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멸나물(약모밀·어성초) 책읽기


  우리 집 옆구리 풀밭에서 해마다 피는 흰꽃이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올해에는 아무래도 풀이름을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한참 살펴본다. 그러고 보니 너희를 뜯어서 먹을 생각은 여태 안 했구나. 너희가 여기에서 이렇게 자라는 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 크겠지.

  꽃을 쓰다듬고 잎을 어루만진다. 어떤 맛일까. 어떤 기운일까. 얼마나 푸른 숨결일까. 이 풀포기와 꽃잎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어떤 빛이 될까.

  여러 해 지나치기만 했던 우리 집 흰꽃풀은 ‘멸나물’이라고 한단다. 다른 이름으로는 ‘약모밀’이라 하고, 한방에서 쓰는 한자말 이름으로는 ‘어성초’라 한단다. 멸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생각하니 퍽 먼 옛날부터 시골에서는 으레 나물로 먹으면서 곁에 두던 풀이로구나 싶다. 이런 약효와 저런 효능을 떠나서 늘 먹고 으레 즐기니, 옛사람은 몸이 아플 일이 없었겠구나 싶다. 이 풀을 이대로 먹고 저 풀을 저대로 먹으면서, 시골사람은 흙사람이 되고 풀사람이 되면서 맑은 빛으로 노래를 하는 하루를 누렸겠구나 싶다. 4347.6.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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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09 22:13   좋아요 0 | URL
아 이 풀이' 어성초'군요.
어성초,에 대해서는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잎에서 생선냄새가 난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 향후 10여년간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겠구나
했는데...그 이듬해에 이 어성초가 자라나 일본의 제1상비약이라는 말도 들었어요.
여러모로 몸에 생기를 돋아줄 풀이네요.^^

숲노래 2014-06-09 22:11   좋아요 0 | URL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생각 않고 먹어'서 잘 못 느꼈지 싶은데
내일 아침에 다시 뜯어서 먹고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상추꽃이 필 무렵


  이웃집 밭에는 상추꽃이 흐드러지다가 어느새 진다. 우리 집 꽃밭에 한 포기 옮겨심은 상추는 이제서야 꽃이 피려고 한다. 우리 집 상추포기에서 피어날 꽃은 이웃집과 대면 열흘이나 보름쯤 늦지 싶다. 그러나 다 좋다. 우리 집 상추포기는 느긋하게 제 결에 맞게 자랄 테며, 천천히 꽃망울을 터뜨릴 테고, 곱게 씨앗을 맺겠지.

  무럭무럭 자라는 상추포기를 보면서 예쁘다는 말만 나온다. 처음 이웃집에서 여리고 작은 상추포기 하나를 꽃밭에 옮겨심어 보라고 건넬 적에는 제법 시들어 되살아날까 안쓰러웠는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잎에 푸른 기운이 돌면서 씩씩하게 살아났다. 틈틈이 우리한테 맛난 잎사귀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잘 컸다. 너희가 터뜨리는 꽃이 낳을 씨앗은 얼마나 어여쁠까 설레면서 기다린다. 4347.6.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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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공꽃 책읽기


  자리공꽃이 핀다. 우리 도서관 풀숲에 한 포기, 또는 한 그루 올라온다. 이 자리공은 어떻게 이곳까지 퍼졌을까. 바람 따라 씨앗이 날렸을까. 농기계나 짐차에 씨앗이 달라붙어 이웃 논으로 퍼졌다가, 다시 이곳까지 왔을까. 어느 모로 보면 생뚱맞다 싶은 데까지 퍼진 자리공이다. 이 아이는 앞으로 어찌 될까. 더 퍼질까. 더 번질까. 더 뻗을까. 아니면, 다른 풀이 자리공은 더는 기운을 내지 못하도록 휘감거나 덮을까.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를 어마어마하게 들과 숲에 퍼부은 지 쉰 해가 넘는다. 새마을운동이 휘몰아친 뒤부터 이 나라 시골이 무너진다. 새마을운동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는다. 독재정권 깃발을 나부끼던 이가 권력을 휘어잡다가 총알에 맞아 죽었으나, 이녁 딸이 커서 새롭게 대통령이 되면서 새마을운동 깃발은 더 기운차게 펄럭인다. 이 나라 시골에서 농약과 비료가 사라질 낌새는 보이지 않고, 석유 쓰는 기계에만 기대는 농업은 잦아들지 않는다.

  자리공을 베거나 자리공이 자라던 자리에 끔찍한 농약을 퍼붓는대서 자리공이 사라지지 않는다. 시골사람 스스로 흙일을 바꾸어야 자리공이 사라질 수 있다. 땀방울과 사랑을 흙에 담을 때에 이 땅에 걸맞을 풀이 자란다. 꿈과 노래를 들과 숲에 들려줄 적에 이 땅에 알맞을 풀이 돋는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자리공꽃에 앉아 볼볼볼 기면서 꽃가루를 먹는다. 무당벌레한테는 새삼스럽다 싶은 꽃가루맛일 테지.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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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나비가 앉기를 기다리기


  우리 집 풀밭에 흰나비가 잔뜩 깨어났다. 그런데 흰나비를 사진으로 담기에 만만하지 않다. 살그마니 다가가서 찍을라니 어느새 알아차려 저쪽으로 날아간다. 우리 집 뒤꼍은 우거진 풀밭을 이루었기에 천천히 다가가도 풀잎을 건드리기 마련이라, 흰나비는 어느새 알아차리고 훨훨 날아가고 만다.

  며칠, 아니 이레 넘게 입맛을 다시기만 하다가 어제 드디어 흰나비를 사진으로 석 장 담는다. 석 장 찍는 동안 얌전히 앉아서 고운 날개를 한껏 보여준 흰나비가 고맙다. 우리 집 풀꽃에 마음껏 앉아서 꽃가루이며 꿀이며 실컷 먹고 놀아라.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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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을 바라보면서



  2011년에 고흥에 보금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우리 식구는 2012년에 쇠비름을 엄청나게 만났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쇠비름이 돋았다. 그런데 2013년부터 쇠비름이 자취를 감춘다. 아니, 얘들이 어디로 갔담?

  누군가는 쇠비름을 끔찍한 ‘잡풀’로 여긴다. 모조리 뽑아서 없애야 할 풀로 여긴다. 우리 네 식구가 충청도 음성에 살 적에도 밭뙈기에 돋는 쇠비름은 빨리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쇠비름 때문에 다른 풀(우리가 심어서 거두려는 남새)은 제대로 못 자란다고들 했다.


  2012년부터 쇠비름을 먹는다. 하도 곳곳에 돋는 쇠비름이기에, ‘쇠비름’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쇠비름을 먹는다. 먹어 보니 쓴맛도 시큼한 맛도 없다. 꽤 좋다. 아이들한테도 내민다. 아이들도 잘 받아먹는다. 한참 쇠비름을 먹고 나서 사진으로 찍어 이름을 여쭈니, ‘쇠비름’이라고 했다. 그리고, 쇠비름은 우리가 즐겁게 먹는 수많은 나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아직까지 쇠비름을 ‘잡풀’이니 모조리 없애려는 분이 많다. 쇠비름은 아주 맛난 나물인 줄 깨달아 즐겁게 먹는 분이 많다. 그리고, 쇠비름이라는 풀은 아예 모른 채, 생각조차 안 하며 살아가는 분이 많다. 어느 쪽 사람이 가장 많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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