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민들레 잎사귀 먹기

 


  집 뒤꼍과 대문 앞에서 흰민들레가 조그맣게 밭을 이룬다. 집 뒤꼍과 대문 앞에 노란민들레는 없다. 올해에 씩씩하게 자라고, 가을에 한 차례 더 꽃을 피우면서 너희 씨앗 우리 집 둘레에 널리널리 퍼뜨릴 수 있겠지? 우리 집 흰민들레꽃 바라보는 어느 분이 ‘흰민들레 뿌리는 약으로 좋다’고 말씀한다. 그러나, 흰민들레를 뿌리째 캐어서 먹을 마음 없다. 잎사귀만 가끔 솎아서 먹을 뿐이다. 가장 일찍 피어나는 봄풀에 이어 흰민들레 피어나 널따랗게 밭을 이루면, 그때에는 가끔 뿌리까지 캐어서 먹어 볼까 싶다. 앞으로 몇 해쯤 걸릴는 지 모르지만, 온통 하얀 민들레밭 되는 그때까지 소담스러운 꽃 바라보며 살몃살몃 톡톡 건드리면서 꽃노래 부르고 싶다. 4346.4.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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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6 10:46   좋아요 0 | URL
아, 흰 민들레군요.!
노란 민들레는 자주 보았는데(그런데 요즘은 노란 민들레마저도 별로 눈에 띄지 않네요..)
흰 민들레는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흰색이 시원하기도 하고, 털이 얼굴에 북실북실한 귀여운 강아지의 표정같기도 하네요. ^^
오늘은 흰민들레랑 마음속으로 얘기하며 즐겁게 지낼래요~~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4-16 23:04   좋아요 0 | URL
흰민들레가 토종민들레라고도 하는데...
그냥 잘 모르겠어요.

돌이켜보면, 제 어릴 적에는
거의 다 흰민들레였다고 떠올라요.

도시에서는 흰민들레 보기 매우 힘들지만,
시골에서는 아직 많이 흔하다 할 만해요.
그렇지만, 참 노란민들레가
씨를 훨씬 빨리 퍼뜨리니
흰민들레 줄어들 만하구나 싶기도 해요...

보슬비 2013-04-17 23:45   좋아요 0 | URL
흰민들레 이야기는 들었는데, 직접 본적은 없어요.
흔하지 않아서 더 눈이 가는것 같아요. 흰민들레도 널리 널리 씨를 퍼트리면 좋겠어요.

숲노래 2013-04-18 02:56   좋아요 0 | URL
네, 우리 집 흰민들레부터
살뜰히 아끼고 '안 뽑고 고이 지켜' 주어서 씨를 널리 나누어야지요~!!

숱한 들꽃 들판에서 사라지는 까닭은
지나친 김매기, 농약치기, 논둑밭둑 불태우기, 논둑밭둑 시멘트로 덮기,
시멘트도랑 만들기... 참 갖가지 까닭이 많답니다...... ㅠ.ㅜ
 

미나리 죽이는 시멘트도랑

 


  군청과 도청에서는 해마다 흙도랑 없애고 시멘트도랑 늘린다. 시골 어르신들은 흙도랑이 시멘트도랑으로 바뀌어야 비로소 ‘농업발전’ 되는 듯 여긴다. 논둑을 몽땅 시멘트로 덮어 나락 아닌 다른 풀 아예 자라지도 못하게 하기를 바라는구나 싶기까지 하다.


  흙도랑일 적에는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고 가재 잡으며 미나리를 꺾을 수 있다. 흙도랑일 적에는 개구리 살고 개똥벌레 살며 거미가 살 수 있다. 논에서 여러 목숨붙이 어우러져 살아갈 때하고, 어떠한 목숨붙이도 살아남지 못할 때하고, 나락맛이 같을 수 없다. 온통 시멘트로 둘러싸인 논배미에서 어떤 맛난 나락이 자랄 수 있을까. 빙 둘러 시멘트로 가둔 채 비료와 농약을 쳐대는 논자락에서 어떤 좋은 나락이 클 수 있을까.


