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2007.4.5. 사진이란 삶을 사랑하는 빛. 이 빛살이 넘쳐흘러 가슴이 풍덩 잠기도록 출렁거리는 이야기꾸러미가 사진책.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치기

2019.6.2. 고흥읍에 나와서 볼일을 보고 고흥군립도서관 옆에서 책을 읽는다. 마침 아는 이웃님이 여덟 살 아이하고 지나가려다가 나를 알아본다. 아이가 학교에서 시킨 숙제 때문에 도서관에 왔다고, 학교에서 읽고 독후감을 쓰라 하는 책이 목록에는 있으나 막상 책꽂이에 없단다. 더군다나 도서관 일꾼이 ‘밥을 먹어야 하니 나가’ 달라 해서 도서관에서 나온단다. 말씀을 가만히 듣는데 어처구니없다. 열린도서관이요 나라돈을 받는 이곳에서 도서관지기는 서로 갈마들면서 자리를 지키지 않나? 도서관지기가 밥을 먹어야 하니 책을 찾아서 읽던 사람더러 밖에 나가서 도서관지기가 밥을 다 먹고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비워야 하나? 이런 도서관 얼거리는 여태 어디에서도 들은 일이 없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덟 살 어린이가 아직 읽기가 안 익숙한데 학교에서 담임이 ‘독후감 숙제’를 시켰단다. 책을 못 읽는 어린이더러 책을 읽고, 더구나 한글을 아직 못 쓰는 어린이더러 손수 느낌글을 써서 내라더라.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흥초등학교 교사는 초시계를 손에 쥐고서 ‘20초 만에 다 읽기’를 시켜서 점수를 매긴단다. 초치기를 해서 읽기를 해내지 못하는 아이는 놀림을 받고 ‘왕따’까지 된단다. 이야, 참, 고흥이라는 고장, 고흥군립도서관이라는 곳, 고흥초등학교라는 데, 참 대단하다. 2019년 대한민국 모습이 맞나? 어린이한테 나긋나긋 차근차근 또박또박 책을 읽어 주어 소리가 익숙하도록 해야 할 학교가 아닌가? 영어를 처음 배울 어린이더러 영어책 못 읽는다고 닦달을 하나?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초시계를 들고서 들볶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다

1994.12.11. “야,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미친 거 아냐?” “선배, 나는 미친놈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한 일만 이야기할 뿐입니다.” “야, 그 말이 더 미친놈 같다.” “하. 제가 보기에는 날마다 소주 두 병은 마셔야 한다는 선배야말로 미친놈 아니에요? 제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소주 두 병은 못 마시겠습니다. 날마다 꼭 마셔야 한다면 소주로 치면 한두 잔이면 좋겠고, 맥주로 치면 두어 병쯤? 그러나 아무리 술이 좋아도 날마다 마시지는 못하지요. 어떻게 술은 그렇게 날마다 마시면서, 스스로 바라거나 이루려는 꿈은 날마다 못 하는데요? 전 그게 참말로 미친놈이라고 생각해요.” “으이그, 술이나 처먹어.” “아니요. 저는 날마다 마음에 새긴 길이 있어요. 하루에 책 열 권은 읽어야겠거든요. 그리고 날마다 새로운 글을 적어도 열 꼭지는 써야겠고, 하루에 스무 꼭지쯤 새 글을 써야 비로소 잠들 수 있어요. 그러니 오늘은 더 마시지 않겠습니다.” “으이고, 잘났다. 이 미친놈아.”


2004.6.4. 하려고 하면 다 하지만, 하기 어렵다고 여기니 다 어려울 뿐이다.


2014.7.18. 그냥 해서 되는 일이 있기도 하다.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고요히 다스리면 그냥 해도 무엇이든 다 된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 아닐 적에는 어떤 일을 해도 다 안 될걸?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제대로 그리고 날마다 쳐다보고 언제나 되새길 적에라야 비로소, 스스로 해보면서 스스로 이룬다고 느낀다.


