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논에서 자라는 유채꽃메에서 자라는 메벚꽃들에서 자라는 질경이뒤꼍서 자라는 미나리,
봄날 햇볕 받아푸른 숨결 뱉다.
두 팔 벌려큰 숨 쉰다.
고마운 바람즐거운 노래가벼운 걸음반가운 냄새,
나는오늘 하루잘 먹고잘 누고잘 잔다.
4335.4.15.해.ㅎㄲㅅㄱ
모과나무
겨울 나고새봄 맞은,
새눈 트고꽃잎 열린,
꽃이 작고잎이 작은,
앙증맞고보드라운,
집 뒤꼍모과나무.
4345.4.13.쇠.ㅎㄲㅅㄱ
무덤
무덤 둘레는아이들 뛰놀기참 좋구나.
흙과 풀이 곱고나무내음 싱그러우며햇살이 잘 든다.
어른들 죽어흙으로 돌아가면아이들 마냥 뒹굴며흙하고 사귀어흙기운 받아먹도록한껏 사랑을 베푸는구나.
4345.4.11.물.ㅎㄲㅅㄱ
씨앗
콩씨 한 알흙이불 덮고햇살바람 먹고비구름 마시며
가늘고 하얀 뿌리조용히지구별 깊이 뻗으면
하늘바라기 줄기햇살바라기 잎사귀꿈바라기 붉은꽃 보라꽃 하얀꽃작게 작게 피운다.
콩꽃은 콩씨 되고콩씨는 콩알 되어
다시 흙으로 가고
멧새도 먹고사람도 먹으니
하늘 나는 멧비둘기 가슴에콩무지개 새로 뜨고흙 밟는 작은 아이 마음에콩숨결 콩닥 콩닥 콩닥
흙
깨진 시멘트 기왓장밑에는풀이 못 자란다.
시멘트를 모래 자갈 물개어 부은 곳에도꽃은 못 핀다.
깨진 시멘트 기왓장틈새로 봄풀고개를 내민다.
시멘트로 닦은 논둑길논과 만나는 가장자리봄꽃 작게 빛난다.
깨진 시멘트 기왓장살며시 들춘다.지렁이 몇 마리 춤춘다.흙이 살아나는구나.
한 해 열 해 백 해지렁이와 작은벌레흙을 천천히 살리고,사람을 예쁘게 살리겠지.
4345.4.9.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