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쑥밭에 민들레꽃

 


  우리 집 쑥밭에 민들레꽃이 피었다고 큰아이가 소리치며 부른다. “아버지 이리 와 봐요. 보여줄 게 있어요.” “벼리야, 아버지는 쑥 뜯어서 밥을 해야 하느라 바쁘거든. 벼리가 보여주려고 하는 게 뭔지 다 알아.” 그러나, 이렇게 말하지 말고 큰아이가 부르는 대로 가서 들여다보아도 되었을 텐데, 왜 이렇게 말했을까. 아침에 여러모로 바쁘다고 여겼을까. 뭔가 심통을 부리고 싶었을까. 큰아이는 제가 처음으로 ‘쑥밭 사이 민들레꽃’을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이 기쁨을 함께해 주었어야지.


  큰아이한테 미안하다고 느껴 자전거에 태워 들마실을 다니면서 아주 느긋하게 들꽃을 이곳저곳에서 함께 들여다보았다. 서재도서관 둘레에서 자전거를 내려 더 천천히 거닐면서 들꽃내음을 마셨다. 아예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 놓고 들빵을 먹기도 했다. 사름벼리야, 네가 쑥밭에서 민들레꽃 노란 빛깔을 알아보았기에 하루를 새롭게 누리는 기운을 얻었구나. 4347.3.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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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대문 앞 제비꽃

 


  해마다 제비꽃이 곳곳으로 퍼진다. 해마다 꽃이 피고 지면서 씨앗이 톡톡 터져 퍼지기 때문이다. 제비꽃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기도 하고, 개미라든지 작은 벌레가 씨앗을 물어다 나르면서 퍼지기도 한다.


  우리 집 대문 앞은 온갖 풀꽃이 피고 지는 조그마한 꽃밭이기도 하다. 얼마 앞서 마을 상수도공사를 하며 우리 집 대문 앞 ‘패여서 흙만 있는 자리’까지 시멘트를 들이붓는 바람에, 이제 대문 앞 작은 꽃밭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대문 안쪽까지 시멘트를 들이붓지 못했으니, 제비꽃은 살아남았다.


  곱게 살아남은 제비꽃을 바라본다. 대문을 활짝 열 적마다 비로소 햇볕을 쬔다. 대문 안쪽에 있기에 이 제비꽃이 햇볕을 쬐기란 너무 어렵다. 지난해처럼 냉이랑 민들레랑 봄까지꽃이랑 꽃마리꽃이랑 함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유채랑 갓하고 함께 어울리며 자란다. 대문 앞에서 사이좋게 자라는 유채와 갓은 얼마나 이쁜지. 대문을 드나들며 바라볼 적마다 즐겁게 웃는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으레 제비꽃 옆으로 달려와서 대문을 통통 두들기며 논다. 4347.3.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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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동백꽃

 


  우리 집 마당에 동백나무 한 그루 있고, 우리 서재도서관 마당에 동백나무 여러 그루 있다. 모두 ‘우리 집 동백꽃’을 베푼다. 늘 들여다보고 언제나 바라보면서 즐거운 빛을 얻는다. 살살 쓰다듬으면서 즐겁다.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기쁘다. 꽃빛이란 이렇구나. 눈으로 보면서 배가 부르다. 꽃내음이란 이렇구나. 눈을 살며시 감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인다. 꽃과 같은 넋으로 살아가면 꽃사람이 될까. 꽃아이. 꽃어른. 꽃마음으로 꽃사랑을 나눌 적에 지구별이 아름답겠지.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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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머금은 동백꽃

 


  이웃마을에서는 동백꽃이 지느라 바쁘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진다. 이와 달리 우리 집에서는 동백꽃이 피느라 바쁘다. 늦게 핀 꽃은 오래 간다. 먼 데서 우리 마을을 바라보면 마당 한켠 동백꽃송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이 참 곱게 눈에 뜨인다. 후박나무가 짙게 그늘을 드리우고 동백꽃이 한창 벌어지는 우리 집은 어느 모로 보나 이쁘다. 내 눈이니 우리 집이 이쁘달 수 있는데, 내가 우리 집을 이쁘다 말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집을 이쁘다 말하겠는가.


  일찍 피어나기에 더 반가운 꽃은 아니라고 느낀다. 꽃은 언제이든 핀다. 모든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운다. 그야말로 아주 일찍 꽃잎을 벌릴 수 있고, 그야말로 아주 늦게 꽃잎을 내놓을 수 있다. 저마다 제 결과 가락이 있다. 남들처럼 달려야 하지 않는다. 남들과 나란히 달려야 하지 않는다. 내 결을 스스로 믿고 아끼면서 걸어가면 된다. 내 빛을 스스로 사랑하고 꿈꾸면서 어깨동무하면 된다. 빗물 머금은 우리 집 동백꽃을 오래오래 들여다본다. 날마다 보고 또 보면서 웃는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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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나무에도 새잎이

 


  우리 집 초피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지난해 맺은 열매는 다 훑어 주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본다. 왜냐하면, 숲에서 자라는 초피나무도 사람이 열매를 모조리 훑어 주지 않을 테니까. 사람이 사는 집에 있는 나무라면 열매를 다 훑어 주어야 한결 나을는지 모르지만, 그대로 두고 지켜본다. 해마다 차츰 키가 자라면서 씩씩하게 줄기를 뻗는 우리 집 초피나무를 가만히 바라본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라든지 앵두는 눈에 잘 뜨인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으레 산수유나무라든지 벚나무를 찾는다. 우리 집 마당에 초피나무가 없었다면 나도 초피나무 새잎을 생각조차 못했으리라. 날마다 보고 또 보는 나무이다 보니 새잎이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하나하나 새긴다. 이 잎이 돋고 잎빛과 같은 꽃이 피는 초피나무를 두근두근 설레면서 기다린다.


  초피잎이 돋을 이무렵에 느티나무에도 잎이 돋는다. 푸른 빛깔 초피꽃이 필 즈음에 느티나무도 느티꽃이 핀다. 나무마다 기지개를 켜며 활짝 피어나려 한다. 나무는 꽃을 맺어도 피어나지만, 잎을 틔워도 피어난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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