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과 꽃마리꽃



  조그마한 꽃마리꽃을 바라본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꽃마리꽃을 바라보고, 우리 도서관에서 피어나는 꽃마리꽃을 바라본다. 길을 가다가도 꽃마리꽃이 피었는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걸음을 멈춘다. 조용히 쪼그려앉는다.


  꽃마리꽃인지 꽃다지꽃인지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걸어가다가도 알아볼 만하다. 걸어가면서 바라볼 적에는 네가 여기 피었구나 하고 알아본다.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앉으면 꽃마리꽃이 자라는 흙내음을 맡으면서, 아하 네가 이곳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꽃송이가 벌어진 꽃마리꽃 한 줄기를 꺾는다. 아이들 밥그릇에 얹는다. 꽃송이가 고운 꽃마리꽃 두 줄기를 꺾는다. 내 밥그릇에 얹고 곁님 밥그릇에 함께 놓는다. 다 같이 봄내음을 맡으면서 봄빛을 먹는다. 꽃마리꽃은 꽃내음으로 나한테 스며들고, 꽃마리꽃 한 줄기는 밥과 함께 몸으로 스며들어 푸른 기운으로 되살아난다. 4347.4.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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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잔치를 앞두고

 


  잘 자라던 모과나무를 그대로 두었으면 일찍부터 꽃도 열매도 잔뜩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집 뒤꼍 모과나무 가지를 함부로 자르는 바람에 첫 해에는 고작 꽃 네 송이만 피었고, 이듬해에도 열 몇 송이가 가까스로 피었다. 올해로 세 해째 되는 뒤꼍 모과나무는 그야말로 꽃잔치를 이루려 한다. 가지마다 꽃망울이 맺혔고, 꽃망울마다 곧 피어나려고 기지개를 켠다.


  올해에 꽃잔치를 이루는 모과나무는 이듬해에 어떤 모습이 될까. 무척 궁금하다. 앞으로도 우리 집 모과나무는 해마다 사월에 아리따운 꽃빛으로 우리 집에 고운 꽃내음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꽃잔치를 앞두고 설레며,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사월마다 새로운 꽃잔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집은 그예 꽃집이라 할 만하리라 느낀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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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더 하얀 자작나무

 


  면소재지로 가는 길목에 자작나무 한 그루 있다. 제법 크게 자란 자작나무이다. 두 그루도 세 그루도 아닌 한 그루만 있기에 더 잘 보인다. 잎이 우거질 적에도 하얀 줄기와 가지가 도드라지는데, 아직 잎을 달지 않아 더 하얀 자작나무는 봄날 다른 나무들과 견주어 새삼스러운 빛이로구나 싶다. 하얀 꽃송이 매다는 나무들이 많은데, 자작나무꽃은 어떤 빛깔일까. 잎을 닮은 빛깔일까, 흙을 닮은 빛깔일까. 4347.4.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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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제비꽃과 유채꽃

 


  꽃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꽃을 만난다. 곁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곁님 목소리를 듣는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아이들 노랫소리를 떠올린다. 해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햇살과 햇볕과 햇빛을 받아들인다.


  길가에 스스로 천천히 씨앗을 퍼뜨려 새로 돋는 제비꽃을 만난다. 제비꽃 곁에는 스스로 씨앗을 날려 퍼진 유채꽃이 핀다. 시골에서 경관사업을 하며 심는 유채 말고 시멘트도랑에서 돋은 유채는 지난해에 퍼진 씨앗에서 자랐을까. 지지난해에 퍼진 씨앗에서 돋았을까.


  길가 제비꽃과 유채꽃을 이듬해에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앞으로도 길제비꽃과 길유채꽃을 해마다 만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얘들아, 고운 꽃송이 활짝 벌리며 언제까지나 맑은 내음 나누어 주렴. 4347.4.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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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 하얀 빛깔

 


  앵두꽃이 촘촘하게 맺힌다. 하얀 꽃잎이 눈부시다. 봄날 살짝 찾아와서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는 어느새 톡톡 떨어지고 씨방이 굵어지는데, 짧으나마 꽃빛이 환하게 고우니 발걸음을 붙잡는다.


  꽃이 피어 꽃내음으로 부르고, 열매가 맺어 열매알로 부른다. 빨간 열매가 모두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푸른 잎이 한결 짙게 팔랑이며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맞이한다.


  나무는 꽃이 필 적에 꽃나무이고, 열매가 맺을 적에 열매나무이다. 꽃과 열매가 모두 지고 잎이 푸르면 잎나무라 할 만할까.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는 어떤 나무라고 하면 좋을까. 아이들과 함께 앵두꽃 냄새를 실컷 들이켠다. 4347.4.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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