2019.1.8. “저는 이제 예전처럼 바보같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바보같이 책을 읽다니요? 무슨 말인가요?” “예전에는 날마다 하루에 열 권이나 스무 권은 읽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네? …….” “그렇게 읽어도 나쁘지 않기는 한데, 그렇게 스무 해 넘게 살고 보니, 종이로 묶은 책에서는 제 목마름을 채울 수 없더군요. 그러나 이제는 길을 새록새록 찾아요.” “…….” “예전에도 알기는 했으나 살갗으로 못 느꼈는데, 무엇인가 하면, 책은 종이책만 있지 않아요. 아주 마땅하지요. 살림책에 사랑책에 사람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풀책에 나무책에 바람책이 있어요. 아시나요? 날마다 바람이 우리 몸을 들락거리면서 얼마나 수다쟁이처럼 떠드는지를? 우리가 늘 숨을 쉬는 바람하고 말을 섞거나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아마 종이책을 안 읽을걸요? 그뿐일까요? 영화도 연속극도 신문도 방송도 안 보겠지요.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얼마나 놀랍고 재미있는데요. 조약돌이나 모래알이나 풀잎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대단해요. 풀벌레나 개구리나 참새나 제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엄청나지요. 종이책이요? 제비하고 마음으로 말을 섞으니까 말이지요, 종이책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아주 잘 알겠어요. 그러나 아직 이렇게 숲책을 마음으로 읽는 길에 오롯이 접어들지는 못했어요. 앞으로는 이 길을 가려고요. 그리고 이렇게 숲책을 읽다가 어느 때쯤 되면, 숲이 들려준 이야기를 붓으로 종이에 살며시 적어 볼는지 모르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너너질

1991.4.6. “야, 너 말이야 …….” “저기 죄송합니다만, 선생님은 저를 언제부터 알고 보셨다고 자꾸 ‘너너’라 하십니까?” “응? 뭐라고?” “아무리 교사하고 학생 사이라고 해도, 교사가 학생한테 반말을 하면서 ‘너너’라고 부를 권리는 없습니다.” “뭐야?” “다른 교사라면 이런 말을 굳이 안 합니다. 어차피 들을 생각도 마음도 없이 주먹하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교사한테는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입니다만, ○○○ 선생님은 학생을 그래도 학생답게 마주하겠다고 하셔서 이런 말씀을 여쭙니다.” “…….” “자, 보세요. 학교에서 학생은 다 왼가슴에 이름표를 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교사 가운데 왼가슴에 이름표를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학생은 마치 죄수하고 똑같다는 뜻입니다. 학생은 마치 죄수하고 같으니 너너질을 해도 된다고 여기시는 듯한데요, 잘 생각해 보세요. 학교라는 곳에서 교사들은 교사 이름을 모른다면 막 성을 내요.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이 어른이든 아이이든 어떻게 이름을 다 알거나 외워요? 교사도 왼가슴에 이름표를 달아야 이름을 알지 않아요? 그렇다고 교사인 분들 가운데 ‘이름 좀 알려주셔요’ 하고 물을 적에 상냥히 이름을 알려주는 분이 있나요?” “…….” “○○○ 선생님, 제 왼가슴에 제 이름이 적혔어요. 읽으실 수 있지요? 학생한테 어떤 부름말을 써야 할는지 모르시겠으면 배우세요. 학생한테서도 배울 줄 아는 사람이라야 교사다운 교사입니다.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사람이 교사가 아닙니다. 교과서는 교과서대로 쓰고, 여태까지 학생보다 길게 살아왔다는 나날을 바탕으로 삶을 보여주고 알려주면서 이야기로 이끄는 사람이 교사입니다. 자, 저뿐 아니라 모든 학생한테 똑같아요. 왼가슴에 붙인 이름표에 있는 이름을 부르세요. ‘○○○ 학생’이라 부르면 됩니다. 말을 놓든 말든 이 사회는 나이 어린 사람한테 막하는 슬픈 모습이니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습니다만, 우리는 ‘너너’란 이름이 아닌 ‘○○○’란 이름이 다 따로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본다면 ‘너너’도 ‘번호표’도 아닌 이름을 부르시기 바랍니다.”


1998.4.7. “어라, 너 어떻게 ‘文’ 자를 알아? 너 이 책 어디서 찾았어? 이야, 되게 오래된 책이네.” “여보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저를 어디에서 보고 알았대서 첫밗부터 ‘너너질’입니까?” “뭐야? 뭐야?” “전 ‘뭐야’가 아니고 제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저씨보다 어리거나 젊어 보이는 사람한테 함부로 ‘너너’ 하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저씨가 얼마나 똑똑한 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저씨만 한자를 읽거나 아저씨만 한자 빼곡하고 깨알같은 글씨가 새카만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배운 사람이라면 다 알지요.” “이 새끼 뭐야?” “저는 ‘뭐야’도 아니지만 ‘새끼’도 아니에요. 아저씨는 아저씨한테 오랜 스승님이 있다면 그 스승님 아이나 손자한테도 ‘너너질’이나 오늘처럼 이런 말씨를 쓰시려나요? 대통령이라고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대통령 아들이나 손자한테도 너너질을 하거나 오늘같이 이 말씨를 쓰십니까?” “……” “아저씨 어딜 달아나려 하세요? 달아나지 마세요. 아저씨가 쏟은 물을 주워담고 가야지요. 사람을 함부로 여긴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가야지요. 그리고 좀 배우시기 바랍니다. 아무한테나 너너질을 했다가는 큰코 다치십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차마 부끄럽고 창피해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못 숙이시더라도, 다음부터는 어디 가서 그렇게 구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아저씨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한테든 늙어 보이는 사람한테든 똑같이 고개숙여 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이거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부럽다

