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4 입가리개



  입을 가리는 곳은 총칼나라(군사독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1982∼1987년 사이에 다녔는데, 그무렵 배움책이나 얘기책(동화책)에서는 ‘북녘은 사람들 입을 가리는 무서운 곳’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남녘도 막상 ‘얘들이 어디 어른 앞에서 말을 해?’ 하면서 윽박질렀어요. 북녘이든 남녘이든 벼슬자리(정치·권력) 목소리하고 다른 말을 못하도록 짓눌렀습니다. 코입을 가리개로 씌우는 곳은 ‘수수한 목소리를 틀어막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왜 코입을 가려야 할까요? 왜 공장·자동차에서 뿜는 매캐한 바람 탓에 입가리개를 해야 하고, 돌림앓이 탓에 입가리개를 해야 할까요? 숲하고 바다에는 돌림앓이가 없습니다. 탁 트이고 싱그러이 바람이 흐르고 햇볕이 퍼지는 곳에는 어떤 앓이도 없습니다. 가두거나 갇힌 굴레이기에 돌림앓이랑 여느앓이가 흐드러집니다. 숲이 아닌 좁은 그릇에 풀꽃나무를 가두면 푸른숨이 솟는 구실을 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은 전철·백화점뿐 아니라 거리마다 사람물결입니다. 운동선수는 아무도 입가리개를 않고 살을 부비며 땀흘립니다. 입가리개란 허울(쇼)입니다. 눈속임이자 눈가림이고 거짓부렁에 껍데기입니다. 아름답게 살려면 입을 가리지 말고 숲을 돌보며 사랑해야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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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3 글붓



  우리나라에서 깎는 글붓(연필·볼펜)이 아름답고 부드럽고 좋다고 말하는 분을 만난 일이 드뭅니다. 아니, 없다시피 합니다. “무슨 붓을 쓰든 어때? 스스로 즐겁게 그려야지.” 하고 말할 만합니다만, 이웃나라 글붓을 손에 쥐어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나라사랑(애국)에서 나라싫어(매국)로 돌아서는 분이 많습니다. 어린이가 쓰는 글붓에 그림을 이쁘장하게 넣을 줄은 알되, 정작 글붓이 글붓 노릇을 제대로 하는 길에는 마음을 아예 못 쓰다시피 하는 우리나라예요. 일본·독일·프랑스는 글붓을 제대로 깎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붓을 제대로 못 깎는 나라는 참 많을 수 있어요. 글붓을 잘 깎되 굳이 이웃나라에 안 팔고 제 나라에서만 돌리는 곳도 많겠지요. 모름지기 참나라·사랑나라·빛나라가 되려면 여느 살림살이부터 건사해야 합니다. 싸움날개(전투기)나 싸움수레(탱크)나 싸움배(군함)나 싸울아비(군부대)가 아닌, 수수한 살림길에 마음을 들여야지요. 글붓 한 자루를 놀리면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글붓 두 자루를 사각이면 숲에서 살림짓는 슬기가 피어납니다. 싸움날개나 싸움수레나 싸움배나 싸울아비로는 뭘 낳을까요? 미움·다툼·슬픔·멍울·죽음만 낳지 않나요? 글붓을 고이 깎을 줄 알아야 보금나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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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자전거
#숲노래
#바닷바람

나흘째 제주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둘레 모습을 처음으로
이렇게 소리까지 담았다.

오늘(2021.7.17.)은 앞선 사흘과 달리
바닷가를 꽤 많이 달렸다.

바닷가는 자동차가 큰길보다 적고
마구 달리지는 않지만
등바람이 아닌 맞바람이 드세어
오르막이 아닌 판판길도
달리기가 수월하지 않다.

바닷가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그래도 큰길은 맞바람이 적은데
큰길로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바닷가길로 달려 보면서
˝나도 참 나로구나˝ 하고 느꼈다.

