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덩굴 꽃송이

 


  전남 고흥에서는 삼월에 접어들 무렵부터 갈퀴덩굴 돋는다. 사월이 지나면서 꽃망울 맺힌다. 오월로 접어들며 꽃이 지고 잎사귀가 쇤다. 인천 화평동과 송현동에서 갈퀴덩굴 만난다. 이야, 인천에서는 이제 꽃이 한창 피네. 작게 몇 마디 뜯어 옷에 붙인다. 갈퀴덩굴은 옷에 잘 붙는다. 푸르게 빛나는 풀꽃무늬 된다. 얘들아, 앙증맞은 꽃마다 앙증맞은 씨앗 맺어 앙증맞은 새 숨결 이곳에 곱게 드리워 주렴. 이듬해에도, 다음해에도, 또 다음다음다음 찾아오는 해에도 언제나 푸르게 시골과 도시 골골샅샅 맑게 보듬어 주렴. 4346.6.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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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책읽기

 


  애기똥풀을 나물로 먹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애기똥풀과 감자잎만큼은 섣불리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으레 들었기 때문이다. 약풀로는 쓰되 나물로는 안 먹는다고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 식구들 먹는 풀 가운데 오늘날 여느 사람들 잘 안 먹는 풀 꽤 많다. 우리 식구들은 스스로 먹고 씹은 뒤 나물로 삼으니, 이 풀이 어떤 이름인지 그닥 살피지 않는다. 오직 내 몸을 헤아려 풀을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애기똥풀을 나물로 먹는 사람들도 이녁 몸을 헤아려 나물로 받아들였겠지.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서 애기똥풀은 잘 못 본다. 잘 안 보인다. 서울이나 인천에서는 애기똥풀 흔히 보았고, 충청북도 멧골자락에서도 애기똥풀은 쉽게 보았다. 온 나라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했는데, 왜 고흥에서는 잘 찾아보기 어려울까. 아직 우리 식구들 걸어다닌 곳이 그리 안 넓기 때문일까. 고흥에서 한창 애기똥풀 돋아 꽃이 필 무렵 논둑이랑 밭둑 모조리 갈거나 태우니, 찾아보기 어려울까. 4346.6.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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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6-08 15:48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 애기똥풀이 아니지 싶어요,
제가 정확한 명칭을 모르고 있는거 같아요. 그 품종 중에서 무엇인거 같은데...
다른 분들도 헛갈려서 확 드시면 안 되니, 페이퍼를 좀 고쳐야겠어요. 새똥풀인듯.

찾아봐야지....

숲노래 2013-06-09 00:06   좋아요 0 | URL
백초효소라 할 때에는
그야말로 온갖 풀을 골고루 섞어요.
섞이면 센 기운도 여린 기운하고 녹아들어
사람 몸에 좋은 기운이 돼요.

그리고, 염소나 소나 토끼나 노루나 사슴은
딱히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답니다.
모두 다 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고흥에서는 애기똥풀이
좀 보기 드문 풀이더라구요 @.@
 

석류꽃 책읽기

 


  시골 읍내나 면내에 공무원이 갖다 놓은 꽃그릇 있다. 서양 꽃씨 심어 울긋불긋 꽃빛 보여준다. 꽃을 좋아해서 서양 꽃씨 심어서 꽃내음 나누어 주려는 뜻일는지 모르는데, 이 나라 이 땅에서 스스로 씩씩하게 자라며 피어나는 꽃씨를 받아서 시골 읍내나 면내, 또 도시 한복판에 곱게 심어 돌보는 공무원을 만나기는 몹시 어렵다.


  유월로 접어든 시골마을 고흥에 석류꽃 하나둘 붉게 피어난다. 감잎에 노란 기운 가시며 짙푸른 빛깔로 바뀌는 이즈음, 석류나무는 짙붉은 꽃송이 단단하고 야무지게 맺는다. 이 석류꽃 지면 굵고 통통한 석류알 맺겠지. 그래, 전라남도라면, 또 고흥이라면, 석류나무를 길가에 줄줄이 심으면 참 곱겠다. 여름내 붉은 석류꽃 보여줄 테고, 여름 저물 무렵 굵직한 석류알 맺어 눈과 마음과 배를 넉넉히 부르도록 북돋아 줄 테지. 4346.6.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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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을 노래해

 


