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옮겨심다

 


  읍내에 마실 다녀오는데, 읍내 버스역 앞자락에서 할머니 한 분 할미꽃 멧골에서 캐서는 세 꾸러미 바구니에 담아 판다. 응, 할머니꽃이네? 할미꽃 파는 할머니는 우리가 군내버스 타고 읍내에 내릴 즈음 짐을 풀어서 장사판 벌인다. 이제 막 당신 집에서 이것저것 꾸려서 나오신 듯하다. 바구니 가득 뜯어 내놓은 쑥은 우리 집 뒷밭이나 꽃밭에서도 무럭무럭 잘 자라기에 날마다 신나게 뜯어먹으니 눈이 안 가고, 다른 푸성귀나 나물에도 눈이 가지 않는다. 오직 할미꽃한테 눈이 간다. “여기 할미꽃이요. 하나 가져가소.” 할미꽃을 처음 알아볼 때부터 할미꽃한테 눈길을 사로잡힌다. 그래, 할미꽃이로구나. 멧골 어디메쯤 할미꽃이 피었을까. 어느 멧자락에서 캐셨을까. “옮겨심어도 잘 크겠지요?” “하모. 오늘 안에 심으면 잘 크지.” 마침 어젯밤 큰 비바람 몰아친 뒤로 흙은 폭신하며 촉촉하다. 할미꽃 장만해서 옮겨심기에 좋다. 마을 이웃 지난해에 한 뿌리 주신 큰수선화도 지난겨울 잘 나고 올봄에 새잎 틔우며 올라오니, 이 할미꽃도 올 한 해 우리 꽃밭 한쪽에서 씩씩하게 새 뿌리 내리고 씨앗 내려 이듬해에는 새 할미꽃 퍼뜨릴 수 있겠지. 예쁜 할미꽃아, 우리 예쁜 아이들하고 예쁜 하루 누리며 함께 살자. 4346.3.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맛있는 풀 돋는다

 


  맛있는 풀 돋는다. 아직 더 두고보아야 한다. 뜯어서 먹고픈 마음 몽실몽실 피어나지만, 더 자라면 먹자고 생각한다. 이 둘레 다른 풀 많으니, 차근차근 골고루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뜯어서 먹어야지.


  봄이 오고 나면 먹을 풀 흐드러져서, 바지런히 뜯지 않으면 어느새 훌쩍 자라고 만다. 훌쩍 자라도 먹을 만하고, 꽃이 피면 꽃망울까지 함께 먹는데, 틈틈이 뜯어서 먹어야 새로 돋아 새로 먹을 수 있고, 즐겁게 뜯어서 먹으면 참으로 가을이 저물 녘까지 온식구 고운 숨결 누릴 수 있다.


  얘들아, 푸른 얘들아, 너희는 곧 우리 아이들하고 한몸이 되겠지. 아니, 이렇게 있는 이 자리에서도 늘 한몸이겠지. 조그마한 씨앗으로 땅밑에 있을 적에도 언제나 한몸이었고, 아이들 밥상에서 아이들 손 거쳐 천천히 스며들 때에도 노상 한몸일 테지. 4346.3.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운영 잎사귀 책읽기

 


  삼월에 접어든 고흥 들판에는 먹을 만한 풀로 가득하다. 이 풀도 먹고 저 풀도 먹는다. 봄까지꽃이나 별꽃보다 일찌감치 꽃봉오리 올린데다가 씨앗을 벌써 맺어 퍼뜨리기에 바쁜 들쑥갓까지 노란 꽃송이를 냠냠 즐겁게 먹는다. 아주 일찍 꽃대 올린 유채는 노란 꽃이 터질 듯 말 듯하다. 유채잎을 따면서, 곁에서 볕 잘 먹고 무럭무럭 크는 자운영 잎사귀를 솎는다. 자운영도 곧 꽃송이 함초롬히 피우겠지. 꽃이 피면 꽃까지 함께 먹는 자운영이지만, 아직 꽃봉오리 안 맺힐 때에도 잎줄기를 알맞게 솎아 먹는다. 얼기설기 뒤엉킨 잎줄기를 솎으며, 네 봄기운이 아이들한테도 곱게 스며든다고 느낀다. 4346.3.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잔디 책읽기 (땅패랭이꽃)

 


  고흥군 포두면 장촌마을 곁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아이들하고 다리쉼을 하며 도시락을 먹으려던 풀섶에 꽃잔디 한 송이 핀다. 어쩜 꼭 한 송이만 피었니. 꽃잔디 한 송이 곁을 살피니 다른 꽃잔디도 곁 봉오리 맺으려고 부산하다. 맨 먼저 한 송이 고개를 내밀고는, 다른 꽃잔디도 힘을 내고 애를 쓰면서 봄빛을 새롭게 밝히겠구나 싶다. 씨앗 한 톨에서 처음 태어나고, 씨앗 한 톨은 알뜰히 꽃을 피우고 열매(씨앗)를 맺어 이듬해에 새끼를 친 다음, 한 해 두 해 흐르는 사이 들판을 가득 채우겠지. 아이들 조그마한 손톱만큼 조그마한 꽃아, 봄바람 먹고 무럭무럭 자라렴.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유채잎 책읽기

 


  바야흐로 유채잎 먹는 철이 돌아온다. 논둑이나 밭둑에서 스스로 씨를 내려 돋는 유채잎은 2월 끝무렵부터 뜯어서 먹는다. 읍내에 내다 팔려고 유채씨 밭에 뿌리는 마을에서는 3월로 접어들 언저리에 유채밭에 잎사귀 푸짐하다. 자전거로 고갯길 넘으며 헐떡거리다가, 흙 있는 길가에 씨가 퍼져 자라는 유채풀을 보면, 두 잎 뜯어서 하나는 큰아이 주고 하나는 내가 먹는다. 고갯길 자전거로 오르며 등판이 땀으로 흠씬 젖는데, 싱그러운 봄햇살 받으며 푸르게 자란 유채잎 뜯어먹으면 목마름이 가시고 배고픔도 사라진다. 햇볕 먹은 풀잎이란 참 좋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집 앞 논둑에서 자라는 유채풀 몇 잎 뜯어서 밥상에 올린다. 유채잎 한 가지만으로도 밥상이 넉넉하고 즐겁다. 유채풀 곁에서 자라는 봄까지꽃이랑 별꽃이랑 광대나물풀 조금씩 뜯는다. 이 풀도 먹고 저 풀도 먹는다. 풀을 먹는 봄이란, 봄을 먹는 숨결이리라. 4346.3.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이 2013-03-05 09:53   좋아요 0 | URL
우왓
정말 봄!

숲노래 2013-03-06 06:32   좋아요 0 | URL
되게 맛있답니다~ ^^

페크pek0501 2013-03-05 13:34   좋아요 0 | URL
와우, 맛있겠다.
먹고 싶네요.

숲노래 2013-03-06 06:32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봄이에요.
고흥이라서 더 재미난 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