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견고 堅固


 견고한 제방을 쌓다 → 단단히 둑을 쌓다

 아무리 견고한 참나무라도 → 아무리 단단한 참나무라도

 견고하게 자기의 신념을 지켰다 → 단단하게 제 믿음을 지켰다

 신념을 견고히 굳히다 → 믿음을 굳히다


  ‘견고(堅固)하다’는 “1. 굳고 단단하다 2. 사상이나 의지 따위가 동요됨이 없이 확고하다”를 뜻한다 하고, 한국말사전에는 ‘뇌호(牢乎)하다·견뢰(堅牢)하다·공고(鞏固)하다·완뢰(完牢)하다’ 같은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그러나 ‘굳다’나 ‘단단하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 넉넉하니, 여러 가지 한자말을 굳이 비슷한말로 다루면서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하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확고(確固)하다’는 “태도나 상황 따위가 튼튼하고 굳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견고’는 첫째 뜻이나 둘째 뜻 모두 ‘굳다’를 가리키거나 ‘단단하다·튼튼하다’를 나타내는 셈입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견고(譴告)’라는 한자말을 “1. 잘못이나 허물을 꾸짖는 뜻을 알림 2. 귀신이 천변지이를 내려 인간을 꾸짖음”을 뜻한다면서 싣지만, 이 한자말도 쓸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2016.6.22.물.ㅅㄴㄹ



견고한 작품 세계를 갖춘 작가라도 표절의 유혹을 피할 수 없었을까

→ 단단한 작품 세계를 갖춘 작가라도 표절이란 유혹을 벗어날 수 없었을까

→ 작품 세계가 튼튼한 작가라도 표절이란 유혹에서 헤어날 수 없었을까

《정문순-한국문학의 거짓말》(작가와비평,2011) 31쪽


우리를 바르고 견고하게 설 수 있게 해 주는 어떤 것 말입니다

→ 우리를 바르고 튼튼하게 설 수 있게 해 주는 어떤 것 말입니다

→ 우리를 바르고 단단하게 설 수 있게 해 주는 어떤 것 말입니다

《폴 오스터/심혜경 옮김-글쓰기를 말하다》(인간사랑,2014) 220쪽


열리지 않는 문은 벽보다 견고하다

→ 열리지 않는 문은 벽보다 단단하다

→ 열리지 않는 문은 벽보다 굳다

《최상해-그래도 맑음》(문학의전당,2016) 9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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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0 : 해변가



해변가

→ 바닷가


해변가(海邊-) = 바닷가

해변(海邊) = 바닷가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해변가’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해변’이라는 낱말도 함께 나옵니다. 한국말사전은 두 낱말 모두 “= 바닷가”로만 다룰 뿐, 딱히 더 붙임말이 없습니다.


  ‘해변’은 한자말입니다. ‘바다(海) + 가(邊)’예요. 그러니 ‘해변 = 해 + 변 = 바닷가’이기에, 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해변’으로만 써야 할 뿐입니다. ‘해변가’처럼 쓰면 ‘바닷가가’ 꼴이 되어요.


  냇물 가장자리이니 ‘냇가’요, 물 가장자리이니 ‘물가’입니다. 불 옆이기에 ‘불가’이고, 길 옆이기에 ‘길가’예요. 바다 가장자리나 바다 가까운 곳이라면 ‘바닷가’입니다. 2016.6.21.불.ㅅㄴㄹ



해변가에 서 있는 인간이

→ 바닷가에 선 사람이

→ 바닷가에 있는 사람이

→ 바다 가장자리에 선 사람이

《칼 슈미트/김남시 옮김-땅과 바다》(꾸리에,2016) 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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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순하다 順


 순한 사람 → 부드러운 사람

 순하게 생긴 얼굴 → 곱게 생긴 얼굴 / 부드럽게 생긴 얼굴

 마음이 순하다 → 마음이 부드럽다 / 마음이 여리다

 순하게 따르다 → 얌전히 따르다 / 고분고분 따르다

 아이가 순해서 → 아이가 얌전해서 / 아이가 고분고분해서

 물살이 순하다 → 물살이 부드럽다 / 물살이 여리다

 일기가 순하다 → 날씨가 부드럽다

 바람이 순하게 분다 → 바람이 가볍게 분다

 순한 술 → 부드러운 술 / 여린 술

 일을 순하게 매듭짓다 → 일을 부드럽게 매듭짓다


  ‘순(順)하다’는 “1. 성질이나 태도가 부드럽다 2. 바람이나 물결 또는 가락 같은 것이 부드럽다 3. 맛이 독하지 아니하다 4. 일이 까다롭지 아니하다 5. 배가 가는 방향과 바람이 부는 방향이 같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여러 뜻을 살피면 한국말로 ‘부드럽다’라 하면 되는구나 싶습니다. ‘順’이라는 한자는 “부드러울 순”이기도 합니다. 흐름을 살펴서 ‘보드랍다’를 쓸 수 있고, ‘착하다·얌전하다·다소곳하다·고분고분하다·여리다’를 쓸 수 있어요. ‘차분하다’나 ‘조용하다’를 써 볼 수도 있습니다. 2016.6.21.불.ㅅㄴㄹ



