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언저리


오늘 그릇 : “저는 아직 그릇이 안 되어서 글을 못 써요. 더구나 동화라니요! 동시도 그렇고요!” 하고 말씀하는 분한테는 늘 “‘오늘 그릇’이 가장 아름다운걸요. 나중에 이 그릇을 키우시면 외려 못 써요. 바로 오늘 이 그릇으로 쓰실 적에 더없이 아름다워서 싱그럽게 노래하는 포근한 바람이 일렁이는 동화도 동시도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그릇을 키우실 생각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보다는 오늘 이 그릇으로 아이들하고 사랑하며 살림하는 삶을 그저 수수하게 옮겨 놓으시면 좋겠어요. 동화나 동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글이 아니니까요. 동화도 동시도, 또 소설하고 어른시도, 온누리 모든 글도,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상냥한 손길로 숲을 그리면서 나누려는 마음이기에 쓰는구나 싶어요. 큰그릇이 되어야 쓰지 않아요. 작은그릇이니까 작은그릇으로 써요. 쪼개진 그릇이라면 쪼개진 대로, 못나거나 모난 그릇이라면 못나거나 모난 그릇 그대로 서로 눈물이랑 웃음이 얼크러진 이야기를 꽃피우는 글이 태어난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글을 한 줄 씁니다. 오늘을 생각하기에 말을 한 마디 합니다. 오늘을 살피기에 살림을 가꿉니다. 오늘을 바라보기에 스스로 몸을 맞추고 마음을 열어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노는 소꿉으로 신나게 웃습니다. 오늘을 그리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못해요. 오늘을 돌보지 않는다면 참말로 어떤 책도 마음으로 스미도록 받아들이지 못해요. 2020.5.1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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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언저리


애써 여쭈기 : 책들임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책을 들일 돈부터 신나게 장만해 놓고서 스스로 눈이나 마음이 가는, 그렇지만 아직 하나도 모르는 책을 척척 고르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책을 들일 돈을 넉넉히 마련해 놓고서 ‘이웃님이 나를 헤아려 맞추어 챙기면서 건네려는 눈이나 마음이 흐르는’ 책을 여쭈어서 받는 길입니다. 둘쨋길이란 ‘마을책집 지기가 고르고 가리고 추리고 뽑은 책’을 스스럼없이 받는 길인데, 스스로 골라서 읽는 책도 재미있고, 책지기라는 이웃님이 가려서 얘기해 주는 책도 즐겁습니다. 스스로 알아보는 눈길을 키워도 좋고, 이웃이 알아본 눈길을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스스로 보듬는 손길을 가꾸어도 좋고, 이웃이 보듬는 손길을 배워도 좋습니다. 모두 책 하나로 만나고, 이야기 하나로 피어나며,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길로 나아갑니다. 2020.5.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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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고객상담에 글을 남겼다.

맨 끝말은 군더더기였나 싶지만,

고흥이라는 시골이

아무리 매출이 얼마 안 되는 곳이라 해도

이런 시골에서 살며 책을 사서 읽는 이가 있기도 하고,

알라딘을 오래 곁에 두기도 했다는 뜻을 밝히면 

고흥처럼 작은 시골에서 책을 만나려는 이들한테

조금은 이바지를 하려나 싶어서

굳이 그 말을 넣어 보았다.


..


알라딘 '이 광활한 우주점'을 못 쓰는 시골

2020.1.31.



알라딘에서 온라인중고샵을 '전국 지역 매장'으로도 넓혀 '이 광활한 우주점'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한국에서 '특정' 지역은 누릴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우체국 택배'만 되는 것으로 바뀐 전남 고흥이 그렇습니다.


전남 고흥은 보성군이나 벌교군 옆입니다. 서울에 대면 멀겠지만, 전주나 광주나 대구나 부산에 대면 그렇게까지 많이 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전남 고흥은 우체국택배뿐 아니라 모든 택배가 다 들어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전남 고흥 택배가 '인터넷 알라딘 주문'을 할 적에는 우체국택배만 되는데요, 다른 여러 고장 알라딘중고샵에 가서 책을 택배로 전남 고흥에 보낼 적에는, 그 매장에서 하는 '일반택배'로 전남 고흥에 보냅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광활한 우주점'을 인터넷 알라딘으로 주문을 하려고 하면 '전남 고흥은 우체국택배만 된다'는 알림글이 뜨면서 주문을 할 수 없습니다.


전남 고흥이 비록 서울에서 매우 멀기는 해도, 우체국택배뿐 아니라 모든 택배가 다 드나드는 고장이며, 전남 장흥이며 해남이며, 경남 통영이며 사천이며 고성이며, 다 비슷비슷하게 서울하고 멉니다.


여느 알라딘중고샵은 우체국백배만 되도록 하더라도, 전국 각지에 있는 '이 광활한 우주점'에서는 그 고장 '일반택배'로도 고흥을 비롯한 시골에서도 책을 받을 수 있도록 고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 고장 매장방문을 할 적에는 다 일반택배 배달이 되는데, 인터넷으로는 일반택배 배달이 안 된다면, 이는 무언가 시스템 착오나 오류이기도 하고, 지역차별이나 지역소외가 되기도 하지만, 뭔가 앞뒤가 안 맞기도 합니다.


전남 광주나 전주나 부산이나 대구에 있는 '이 광활한 우주점' 매장에서 고흥으로 일반택배 주문이 안 되는 대목도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을 테고요.


전남 고흥에서 책을 사는 사람이 너무 적은 탓에 '여느 알라딘 주문'은 우체국택배로 돌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알라딘 서재의 달인'으로 뽑히기도 한, 오랜 알라딘 이용자가 바로 그 전남 고흥에 살기도 한다는 대목을 헤아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흥에서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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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사전


냄새 : 빵집에서 퍼지는 냄새를 맡았다면서 ‘냄새를 맡았’으니 ‘냄새를 맡은 값’을 물으라고 따진 빵집지기가 있다. 이런 빵집지기를 놓고서 재판자리에서 재판관은 빵집지기를 불러서 저금통에 쇠돈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라 하더니 ‘소리를 들었으니 빵냄새값을 다 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지. 빵집지기는 ‘쇠돈 소리’를 듣고 씩씩거리며 부아를 낼 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빵냄새만 맡더라도 얼마든지 배부를 만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끼기만 하면서도 기쁘다. 돈소리를 듣고도 주머니가 든든하여 기쁜 마음이 된다면 언제나 넉넉한 살림으로 나아간다. 꼭 주머니에 쇠돈을 짤그랑거리면서 만지작거려야 넉넉한 살림일까? 오직 내 주머니에만 쇠돈이 그득해야 넉넉하다고 여긴다면, 나눌 줄 모르고 함께할 줄 모르는 가난한 마음이기에 그저 가난할밖에, 아니 넉넉한 길하고는 동떨어질밖에 없다. 2019.9.22.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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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사전


많이 : 많이 먹으면 부피에 치여서, 이 부피를 삭이느라, 느끼지(경험하지) 못한다. 아주 조금 먹으면, 부피에 치일 일이 없으니, 아주 깊고 넓게 확 느낄(경험할) 수 있다. 2019.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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