1992.5.24. “야, 쟤네 집 되게 부럽다. 어떻게 저런 집에 살지?” “그게 뭐?” “부럽지 않냐? 저런게 크고 좋은 집?” “뭐가 부러워?” “안 부럽냐? 난 부러워 죽겠다.” “미친 놈. 부러우면 너도 저런 집을 그려.” “말도 안 돼.” “네가 말도 안 된다고 여기니까 너는 저런 집에 못 사는 거야. 부러우면 부러워하지 말고, 너도 앞으로 저런 집에 살겠다고 생각해. 네가 그런 생각을 안 하니까 그냥 부러워하기만 할 뿐 저런 집에 못 살지.”


1994.4.2. “어쩜 저렇게 날씬하고 잘생겼지?” “뭐가?” “뭐긴. 저 사람 말이야.” “저 사람이 뭐?” “너도 저 사람 좀 봐. 책만 보지 말고.” “난 안 볼래.” “좀 보라니까. 부럽지 않냐?” “뭘 쓰잘 데 없는 걸 다 부러워하네. 부러우면 너도 저렇게 살면 되잖아.” “아이고, 난 죽어도 안 되네요.” “넌, 네가 왜 안 되는지 모르는구나.” “뭐가?” “생각해 봐. 난 저 사람이 어떻고 말고 쳐다볼 마음도 없지만, 저 사람이 날씬하고 예쁜 몸매하고 얼굴로 태어났든 말든 그게 뭐가 어떤데? 네가 날씬하고 예쁜 몸매하고 얼굴이고 싶으면, 제발 그만 부러워하고 네가 그렇게 살면 돼. 네가 왜 안 날씬하고 안 예쁜 줄 알아? 부러워하기 때문이야. 너는 네 멋이 있고 저 사람은 저 사람 멋이 있어.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할 줄 알면, 그리고 네가 스스로 날씬하고 예쁘기를 바라면 네 몸은 저절로 그렇게 바뀌어. 네가 마음으로 제대로 바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살려는 생각이 없는데 네가 어떻게 바뀌겠니? 부러우면 있잖아, 남을 쳐다보는 짓 그만하고 너 스스로를 쳐다봐. 그리고 네가 스스로 너한테 얘기해 줘. 오늘부터 네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그렇게 얘기해 주면 넌 그렇게 바뀌어.”


2001.10.3. “참 부럽습니다.” “뭐가요?” “어떻게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쓸 수 있나요?” “뭘 시시한 걸 부러워하시나요?” “아니 어떻게 안 부러울 수 있어요? 저는 책도 한 주에 한 권도 겨우 읽고 글도 하나도 못 쓰는데요.” “아효. 책읽기나 글쓰기가 부러우세요?” “그럼요. 얼마나 부러운데요.” “그러면 알려드릴게요. 책을 많이 읽고 싶으시면 그저 많이 읽으시면 되고요, 글을 많이 쓰고 싶으시면 그저 많이 쓰시면 되어요.” “네? 그게 뭔 소리예요?” “바라시면 바라는 대로 오늘부터 하시면 다 됩니다. 그러나 바란다고 하면서 정작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부러워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되어요. 저는 제가 잘 하는 어떤 일이 있다면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남을 쳐다보지 않기도 하고, 오직 제가 할 일만 쳐다보면서 그 길을 오늘부터 합니다. 저를 부러워하지 마시고요, 이웃님 스스로 사랑해 주시면서 이웃님 마음으로 오늘부터 그 부러워하는 그 일을 그저 차근차근 해보세요. 그러면 다 되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부러워하면 그저 죽을 때까지 부러워하다가 죽어요. 그러나 부러움이란 마음이 아닌 ‘하자’는 마음으로 그저 오늘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하면, 이렇게 하기를 다섯 해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 하다 보면, 어느새 이웃님 스스로 더없이 놀랍고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