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스랑개비꽃 책읽기 (가락지나물, 양지꽃)

 


  볕 잘 드는 곳에서 무리지어 곱게 피어나는 꽃이라 한다며 ‘양지꽃’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양지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참말 옛날 시골사람도 이런 꽃이름으로 이 꽃을 바라보았을까? 시골사람이 한자말 ‘양지(陽地)’를 썼을까? 나는 어릴 적에 ‘양달’과 ‘응달’이라는 낱말을 썼다. 둘레 어른들도 이런 낱말을 썼다. 나중에 ‘볕받이’라는 낱말을 듣기도 했다. 볕이 잘 드는 곳이라 ‘볕받이’라 한단다.


  그러니까, 한겨레 옛사람이 노랗게 피어나는 꽃한테 붙인 이름이라 한다면 ‘양지꽃’ 아닌 ‘볕받이꽃’이라든지 ‘양달꽃’이라든지 ‘볕달꽃’이라야 맞다.


  그러나, 시골사람이 이런 이름으로 풀포기를 가리켰으리라고도 느끼지 못하겠다. 더 생각하고 찾아본다. 이리하여, ‘쇠스랑개비’라 하는 풀이름 알아낸다. 같은 풀을 가리켜 다른 이름으로 ‘가락지나물’이라고도 한단다. 그래, 바로 이런 이름이지. 손가락 다섯처럼 꽃잎 다섯이 벌어져서 가락지나물일까. 쇠스랑하고 어떻게 이어지는 실타래 있어 쇠스랑개비라는 이름 붙었을까. 이런 이름도 고장마다 다 다를 테지. 전라도와 경상도와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기도, 또 함경도와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저마다 다 다른 이름으로 이 들꽃 들풀 들나물 이름 가리키겠지. 권정생 할배는 ‘민들레’를 안동 고장말로 ‘말똥굴레’라고 이야기한다. 쇠스랑개비와 가락지나물은 고장마다 어떤 예쁘고 재미난 이름 있을까 궁금하다. 4346.4.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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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꽃 책읽기 (노랑매미꽃)

 


  봄날에 피어나는 풀과 꽃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어 반가우면서 즐겁다. 재미있고 고맙다. 숲은 얼마나 너른 품이 되어 우리한테 밥잔치를 차려서 베푸는가. 한 발자국 살며시 들어가도 나물이고, 두 발자국 가만히 디뎌도 나물이며, 세 발자국 살포시 걸어도 나물이다.


  피나물에 핀 꽃을 바라본다. 왜 ‘피’나물인가를 생각하기 앞서 피‘나물’이라 이름을 붙였구나 하고 생각한다. 피나물 이름 알려주는 분 말씀이 떨어지기 앞서, 낼름 한 닢 똑 따서 입에 넣고 씹는다. 음, 피나물은 이런 맛이로구나.


  큰아이는 피나물 노란 꽃송이를 손에 쥐며 논다. 노랗게 꽃송이 피어나기에 노랑매미꽃이라고도 할까. 참말 봄날 봄들은 노란 물결이다. 우리 어머니가 노란꽃 좋아한다는 말씀 잘 알 만하다. 이렇게 어여쁜 꽃이 피어나는 반가운 나물이 온 들과 숲과 멧골 뒤덮으니, 우리 어머니 어릴 적 시골살이 누리면서 노란 웃음 피웠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가 우리 아이들만 했을 어린 나날 시골자락 모습을 떠올려 보며, 다시 한 닢 똑 따서 먹는다. 4346.4.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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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손에 쥔 꽃은

 


  봉래산 숲길 살짝 거닐다가 큰아이가 여러 풀잎과 꽃송이를 딴다. 천남성 풀잎을 따고 남산제비꽃 송이를 따며, 피나물 꽃송이를 딴다. 손에 쥐며 아이 예쁘다 하고 놀기에, 벼리야 꽃 좀 보여줘, 하고 부른다. 아이는 예쁜 꽃과 잎을 보여준다. 아이 손은 예쁜 물이 들고, 아이 눈에는 예쁜 빛이 서린다. 예쁜 숲을 만나니 예쁜 넋이 샘솟을 테지.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다가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다른 사내아이들은 공놀이로 바쁠 적에 나는 공놀이도 함께 했지만, 꽃놀이도 따로 하곤 했다. 어머니는 형과 나를 불러, 아파트마을 한켠 꽃밭으로 데려가서는 꽃잎과 풀잎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몇 가지 가르쳐 주었다. 토끼풀줄기로 가락지 엮는 법이라든지, 토끼풀꽃 누리는 법이라든지, 어머니로서도 당신 어릴 적 당신 어머니나 언니 오빠들한테서 배웠을 풀놀이를 물려주었다.


