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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날 푸른 책들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야 한다면, 참고서와 교과서와 문제집, 이 세 가지를 잔뜩 짊어지고 살아야겠지요. 그러면,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고 끝일까요.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는 일 말고는 다른 자리를 헤아리지 않아도 될까요.


  대학교에 가자면 대입시험 치러야 하고, 대입시험 치르자면 참고서와 교과서와 문제집을 달달 외우듯이 하루를 보낼밖에 없으리라 느껴요. 그런데, 아이들은 대학살이 고작 네 해로 끝나요. 아이들 삶은 네 해짜리가 아니에요. 앞으로 마흔 해 예순 해 여든 해 길게 이어져요.


  한껏 푸른 빛 밝히면서 푸른 숨 마시는 푸른 아이들이 푸른 내음 가득한 푸른 책들 손에 쥐어 푸른 사랑 꽃피운다면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학습도 교양도 교훈도 지식도 상식도 아닌, 그저 책으로서 책을 만나는 삶 누릴 수 있으면 기쁘게 웃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푸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부터 삶 밝히는 조그마한 이야기책을 사랑하기를 빌어요.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부터 마음자리에 푸른 빛깔 드리우는 이야기책을 살포시 얹을 수 있기를 빌어요. 추천도서도 권장도서도 아닌,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아닌, 그예 책 하나를 놓고, 삶책 하나를 읽으며, 삶빛을 맑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빌어요.


  푸른 나날에 푸른 책들입니다. 아이들 나이가 열서넛이나 열예닐곱이기에 푸른 삶은 아니에요. 어른들 나이로 서른아홉이든 쉰아홉이든, 마음이 맑으면서 밝을 적에는 모두 푸른 삶 푸른 꿈 푸른 빛이리라 느껴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개구리 밤노래 누리는 곳에 보금자리 일굴 수 있기를 새삼스레 빕니다. 4346.7.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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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을 읽습니다. 즐겁게 읽습니다. 다 읽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아로새깁니다. 이윽고 책을 덮고는 책꽂이에 얌전히 꽂습니다. 눈을 들어 내 보금자리 살림살이를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로새긴 다음 내 삶이 어떻게 거듭날 때에 기쁜가 하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누린 즐거움을 떠올립니다. 내가 누린 즐거움을 내 살가운 벗한테 글월 하나 띄우듯 살짝 적바림합니다. 서로서로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기쁨을 노래하며 마음빛 밝힐 수 있기를 꿈꿉니다. 둘이 함께 삶을 사랑하면서 누리는 길을 찾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삶을 읽습니다. 책을 읽기 앞서도 내 삶을 읽는데,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헤아린 내 이웃 삶을 마음자리에 나란히 둡니다. 나와 이웃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나와 이웃이 누리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돌아봅니다. 글을 쓰는 이는 아름다움을 글꽃으로 피웁니다. 글을 읽는 이는 아름다움을 삶꽃으로 맺습니다. 4346.7.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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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요즈음 아이들은 아름다운 동화책과 그림책을 두루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삶은 어느 만큼 누릴 수 있지? 어른들은 아름다운 삶을 얼마나 누리나? 온갖 재미난 책과 영화와 스포츠와 연속극과 숱한 맛집·옷집·관광지 따위는 있는데, 어른들은 아름다운 사랑과 삶과 꿈을 얼마나 나누거나 즐기거나 일굴까? 아이들한테 주어진 아름다운 동화책과 그림책은 얼마나 뜻이 있을까? 아름답다는 동화책과 그림책을 한껏 누리던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면, 이제 이 아이들 앞에는 어떤 아름다운 것들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서로 어떤 아름다운 것을 누리려는 생각일까? 4346.7.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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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책은 없다

 


  “검증된 책”을 말씀한 분이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먼저 국어사전부터 살핍니다. 한자말 ‘검증(檢證)’은 “검사하여 증명함”을 뜻합니다. ‘검사(檢査)’는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하여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을 뜻하고, ‘증명(證明)’은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힘”을 뜻합니다. ‘조사(調査)’는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봄”을 뜻합니다. 곧, ‘검증’이란 “옳고 그름이나 낫고 못함을 살펴보거나 찾아보아서 밝히기”입니다. 그러면, “책을 검증하는” 일은 할 수 있을까요.


