼, 하루를 기쁘게 누리도록 ‘삶놀이’를 즐기면서 요모조모 재미나고 곱게 말넋을 북돋우자고 생각합니다. 4348.6.1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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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31] 한집살이



  한집에서 산다면 ‘한집살이’입니다.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한집살이를 하고, 마음이 안 맞아도 살림을 함께 꾸리려고 ‘한집살림’인 한집살이를 합니다. 보금자리와 일터가 멀리 떨어졌다면, ‘두집살이’를 하기도 합니다. 한쪽은 보금자리요, 다른 한쪽은 일터와 가까운 데에 마련한 쉼터입니다. 살림을 이모저모 나눈다면 ‘세집살이’나 ‘네집살이’를 할 수 있습니다. 뜻이 맞는 가게나 회사가 모여서 한집살이를 할 수 있고, 오래도록 한집살림을 꾸리다가도 어느새 ‘딴집살이’로 갈라설 수 있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시골집살이’를 하고, 골목집에서는 ‘골목집살이’를 합니다. 숲집을 가꾼다면 ‘숲집살이’를 하며, 섬집을 누린다면 ‘섬집살이’를 합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집을 짓든 사랑을 꽃피우려는 마음이 되면 ‘사랑집살이’가 됩니다. 언제나 꿈을 길어올리는 숨결이 되면 ‘꿈집살이’가 됩니다. 누군가는 노래집살이를 하고, 누군가는 이야기집살이를 합니다. 책집살이를 즐길 수 있고, 꽃집살이라든지 웃음집살이를 할 수 있어요. 즐거운 삶길을 스스로 찾아서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4348.6.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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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30] 몸을 바꾸는 장난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가운데 ‘변신 로봇’이 꽤 많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도 ‘변신 로봇’을 갖고 놀고, 나도 어릴 적에 ‘변신 로봇’을 갖고 놀았습니다. 앞으로 이 땅에 새로 태어날 아이들도 ‘변신 로봇’을 갖고 놀 테지요. 만화영화를 보면 으레 “변신!” 하고 외칩니다. 나도 어릴 적에 그 말을 퍽 자주 따라했습니다. 그러나 ‘변신(變身)’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바뀔 적에 으레 ‘변신’이라 하니 ‘변신’은 그저 ‘변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덟 살과 다섯 살인 어린이한테 “얘, 너 ‘변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이 말을 쓰니?” 하고 물어 봅니다. 두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아니, 몰라.” 하고 대꾸합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어떻게 이 말을 쓸 수 있을까?” “몰라.”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될 적에 ‘변신’이라고 하잖아?” “응.” “그러면, ‘변신’은 뭘까?” “몰라.” 아무래도 여덟 살과 다섯 살 어린이는 ‘변신 = 몸 바꾸기’인 줄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화영화를 빚거나 글을 쓰는 수많은 어른들도 ‘변신’이라는 말마디가 아니라 ‘몸을 바꾸는’이나 ‘바꾸다·바뀌다’ 같은 말마디로 고쳐쓰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한번쯤, 때때로, 문득, 가만히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바꿔!” 하고 외칠 수 있고, “몸 바꾸는 장난감”이나 “몸 바뀌는 로봇”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4348.6.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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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29] 밥아비



  부엌일을 맡아서 하며 밥을 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부엌일은 가시내만 해야 하는 듯이 여겼기에, 부엌일을 하는 사람을 ‘부엌데기’라 하면서, 밥을 해 주는 사람을 ‘밥어미’라 했습니다. 이를 한자말로는 ‘식모(食母)’라고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부엌일을 맡아서 하는 사내가 제법 있고, 밥짓기를 즐기는 사내도 차츰 늘어납니다. 그러면, 부엌일을 맡거나 밥짓기를 즐기는 사내를 두고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킬 만할까요? 부엌일을 놓고는 ‘부엌순이·부엌돌이’라 할 만합니다. 밥짓기를 놓고는 ‘밥어미·밥아비’처럼 쓸 만합니다. 밥을 좋아하며 잘 먹는대서 ‘밥순이·밥돌이’라 하는데, 밥을 즐겨 짓는 사람을 놓고도 ‘밥순이·밥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밥을 지어 주는 ‘밥아비’나 ‘밥돌이’나 ‘부엌돌이’로 지냅니다. 어른으로서 밥을 지으면 ‘밥어른’이 되고, 아이들이 머잖아 스스로 밥을 지을 수 있다면 ‘밥아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8.6.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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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28] 춤짓



  온갖 말을 들려주면서 마음을 나타내려고 하는데, 도무지 내 말이 가 닿지 못하니, 손짓을 쓰고 발짓을 씁니다. 말짓과 글짓으로는 마음이 흐르지 못해 갖은 몸짓을 보여줍니다. 가만히 눈짓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고, 기쁘게 춤짓을 선보이면서 웃음꽃을 피우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뻘짓을 말하기도 합니다. 엉뚱한 짓을 한대서 뻘짓인데, 바보짓이라고도 하겠지요. 갓난쟁이는 배냇짓을 합니다. 어른은 어떤 짓을 할까요? 어른은 저마다 어떤 삶짓으로 하루를 새로 지으면서 기쁨을 노래할까요? 술을 먹고 술짓을 하려나요, 담배를 태우며 담뱃짓을 하려나요. 새는 날갯짓을 하면서 훨훨 날고, 꽃은 향긋하면서 싱그러운 냄새를 퍼뜨리는 꽃짓으로 온누리를 곱게 어루만집니다. 숨을 고르게 쉽니다. 내 숨짓은 내 몸을 살립니다. 바람이 문득 붑니다. 바람짓을 느끼는 내 마음짓은 얼마나 푸근하거나 너른가 하고 돌아봅니다. 차분한 생각짓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따사로운 사랑짓으로 서로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8.5.1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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