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무구 無垢


 나의 무구를 변명하긴 싫었다 → 내 깨끗함을 둘러대긴 싫었다

 무구한 눈빛 → 맑은 눈빛

 무구한 어린아이 → 깨끗한 어린아이 / 티없는 어린아이

 무구한 한국의 멋 → 해맑은 한국 멋 / 정갈한 한국 멋

 무구한 심정의 소유자 → 맑은 마음인 사람 / 마음이 깨끗한 사람


  ‘무구(無垢)하다’는 “1. 때가 묻지 않고 맑고 깨끗하다 2.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 순박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맑으니 ‘맑다’라 하고, 깨끗하니 ‘깨끗하다’라 할 테지요. 꾸미지 않으니 ‘꾸밈없다’라 하고, 수수하니 ‘수수하다’라 할 테고요. ‘해맑다’나 ‘정갈하다’ 같은 낱말을 쓸 수 있고, 한국말사전에는 없으나 ‘티없다’ 같은 낱말을 새롭게 써 볼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다음처럼 다섯 가지 한자말을 더 싣는데, 거의 쓸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굿 도구”이든 “춤 도구”이든 한자말로 애써 지어서 써야 하지 않고, “늙은 무당”은 이 뜻 그대로 쓰면 돼요. ‘유마’라는 사람 이름을 가리키는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 두 가지나 실어야 하지 않습니다. ‘무구’이든 ‘병구’이든 “전쟁 도구”나 ‘무기’라고만 써도 넉넉할 테고요. 2016.7.23.흙.ㅅㄴㄹ


무구(巫具) :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

무구(巫) : 늙은 무당

무구(武具) = 병구(兵具)

무구(無垢) = 유마(維摩)

무구(舞具) : 춤을 출 때 사용하는 도구



무구(無垢)한 자(者)가 고통의 가시밭길을 영원히 헤쳐 나지 못할 때

→ 맑고 깨끗한 사람이 괴로운 가시밭길을 도무지 헤쳐 나지 못할 때

→ 수수하고 꾸밈없는 사람이 고단한 가시밭길을 끝내 헤쳐 나지 못할 때

→ 맑고 수수한 이가 고달픈 가시밭길을 끝끝내 헤쳐 나지 못할 때

《엘리 위젤/곽무섭 옮김-벽 너머 마을》(가톨릭출판사,1981) 1쪽


선생님의 순진무구한 표정들과 마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

→ 선생님 곁에서 맑은 얼굴과 마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

→ 꾸밈없는 선생님 얼굴과 마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

《조문호·김종구-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눈빛,2013) 후기


부끄러움을 모르는 신생아와 같은 무구함

→ 부끄러움을 모르는 갓난아기와 같은 깨끗함

→ 부끄러움을 모르는 아기와 같은 해맑음

《야마다 레이/김보미 옮김-나루사와는 맛있게 먹는 얼굴을 사랑한다 1》(AK 코믹스,2016) 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살벌 殺伐


 많은 민간인을 살벌하였다 → 많은 민간인을 죽였다

 살벌한 공기 → 무서운 공기 / 무시무시한 바람

 살벌한 기세 → 무서운 흐름

 살벌한 땅 → 무시무시한 땅 / 거칠고 무서운 땅

 분위기가 살벌하다 → 기운이 무섭다 / 기운이 차디차다

 살벌한 경쟁의 도시 → 무서운 경쟁 도시 / 무섭게 다투는 도시


  ‘살벌(殺伐)’은 “1. 행동이나 분위기가 거칠고 무시무시함 2. 병력으로 죽이고 들이침”을 뜻한다고 합니다. 거칠고 무시무시하다면 “거칠고 무시무시하다”라 말하면 되고, 죽이고 들이친다면 “죽이고 들이치다”라 말하면 돼요. 또는 ‘거칠다’나 ‘무시무시하다’ 하나만 말하면 되고, ‘죽이다’ 하나만 말하면 되지요. 무시무시할 적에는 ‘무섭다’고도 할 만하고, 이러한 흐름이나 기운은 ‘차갑다’거나 ‘차디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2016.7.23.흙.ㅅㄴㄹ



그런 살벌한 경쟁에 이기고 살아남아도

→ 그런 차가운 경쟁에 이기고 살아남아도

→ 그런 무서운 싸움에 이기고 살아남아도

→ 그런 무시무시한 다툼에 이기고 살아남아도

《이오덕-무엇을 어떻게 쓸까》(보리,1995) 95쪽


그때 내 사진도 이렇게 살벌할 것이다

→ 그때 내 사진도 이렇게 차가울 것이다

→ 그때 내 사진도 이렇게 차디차리라

→ 그때 내 사진도 이렇게 무서우리라

《박노해-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느린걸음,2005) 82쪽


아름답지만 살벌한 호수를 동경하는 것은

→ 아름답지만 차가운 못을 그리는 것은

→ 아름답지만 거칠고 무서운 못을 그린다면

《김병훈-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터치아트,2009) 25쪽


살벌한 풍경을 원풍경, 고향의 풍경으로 해서 자라난 사람들

→ 무시무시한 풍경을 바탕, 고향 풍경으로 해서 자라난 사람들

→ 거칠고 메마른 곳을 바탕, 고향 풍경으로 해서 자라난 사람들

→ 차갑고 무서운 모습을 바탕, 고향 풍경으로 해서 자라난 사람들

《시노하라 오사무/강용조 옮김-토목을 디자인하다》(동녘,2010) 210쪽


살벌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 무서운 말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 무시무시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 차가운 말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손석춘-10대와 통하는 기독교》(철수와영희,2013) 181쪽


