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감히 敢


 감히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감히 임금의 명을 거역했다 → 주제넘게 임금이 시킨 일을 어겼다

 뉘 앞이라고 감히 나서느냐 → 뉘 앞이라고 주제넘게 나서느냐

 어린것이 감히 어른에게 → 어린것이 함부로 어른에게

 어느 존전이라고 감히 → 어느 앞이라고 함부로

 감히 얼굴도 들지 못했다 → 섣불리 얼굴도 들지 못했다

 감히 엄두도 못 낼 일 → 도무지 엄두도 못 낼 일


  ‘감(敢)히’는 “1. 두려움이나 송구함을 무릅쓰고 2. 말이나 행동이 주제넘게 3.  ‘함부로’, ‘만만하게’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두려움을 무릅쓰고”나 ‘주제넘게’나 ‘함부로’나 ‘만만하게’ 같은 한국말로 쓰면 됩니다. 아주 쉽지요. 때로는 ‘일부러’나 ‘섣불리’나 ‘선뜻’을 쓸 수 있고, ‘도무지’나 ‘어디’나 ‘아니’ 같은 낱말이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2016.6.19.해.ㅅㄴㄹ



감히 그 이야기를 선택한 것은

→ 주제넘게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 어쭙잖게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 일부러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 애써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34쪽


감히 재현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함부로 다시 보여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섣불리 다시 드러내 보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선뜻 다시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도무지 다시 나타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159쪽


엄마가 있는데 감히 그럴 수가 있나요

→ 엄마가 있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 엄마가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 엄마가 있는데 함부로 그럴 수가 있나요

《루네르 욘손/배정희 옮김-꼬마 바이킹 비케 1》(논장,2006) 16쪽


감히 내 앞에서 시답잖게

→ 함부로 내 앞에서 시답잖게

→ 어디 내 앞에서 시답잖게

→ 이것이 내 앞에서 시답잖게

→ 주제넘게 내 앞에서 시답잖게

《오영진-수상한 연립주택》(창비,2008) 161쪽


감히 똥개 주제에

→ 어디서 똥개 주제에

→ 어디 똥개 주제에

→ 아니 똥개 주제에

→ 이런 똥개 주제에

→ 주제넘게 똥개 주제에

《오인태-돌멩이가 따뜻해졌다》(문학동네,2012) 75쪽


감히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서 있다고

→ 함부로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려고 섰다고

→ 어디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 주제넘게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려 한다고

《안미선-여성, 목소리들》(오월의책) 161쪽


애완동물과 가축의 경계를 나는 감히 무너트리고 싶었다

→ 애완동물과 가축 사이 울타리를 나는 당차게 무너트리고 싶었다

→ 귀염짐승과 집짐승 사이를 나는 씩씩하게 무너트리고 싶었다

《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옮김-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달팽이출판,2015) 14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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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노골적


 성의 노골적 묘사 → 성을 숨김없이 그리기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 → 속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다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다 → 대놓고 돈을 바라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말하며 → 대놓고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며


  ‘노골적(露骨的)’은 “숨김없이 모두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뜻대로 ‘숨김없이’처럼 쓰면 됩니다. “있는 그대로”나 “그대로 드러내는”이나 “모두 드러내는”이나 “숨김없이 드러내는”으로 써도 될 테고요. 때로는 ‘대놓고’나 ‘드러내고’처럼 써 볼 만합니다. ‘거침없이’나 ‘거리끼지 않고’처럼 쓸 수도 있어요. 그런데 ‘거침없이’는 한 낱말로 한국말사전에 오르지만 ‘거리낌없이’는 아직 한국말사전에 못 오릅니다. 앞으로는 ‘거리낌없이’도 ‘스스럼없이’처럼 한국말사전에 오르면서 쓰임새를 넓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6.18.흙.ㅅㄴㄹ



노골적으로 비웃는 사람이 있다

→ 대놓고 비웃는 사람이 있다

→ 드러내고 비웃는 사람이 있다

→ 숨김없이 비웃는 사람이 있다

→ 그 앞에서 비웃는 사람이 있다

《송재찬-먼 나라 이야기섬》(인간사,1986) 14쪽


기업의 로고가 노골적으로 새겨진 옷

→ 기업 상표가 큼직하게 새겨진 옷

→ 기업 무늬가 버젓이 새겨진 옷

→ 기업 이름이 훤히 새겨진 옷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이민아 옮김-허울뿐인 세계화》(따님,2000) 80쪽


노골적으로 책을 띄운 뒤

→ 대놓고 책을 띄운 뒤

→ 까놓고 책을 띄운 뒤

→ 거리낌없이 책을 띄운 뒤

→ 누구 눈치도 안 보며 책을 띄운 뒤

→ 마음먹고 책을 띄운 뒤

→ 여 보라는 듯이 책을 띄운 뒤

《텍스트》 10호(2002.12.) 8쪽


이제는 첫눈도 노골적으로 왕창왕창 쏟아진다

→ 이제는 첫눈도 대놓고 왕창왕창 쏟아진다

→ 이제는 첫눈도 그저 왕창왕창 쏟아진다

→ 이제는 첫눈도 아주 왕창왕창 쏟아진다

《정양-헛디디며 헛짚으며》(모악,2016) 4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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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상실 喪失


