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6 마음에 닿는



  제가 쓴 글을 이웃님이 읽고서 마음에 닿는 대목이 있다면, 이웃님이 여태 살아오면서 미처 글로 옮긴 적은 없으나 삶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깊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웃님이 쓴 글을 읽고서 제 마음에 닿는 대목이 있다면, 제가 이제까지 살면서 아직 글로 옮기지 않았으나 살림을 헤아리는 눈빛을 이모저모 가꾸었다는 뜻이라고 여깁니다. 마음이 닿는다면 삶이며 살림이 닿아서 사랑으로 흐를 만하지 싶습니다. 훌륭한 글이기에 마음이 닿지 않아요. 아름다운 글이기에 마음에 스미지 않아요. 안 훌륭한 책이나 안 아름다운 책이란 따로 없어요. 어느 책이나 글이든, 어느 대목이나 줄거리를 문득 스치면서 우리 마음자리에 톡 하고 씨앗을 떨구는구나 하고 느낄 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삶자리에서 살림꽃을 지피려고 글을 씁니다. 우리가 지피려는 살림꽃을 새삼스레 들여다보면서 한결 깊이 돌아보려고 이웃님 글을 읽습니다. 먹는 대로 피와 살이 되지 않아요. 마음을 쓰는 대로 피와 살이 됩니다. 읽는 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요.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는 대로 머리에 들어오고 살갗으로 녹아들어 새롭게 생각을 일으키는 조그마한 씨앗 한 톨로 깃듭니다. 마음에 담고픈 씨앗을 살피며 글을 고르고, 쓰고, 읽고, 가다듬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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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5 책읽기



  남보다 일찍 하거나 빨리 해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남하고 견줄 뜻이라면 처음부터 안 하고 싶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딴길로 갑니다. 남하고 견줄 길이 없는 살림을 지을 생각입니다. 남하고 견주어야 할 까닭이 없는 사랑을 할 마음입니다. 누가 아름답게 하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배우면서 함께합니다. 누가 사랑으로 펴는 삶이 있으면 넉넉히 맞이하면서 같이해요. 둘레에서 다들 삐삐를 쓸 적에 저는 느즈막까지 안 썼는데, 제가 삐삐를 겨우 쓸 무렵 둘레에서는 다들 손전화를 써요. 손전화 없이 살자니 일터에서 외려 성가시다며 손전화를 사준 적이 있습니다. 2001년이지요. 제가 즐기는 ‘맨발로 풀밭에서 놀기’나 ‘맨발로 숲이며 멧골을 타기’는 먼먼 옛날 누구나 하던 살림입니다. 풀벌레나 풀꽃나무 마음을 읽고 이야기하기도 아스라한 옛날 누구나 하던 놀이입니다. 남이 읽으니 내가 읽어야 하지 않아요. 아름답게 피어나고 사랑으로 거듭나는 이웃을 본다면, 그이가 쥔 책을 저도 함께 읽을 뿐입니다. 저 스스로 아름답게 말하고 사랑으로 삶을 짓는 길동무가 되는 책이라면 스스럼없이 이웃이며 동무한테 건넬 뿐이고요. 책읽기란 삶을 짓는 길을 읽는 노래입니다. 책나눔이란 살림을 사랑하는 숲을 이야기하는 놀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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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4 입가리개



  입을 가리는 곳은 총칼나라(군사독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1982∼1987년 사이에 다녔는데, 그무렵 배움책이나 얘기책(동화책)에서는 ‘북녘은 사람들 입을 가리는 무서운 곳’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남녘도 막상 ‘얘들이 어디 어른 앞에서 말을 해?’ 하면서 윽박질렀어요. 북녘이든 남녘이든 벼슬자리(정치·권력) 목소리하고 다른 말을 못하도록 짓눌렀습니다. 코입을 가리개로 씌우는 곳은 ‘수수한 목소리를 틀어막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왜 코입을 가려야 할까요? 왜 공장·자동차에서 뿜는 매캐한 바람 탓에 입가리개를 해야 하고, 돌림앓이 탓에 입가리개를 해야 할까요? 숲하고 바다에는 돌림앓이가 없습니다. 탁 트이고 싱그러이 바람이 흐르고 햇볕이 퍼지는 곳에는 어떤 앓이도 없습니다. 가두거나 갇힌 굴레이기에 돌림앓이랑 여느앓이가 흐드러집니다. 숲이 아닌 좁은 그릇에 풀꽃나무를 가두면 푸른숨이 솟는 구실을 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은 전철·백화점뿐 아니라 거리마다 사람물결입니다. 운동선수는 아무도 입가리개를 않고 살을 부비며 땀흘립니다. 입가리개란 허울(쇼)입니다. 눈속임이자 눈가림이고 거짓부렁에 껍데기입니다. 아름답게 살려면 입을 가리지 말고 숲을 돌보며 사랑해야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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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3 글붓