저 흉터 너무 살벌하다

→ 저 흉터 너무 무섭다

→ 저 흉터 너무 무시무시하다

→ 저 흉터 너무 차갑다

《야마다 레이/김보미 옮김-나루사와는 맛있게 먹는 얼굴을 사랑한다 1》(AK 코믹스,2016) 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실없다 實-


 실없는 사람 → 속없는 사람 / 미덥잖은 사람 / 부질없는 사람

 실없는 소리 → 속없는 소리 / 뜻없는 소리 / 부질없는 소리

 실없게 행동하지 마라 → 속없이 굴지 마라

 실없는 생각에 피식 웃다 → 덧없는 생각에 피식 웃다

 실없이 하는 말 → 뜻없이 하는 말 / 부질없이 하는 말

 실없이 굴다 → 속없이 굴다 / 미덥지 않게 굴다


  ‘실(實)없다’는 “말이나 하는 짓이 실답지 못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실(實)답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운 데가 있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러니 미덥지 못하거나 꾸밈이 있거나 거짓이 있거나 참답지 못할 적에 ‘실없다’를 쓰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미덥지 못하다”나 “꾸밈이 있다”거나 “거짓이 있다”거나 “참답지 못하다”고 하면 돼요. ‘속없다’나 ‘덧없다’나 ‘뜻없다’나 ‘부질없다’로 손볼 수도 있습니다. 2016.7.22.쇠.ㅅㄴㄹ



실없는 화풀이

→ 덧없는 성풀이

→ 부질없는 성풀이

→ 뜻없는 성풀이

《김혜린-비천무 1》(대원,1997) 208쪽


100배쯤 높은 고료를 받아 챙길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실없는 생각도

→ 100곱쯤 높은 글삯을 받아 챙길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덧없는 생각도

→ 100곱쯤 높은 글삯을 받아 챙길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윤구병-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휴머니스트,2010) 31쪽


어린 시절의 실없는 약속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나를

→ 어릴 적 부질없는 다짐을 알뜰히 간직하는 나를

→ 어린 때에 맺은 덧없는 다짐을 애틋이 간직한 나를

《타니카와 후미코/강동욱 옮김-사야와 함께 2》(대원씨아이,2012) 140쪽


나는 그렇게 못되고 실없는 장난은 치지 않았다

→ 나는 그렇게 못되고 덧없는 장난은 치지 않았다

→ 나는 그렇게 못되고 속없는 장난은 치지 않았다

→ 나는 그렇게 못되고 바보스런 장난은 치지 않았다

《필리파 피어스/햇살과나무꾼 옮김-마법 같은 하루》(논장,2012) 10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406 : 고성의 외침



고성의 외침

→ 외침

→ 외치는 말

→ 큰 소리

→ 높은 목소리


고성(高聲) : 크고 높은 목소리

외치다 : 남의 주의를 끌거나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큰 소리를 지르다



  크게 소리를 지르기에 ‘외치다’라고 해요. 이 보기글에서는 ‘외침’이라고만 써야 알맞습니다. 또는 “높은 목소리”라고만 써야지요. “목소리를 크게 내다”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2016.7.22.쇠.ㅅㄴㄹ



고성의 외침이 점점 커졌다

→ 외치는 소리가 자꾸 커졌다

→ 외치는 소리가 차츰 커졌다

→ 높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황근하 옮김-좋은 인생 실험실》(샨티,2016) 6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413 : 바라보는 시각



바라보는 시각도

→ 바라보는 눈도

→ 바라보는 매무새도

→ 바라보는 모습도


시각(視角) :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

관찰(觀察)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시각’이라는 한자말은 ‘보는’ 몸짓이나 매무새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바라보는 시각”이나 “보는 시각”이나 “살펴보는 시각”처럼 적으면 모두 겹말이 됩니다. 한자말 ‘시각’을 쓰고 싶다면 “마주하는 시각”처럼 써야 올발라요. 다만, “보는 눈”으로 쓰면 되고, “바라보는 눈”으로 쓰면 한결 쉽습니다. “보는 눈길”이나 “바라보는 눈결”처럼 쓰면서 느낌을 깊거나 넓게 다스려 볼 수 있어요. 2016.7.22.쇠.ㅅㄴㄹ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눈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눈길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눈결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표창원·오인영·선우현·이희수·고병헌-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철수와영희,2016) 3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