 가치관 상실 → 가치관 잃음 / 생각 사라짐

 의욕 상실 → 의욕 잃음 / 할 마음 사라짐

 자격 상실 → 자격 잃음

 인간성이 상실되다 → 사람됨이 사라지다

 효력이 상실되다 → 효력이 없어지다

 방향 감각이 상실되어 → 방향 감각이 사라져

 기억을 상실하다 → 기억을 잃다


  ‘상실(喪失)’은 “1.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2.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하고 헤어진다면 ‘헤어지다’라 하면 되고, 서로 사이가 끊어지면 ‘끊어지다’라는 낱말을 쓰면 됩니다. 어떤 것이 없어지거나 사라질 적에는 ‘없어지다’나 ‘사라지다’를 쓰면 되는데, ‘잃다’나 ‘놓치다’라는 낱말을 써 볼 수 있습니다. 2016.6.18.흙.ㅅㄴㄹ



그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 그 뜻을 잃을 수밖에 없다

→ 그 뜻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 그 뜻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송상용-생명에 대한 예의》(환경과생명,2002) 머리말


남방식, 북방식이라는 분류법은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 남방식, 북방식이라는 나눔법은 그 뜻을 잃은 지 오래다

→ 남방식, 북방식이라는 나눔법은 그 뜻이 사라진 지 오래다

《박은봉-한국사 상식 바로잡기》(책과함께,2007) 201쪽


영국은 왜 칼레를 상실했을까

→ 영국은 왜 칼레를 잃었을까

→ 영국은 왜 칼레를 빼앗겼을까

→ 영국은 왜 칼레를 놓쳤을까

《김동섭-영국에 영어는 없었다》(책미래,2016) 1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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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구사 驅使


 간결한 문체의 구사 → 깔끔한 글투를 씀 / 글을 깔끔하게 씀

 풍부한 어휘 구사 → 말을 넉넉히 부려 씀 / 말을 넉넉히 씀

 외국어 구사 능력 → 외국말을 쓰는 솜씨 / 외국말 솜씨

 공격 축구를 구사하다 → 공격 축구를 하다 / 공격 축구를 펼치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다 → 영어를 거침없이 하다 / 영어를 잘 하다


  ‘구사(驅使)’는 “1. 사람이나 동물을 함부로 몰아쳐 부림 2. 말이나 수사법, 기교, 수단 따위를 능숙하게 마음대로 부려 씀”을 뜻한다 하고, 한국말사전에 “≒ 구역(驅役)” 같은 비슷한말이 실립니다. 그러나 ‘구역’ 같은 낱말을 쓸 사람이 있을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구사하다’라는 낱말도 “부려 쓰다”로 손보거나 ‘쓰다’나 ‘다루다’로 손보면 됩니다. 2016.6.18.흙.ㅅㄴㄹ



머지않아 그 지역 방언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 머지않아 그 고장 말을 훌륭히 쓸 수 있었다

→ 머지않아 그곳 고장말을 잘 쓸 수 있었다

→ 머지않아 그곳 사투리를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 머지않아 그곳 말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72쪽


우리말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구사한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 우리말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쓴 작가로 꼽힌다

→ 우리말을 부드럽고 마음껏 살려쓴 작가로 손꼽힌다

《김지은-거짓말하는 어른》(문학동네,2016) 64쪽


노르만 귀족은 프랑스어만을 구사했는데

→ 노르만 귀족은 프랑스말만을 썼는데

→ 노르만 귀족은 프랑스말만을 했는데

《김동섭-영국에 영어는 없었다》(책미래,2016) 5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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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추측 推測


 추측 보도 → 어림 보도 / 어림잡기 보도

 추측이 맞다 → 어림이 맞다

 나의 추측대로 되어 갔다 → 내 어림대로 되어 갔다

 추측만 무성한 채 → 어림만 가득한 채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측되는 → 청동기 시대 것으로 보이는

 보름날 밤이었다고 추측된다 → 보름날 밤이었다고 본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추측하다 →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다보다

 제멋대로 추측해 보았다 → 제멋대로 어림해 보았다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추측(推測)’은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림”을 뜻한다 하고, 한국말사전에는 “≒ 추량(推量)”처럼 비슷한말이 나옵니다. ‘추량’은 “= 추측”으로 풀이하는데, 이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미루다’나 ‘생각하다’나 ‘헤아리다’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되고, ‘어림’이나 ‘어림잡다·어림하다·어림치다’ 같은 낱말을 쓰면 넉넉합니다. 2016.6.17.쇠.ㅅㄴㄹ



추측컨대

→ 미루어 보건대

→ 어림해 보건대

→ 미루건대

→ 어림하건대

《한미화-아이를 읽는다는 것》(어크로스,2014) 8쪽


그러나 이런 추측은 모두 어림짐작일 뿐이다

→ 그러나 이런 생각은 모두 어림일 뿐이다

→ 그러나 이는 모두 어림일 뿐이다

→ 그러나 이는 모두 미루어 보았을 뿐이다

《패트릭 리 퍼머/신해경 옮김-침묵을 위한 시간》(봄날의책,2014) 103쪽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는 추측은 있었다

→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는 생각은 있었다

→ 가장 좋은 길이라고 어림은 했다

→ 가장 좋은 길이라고 헤아리기는 했다

《라파엘 로젠/김성훈 옮김-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반니,2016) 1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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