  요즈음에도 논도랑에서 미나리 꺾으며 나물맛 즐기는 시골 어르신 있겠지. 그러나, 할매 할배 두 식구 먹을 미나리는 아주 조금이면 된다. 앞으로는 굳이 미나리까지 안 자실는지 모르고, 허리 굽은 판에 미나리까지 꺾으러 다니기 힘드실 수 있다. 이래저래 시골마을 곳곳 흙도랑을 군청과 도청에서 자꾸자꾸 시멘트도랑으로 바꾼다. 군청과 도청은 어마어마한 건설 예산을 들이고, 건설업자는 당신들 스스로 무슨 짓을 하는지 못 깨닫는 채, 시골 들판을 망가뜨린다.


  땅을 사고 싶다. 시골 논과 밭을 사고 싶다. 멧자락을 사고 싶다. 시골 숲과 골짜기를 사고 싶다. 그래서 시골 논밭과 숲과 골짜기 모두 푸른 숨결 그대로 흙내음과 흙맛 감도는 사랑스러운 터로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보살피고 싶다. 아침에 흙도랑에서 미나리 한 움큼 뜯어 밥상에 올리며 생각한다. 여섯 살 큰아이한테 “자, 이 풀은 미나리야.” “미나리?” “응, 미나리를 먹으면 미나리 풀내음 고루 입안에 퍼지지.” 4346.4.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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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5 11:29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에서도 지난해에 아주 오래되고 아름다운 회화나무랑, 오래된 벚나무들을 몽땅 뽑아내고(그 나무들은 이제 어디에 있을까요.)
흙화단도 최소한으로 줄여버리고 시멘트 길들로 다 바꿔 버렸어요.
오래 되어 푸르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다 없어져 버리니..참 안타깝고 아쉽더라고요...
왜들 자꾸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숲노래 2013-04-15 14:38   좋아요 0 | URL
뽑은 나무들은... 다 땔감으로 판답니다...
한국사람은 나무를 너무 막 다루는데
이 슬픈 버릇이 어디에서 비롯했을까요...
 

느티꽃 푸른 물결

 


  느티나무에 피어나는 느티꽃을 바라본다. 새봄 맞이할 적에 다른 어느 꽃보다 느티꽃을 기다린다. 2월 첫머리부터 흐드러지는 봄까지꽃이랑 별꽃도 좋고, 3월부터 쏟아지는 매화꽃이랑 살구꽃도 좋다만, 4월로 접어들어 꽃샘바람 지나면서 환하게 푸른 물결 일렁이는 느티꽃은 참 아리땁다.


  사월은 가장 싱그럽고 보드라운 푸른 물결이 된다. 느티나무에서 꽃 피어나는 사월에는 느티잎 톡 따서 살며시 혀에 얹고 살살 씹으면, 푸른 내음 온몸으로 번진다. 사월맛이란 느티잎 맛이랄까. 사월빛이란 느티꽃 빛이랄까. 사월에 느티나무 풀빛이 아주 보드라운 풀빛인 까닭은 느티꽃이 피기 때문이다. 마치 개구리밥 빛깔하고 닮고, 꼭 풀개구리빛 마냥 옅은 풀빛인 느티잎 빛깔은 꼭 사월에만 만날 수 있는 놀랍고 새로운 빛물결이다.


  팔백 해 남짓 살아오는 고흥읍 느티나무는 그야말로 풀춤 춘다. 푸르게 물결치는 춤을 춘다. 쏴아아 소리를 내며 꽃물결 일렁인다. 수십만 잎사귀마다 수백만 느티꽃 넘실거린다. 느티나무는 사람한테 따로 열매 베풀지 않고, 느티꽃은 사람들 눈에 거의 안 뜨일는지 모르나, 사월부터 가을까지 느티나무는 푸른 숨결 고루 나누어 준다. 사람들은 바로 이 곱고 푸른 숨결을 먹으면서 새 넋을 길어올린다. 4346.4.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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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배나무꽃 책읽기

 


  어릴 적 옛이야기에서 콩배나무와 팥배나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콩배나무와 팥배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니, 도시 한켠에 콩배나무나 팥배나무 심는 이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 못 볼 만하리라 느낀다. 그러면 시골에서는?


  시골에서 살아가면서 콩배나무나 팥배나무를 생각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지나다가, 봉래면 봉래산 멧기슭에서 콩배나무 꽃송이 흐드러진 모습 바라본다. 아, 콩배나무가 이렇구나. 사람들이 벚꽃만 잔뜩 심어 벚꽃잔치만 하고 벚꽃놀이만 즐기는데, 콩배나무 곱다시 심어 놓으면 얼마나 흐드러진 하얀 꽃잔치와 말간 꽃놀이 될 수 있을까.


