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밥을 짓는 손은사랑을 짓는다.국물 퍼서늙은 어미 먹이는 손은사랑을 푼다.때가 잔뜩 탄옷을 살살 벗겨아이들 씻기는 손은사랑을 어루만진다.
사랑을 지어밥짓기,사랑을 퍼서삶짓기,사랑을 나눠꿈짓기.
내 손은 사랑스럽다.
4345.6.29.쇠.ㅎㄲㅅㄱ
부추꽃
꽃대 오르면풀줄기와 꽃대와몽우리와 봉오리까지탁탁탁 썰어나물비빔 먹는다.
마늘쫑이란 마늘꽃대,그러니까부추꽃대라면 부추쫑 될까.하얗게 터지려는 꽃몽우리살살 쓰다듬는다.
4345.8.9.나무.ㅎㄲㅅㄱ
벼
피 뽑고지심 매는이웃 할머니열 손톱흙알갱이 곱게물들인다.
고부장하면서굵은 손가락마다튼튼하고 씩씩한숨결 빛나한여름 땡볕에풀바람 쐬며아이들 생각한다.
할머니 먹고손자 손녀 먹는노랗게 빛나는 열매.
4345.8.12.해.ㅎㄲㅅㄱ
아침
사람은 고개를 박아
책을 읽고호미질을 하고망치질을 하고설거지를 하지만,
가만히 고개를 들면
새벽 지난 아침에구름 사이곱다시 빛나는 노란눈부신 햇살.
하늘 파랗게 적시고구름 하얗게 물들이고멧새 노랫소리 퍼뜨리고,
마을 할배 경운기 소리와 나란히잎사귀처럼 푸르다.
자그마한 감알 사이슬쩍 스친다.
우리 집 마당으로 스며아침빨래 찬찬히어루만진다.
4345.8.3.쇠.ㅎㄲㅅㄱ
고흥
이리 자전거 달리고저리 버스 달리며그리 하염없이 걸어도
푸른 들판푸른 숲파란 하늘파란 바다
눈이 상큼히 쉰다.코가 맑게 쉰다.귀가 곱게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