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합치다 合


 부모님과 합쳐서 살기로 →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두 부부가 합쳐 산다 → 두 부부가 모여서 산다

 친구 서넛이 합쳐서 → 친구 서넛이 뭉쳐서


  ‘합(合)치다’는 “‘합하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라 합니다. ‘합(合)하다’는 “여럿이 한데 모이다. 또는 여럿을 한데 모으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에서 ‘모으다’를 찾아보면 “한데 합치다”로 풀이합니다. ‘합하다 = 모으다/모이다’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인데 ‘모으다 = 합치다’로 풀이한다면, 이는 뒤죽박죽이 도지요. 더욱이 ‘합하다/합치다 = 한데 모으다’를 가리키는데 ‘모으다 = 한데 합치다’로 풀이한다면 겹말풀이까지 되어요. 2016.7.17.해.ㅅㄴㄹ



장점을 합치는 거예요

→ 좋은 점을 더하는 거예요

→ 좋은 점을 모아 봐요

→ 좋은 모습을 두루 살펴봐요

《임수경-참 좋다! 통일 세상》(황소걸음,2003) 44쪽


낮과 밤을 합치면 하루야

→ 낮과 밤을 더하면 하루야

→ 낮과 밤을 붙이면 하루야

《황경택-꼬마 애벌레 말캉이 1》(소나무,2010) 62쪽


모두 합치면 자루 두 개를 가득 채울

→ 모두 더하면 자루 둘을 가득 채울

→ 모두 더하면 두 자루를 가득 채울

《데미/이향순 옮김-쌀 한 톨》(북뱅크,2015) 22쪽


서로 어우러지고 합쳐져서

→ 서로 어우러지고 더해서

→ 서로 어우러지고 모여서

→ 서로 어우러지고 뭉쳐서

《장성익-있다! 없다!》(분홍고래,2015) 9쪽


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지만 힘을 합치자

→ 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지만 힘을 모으자

→ 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지만 힘을 더하자

→ 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지만 힘을 뭉치자

《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경계의 린네 21》(학산문화사,2016) 5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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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기본적


 자고 싶은 기본적 욕구 → 자고 싶은 마음 / 그저 자고 싶은 마음

 기본적인 개념 → 바탕이 되는 뜻 / 바탕뜻 / 밑뜻

 기본적으로는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 어쨌든 내 뜻을 따랐다

→ 아무튼 내 생각을 따른다고 했다

→ 적어도 내 생각을 받아들였다

 국민의 기본적 의무

→ 국민이 기본으로 지킬 일

→ 이 나라 사람이 마땅히 지킬 일

→ 이 나라 사람이라면 지킬 일


  ‘기본적(基本的)’은 “사물의 근본이나 기초가 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근본(根本)’은 “1. 초목의 뿌리 2.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을 가리키고, ‘기초(基礎)’는 “1. 사물이나 일 따위의 기본이 되는 토대 2. 건물, 다리 따위와 같은 구조물의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만든 밑받침”을 가리킨다고 해요. 다시 ‘기본(基本)’은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을 가리킨다고 하네요. 그러니 ‘기본적·기본 = 근본 + 기초 = 바탕 + 기본 = 바탕 + (근본 + 기초)’ 꼴이 됩니다.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빙글빙글 돌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모저모 살피면서 ‘기본적·기본·근본·기초’ 모두 ‘바탕’이나 ‘밑바탕’이나 ‘밑받침’을 가리키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요. 2016.7.17.해.ㅅㄴㄹ



기본적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 기본 생존 때문이었다

→ 적어도 먹고살겠다는 생각이었다

→ 적어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 적어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효재-여성의 사회의식》(평민사,1978) 43쪽


제 기본적인 생각은

→ 제 기본 생각은

→ 제 생각은

→ 제 밑생각은

→ 제 생각은 무엇보다

→ 저는 무엇보다도 (이러저러하게) 생각합니다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229쪽


기본적으로 나한테 별 관심이 없었다

→ 처음부터 나한테 눈도 주지 않았다

→ 무엇보다 나한테 거의 눈길을 두지 않았다

→ 무엇보다 나한테 마음 쓰지 않았다

→ 나한테 딱히 마음 쓰지 않았다

→ 나한테 따로 눈길을 두지 않았다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27쪽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다니

→ 이런 쉬운 것도 모르다니

→ 이런 작은 것도 모르다니

→ 이런 마땅한 것도 모르다니

→ 이런 것도 모르다니

《황경택-꼬마 애벌레 말캉이 1》(소나무,2010) 65쪽


소리를 듣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영위하는 행위의 하나이다

→ 소리 듣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으로 누리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 소리 듣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늘 누리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 소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늘 누린다

《토리고에 게이코/한명호 옮김-소리의 재발견》(그물코,2015) 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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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등등 等等


 사과, 배, 귤 등등의 온갖 과일 → 사과, 배, 귤이며 온갖 과일

 껌, 동전 등등 잡다한 물건 → 껌, 동전 같은 자잘한 물건

 노래도 부르는 등등 여러 가지 오락을 → 노래도 부르며 여러 가지 놀이를


  ‘등등(等等)’은 “그 밖의 것을 줄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등(等)’을 잇달아 적는 ‘등등’인 셈인데, 한국말 ‘들’을 ‘들들’처럼 적어 볼 수 있어요. ‘들들들’이나 ‘들들들들’처럼 적어도 재미나지요. 때로는 ‘-처럼’이나 ‘같은’을 넣어서 손보고, ‘-이며’나 ‘-에다가’를 붙여서 손볼 만합니다. 2016.7.17.해.ㅅㄴㄹ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 등등