  온누리에 “검증된 책”은 없다고 느낍니다. 어느 책도 “검증되지 않”으며, 어떠한 책도 “검증할 수는 없”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어느 책이든 읽는 사람 몫입니다. 어떠한 책도 쓰는 사람 몫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어떤 틀이나 굴레에 얽매여 책을 살필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잣대나 울타리에 갇혀서 책을 쓸 수 없습니다.


  많이 팔린 책이라서 “검증된 책”이 아닙니다. 비평가나 전문가가 칭찬하는 책이라서 “검증된 책”이 아닙니다. 추천도서나 권장도서로 이름이 오르면 “검증된 책”일까요? 누가 책을 ‘검증’할 수 있을까요.


  그림이나 사진이나 만화를 ‘검증’할 수 없습니다. 노래나 춤을 ‘검증’할 수 없습니다. 웃음이나 눈물을 ‘검증’할 수 없어요. 꿈과 사랑을 ‘검증’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글 또한 어떠한 틀이나 잣대로도 ‘검증’할 수 없어요.


  책이란,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엮은 이야기꾸러미입니다. 글과 그림과 사진을 ‘검증’할 수 없는데, 책을 어떻게 ‘검증’하지요? 책에 담는 글과 그림과 사진이란, 우리 삶입니다. 우리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책을 엮습니다. 웃음과 눈물, 꿈과 사랑, 숲과 사람과 하늘과 바다와 햇살 들을 이야기로 갈무리해서 책을 일굽니다. 웃음도 숲도 햇살도 ‘검증’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책을 ‘검증’할까요?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책 읽으면 돼요.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는 삶 일구면 돼요. 누구나 스스로 아름다운 넋 품으면 돼요. 누구나 스스로 착한 일 즐기면 돼요.


  ‘검증’이란 무엇이요, 어떤 사람이 책을 ‘검증’하려 들까요. 책을 ‘검사’하거나 ‘조사’하는 짓을 누가 왜 하려 들까요.


  돌이켜보면, 이 나라에 퍽 오랫동안 “검증된 책”이 나돌았습니다. 이른바 ‘검인정 교과서’와 ‘불온도서’가 책을 ‘검증’하던 짓입니다. “검인정 교과서”는 아이들한테 삶을 얼마나 올바르게 보여줄까요. ‘불온도서’ 도장이 찍힌 책은 왜 우리들이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라고 여길까요.


  사회나 문화를 ‘검증’할 수 없습니다. 삶을 ‘검증’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검증된 책을 읽는다” 하고 말한다면, 스스로 틀에 갇히거나 울타리에 얽매이겠다는 뜻입니다. 사회권력과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책을 틀에 가두거나 짓누르는 짓이 ‘검증’이라고 느낍니다. 책을 틀에 가둔다는 뜻은, 책에 담는 웃음과 꿈과 사랑과 이야기 모두를 틀에 가둔다는 뜻입니다. “검증된 책을 읽는다”는 말은, 권력자가 짓밟는 대로 길들여지거나 끄달린다는 소리가 됩니다. 사람들 스스로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 노예가 된다는 소리가 됩니다.


  책을 ‘검증’하는 사람이란 있을 수 없고, 책을 ‘검증’하려는 정부기관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책을 내놓으려 하는데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글을 쓰지 말라는 뜻이 되고, 사람들이 이녁 삶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는 뜻이 됩니다.


  가벼운 말로 “베스트셀러는 검증된 책이니, 베스트셀러를 즐긴다.” 하고 말할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은 처음부터 어떤 ‘검증’도 있을 수 없어요.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든지, 많은 사랑이 사랑하는 책은 있겠지만, “검증된 책”이란 있을 수 없어요.