  매화꽃 지면서 마알간 꽃나무 다 지는가 하고 여겼더니, 이봐 나무도 숲도 아직 잘 모르면서 무슨 말이야, 하는 듯이 콩배나무가 하얀 꽃타래 듬뿍 안긴다. 콩배나무야, 네 꽃이 한껏 피어나고 나서 맺는 열매도 무척 소담스러우면서 곱겠구나. 멧나비는 네 꽃가루를 먹으면서 살고, 멧다람쥐와 멧새는 네 봉오리와 열매 먹으면서 살겠구나.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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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2:0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덕분에, 요즘 제가 봉래산 숲속에 사는 듯 합니다.^^
아 콩배나무꽃이 이렇게 생겼군요.~ 착하고 예쁘게 생겼어요.
저 콩배나무꽃 할래요,~~하려다
앗, 나 사과나무였지? 하는...아핫하하하 ^^;;;

숲노래 2013-04-12 12:31   좋아요 0 | URL
사과꽃 참 해맑아요.
멧자락에서 퍽 일찍 피고
꽤 일찍 지는 꽃이에요.
저희 집 밭자락 한쪽에
능금나무 한 그루 심고 싶은데,
능금나무 어린 것 하나
갖고 오신다는 분이 아직 안 오셔서... -_-;;;;
 

모과잎 푸른 숨결 책읽기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모과라 하면 못생기고 딱딱하며 큼지막한 열매만 떠올린다. 이러면서 정작 모과잎이 어떤 모양이고 모과나무가 어떤 모습이며 모과꽃은 어떠한 줄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 모과나무 한 그루 있으니 이런 말 넌지시 할 수 있는데, 나도 우리 시골집 한쪽에 모과나무 있어 날마다 들여다본 지 세 해가 되는 이즈음 이런 말 할 뿐, 세 해 앞서만 하더라도 모과꽃이니 모과잎이니 모과나무이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찬찬히 살피지 못했다.


  우리 집 모과나무에서 새봄에 새롭게 맺는 잎사귀 바라본다. 앙증맞게 자라는 잎사귀 뜯어서 맛을 보고 싶지만, 힘껏 새잎 틔우는데 섣불리 건드릴 수 없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참말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들풀은 신나게 뜯어먹는데, 아직 그닥 안 굵은 나무에서 새로 돋는 봄잎은 쉬 건드리지 못한다. 이 나무가 더 우람하게 자라 굵은 줄기에서 숱한 새잎 돋으면 좀 홀가분하게 새잎 훑으며 봄나물로 삼을 수 있으리라.


  모과꽃은 참 어여쁘다. 오늘날 여느 사람들이 모과열매 못생겼다 여기는 마음 돌아보면, 모과꽃은 그지없이 어여쁘다. 아무래도 모과꽃을 본 적 없이 모과열매만 보았으니 하나도 모르겠구나 싶다. 모과꽃 사진으로 담는다든지, 모과꽃 널리 알리거나 말하는 사람 없는 탓일 수 있을까.


  올해에도 모과꽃 기다린다. 새잎 돋고 나서 꽃망울 앙증맞게 맺히려는 때부터 보름쯤 기다리면 비로소 꽃송이 활짝 벌어진다. 달리 어떤 빛이름으로도 나타낼 길 없는 모과꽃이라고 할까. 후박꽃과 나란히 흐드러지게 벌어지면서, 벌과 나비와 새가 좋아하며 찾아드는 모과꽃이라고 할까. 모과꽃 필 무렵, 제비들은 새끼를 까서 먹이 나르기에 바쁘다. 이제 우리 집 처마 밑 제비들도 곧 새끼를 까겠네.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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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45   좋아요 0 | URL
아우~여리고 포롯포롯한 모과잎과 분홍빛 모과꽃이 참 예쁘네요.!
저는 모과나무를 좋아해서 가을이 오면, 길을 가다가도 남의 집 담장밖으로 나온
모과가 주렁주렁 열린 모과나무를 고개를 한껏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가던 길을 다시 가지요. ^^

숲노래 2013-04-12 10:4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모과나무는
열매도 꽃도 잎도
모두 싱그럽답니다.

봄날 모과꽃은 살구꽃이나 복숭아꽃 못지않게,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