순하게 피어 있을 산수유

→ 얌전히 피었을 산수유

→ 다소곳이 피었을 산수유

→ 함초롬히 피었을 산수유

→ 마알갛게 피었을 산수유

《이문재-이문재 산문집》(호미,2006) 79쪽


순한 아이들

→ 부드러운 아이들

→ 얌전한 아이들

→ 착한 아이들

《최은숙-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샨티,2006) 13쪽


누렁이는 순해서

→ 누렁이는 착해서

→ 누렁이는 얌전해서

→ 누렁이는 사람을 꺼려하지 않아서

→ 누렁이는 차분해서

→ 누렁이는 참 착해서

→ 누렁이는 몹시 얌전해서

《박희병-거기, 내 마음의 산골마을》(그물코,2007) 83쪽


말을 잘 듣는 순한 아이랍니다

→ 말을 잘 듣는 얌전한 아이랍니다

→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랍니다

→ 말을 잘 듣는 다소곳한 아이랍니다

→ 말을 잘 듣는 조용한 아이랍니다

→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아이랍니다

《로랑 고데와 세 사람/백선희 옮김-다섯 손가락 이야기》(산하,2007) 19쪽


뿔을 뽑아 버리면 순한 염소가 될까

→ 뿔을 뽑아 버리면 부드러운 염소가 될까

→ 뿔을 뽑아 버리면 얌전한 염소가 될까

→ 뿔을 뽑아 버리면 착한 염소가 될까

→ 뿔을 뽑아 버리면 고분고분한 염소가 될까

《박승우-생각하는 감자》(창비,2014) 21쪽


가장 순한 것에서 시작해

→ 가장 부드러운 것부터 해서

→ 가장 옅은 것부터 해서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22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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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갈색 褐色


 갈색 머리 → 밤빛 머리

 갈색 피부 → 흙빛 살갗 / 짙누런 살갗

 짙은 갈색으로 그을린 → 짙은 흙빛으로 그을린 /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낙엽이 다 떨어져 갈색으로 보이는 → 가랑잎이 다 떨어져 누렇게 보이는


  ‘갈색(褐色)’은 “검은빛을 띤 주홍색”이라 하는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 다색(茶色)”처럼 비슷한말을 올립니다. ‘다색(茶色)’을 찾아보면 “= 갈색(褐色)”으로 풀이해요. 이래서는 ‘갈색’이 어떤 빛깔인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밤빛(밤색)’을 찾아보면 “여문 밤의 겉껍데기 빛깔과 같이 검은색을 띤 갈색빛”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밤빛’이요,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갈색’이나 ‘다색’인 셈입니다. 밤알 빛깔은 때로는 ‘흙빛’이라 할 수 있어요. ‘도토리빛’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때에는 ‘까무잡잡하다’가 어울릴 수 있고, ‘누렇다’나 ‘짙누렇다’가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2016.6.21.불.ㅅㄴㄹ



앨피는 낡은 갈색 구두를 신어요

→ 앨피는 낡은 흙빛 구두를 신어요

→ 앨피는 낡은 밤빛 구두를 신어요

《셜리 휴즈/조숙은 옮김-앨피에게 장화가 생겼어요》(보림,2002) 6쪽


조그만 갈색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고 있으려고요

→ 조그만 밤빛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으려고요

→ 조그만 흙빛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으려고요

《헬렌 레코비츠/박혜수 옮김-내 이름은 윤이에요》(배동바지,2003) 18쪽


음, 오렌지색, 녹색, 빨간색, 갈색, 보라색인데

→ 음, 오렌지빛, 풀빛, 빨간빛, 흙빛, 보라빛인데

→ 음, 귤빛, 풀빛, 빨간빛, 도토리빛, 보라빛인데

《사노 요코·키시다 쿄코/엄기원 옮김-잠깐만 기다려》(한림출판사,2004) 24쪽


꽃이 진 자리에는 갈색이나 짙은 보라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 꽃이 진 자리에는 흙빛이나 짙은 보라빛 열매가 맺혔다