  옆지기 먹을 풀물을 짜려고 풀을 뜯다가 뒤꼍 흙땅에서 감꽃을 본다. 어, 감꽃이 떨어졌네. 엊그제 몰아친 비바람에 떨어졌나. 갯기름나물 넓적한 잎사귀 사이에 한둘 놓인 감꽃 앙증맞구나 싶어 가만히 바라본다. 손바닥에 감꽃을 하나둘 담는다. 어느새 손바닥으로 담기에 모자랄 만큼 많이 줍는다. 소쿠리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마당으로 간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한테 감꽃을 몇 내민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다. 아이들 손에 감꽃 더 쥐어 준 다음, 소쿠리를 들고 뒤꼍으로 간다. 소쿠리 가득 감꽃을 줍는다. 이쪽에서 감꽃을 줍자니 저쪽에서 새 감꽃 톡 소리 내며 떨어진다. 저쪽에 떨어지는 감꽃을 주우니 요쪽에서 새 감꽃 톡 소리 내며 떨어진다. 감나무 밑에서 입을 헤 벌리면 입으로 감꽃송이 하나쯤 들어올까. 흙땅에 떨어진 감꽃송이에는 개미 여럿 찾아들어 감내음 먹는다. 4346.5.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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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5-31 22:49   좋아요 0 | URL
와... 감꽃 처음 봤어요.
방울꽃처럼 너무 이쁘네요. 그냥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감꽃을 생으로도 먹을수 있나요? ^^
꽃차도 너무 좋을것 같아요.

숲노래 2013-06-01 06:12   좋아요 0 | URL
감꽃은 오랜 옛날부터
주전부리로 먹었답니다.
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고,
목걸이가 된 감꽃을 하나씩 먹으며
놀았다고 할까요.

노는 아이들 주전부리인 감꽃이에요~
 

우리 집 붓꽃 노래하기

 


  오월 십구일 새벽에 서울 손님 네 분 찾아왔다. 서울에서 인문사회과학책방 꾸리는 ‘풀벌레’ 님과 다른 세 분이 밤샘 달리기를 하며 먼길 마실을 했다. 깊은 밤에 비가 멎으며 바람이 잠들었고, 서울 손님 우리 집에 닿을 무렵에는 온 들과 멧자락에 구름 하얗고 두껍게 내려앉으면서 매우 멋스러운 모습 보여주었다. 구름은 아침을 지나 낮이 가까워지자 거의 걷혔고, 한낮에는 모든 구름이 사라졌다. 먼길 손님한테 아름다운 숲과 바다가 무엇인가를 하루아침에 모조리 보여주는 날씨였다고 할까. 게다가, 바로 이날 오월 십구일에 우리 집 꽃밭 노랑붓꽃이 첫 봉오리를 터뜨렸다.


  이른새벽에 빗물 머금으며 처음으로 봉오리 터뜨린 노랑붓꽃을 바라보다가 쓰다듬다가 노래를 부른다. 엊저녁까지만 해도 봉오리 꼭 다물더니, 어쩜 이렇게 비 그친 새벽에 봉오리를 확 열었니.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왜 ‘곱다’ 같은 말마디를 절로 뱉어내는가를 깨닫도록 해 주는 붓꽃아, 이 땅에서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아주 놀라운 한 마디가 있으니, 이 한 마디가 바로 ‘꽃같다’인 줄 아니?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꽃같다’가 안 실린단다. 다만, 국어사전에는 ‘꽃답다’는 실린단다.


  생각해 보렴. ‘나무답다’나 ‘사람답다’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어. 국어사전에 실린 ‘-답다’로는 ‘참답다’가 있고 ‘아름답다’가 있으며, 바로 ‘꽃답다’가 있지. 그런데 참 많은 사람들은 ‘꽃답다’뿐 아니라 ‘꽃같다’라는 말을 아주 즐겁게 쓰지.


  얼마나 좋은 말이니. 얼마나 기쁜 말이니. 얼마나 사랑스러운 말이니. 꽃한테도 사람한테도 ‘꽃같다’와 ‘꽃답다’ 같은 말마디는 얼마나 고맙고 착한 말이니. 나는 우리 집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보며 즐거워 언제나 꽃노래를 부른단다. 그득그득 맑고 환하게 피렴. 씩씩하고 알찬 씨앗 맺어 이듬해에 새롭게 피어나렴.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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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9 10:13   좋아요 0 | URL
빗물 머금고 봉우리 처음 터뜨린
노랑붓꽃~!!
어쩜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물방울들과 푸른 잎들과
노랑붓꽃이 정말 곱고 아름답습니다.
함께살기님의 사진을 볼 때면 새삼, 제 29인치 모니터가 맘에 듭니다. ㅎ
오늘도 마음 속 스며드는 아름다운 노랑붓꽃도, 노랑붓꽃 사진도 모두
고맙고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5-29 11:07   좋아요 0 | URL
29인치나 되는군요!
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