→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 들

→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며

《김석원-영화가 사랑한 사진》(아트북스,2009) 111쪽


구운 김 삼천원어치 등등, 이렇게

→ 구운 김 삼천원어치이며, 이렇게

→ 구운 김 삼천원어치에다가, 이렇게

→ 구운 김 삼천원어치 들, 이렇게

→ 구운 김 삼천원어치 들들, 이렇게

《황규관-패배는 나의 힘》(창비,2007) 12쪽


불량식품을 사먹지도 않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을 하지 않는다

→ 불량식품을 사먹지도 않고, 이밖에 저밖에 따로 하지 않는다

→ 불량식품을 사먹지도 않고, 이런 것 저런 것을 하지 않는다

→ 불량식품을 사먹지도 않고, 이런저런 여러 가지를 하지 않는다

《조반니노 과레스키/윤소영 옮김-비밀일기》(막내집게,2010) 113쪽


형의 비밀, 엄마의 병에 대한 것 등등, 얘기하고 싶은 건 잔뜩 있었다

→ 형 비밀, 엄마 병, 이밖에 얘기하고 싶은 건 잔뜩 있었다

→ 형 비밀, 엄마 병, 이밖에 여러 가지를 잔뜩 얘기하고 싶었다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4》(삼양출판사,2013) 78쪽


노려보는 사람, 개의치 않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였지

→ 노려보는 사람, 쳐다보지 않는 사람처럼 여러 가지였지

→ 노려보는 사람, 쳐다보지 않는 사람에 여러 가지였지

→ 노려보는 사람,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며 여러 가지였지

→ 노려보는 사람, 쳐다보지 않는 사람 들들 여러 가지였지

《츠키코/서현아 옮김-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 1》(학산문화사,2015) 12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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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포대 布袋


 밀가루 부대 → 밀가루 자루

 돈을 넣은 부대 → 돈을 넣은 자루

 채소를 부대에 넣어서 → 남새를 자루에 넣어서


  ‘포대(布袋)’는 “1. = 베자루 2. 물건을 ‘포대’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포(包)”처럼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포’는 “= 포대(布袋)”로 풀이해요. ‘포대’나 ‘포’나 같은 낱말인 셈인데, 예부터 한국말로는 ‘자루’라고 합니다. ‘포대’를 ‘푸대’처럼 쓰기도 하면서 ‘쌀포대·쌀푸대’ 같은 말도 퍼지는데 ‘쌀자루’로 손질해 주면 됩니다. 2016.7.17.해.ㅅㄴㄹ



사람들은 그 사다리를 이용해 비료 포대를 메고 내려오고 있었다

→ 사람들은 그 사다리를 타고 비료 자루를 메고 내려왔다

《김수미-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중앙M&B,2003) 139쪽


20킬로그램 한 포대에

→ 20킬로그램 한 자루에

《황규관-패배는 나의 힘》(창비,2007) 12쪽


그들과 구입한 것은 쌀과 설탕 한 포대, 식용유 한 통 정도였다

→ 그들과 장만한 것은 쌀과 설탕 한 자루, 식용유 한 통쯤이었다

《강제욱·이명재·이화진·박임자-젊음, 나눔, 길 위의 시간》(포토넷,2008) 16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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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허공 虛空


 허공 속으로 사라지다 → 하늘로 사라지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 →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

 허공에다 대고 삿대질을 하다 → 하늘에다 대고 삿대질을 하다

 허공에다 주먹을 휘둘러 댔다 → 하늘에다 주먹을 휘둘러 댔다

 허공에 뜨다 → 하늘에 뜨다


  ‘허공(虛空)’은 “텅 빈 공중”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공중(空中)’은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을 가리킨다는데, ‘하늘’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러한 뜻풀이를 잘 살피면 ‘허공’은 “텅 빈 하늘”을 가리키는 셈이고, ‘공중’은 “하늘과 땅 사이에 빈 곳”을 가리키는데, ‘하늘’은 “땅 위쪽으로 보이는 모든 곳”을 가리켜요. ‘허공’이나 ‘공중’은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 같은 낱말이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허공·공중’은 모두 ‘하늘’을 가리키지요. 왜냐하면 ‘하늘’은 “텅 빈 곳”이라고 여길 만하거든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 거지중천·허공중”처럼 두 가지 비슷한말을 다루는데, ‘거지중천(居之中天)’이나 ‘허공중(虛空中)’ 모두 “= 허공”으로 풀이합니다. 그렇지만 두 한자말을 쓸 일은 없어 보여요. 2016.7.16.흙.ㅅㄴㄹ



오래지 않아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허공을 가득 채웠어요

→ 오래지 않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하늘을 가득 채웠어요

→ 오래지 않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하늘을 가득 채웠어요

《디터 콘제크/김경연 옮김-색깔을 부르는 아이》(풀빛,2002) 18쪽


살과 살이 섞이면 형언할 수 없는 리듬이 허공에 가득 찬다

→ 살과 살이 섞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락이 하늘에 가득 찬다

→ 살과 살이 섞이면 말로 그릴 수 없는 가락이 빈 하늘에 가득 찬다

《황규관-패배는 나의 힘》(창비,2007) 10쪽


식량 부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는 허공으로 흩어진다

→ 식량 부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는 하늘로 흩어진다

→ 먹을거리가 곧 바닥난다는 말은 텅 빈 하늘로 흩어진다

《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옮김-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삼천리,2010) 246쪽


나는 허공을 나는 새와 대화를 하고

→ 나는 하늘을 나는 새와 얘기를 하고

→ 나는 저 하늘을 나는 새와 얘기를 하고

《황헌만-임진강, 황헌만의 사진기행》(역사만들기,2011) 머리말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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