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12] 작으며 고맙다



  콩알을 둘로 갈라 

  너 먹고 나 먹으며

  배가 넉넉히 부르다



  작은 것이 고마운 줄 안다면, 작거나 큰 것이 없는 줄 느껴서, 언제나 고마운 삶으로 나아가리라 느껴요. 누가 나한테 선물할 적에 더 비싸거나 값진 것을 주어야 고맙지 않습니다. 천 원짜리 과자 한 봉지도 고맙고, 만 원짜리 빵 한 덩이도 고맙습니다. 십만 원을 베풀어도 고마우며, 십억 원을 베풀어도 고맙습니다. 크기 때문에 더 고맙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나누려고 하는 사랑스러운 손길로 어깨동무를 하기에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4348.5.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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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1] 만화 그리는 사람



  만화를 그리는 손길이

  이웃을 아끼는 손길과

  꽃잎처럼 만난다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엮기에 만화가 태어납니다. 글만 있는 만화는 없고, 그림만 있는 만화는 없습니다. ‘대사 없는’ 만화도 더러 있지만, 이때에는 ‘말 없는 말’을 쓴 셈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엮습니다. 글과 그림을 한자리에 그러모아서 새로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글은 문학이라 하고, 그림은 예술이라 하는데, 만화는 문학과 예술이 만난 이야기꽃이니, 만화를 두고 어떤 숨결이나 넋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어울릴까요?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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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0] 착하거나 나쁘거나



  웃지 않아도 부드러운 낯빛

  웃지만 차가운 얼굴

  한 사람한테서 두 모습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자꾸 만나서 들볶인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쁜 사람은 자꾸 착한 사람을 괴롭히면서 등치려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착한 사람은 들볶이거나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들볶거나 괴롭히려고 하는 사람이 언제나 스스로 들볶이거나 괴로울 뿐입니다. 너그러우면서 곱게 흐르는 숨결로 마음을 가꾸니 착합니다. 좁다라면서 밉게 흐르는 생각으로 마음을 억누르니 스스로 궂은 길로 접어듭니다. 착한 길로 갈 수도 있고, 궂거나 나쁜 길로 갈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두 갈래 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착해서 좋거나 나빠서 나쁘지 않습니다. 착하면서 고운 삶이라면 그예 아름답습니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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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09] 바다 같은 마음



  바다 같은 마음이 되고

  하늘 같은 마음이 되며

  사람 같은 마음이 된다



  바닷가에 서서 바닷내음을 맡으면 언제나 맑은 숨결로 되살아나는구나 하고 느껴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바람을 마시면 언제나 파란 바람처럼 새로 깨어나는구나 하고 느껴요.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려 합니다. 나 스스로 내가 사람다운 사람으로 사는지 아닌지를 찬찬히 되짚습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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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08] 아이를 안으며



  어버이로서 아이를 안으면

  아, 이렇게 작고 가볍네

  사랑스럽구나



  어버이라면 아이가 마흔 살이 되거나 예순 살이 되어도 사랑스레 안아 줍니다. 아이라면 어버이가 일흔 살이 되거나 아흔 살이 되어도 사랑스레 안기고 싶습니다. 아이를 안는 어버이는 언제나 따순 품이요, 어버이한테 안기는 아이는 늘 기쁜 가슴입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어버이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다 하더라도, 둘 사이를 잇는 끈은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한결같이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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