  나를 찾아나서는 책읽기요, 내 넋을 살피는 책읽기라 한다면, 내 삶을 살찌우는 책읽기이고, 내 삶길 빛내는 책읽기라 한다면, ‘남들이 검증해 놓은 틀’에 맞추어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눈빛을 밝혀 책을 찾아서 읽을 뿐입니다.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열어 이녁한테 아름다울 책을 살펴서 읽을 뿐입니다. 4346.7.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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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와 ‘좋은 책’은 다르다

 


  좋은 책은 그저 ‘좋은 책’이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아도 사람들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요. 베스트셀러 가운데에도 ‘좋은 책’이 있을 테지만, ‘많이 팔린 책’이라는 틀에서는 그다지 벗어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은 “많이 팔린 책”을 뜻하거든요. 많이 팔린 책 가운데에 좋은 책도 어김없이 있을 터이나, 많이 팔렸대서 모두 좋은 책이 되지는 않아요. 이는 ‘스테디셀러’라는 책도 마찬가지예요. 스테디셀러란 “꾸준하게 팔리는 책”을 뜻해요.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책이라는 뜻이 아닌, 그저 꾸준하게 팔리는 책을 가리켜요. 그러니, 이 스테디셀러 가운데에도 나 스스로 좋다고 여길 만한 책이 있고, 나 스스로 대수롭지 않거나 못마땅하거나 아쉬운 책이 어김없이 있기 마련이에요.


  사람마다 삶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조선일보를 읽으며 조선일보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도 어느 모로 뜻이 있다고 할 테지요. 누군가는 조선일보를 아예 안 보고 생각 안 하는 쪽이 가장 슬기로운 길이라고 할 테고요. 나는 조선일보 같은 신문은 굳이 안 보는 쪽이 참 즐거우리라 느껴요. 우리가 나누고 함께할 가장 좋은 이야기를 찾아서 누리는 데에 땀과 품과 마음을 들일 때에 즐거운 삶 되리라 느껴요. 조선일보 들여다볼 겨를에 우리 아이들 얼굴 한 번 더 보고, 조선일보를 따지거나 살피거나 나무랄 품이 있으면, 우리 아이들 한 번 더 살가이 안으면서 놀면 더없이 즐거운 하루가 되리라 생각해요.


  베스트셀러와 ‘좋은 책’은 달라요. 스테디셀러와 ‘좋은 책’도 달라요. 우리는 ‘책’을 읽을 노릇이에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많이 팔렸건 적게 팔렸건 대수롭지 않아요. 나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가만 생각하면 돼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책 그대로 살펴서 읽으면 돼요. 그 책이 팔렸건 안 팔렸건 참말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 책이 꾸준히 팔리건 판이 끊어졌건 아랑곳할 일이 없어요. 판이 끊어졌으면 도서관으로 찾아가서 빌려읽으면 되고, 정 건사하고 싶으면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몇 달이나 몇 해가 걸리더라도 찾아내어 품에 안으면 돼요.


  읽을 책을 읽으면 즐거워요. 사랑할 책을 사랑하면 기뻐요. 아름다운 책을 아끼면 그예 아름답지요.


  백만 사람이 사서 읽었다는 책을 나도 사서 읽어야 하지 않아요. 내 마음이 그 책에 가닿아서 그 책에 깃든 알맹이를 받아먹고 싶으면 사서 읽을 뿐이에요. ‘좋은 책’은 바로 나 스스로 만들어요. 내가 읽고 누린 책이면 모두 ‘좋은 책’이 돼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책이 바로 ‘좋은 책’이에요. 4346.7.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 pek0501 님 댓글을 읽으며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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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7-04 21:08   좋아요 0 | URL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책이 바로 ‘좋은 책’이에요란 말에 공감합니다.그래서 전 장르소설만 열심히 보고 있어요^^

숲노래 2013-07-04 23:1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장르소설도 하이틴로맨스문고도
다 '좋은 책'이에요.

스스로 즐겁게 읽을 때에는
모두 좋은 책이 돼요.

마음을 즐겁게 북돋우는 좋은 책
늘 마주하시기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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