  아이가 손에 쥔 꽃은 무엇일까. 아이가 손으로 만지는 꽃은 언제 피어난 꽃일까. 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 저희 아이 새로 낳으면, 이 아이는 어른 되어 저희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와 노래와 웃음을 물려줄 수 있을까.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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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9 10:20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사진이네요. *^^*

숲노래 2013-04-09 12:04   좋아요 0 | URL
저 스스로 이 사진 찍을 때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요!

이 사진 하나 찍을 수 있어
어제 낮에 숲마실 하며
얼마나 기쁘던지요!
 

노란민들레밭 책읽기

 


  사월하고도 이레 지나니 들판에 민들레가 밭을 이룬다. 삼월에도 민들레 몇 송이 군데군데 피었지만, 밭을 이루도록 피어나는 때는 이즈음이다. 그러니까, 민들레는 봄꽃 가운데 좀 더딘 꽃이라 할 만하다. 아직 안 피어난 들꽃 많은데, 민들레 바라보며 봄을 헤아리려 한다면 늦다는 소리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봄날 봄꽃을 개나리나 진달래나 민들레, 으레 이 세 가지로 느끼곤 했다. 도시에서 할미꽃을 볼 일이 없고, 봄까지꽃이나 별꽃을 어릴 적에는 거의 못 알아보고 지나쳤다. 둘레 어른 가운데 아기 코딱지처럼 작은 봄까지꽃이나 별꽃을 이야기한 분은 없었다. 광대나물을 일컬어 코딱지나물이라 일컫는 이름이 참 그럴싸하다고 느낀다. 참말 크기나 모양이나 광대나물꽃은 코딱지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흔히 말하지 않나. 코딱지만큼 작다고. 꽃이름에 코딱지가 무어냐 하고 따질 까닭이 없다. 좋고 나쁨에 따라 붙인 이름이 아니니까. 정, 이런 이름 못마땅하면 ‘아기나물’이나 ‘애기나물’이라 할 수 있겠지. 아기처럼 작다는 뜻으로.


  밭을 이루려 하는 노란민들레꽃 바라보는 아이들이 걸음을 멈춘다. 꽃을 말끄러미 들여다본다. 봄꽃 가운데 유채꽃도 노란빛 제법 볼 만한데, 아이들이 꽃대 꺾어 놀기에는 민들레가 참 알맞다. 봄까지꽃이나 별꽃이나 냉이꽃은 앙증맞고, 민들레꽃은 보기에도 들기에도 아이들 손에 꼭 맞춤하구나 싶다. 바야흐로 민들레밭 이루어지면 민들레잎 뜯어서 실컷 먹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아주 어릴 적, 내 어머니였는지 시골집 외할머니였는지, 민들레와 다른 여러 풀 섞은 나물을 반찬으로 차려서 준 일이 살짝 떠오른다. 어린 나는 ‘꽃을 어떻게 먹나’ 하고 여겼지만, 꽃이 안 피는 풀이나 나무란 없다. 벌과 나비는 꽃가루와 꿀을 먹는다. 다람쥐는 꽃망울 뜯어서 먹는다. 소도 염소도 토끼도 모두 꽃을 홀라당 냠냠 씹어서 먹는다. 그러니까, 사람도 꽃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부터 잎뿐 아니라 꽃까지 다 먹으면서 살았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풀잎도 꽃잎도 안 먹으면서 살아가는 나날은 역사가 아주 짧다고 느낀다. 우리들은 기껏 백 해도 안 되고 쉰 해조차 채 안 되는 사이에 풀과 꽃 한껏 누리면서 즐기던 삶과 살림을 몽땅 잃거나 빼앗겼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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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유채꽃 책읽기

 


  ‘경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논에 뿌린 유채씨는 이제부터 노란 꽃망울 맺지만, 들판에 씨앗 날려 뿌리내리고 자라는 유채는 진작부터 잎 내고 꽃대 올려 노란 꽃망울 터뜨렸다. 우리 집 앞 논둑에서 스스로 자라는 유채를 늘 즐겁게 바라보고, 틈틈이 잎 뜯어먹으며 고맙다 여겼는데, 엊그제 드센 바람 불더니 그만 꽃대 하나 남기고 모두 쓰러졌다. 저런. 너희들 꽃대 너무 높이 올렸구나. 씨앗 얼마나 멀리 퍼뜨릴 생각으로 꽃대를 그리 높이 올리다가 그예 쓰러지니. 우리 집 안쪽에서 자라는 갓풀 한 포기도 꽃대를 너무 높이 올린 나머지 이번 된바람에 뿌리가 뽑혔던데. 안쓰럽구나. 그러나 어쩌겠느냐. 너희가 쓰러진 채로도 부디 노란 꽃망울 잃지 말고 꿋꿋하게 씨앗 맺어 이 자리에 다시 씨를 내려놓고 이듬해에 새삼스레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길바닥에서 풀섶으로 옮긴다. 길바닥 한복판에 쓰러진 유채꽃 경운기나 자동차 그냥 밟고 지나갈까 걱정스럽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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