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봄까지꽃 책읽기


  한국에서 자라는 풀과 일본에서 자라는 풀은 이름이 같을 수 있고, 다를 수 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이름을 붙이고, 일본사람은 일본말로 이름을 붙인다. 학문을 하는 이들은 ‘먼저 학문이름을 올리’면 이러한 이름을 써야 한다고 밝히는데, 학문이름이 없더라도 나라와 겨레마다 예부터 쓰던 이름이 있다. 학문이름은 학문이름으로 두면서 먼먼 옛날부터 즐겁게 가리키던 이름을 쓰면 된다.

  ‘봄까지꽃’이라는 조그마한 봄풀이자 봄꽃이 있으나, 아직 ‘개풀알풀’이라는 이름이 많이 퍼졌다. 이러다 보니, ‘선개불알풀’이나 ‘큰개불알풀’까지 갈래를 뻗는다. ‘선-’이든 ‘큰-’이든 이름을 알맞게 가다듬어서 ‘선봄까지꽃’과 ‘큰봄까지꽃’으로 가리켜야 올바르리라 느낀다.

  어른부터 이름을 제대로 깨우치고 살펴서, 아이들이 풀이름과 꽃이름을 똑똑히 바르게 헤아리면서 아끼고 사랑도록 이끌 수 있기를 빈다. 4347.5.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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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조그맣게 돌나물꽃 (돗나물꽃·돈나물꽃)



  돌나물은 사월로 들어설 무렵부터 외가닥 줄기가 곧게 뻗으며 통통해지다가, 오월로 접어들면서 꽃대를 여러 가닥 내놓는다. 여러 가닥으로 뻗은 꽃대에서 저마다 꽃망울을 맺는데, 꽃받침으로 다섯 가닥이 나오고 꽃잎이 노랗게 다섯 나오며 노란 꽃잎 한복판에 또 다섯 갈래로 자그마한 꽃속이 생긴다. 꽃술도 다섯 가닥으로 뻗는다.


  먼 데에서 바라보면 노란 점이 알록달록 눈부시다. 가까이로 다가서면 앙증맞은 꽃잎이 땅으로 내려온 별처럼 반짝인다. 돌나물을 뜯다가 노란 별님 같은 꽃송이를 한참 바라본다. 우리 식구는 이제껏 노란 별을 먹었구나. 앞으로도 노란 별을 몸으로 받아들여 노랗게 짓는 웃음으로 노래를 부르겠구나. 4347.5.2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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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5-20 12:47   좋아요 0 | URL
돌나물꽃이 이렇게 생겼군요.^^
너무 이쁩니다!!

숲노래 2014-05-21 05:59   좋아요 0 | URL
돌나물은 꽃이 피어도 꽃까지 다 먹어요.
작은 꽃도 무척 싱그러우면서 맛나답니다~
 

잎사귀 갉아먹는 애벌레



  아침에 풀을 뜯다가 애벌레를 한 마리 본다. 너는 어떤 애벌레이니? 어떤 잎사귀를 좋아하니? 잎사귀라면 다 좋아하지 않겠지? 너한테도 맛난 잎사귀가 따로 있을 테지? 고물고물 기면서 잎사귀를 갉던 애벌레가 나를 알아보았을까. 문득 밥먹기를 그치더니 뒤로 돌아서 풀밭으로 슬금슬금 기어간다. 아무래도 밥을 먹는데(잎을 갉아먹는데)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니 거북한 모양이다. 아니면, 쑥스러울까.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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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딸기알 빨간 빛깔은



  들딸기꽃 빨간 빛깔은 무척 고우면서 소담스럽다. 빨간 빛깔 열매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발그스름한 복숭아알도 빛깔이 곱고, 짙붉다 못해 검붉기까지 한 오얏알은 또 얼마나 고운가.


  올해 핀 꽃을 헤아리니, 붓꽃은 지난해보다 이레 일찍 피었다. 딸기꽃도 훨씬 일찍 피었고, 딸기알은 지난해와 견주어 여드레쯤 먼저 먹는구나 싶다. 동백꽃 피는 때를 살피지는 않았으나, 후박꽃은 그러께와 견주면 무척 빨리 피었다.


  일찍부터 맛보는 딸기알이라면, 더 일찍 마지막 알을 먹는다는 뜻이 될까. 곱다시 새빨간 딸기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올해에도 맛난 열매를 맺어 베풀어 주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한다. 아이들아, 우리 들딸기알 신나게 먹자.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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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찍 피어난 붓꽃



  지난해에는 오월 십구일에 우리 집 붓꽃이 피었다. 그러께에는 오월 이십육일에 우리 집 붓꽃이 피었다. 올해에는 오월 십이일에 우리 집 붓꽃이 핀다. 마을에 볕이 훨씬 잘 드는 곳에서는 오월 첫 주부터 붓꽃이 활짝 피었다. 아마 사월 끝자락에 피어난 붓꽃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세 해를 돌아보니 붓꽃이 피어난 때가 이레씩 빠르다. 이런 빠르기라면 이듬해에는 오월 오일에 붓꽃이 피어나려나.


  해가 갈수록 더위가 길다. 해가 갈수록 시골이 줄고 도시가 늘어난다. 해가 갈수록 고속도로는 늘고, 발전소도 늘며, 골프장과 공장과 관광단지가 늘어난다. 숲이 늘어나는 일이 없다. 송전탑이 줄어드는 일이 없다. 고속도로를 줄이는 일도 없고, 자동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조차 없다. 기름집을 줄이지 않는다. 가게를 줄이지 않는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큰 건물을 치운 뒤 숲으로 꾸미려는 움직임도 없다. 오월꽃이 오월이 아니라 사월에 핀다면, 그야말로 날씨가 뒤틀린다는 뜻인데, 꽃을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만 없다.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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