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꽃 바라보기



  초피나무에 꽃이 핀다. 아주 조그마한 꽃망울이 터진다. 이 작은 꽃망울이 터지기에 초피알이 맺는다. 초피알은 작은 새들이 아주 좋아한다. 새들은 초피알을 먹으면서 겨울나기를 한다. 초피잎에 붙은 범나비 애벌레를 잡아서 먹고, 초피나무 둘레에서 먹이를 찾는 사마귀와 방아깨비를 잡기도 한다.


  살짝 피어났다가 살며시 사라지는 초피꽃을 눈여겨보는 이웃은 누구일까. 초피나무를 바라보면서 언뜻선뜻 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꽃잔치를 웃으며 들여다보는 동무는 누구일까. 봄볕이 작은 꽃송이에도 곱다라니 내려앉는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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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 노래



  우리 집 둘레에 흰민들레가 많이 핀다. 흰민들레가 꽃이 핀 뒤 씨앗을 골고루 날리도록 돌보니, 대문 앞에도 꽃밭에도 뒤꼍에도 옆밭에도 흰민들레가 하나둘 퍼져서 하얗게 빛난다. 다른 마을에서는 흰민들레를 뿌리째 캐어 읍내 저잣거리에 가지고 나와 판다. 약풀로 많이 사고팔리니 캐낼 만하다고 느끼지만, 씨앗을 날리도록 남겨 두면서 캐야 하지 않으랴 싶다. 곁님과 나는 잎사귀만 조금 뜯어서 먹는다. 뿌리까지 캐내어 먹으면 더 좋다 하지만, 온통 민들레밭이 될 때까지는 고이 건사하고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우리 마을 어디에서나 흰민들레가 춤출 수 있기를 꿈꾼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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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 한가득 터지다



  모과꽃이 한가득 터진다. 나무 곁에 서면 꽃내음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아이들은 뒤꼍을 오르내리면서 민들레 꽃대를 꺾어 씨앗을 후후 날리거나 갓꽃을 꺾어 꽃놀이를 하곤 한다. 아이들은 키가 작아 모과꽃을 올려다보기 만만하지 않지만, 꽃내음은 어디에나 살랑살랑 퍼지니, 아이들 몸에도 모과빛이 흐를 테지.


  먼저 터지고 나중 터지는 꽃을 바라본다. 숱한 꽃송이가 한꺼번에 노래하다가는, 일찍 터진 꽃은 살며시 지고, 새로 터지려는 꽃이 새삼스레 노래한다.


  나무 곁에 서면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나뭇가지마다 터진 꽃송이를 바라보면 꽃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맑게 트인 하늘빛을 먹고, 싱그럽게 부는 바람을 먹는다. 나무가 자라는 흙땅이 폭신폭신하다.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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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17 18:06   좋아요 0 | URL
모과꽃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숲노래 2014-04-17 18:28   좋아요 0 | URL
갑갑하거나 아픈 일을
이 고운 모과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후박꽃망울 책읽기



  지난해 우리 집 후박나무는 아래쪽 가지에서는 후박꽃이 거의 안 피었다. 안쪽 깊숙한 자리에서만 후박꽃이 피었다. 지난해에는 우거진 잎과 가지 사이에 묻혀 후박꽃을 거의 못 보았으나, 올해에는 아래로 낭창낭창 드리운 가지에도 꽃망울이 가득 맺혔다. 곧 꽃망울이 터지려고 한다. 비늘이 벗겨져 평상으로 떨어지고, 바람 따라 살랑이면서 고운 내음을 흩뿌린다. 사월 둘째 주로 넘어가는 후박꽃망울이 앙증맞고 어여뻐서 아이들을 불러 다 같이 꽃망울을 살살 어루만진다. 우리 집 마당에는 언제나 새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앞으로 더 많이 찾아와서 오래오래 머물겠구나.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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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꽃 책읽기

 


  은행꽃이 핀다. 푸릇푸릇 조그마한 잎이 터지면서 은행꽃도 조물조물 앙증맞은 푸른 빛깔로 피어난다. 은행나무 아래쪽 가지를 섣부리 치지 않으면 은행꽃이 피는 모습을 쉬 알아볼 테지만, 도시에서는 찻길을 따라 은행나무를 심기 마련이요, 동네에 심어도 자동차 드나들기 좋도록 아래쪽 가지를 죄 치니, 사람들은 은행알을 줍느라 바쁘더라도, 은행알이 맺기 앞서 은행꽃이 언제쯤 피는지 어떤 모양새로 피는지 생각하지 못하거나 살피지 못한다. 사월 첫머리에 고개를 내밀면서 웃는 은행꽃을 올려다보면서 나도 함께 웃는다. 4347.4.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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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4-15 22: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은행열매가 맺기 위해서는 꽃이 있어야할텐데, 살필 생각을 못했네요.
이파리 색과 비슷해서 꽃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겠어요. ^^

숲노래 2014-04-16 06:47   좋아요 0 | URL
도시나 시골에서
아래쪽 가지를 모두 치는 터라
은행꽃을 가까이에서 찍지 못해
은행꽃을 더 잘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

은행꽃을 가까이에서 보기는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