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찔레꽃



  집 뒤꼍에 찔레꽃이 활짝 핀다. 마을 풀숲과 길가에도 찔레꽃이 가득 핀다. 시골마을은 온통 찔레꽃이다. 들길을 거닐면서도 찔레꽃내음을 맡고, 집에만 있어도 찔레꽃내음을 맡는다. 아침저녁으로 찔레꽃내음에 사로잡히며, 맑고 달콤한 꽃내음에 물씬 젖어들면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린다. 찔레꽃내음이 이렇게 놀랍도록 짙고 고운 숨결이었나? 올들어 찔레꽃내음이 무척 새삼스럽다. 4348.5.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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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능구렁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다녀오는 길에는, 큰자전거와 샛자전거와 수레를 한몸에 붙인 자전거를 탄다. 큰아이 자전거는 집에 두는데, 덮개로 씌워 놓고 나간다. 이렇게 해야 햇볕에 자전거가 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큰아이 자전거를 처마 밑으로 옮기려 하는데, 능구렁이 한 마리가 떡 하니 나타난다. 아아, 그렇구나. 엊그제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풀밭이 너한테는 안 좋았겠구나. 그러니 네가 여기에서 몸을 말리면서 쉬었구나. 시멘트바닥이 따끈따끈하고, 덮개까지 위에 있으니 햇볕이 이곳에 내리쬘 적에 몹시 따스했겠구나.


  능구렁이를 한참 바라본다. 가까이 다가서도 가만히 있는다. 너도 여기에 우리가 사는지 알지? 너를 만나서 반갑구나. 너는 우리 집에서 개구리도 지네도 쥐도 다 잡아먹을 테지? 다른 데 가지 말고 우리 집 둘레에서 살렴. 다른 데로 나가면 농약 때문에 죽는단다. 괜히 다른 논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먹지 마. 논개구리는 농약에 찌들어서 곧 죽을 목숨이니까, 그런 아이는 먹지 말렴. 4348.5.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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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5-14 11:49   좋아요 0 | URL
무서워요

숲노래 2015-05-14 14:20   좋아요 0 | URL
능구렁이는 안 무섭습니다. 독도 없고. 귀여운 아이입니다.
 

뽑힌 돌나물



  아이들과 빗길마실을 가는데, 논둑 한쪽에 돌나물이 잔뜩 뽑혔다. 왜 이 아까운 나물을 마구 뽑아서 길가에 버렸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래 못 먹을 만하구나 하고 깨닫는다.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논둑길이지만, 자동차 배기가스와 고무바퀴 가루가 흩날리는 길가에서 자란 나물을 훑어서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수많은 논은 길가에 있다. 길가에 있는 논도 배기가스와 고무바퀴 가루를 먹지 않을까? 더욱이, 쑥이나 냉이가 나면 길가에서 자란 쑥이든 냉이이든 그냥 뜯어서 먹는 분들이 많다. 햇볕과 바람과 빗물로 자라던 돌나물은 삶자리를 잃는다. 4348.5.14.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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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라기 무화과꽃



  길쭉하게 하늘로 솟는 무화과나무를 바라본다. 무화과꽃은 우듬지부터 맺힌다. 이렇게 높이 달리면 어찌 따먹으라고 그러느냐 싶지만, 무화과나무 줄기를 살살 당겨서 톡 하고 따면 된다. 앞으로 무화과나무 키가 더 자라면 무화과알을 따기 더 힘들 테지만, 그때에는 또 그때대로 얼마든지 무화과알을 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나무라도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솟는다. 모든 나무는 하늘을 사랑하면서 무럭무럭 큰다. 나무처럼 사람도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키가 자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늘숨을 마시면서 파란 넋과 푸른 숨으로 아름답게 삶을 짓는다. 곱게 자라는 나무는 줄기가 곧게 오르듯이, 곱게 크는 아이는 몸을 곧게 펴면서 씩씩하게 뛰논다. 4348.5.11.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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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꽃 바라보기 (뽕나무꽃)



  뽕나무에 꽃이 핀다. 뽕꽃이다. 벚나무에 피는 꽃은 벚꽃이요, 감나무에 피는 꽃은 감꽃이다. 그러니, 뽕나무에 피는 꽃은 뽕꽃일 텐데, 뽕꽃을 보는 사람이 드문 탓인지 ‘뽕꽃’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무척 드물구나 싶다.


  잎빛하고 같은 꽃빛인 뽕꽃을 바라본다. 하늘을 마시고 빗물을 먹는 뽕꽃을 바라본다. 올해에 우리 집 아이들이 오디를 신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뽕꽃을 살살 어루만진다. 4348.5.11.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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