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6 사랑글



  누가 쓴 글에서 어느 대목이 어긋나거나 그릇되었다고 따지기는 쉽습니다. 누가 한 말에서 어느 말씨가 틀리거나 엉성하다고 짚기도 쉽습니다. 어긋나거나 그릇된 글을 달랜다든지, 틀리거나 엉성한 말을 다독이기는 어떨까요? 남이 쓴 어긋나거나 그릇된 글을 안 쳐다보고서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숨결로 글을 새로 쓰기는 어떤지요? 남이 편 틀리거나 엉성한 말은 그만 듣고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손빛으로 말을 새로 들려주기는 어떤가요? 얼핏 보면 “따지지 않고 사랑하기”나 “짚지 않고 살림하기”가 어려울는지 모릅니다만, 막상 이렇게 사랑글이며 살림말을 펴고 보면 “가장 쉬운 길이 사랑글이자 살림말”인 줄 알아채리라 생각합니다. 온나라가 “쉬운 길이 마치 어려운 듯 뒤집어씌우”고 “따분하며 사랑이 없는 길이 마치 좋은 듯 꾸미”는 판이라고 느낍니다. 꾸밈글이 아닌 사랑글을 손수 쓴다면, 꾸밈책이 아닌 사랑책을 스스로 찾아낼 만합니다. 거짓말이 아닌 살림말을 스스로 편다면, 거짓책이 아닌 살림책을 스스로 알아볼 만합니다. 아주 쉬워요. 사랑이란 어린이부터 어른 누구나 하면서 나누는 길이요, 살림이란 아이랑 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즐기는 길입니다. 사랑글을 쓰고 사랑책을 읽어요. 살림말을 펴고 살림책을 써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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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5 손천



  웬만한 어른도 어린이도 책을 함부로 만지거나 다룹니다. 값비싸다는 빛돌(보석)을 “숱한 어른과 어린이가 책한테 하듯 함부로 만지거나 다뤄”도 될까요? 누구나 살펴보기 좋도록 펼쳐 놓는 새책집·헌책집입니다만, 새책도 헌책도 가볍게 쥐고 부드러이 넘기며 “내가 살 만한가 아닌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살 만하면 가슴에 품고, 살 만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곱다시 놓을 노릇이에요. 저한테 책쥠새를 가르치거나 알려준 어른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살림돈을 푼푼이 모아 어렵게 한 자락씩 장만한 책이다 보니, 저희 집에 있는 책조차 스스로 살살 가볍게 만집니다. 이러다 열 살 무렵 “책을 많이 건사한 동무네”에 놀러갔더니 동무가 책을 쥐는 손길이 무척 곱더군요.“넌 어떻게 책을 그렇게 읽니?” “막 읽으면 책이 다치잖아.” 동무를 보면서 책쥠새를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동무는 늘 손천(수건)을 챙겨서, 책을 읽다가 손을 닦더군요. 1994년 서울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에서 만난 책손 아저씨는 “집에서도 책을 볼 적에는 흰장갑을 껴요. 책먼지 때문이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헌책을 살필 적에도 책이 안 다치게 하고 싶거든요.” 하고 말씀했어요. 손천을 챙겨 손때를 틈틈이 닦으면서 책집에서 책을 살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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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4 마을책집



  마을에 있어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을 사랑하니 마을책집입니다. 이 마을에서 살림하는 사람하고 저 마을에서 나들이하는 사람이 손님인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이 마을답도록 즐거우면서 슬기롭게 생각을 짓도록 북돋우는 이야기터인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에서 누구나 느긋이 숲바람을 마시면서 마음을 달랠 만하도록 자리를 내주는 쉼터인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책집이라면 커다란 또래책집(체인점)하고 다르게 나아갈 만합니다. 이를테면 “우리 마을책집에는 배움책(교과서·학습지·참고서)을 안 들입니다. 잘난책(베스트셀러)을 안 놓습니다. 배움책하고 잘난책은 교보·영풍이나 누리책집(인터넷서점)에서 알아보셔요” 하고 물릴 만해요. “마을책집에서는 마을을 사랑하는 책을 누려 보셔요” 하고 이끌 만하고요. 누구보다 마을책집 지기부터 이름값 아닌 속사랑으로 책을 읽고 새기기를 바랍니다. 다 다른 마을이기에 다 다른 눈빛으로 다 다른 손길을 뻗어 다 다른 보금자리를 지을 적에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빨리 많이 팔아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팔면 됩니다. 마을책집으로 걸음하는 책손은 스스로 오늘을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가꾸는 길동무를 만나자고 생각할 테니까요. 마실하는 마을책집인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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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43 살아남기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듯하지만, 1995∼2015년 사이에 닫은 책집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스무 해 사이에 4000이 넘는 책집(새책집·헌책집)이 자취를 감추었지 싶습니다. 묵은 전화번호부를 헌책집에서 볼 때면 으레 구경하거나 장만하면서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올린 책집”을 어림하는데, 전화 없이 마을책집이던 곳이 훨씬 많기에, 또 “세무소에 책집으로 안 올린 곳”도 수두룩했기에, 조용히 열고 닫은 곳은 그동안 책집마실을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책벗한테서 들은 얘기를 갈무리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예나 이제나 책을 손에 쥐어 읽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며 하루를 지으려는 길을 간다고 여깁니다. 나라에서는 책읽기를 안 북돋우기 마련입니다. “책읽기 = 바꾸기(혁명)”이거든요. “책읽기 = 낡은 틀·굴레를 벗고 새빛을 찾으려고 나부터 바꾸기”예요. 우리나라를 보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둡니다. 배움수렁이 있는 곳에 “참된 책읽기”는 뿌리내리거나 퍼지기 어렵습니다. 마을책집이 살림을 탄탄하며 즐거이 이으려면 배움책(교과서·학습지)을 치우고 ‘살림책’을 놓아야겠지요. 종이책뿐 아니라 살림과 사랑과 삶을 온몸으로 익히고 누리며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길로 틀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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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2 글감



  글감은 없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이 모두 글감이에요. 글감을 못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글감이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삶터가 글감입니다. “글감이 없다”고 말하는 이웃님이 있다면 모조리 거짓말이라고 느낍니다. 글감은 늘 우리 곁을 맴돌고 떠돌면서 기다리고 지켜봅니다. 글감은 언제나 우리가 언제 알아채고 잡아채어 글이란 모습으로 옮겨 주려나 하고 기다리고 또또또 기다립니다. 이웃님이 “글감을 못 찾겠다”고 말한다면, “글을 쓰기 싫다”는 핑계를 대는 셈이지 싶습니다. 글감은 참말 우리 스스로요, 우리 삶터인걸요. 남 얘기를 안 써도 돼요. 우리 얘기를 씁니다. 남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지 않아도 좋아요. 우리가 가꾸고 짓고 누리고 나누는 삶을 낱낱이 바라보면서 고스란히 쓰면 좋아요. 둘레에 있는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아끼면 되지요. 우리는 우리 하루를 글로 옮겨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보금자리를 둘러싼 터전을 돌보는 손길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사랑하면 됩니다. 우리는 우리 오늘을 글로 엮어서 줄거리를 짭니다. 잘 보이려고 꾸밀 까닭이 없습니다. 멋스러이 매만질 까닭도 없습니다. 보람(상)을 받으려고 쓸 글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가기에 쓰는 글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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