맞바람을 네 시간쯤 맞으면서,
게다가 무게가 25-32킬로그램쯤 되는
등짐을 짊어지고서
자전거를 달려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말고 있을까?
없지는 않다고 여긴다만
아직 이 같은 이웃님을 못 만났다 ㅠㅜ

68만 원짜리 가볍고 야무진 자전거수레를 샀다면
제주자전거는 조금 수월했을까?
그러나 말삯(강사료)은 50만 원인걸...
낛(세금)을 덜면 44-46만 원쯤이고
그리고 말삯(강사료)은 책값으로 벌써 다 썼는걸...

나흘에 걸쳐 흘린 땀은 엄청났다.
웃옷을 벗어서 짜면 땀이 주루룩 흘렀고,
등짐 어깨끈도 죽 짜면 땀이 줄줄 흘렀다.

오늘 바닷가에서 바닷바람 쐬며 드러누웠는데
이러다가 이 그림(영상)을 남겼다.
바람소리, 아니 맞바람소리... ㅋㅋㅋ

#나살려 #숲노래씨 #제주자전거
#바닷바람 #등으로쓴다 #고맙다
#자전거는땀으로젖어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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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2 길들다



  까마득히 어리던 모습을 떠올립니다. 까마득히 어리던 그때에는 길을 가리지 않습니다. 언니나 어버이가 “거긴 길이 아니야!” 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씩 웃으면서 거침없이 갑니다. 온누리 모든 아기는 언니나 어버이 말을 한귀로 흘립니다. “거긴 길이 아니거든?” 하고 따져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통통통 달려갑니다. 마음에 티가 없을 적에는 길을 가리지 않고, 길을 내지 않습니다. 길인 곳이나 길이 아닌 곳이 따로 없거든요. 가고픈 대로 가고, 하고픈 대로 하며, 사랑하고픈 대로 사랑합니다. 놀고픈 대로 놀며, 자라고픈 대로 자라지요. 탁 트인 마음이기에 아기는 말을 곧 익히고 손발을 이내 홀가분히 놀립니다. 이러다가 ‘길이 드는’ 때로 접어들면 스스로 새롭게 생각하거나 움직이지 않아요. 누가 시키는 대로 하고, 누가 말하는 대로 따릅니다. 남들이 많이 읽은 책을 읽어도 안 나쁩니다. 그러나 스스로 고른 책이 ‘어쩌다 남들도 많이 읽는 책’일 적에 스스로 즐겁습니다. 처음부터 ‘길든 눈빛’이 되어 남들 눈치를 따지면, 우리 삶을 스스로 못 가꿔요. 쳇바퀴에 길들어요. 어디나 길일 적에는 어디나 가볍고 포근합니다. 무엇이나 길일 때에는 무엇을 읽어도 마음을 살찌우는 빛이 되고 노래가 되며 해님처럼 웃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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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1 쉽게



  어린배움터에서 따돌림이랑 괴롭힘을 받은 이웃나라 아이는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할 줄 아는데, 이를 얼간이 같다고 여기는 사람(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많았다더군요. 아이는 마침종이(졸업장)를 주는 곳을 씩씩하게 떠났고, 숲집에서 풀꽃나무랑 동무하며 주고받은 말을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란 책으로 선보여요. 그러나 옮김말이 참 갑갑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기에, 스스로 어린이 눈이 된다면, 쉽게 말하기가 가장 쉬운데, 그만 어른 눈으로만 보니까 쉽게 말하기가 가장 어려운 길이 되더군요. 쉽고 수수하게 말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가려는 마음입니다. 안 쉽고 안 수수하게 말하는 사람은 ‘안 사랑’으로 가려는 뜻입니다. 사랑으로 가려고 하니 감추거나 속이지 않아요. ‘안 사랑’으로 가려고 하니 감추거나 속여요.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 감추거나 속이려는 뜻이 있구나 싶어요. 억누르거나 옥죄는 이 삶터에서 길들거나 주눅든 나머지 우리 스스로 속내를 밝히는 기쁜 길을 미처 못 가는데요, 창피하지 않아요.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다 틀려도 좋고, 저처럼 말을 더듬거나 혀짤배기여도 좋아요. 쉽고 수수한 말씨를 즐겁게 써요. 이렇게 하면 온나라가 아름답고 온누리가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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