→ 꽃이 진 자리에는 밤빛이나 짙은 보라빛 열매가 맺혔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146쪽


피부색을 진한 갈색으로 바꾸기 위해

→ 살빛을 짙은 밤빛으로 바꾸려고

→ 살갗을 짙은 흙빛으로 바꾸려고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커피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주니어,2006) 83쪽


가을이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갈색 도토리가 될 거야

→ 가을이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흙빛 도토리가 될 테야

→ 가을이면 반짝반짝거리는 짙누런 도토리가 될 테야

《이성실·권정선-참나는 참 좋다!》(비룡소,2012) 25쪽


껍질 벗기면 내 몸은 갈색으로 변하지요

→ 껍질 벗기면 내 몸은 누렇게 바뀌지요

→ 껍질 벗기면 내 몸은 누런 빛으로 바뀌지요

《박승우-생각하는 감자》(창비,2014) 8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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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제3의/제삼의


 제3의 물결 → 셋째 물결 / 새로운 물결 / 새물결

 제3의 눈 → 셋째 눈 / 새로운 눈 / 새눈

 제3의 길 → 셋째 길 / 새로운 길 / 새길

 제3의 시각 → 셋째 눈길 / 새로운 눈길

 제3의 멤버 → 셋째 멤버 / 새로운 사람

 제3의 직업 → 셋째 직업 / 새로운 일


  셋째를 가리키는 ‘제삼(第三)’하고 어울리는 일본 말투로 ‘제삼의’가 여러모로 쓰입니다. 이는 ‘셋째’로 손보면 되는데, 셋째를 가리키는 ‘제삼의’는 셋째라는 자리뿐 아니라 ‘새로운’ 자리를 가리키곤 합니다. 꼭 셋째가 아니어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나타내려 할 적에 이런 말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셋째’나 ‘새로운’이나 ‘이제까지와 다른’으로 손볼 만한데, 이밖에 ‘또 다른’이나 ‘그 다음’으로도 손볼 수 있습니다. ‘아주 다른’이나 ‘아주 새로운’처럼 손보아도 잘 어울려요. 그래서 ‘처음·다음·그 다음’이나 ‘처음·다른·또 다른’처럼 쓰면서 ‘제일의·제이의·제삼의’를 손볼 수 있어요.


  그리고 ‘번(番)’은 ‘째’하고 같은 말이라서 ‘째번’이나 ‘번째’는 같은 말을 잇달아 쓴 셈입니다. 그러나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같은 말투가 어느새 사람들 입에 익었어요. ‘첫째·둘째·셋째’로 쓰면 넉넉하지만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같은 말도 함께 쓰입니다. “제3의 물결”은 “셋째 물결”로 손질하면 되는데 “세 번째 물결”처럼 손질해 볼 수도 있습니다. 2016.6.21.불.ㅅㄴㄹ



제3의 새롭고 더 좋은 자아

→ 또 다르며 새롭고 더 좋은 나

→ 여태와는 달리 새롭고 더 좋은 나

→ 이제껏 없던 새롭고 더 좋은 나

→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롭고 더 좋은 나

《김재준-죽음으로 산다》(사상사,1975) 17쪽


충청북도 제3의 도시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

→ 충청북도에서 셋째로 큰 도시

→ 충청북도 셋째 가는 도시

→ 충청북도 세 번째 도시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183호(2006) 86쪽


다음의 예가 보여주듯이 제3의 방법이 있다

→ 다음 보기처럼 또 다른 길이 있다

→ 다음 보기가 말하듯이 새로운 길이 있다

→ 다음처럼 셋째 길이 있다

→ 다음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또 다른 길이 있다

→ 다음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길이 있다

→ 다음 보기와 같은 셋째 길이 있다

→ 다음에서 살필 수 있듯이 길은 더 있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54쪽


제3의 목소리였다

→ 셋째 목소리였다

→ 세 사람째 목소리였다

→ 또 다른 목소리였다

→ 그 다음 목소리였다

→ 새로운 목소리였다

《시모무라 고진/김욱 옮김-지로 이야기 3》(양철북,2009) 121쪽


미간이 열려야 제3의 눈도 열리는 법입니다

→ 눈썹 사이가 열려야 셋째 눈도 열리는 법입니다

→ 눈썹 사이가 열려야 새로운 눈도 열리는 법입니다

《사이토 히토리/하연수 옮김-부자의 운》(다산3.0,2012) 28쪽


인간은 이제 새로운 제3의 차원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새로운 셋째 차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새로운 셋째 길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셋째 길을 새롭게 얻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새로운 길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칼 슈미트/김남시 옮김-땅과 바다》(꾸리에,2016) 12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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