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술, 진달래지짐

 


  고흥 시골마을에서 지내며 따로 해 먹지 않던 진달래술과 진달래떡을 서울로 나들이를 가서 뜻밖에 서울 아파트마을 한복판에서 먹는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그림 그리며 지내는 강우근 님 댁을 찾아갔다가, 이녁 살림집 있는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낮고 조그마한 숲에서 자라는 진달래나무 볼그스름한 꽃송이를 한밤에 함께 톡톡 따서는 막걸리잔에 띄워 진달래술을 마시고, 이듬날 아침에는 아파트마을 텃밭에 가서 밀반죽에 진달래 꽃잎 놓아 진달래지짐이랄는지, 진달래떡이랄는지, 하나하나 조그맣게 부쳐서 먹는다.


  진달래 꽃송이 띄운 막걸리잔 곁에는 갯기름나물무침 놓는다. 우리 집 뒷밭에서도 자라는 갯기름나물이 이렇게 서울 한복판 조그마한 살림집 밥상에 나물로 올라오네. 갯기름나물무침 먹는 다른 살림집 얼마나 있을까. 우리 집에서는 갯기름나물도 다른 나물도 날푸성귀로 먹는데, 살짝 양념한 갯기름나물은 또 새로운 맛이라고 느낀다.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진달래맛이 있고, 막걸리에 띄운 진달래 꽃송이는 막걸리한테 새 내음 베풀며 새 내음 퍼뜨린다. 밀반죽에 얹은 진달래 꽃송이는 밀반죽맛에 진달래 빛깔과 무늬를 더해 새로운 숨결 나누어 준다.


  서울 한복판에서 갯기름나물 자라기는 힘들 테지만, 시골 어느 마을에서 어느 할매가 꺾은 갯기름나물 서울로 날아와서 나물 한 그릇 된다. 서울 한복판이라 하더라도 낮고 조그마한 숲 있으면, 이곳에서 진달래 꽃송이 한 줌 얻으며 진달래술이랑 진달래지짐 누릴 수 있다. 곁을 볼 수 있으면 누린다. 둘레를 살필 수 있으면 함께한다. 4346.4.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갯기름나물 뒤에는 제가 고흥에서 따서 가져간 유채잎.

 

 

 

 

 꽃지짐 빚는 손은 강우근 님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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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22 02:13   좋아요 0 | URL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봄날의 진달래술과 진달래지짐.

숲노래 2013-04-22 02:35   좋아요 0 | URL
서울에서도 공원에 가서 슬쩍 몇 송이 따서 먹으면 돼요~ ^^;;;
 

해말갛게 빛나는 탱자나무 꽃망울

 


  며칠 기다리면 탱자나무에 해말갛게 빛나는 꽃망울 한꺼번에 터지겠구나 싶다. 사월 한복판으로 들어선 무르익은 봄날, 들판과 멧골은 온통 꽃누리 된다. 들일 하는 사람은 들꽃내음에 젖고, 숲일 하는 사람은 숲꽃내음 들이켠다. 들꽃은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배가 부르다. 숲꽃은 곁에 있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포근하다. 줄기도 잎사귀도 가시도 짙푸른 탱자나무에 해말간 꽃망울 맺히는 모습은 그윽하게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탱자알도 노랗게 익기 앞서까지 탱자잎 탱자가시 빛깔을 쏙 빼닮는다. 목숨 하나 자란다. 숨결 하나 빛난다. 이야기 하나 태어난다. 탱자꽃 곧 피어난다. 4346.4.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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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꽃 작은 송이

 


  소담스레 벌어지는 꽃송이 내놓는 나무 있고, 조그맣게 터지는 꽃송이 피어나는 나무 있다. 느티나무에서 터지는 꽃송이는 아주 작아,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꽃망울 그득 맺는다. 꽃봉오리 하나 크기는 수수알하고 거의 비슷하다. 수수알하고 거의 비슷한 느티꽃 봉오리에 돋는 느티꽃잎은 훨씬 작아 깨알보다 더 작다.


  느티잎을 손에 쥐고, 느티꽃을 살결로 비빈다. 손가락에 닿은 느티꽃이 돌돌 구른다. 느티꽃에 내려앉아 다리쉼을 하는 나비 있을까. 느티꽃 찾아다니는 벌 있을까. 느티나무에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느티꽃 활짝 푸르게 빛나다가는 가만히 스러지는 줄 깨닫는 사람 있을까.


  나무꽃 작은 송이를 바라본다. 아이들과 나무꽃 작은 송이를 만지며 논다. 옆지기는 나무꽃 작은 송이 냄새를 맡는다. 팔백 몇 해를 살아온 느티나무 곁에서 느티꽃 바라보고 느티잎 훑으며 느티내음 맡은 시골사람 몇쯤 될까. 4346.4.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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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씨 놀이

 


  한봄부터 한가을까지 아이들은 민들레씨 놀이 즐길 수 있다. 민들레는 봄과 가을, 두 차례 꽃을 피우니, 봄에는 봄대로 가을에는 가을대로 민들레씨 놀이를 즐긴다. 씨앗 하얗게 매단 민들레를 보며 그냥 지나치는 일 없다. 어김없이 꽃대 꺾는다. 민들레는 꽃이 지고 나서 씨앗 맺으면서 꽃대 높이높이 올린다. 마치 사람(아이)들이 저희(꽃대)를 얼른 꺾어 후후 날려 달라는 뜻과 같다. 어른들은 그냥 지나쳐도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는 법 없다. 민들레는 벌과 나비와 파리와 개미 들이 꽃가루받이 시켜 주면, 아이들이 꽃씨 훨훨 날려 준다. 게다가 아이들은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씨앗을 대롱대롱 달고 다니며 더 멀리 뿌려 준다. 다른 들꽃도 이와 마찬가지이지만, 참말 민들레 들꽃은 아이들 사랑스러운 손길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 해마다 맑고 푸른 민들레잎 나물 베풀어 준다. 4346.4.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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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8 09:28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민들레 꽃씨 훌훌 불며 많이 날렸던 생각이 나네요. ^^

숲노래 2013-04-18 10:48   좋아요 0 | URL
어른들도 꽃놀이 즐기면
고운 마음 잘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딸기풀 꽃망울 터진다

 


  딸기풀 꽃망울 맺힌다.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오른다. 일찌감치 꽃망울 터지며 하얗게 잎사귀 벌린 딸기풀 있고, 바야흐로 꽃망울 터뜨리려는 꽃망울 있다. 딸기풀 꽃망울 바라보면 야무지도록 단단하며 붉은 빛과 푸른 빛이 알록달록 어우러진다. 우리 집 언저리에 들딸기가 자라지는 않아서 아직 딸기풀 꽃망울을 못 보았기에, 지난 늦봄과 이른여름에 들딸기 실컷 따먹은 곳으로 틈틈이 마실을 다니며 딸기풀 꽃망울 바라보며 만지고 쓰다듬는다. 따사로운 봄볕 듬뿍 먹으며 맑고 달콤한 알맹이 베풀어 주렴. 4346.4.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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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6 11:16   좋아요 0 | URL
히히..저도 오늘 아침, 바싹 구운 식빵에다 복음자리 딸기쨈을 듬뿍 발라 먹었는데. ^^
들딸기를 직접 따서 먹으면 정말 상큼하니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겠네요.~~
함께살기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숲노래 2013-04-16 13:41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어느 딸기에서도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들딸기한테 있어요.
참 맛이 다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