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물꽃 맛있어 (돗나물꽃)

 


  봄에는 언제나 꽃을 먹는다. 봄들에 피어나는 봄풀은 봄나물이면서 봄꽃이다. 줄기와 잎사귀뿐 아니라 꽃송이까지 나란히 먹는다. 줄기도 잎사귀도 꽃송이도 모두 보드랍고 푸른 숨결 나누어 준다.


  어금니 차근차근 돋는 작은아이도 이제 돈나물 꽃송이를 잘근잘근 씹어서 먹을 수 있다. 보름쯤 앞서만 하더라도 풀을 제대로 못 씹어 뱉곤 했지만, 이제는 밥과 함께 조금씩 입에 넣으면 잘 씹어서 삼킨다. 큰아이는 스스로 “예쁜 꽃이네.” “노란 꽃이네.” 하고 말하면서 먹는다.


  꽃을 먹으니 우리들은 꽃사람 된다. 꽃을 즐기니 우리들은 꽃마음 된다. 돈나물꽃아, 앞으로도 우리 집에서 씩씩하고 푸르게 뻗으며 보드랍고 고우며 맑은 숨결 나누어 다오.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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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꽃 노랗게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 깃들어 살면서 창포씨앗 처음으로 보았지만, 이듬해인 2012년에는 창포꽃은 못 보고 창포씨앗만 보았다. 올 2013년에는 꼭 창포꽃 보자 다짐하면서 이웃마을 창포꽃 무리지어 피어나는 빈집을 기웃거린다. 처음 꽃 피어날 때는 놓쳐, 벌써 시들어 떨어지려는 꽃송이 보인다. 그러나 훨씬 많은 노란 꽃송이 바람 따라 물결친다. 가을날 창포씨 맺히면 잎사귀도 옆으로 축축 처지는데, 여름 앞둔 늦봄에 노랗게 물결치는 창포는 잎사귀도 단단하고 하늘로 해바라기하듯이 쭉쭉 뻗는다.


  한참 창포꽃 바라보다가 ‘붓꽃’하고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붓꽃하고 창포꽃은 도드라지게 다르다. 곁에서 붓꽃하고 창포꽃을 함께 마주하니까, 서로 어떻게 얼마나 다른 줄 알겠다. 멧골에서 진달래와 철쭉 늘 만나는 사람이라면, 두 꽃을 아주 쉽게 가릴 수 있겠지. 매화나무 벚나무 언제나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두 나무와 꽃과 잎사귀 쉬 헤아리리라 본다.


  쌍둥이 낳은 어버이는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가를 잘 안다. 쌍둥이하고 살가이 지내는 이웃이나 동무도 누가 언니고 동생인가를 환히 안다. 얼핏 닮았다 싶은 모습은 지구별 곳곳에 있지만, 똑같은 숨결은 하나도 없다. 살가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스레 함께 살아가면, 마음빛으로 모두 헤아리면서 따사롭게 마주할 수 있다. 살갑지 않고 어깨동무하지 않으면, 마음빛이 피어나지 않아, 어느 하나 제대로 가리거나 살피지 못한다. 노란 물결 좋다. 아이들과 창포꽃 보러 자주 들러야겠다.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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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붓꽃 어린이

 


  노랑붓꽃이 왜 이토록 어여쁜가를 한낮에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가 물려받아 살아가는 시골집 꽃밭에 자그마한 장미나무하고 노랑붓꽃이 나란히 있는데, 노랑붓꽃 송이송이 물들고, 장미나무 꽃송이 소담스러울 무렵, 파랗게 입힌 대문과, 이 대문 앞에 선 아이 모습이 한데 얼크러지면서 더없이 빛난다. 꽃송이 하나로만 어여쁜 빛이 태어나지 않는다. 꽃송이 둘셋으로만 어여쁜 빛 드러나지 않는다. 다른 풀포기도, 다른 숨결도, 다른 바람과 햇살도 골고루 얼크러지면서 어여쁜 빛 새삼스럽다.


  사진은 사진기 쳐다보아야 사진이 되지 않는다. 꽃은 꽃만 심어야 꽃이 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만 살아가려 할 때에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4346.5.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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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5-23 09:48   좋아요 0 | URL
힐링포토 여기에 또 있네요. :)

숲노래 2013-05-23 13:13   좋아요 0 | URL
시골집에 있으면
늘 마음이 넉넉해요~ ^^

페크pek0501 2013-05-23 16:50   좋아요 0 | URL
꽃과 아이, 아름답군요. ^^

숲노래 2013-05-24 03:42   좋아요 0 | URL
네, 아름답지요~~
 

감잎 책읽기

 


  감잎은 봄내 노르스름한 빛이다. 감꽃이 피고 지며 감알 찬찬히 굵을 무렵 비로소 푸르스름한 빛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나뭇잎이라 하면 으레 푸른 빛깔만 생각하지만, 꽃이 피어 한창 흐드러질 때에는 맑고 여린 노르스름한 빛이 환하다. 이무렵에는 나뭇잎 톡톡 뜯어서 먹으면 나무마다 다른 나무내음과 나무맛 느낄 수 있다.


  큰아이가 감잎을 만지며 “감꽃은 어디 있어?” 하고 묻는다. “감꽃 저기 있지. 아직 여물지 않았어. 곧 감꽃도 피겠네.” 이제 봄이 저물며 여름 다가오겠구나. 폭폭 찌는 햇살과 상큼하며 시원한 바람 감도는 여름 되겠구나.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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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민들레

 


  삼월에 민들레 피었고 사월 무렵 하나둘 꽃잎 떨구면서 솜털처럼 하얗게 생긴 씨앗 동그라니 이루더니, 오월 되어 새삼스레 다시 민들레 핀다. 요것들 참 대단하네. 그래, 씩씩하게 또 피고 지고 해야지. 들풀은 꺾고 뜯어도 새로 자라며 돋아 꾸준하게 푸른 숨결 베풀듯, 꽃송이는 꽃송이대로 씩씩하게 새 꽃대 올려 새 꽃 피우고 새 씨앗 다시 맺을 만하지. 유월 지나고 칠월 지나 팔월 될 무렵에도 새롭게 꽃 피우려나. 가을에는 가을대로 또 꽃을 피울 만하려나. 아니면, 너희는 느즈막하게 꽃을 피우는 민들레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오래오래 꽃내음 맡으라는 선물 베풀어 주는 셈이니. 4346.5.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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