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에서 만난 참개구리



  참개구리가 폴짝 뛴다. 옳거니, 겨울잠을 깬 개구리로구나. 우리 집에도 한 마리가 있어 곧잘 노래를 들려주는데, 마을 샘터 둘레에도 한 마리 있네. 눈에 뜨이는 곳에 앉아서 살몃살몃 폴짝 뛴다. 물끄러미 지켜보니 큰아이가 다가온다. “아버지 뭐 봐?” “개구리.” “개구리 어디 있어?” “저기.” 아이는 개구리를 한참 못 찾는다. 돌빛과 개구리 몸빛이 비슷할까? 그럴 수도 있네. 드디어 개구리를 찾은 아이는 개구리 앞으로 다가선다. 개구리가 슬슬 몸을 돌려 폴짝폴짝 뛰는데, 높다란 돌담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자, 이제 그만 보고 가자. 개구리가 놀라겠다.” “응, 알았어.”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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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25 17:30   좋아요 0 | URL
전 청개구리밖에 모르는데 참개구리도 있었군요.

숲노래 2014-04-25 17:53   좋아요 0 | URL
청개구리는 풀빛 개구리이고, 참개구리는 흙빛 개구리랍니다 ^^
 

갯기름나물 잎에 빗방울 톡톡



  지난해에는 우리 집 뒤꼍 갯기름나물을 거의 안 뜯었다. 더 널리 퍼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렸다. 올해에는 갯기름나물이 지난해보다 크게 자라고 곳곳에 퍼진다. 다만, 좀 더디다. 그래도 틈틈이 몇 잎씩 톡톡 끊는다. 살근살근 씹으면 보드라우면서 푸른 잎맛이 감돈다.


  지난달에 통영마실을 할 적에 곳곳에서 갯기름나물 파는 모습을 보았다. 다른 데에서는 으레 ‘방풍나물’이라는 한자말을 쓴다. ‘갯기름나물’이라는 한국말 이름을 쓰면 못 알아듣는 분이 더 많다. 아무튼, 통영시 저잣거리에서 갯기름나물 한 꾸러미를 사서 틈틈이 살근살근 씹어서 먹는데, 비닐집에서 키운 풀인지 들에서 자란 풀인지 알 길은 없으나, 몸에서 무척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길에서 장만한 갯기름나물과 뒤꼍에서 뜯는 갯기름나물은 맛과 내음이 다르다. 몸으로 퍼지는 기운이 다르다.


  아무래도 길에서 사다 먹는 풀은 물맛이 짙다. 집에서 뜯는 풀은 물맛이 옅다. 길에서 사다 먹는 풀은 바깥에 두어도 여러 날 그대로 간다. 집에서 뜯는 풀은 한나절만 지나도 시들시들하다. 살이 통통한 돌나물과 갯기름나물은 하루를 지나도 시들시들하지 않지만, 민들레잎은 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들시들하기 일쑤이다. 뜯자마자 먹어야 하는 집풀이다.


  길에서 사다 먹는 풀은 물만 잔뜩 먹이니 제법 오랫동안 시들지 않을까. 집에서 뜯는 풀은 흙과 바람과 볕으로 살아가니 곧바로 먹지 않으면 물기가 사라져 시들거릴까.


  빗방울 톡톡 떨어지면서 푸른 빛깔이 더욱 싱그러운 갯기름나물을 바라본다. 살며시 손가락을 톡 대어 인사한다. 반가우며 고마운 풀아, 우리 집 뒤뜰에서 씩씩하게 널리 퍼지렴.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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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잎에 내려앉은 빗물



  장미잎에 빗물이 내려앉는다. 돌나물에도 모시잎에도 빗물이 내려앉는다. 빗물은 잎을 타고 땅으로 똑 떨어진다. 잎에 내려앉은 빗물이 무겁지 않으면 빗물이 마를 때까지 이 모습 그대로 남는다. 빗물이 풀잎에 앉아 햇볕과 바람에 마르면, 잎에는 빗물 자국이 남는다.


  빗물이 빚는 모습을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꾸밀 수 있을까 헤아려 본다. 꾸미려 한다면 꾸밀 수 있을 테지만, 숲빛을 일부러 꾸며야 할 까닭은 없다고 느낀다. 숲빛은 숲에서 느끼고, 사람은 숲을 사랑하고 아끼면 되리라 생각한다. 꾸미려 애쓸 겨를이 있으면 숲을 더 느낄 일이요, 우리는 마음을 곱게 가꾸면서 하루를 누릴 때에 아름다우리라 본다.


  툭툭 떨어지는 동백꽃은 천천히 삭아 흙으로 돌아간다. 동백꽃이 거름이 되고 흙이 되어 동백나무를 살리고, 동백나무 곁에서 자라는 장미나무한테도 거름이 되고 흙이 된다. 장미꽃이 피고 지면 장미꽃도 흙으로 돌아가 장미나무와 동백나무를 살리는 거름이 될 테지. 빗물은 꽃을 살찌우고 나무를 보듬으며 사람을 먹여살린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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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꽃이 활짝 터질 적에



  자그맣고 가녀린 초피꽃은 아주 가까이 다가서야 알아본다. 멀리에서도 노란 꽃잔치를 희끗희끗 알아볼 만하지만, 가까이에서 고개를 들이밀어 바라보아야 어떻게 터지는가를 제대로 알아본다.


  열매를 작게 맺으니 꽃도 작을까? 그렇지만 고추꽃도 크기는 퍽 작은데 고추열매는 제법 크다 할 만하다. 초피나무는 꽃도 작고 열매도 작다. 봉오리일 적에는 잎과 똑같은 풀빛이다가, 봉오리를 활짝 터뜨리면 샛노란 빛깔로 거듭난다.


  작은 꽃을 알아보려면 작은 사람이 되어야 할는지 모른다. 작은 꽃을 사랑하려면 작은 사랑이어야 할는지 모른다. 작은 꽃은 작게 피어 가만히 숨죽이다가 넌지시 지는 만큼, 바쁜 걸음으로 성큼성큼 지나치면 알아볼 수 없다. 작은 꽃은 조용히 피어 한들한들 바람을 쐬다가 지는 만큼, 자가용을 타고 싱싱 달리면 알아보지 못한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멎은 날 초피꽃 싱그러운 빛을 함께 나눈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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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잎 단풍꽃



  봄에 푸른잎인 단풍나무하고 붉은잎은 단풍나무가 나란히 있다. 푸른잎 단풍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붉은잎 단풍꽃을 바라보는데, 아 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온다. 붉은 물결을 이루는 잎사귀 사이에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 단풍꽃이 이토록 고우면서 예쁠 줄이야. 갓 돋은 잎사귀와 앙증맞게 한들거리는 꽃송이는 더할 나위 없이 살뜰히 어울린다. 붉은잎이 붉은 내음을 퍼뜨린다. 붉은 노래를 부른다. 붉은 이야기를 속삭인다. 두 팔을 벌려 붉은 사랑을 흠뻑 얻는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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