  우리나라에서 깎는 글붓(연필·볼펜)이 아름답고 부드럽고 좋다고 말하는 분을 만난 일이 드뭅니다. 아니, 없다시피 합니다. “무슨 붓을 쓰든 어때? 스스로 즐겁게 그려야지.” 하고 말할 만합니다만, 이웃나라 글붓을 손에 쥐어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나라사랑(애국)에서 나라싫어(매국)로 돌아서는 분이 많습니다. 어린이가 쓰는 글붓에 그림을 이쁘장하게 넣을 줄은 알되, 정작 글붓이 글붓 노릇을 제대로 하는 길에는 마음을 아예 못 쓰다시피 하는 우리나라예요. 일본·독일·프랑스는 글붓을 제대로 깎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붓을 제대로 못 깎는 나라는 참 많을 수 있어요. 글붓을 잘 깎되 굳이 이웃나라에 안 팔고 제 나라에서만 돌리는 곳도 많겠지요. 모름지기 참나라·사랑나라·빛나라가 되려면 여느 살림살이부터 건사해야 합니다. 싸움날개(전투기)나 싸움수레(탱크)나 싸움배(군함)나 싸울아비(군부대)가 아닌, 수수한 살림길에 마음을 들여야지요. 글붓 한 자루를 놀리면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글붓 두 자루를 사각이면 숲에서 살림짓는 슬기가 피어납니다. 싸움날개나 싸움수레나 싸움배나 싸울아비로는 뭘 낳을까요? 미움·다툼·슬픔·멍울·죽음만 낳지 않나요? 글붓을 고이 깎을 줄 알아야 보금나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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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자전거
#숲노래
#바닷바람

나흘째 제주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둘레 모습을 처음으로
이렇게 소리까지 담았다.

오늘(2021.7.17.)은 앞선 사흘과 달리
바닷가를 꽤 많이 달렸다.

바닷가는 자동차가 큰길보다 적고
마구 달리지는 않지만
등바람이 아닌 맞바람이 드세어
오르막이 아닌 판판길도
달리기가 수월하지 않다.

바닷가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그래도 큰길은 맞바람이 적은데
큰길로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바닷가길로 달려 보면서
˝나도 참 나로구나˝ 하고 느꼈다.

맞바람을 네 시간쯤 맞으면서,
게다가 무게가 25-32킬로그램쯤 되는
등짐을 짊어지고서
자전거를 달려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말고 있을까?
없지는 않다고 여긴다만
아직 이 같은 이웃님을 못 만났다 ㅠㅜ

68만 원짜리 가볍고 야무진 자전거수레를 샀다면
제주자전거는 조금 수월했을까?
그러나 말삯(강사료)은 50만 원인걸...
낛(세금)을 덜면 44-46만 원쯤이고
그리고 말삯(강사료)은 책값으로 벌써 다 썼는걸...

나흘에 걸쳐 흘린 땀은 엄청났다.
웃옷을 벗어서 짜면 땀이 주루룩 흘렀고,
등짐 어깨끈도 죽 짜면 땀이 줄줄 흘렀다.

오늘 바닷가에서 바닷바람 쐬며 드러누웠는데
이러다가 이 그림(영상)을 남겼다.
바람소리, 아니 맞바람소리... ㅋㅋㅋ

#나살려 #숲노래씨 #제주자전거
#바닷바람 #등으로쓴다 #고맙다
#자전거는땀으로젖어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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