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은은 隱隱


 은은하게 보이는 먼 산 → 어슴푸레 보이는 먼 산 / 흐릿하게 보이는 먼 산

 달빛이 은은하게 비친다 → 달빛이 흐릿흐릿 비친다 / 달빛이 어슴푸레 비친다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 → 아득히 들려오는 종소리 / 잔잔히 들려오는 종소리


  ‘은은(隱隱)하다’는 “1.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고 어슴푸레하며 흐릿하다 2. 소리가 아득하여 들릴 듯 말 듯 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슴푸레하다’나 ‘흐릿하다’나 ‘아득하다’로 손보면 됩니다. 때로는 ‘아슴푸레하다’나 ‘아련하다’나 ‘아렴풋하다’로 손볼 수 있고, ‘차분하다’나 ‘부드럽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은은(殷殷)하다’를 “들려오는 대포, 우레, 차 따위의 소리가 요란하고 힘차다”를 뜻한다면서 싣지만,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으니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2016.8.22.달.ㅅㄴㄹ



살구나무의 꽃은 향기가 얼마나 은은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은 냄새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잔잔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차분한지 모른다

《도종환-시 창작 교실》(실천문학사,2005) 7쪽


딸기는 등불처럼 은은하게 빛나고요

→ 딸기는 등불처럼 잔잔하게 빛나고요

→ 딸기는 등불처럼 부드럽게 빛나고요

→ 딸기는 등불처럼 고요하게 빛나고요

《케빈 헹크스/최순희 옮김-나에게 정원이 있다면》(시공사,2010) 22쪽


은은한 아이리스 향기

→ 잔잔한 아이리스 냄새

→ 상긋한 아이리스 내음

→ 고요한 아이리스 꽃내

《나탈리 민/바람숲아이 옮김-숲을 사랑한 소년》(한울림어린이,2015) 1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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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피곤 疲困


 피곤을 느끼다 → 고달프다고 느끼다

 그는 피곤에 지쳐 → 그는 지쳐 / 그는 힘들고 지쳐

 피곤이 몰려와 → 고단함이 몰려와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 조금도 고달픈 낌새가 없다

 극도로 피곤하건만 → 몹시 고달프건만 / 몹시 지치건만


  ‘피곤(疲困)’은 “몸이나 마음이 지치어 고달픔”을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은 “≒ 피핍”처럼 비슷한말을 싣는데, ‘피핍(疲乏) = 피곤(疲困)’이라 합니다. 그런데 ‘피핍’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아무튼 ‘피곤’은 ‘지치다’나 ‘고달프다’로 손보면 됩니다. 때로는 ‘힘들다’나 ‘힘겹다’로 손볼 수 있어요. 2016.8.21.달.ㅅㄴㄹ



메뚜기는 피곤했어요

→ 메뚜기는 고달팠어요

→ 메뚜기는 지쳤어요

《아놀드 로벨/엄혜숙 옮김-길을 가는 메뚜기》(비룡소,1998) 62쪽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죠

→ 너무 고달파서 죽을 것 같았죠

→ 너무 고단해서 죽을 듯했죠

→ 너무 지쳐서 죽을 듯했죠

《주디스 커/박향주 옮김-모그야, 잘 가》(대교출판,2005) 1쪽


피곤해서 지쳐 버렸던 것이지요

→ 지쳐 버렸던 셈이지요

→ 고달프고 지쳐 버렸지요

《마츠오카 쿄오코/송영숙 옮김-워거즐튼무아》(바람의아이들,2013) 29쪽


물론 피곤하긴 하지

→ 뭐 고달프긴 하지

→ 뭐 힘겹긴 하지

→ 뭐 지치긴 하지

《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은수저 5》(학산문화사,2013) 175쪽


재밌는 일도 있지만 피곤한 일도 많이 생긴다

→ 재밌는 일도 있지만 지치는 일도 많이 생긴다

→ 재밌는 일도 있지만 고달픈 일도 많이 생긴다

→ 재밌는 일도 있지만 힘든 일도 많이 생긴다

《송정임·김종관-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뿌리와이파리,2015) 2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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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습득 習得


 기술 습득 → 기술 배우기

 정보 습득 → 정보 얻기

 지식 습득 → 지식 갖추기

 교육을 통해 습득된 지식 → 교육으로 얻은 지식 / 배워서 익힌 지식

 후천적으로 습득되다 → 나중에 익히다

 선진 기술을 습득하다 → 앞선 기술을 배우다

 지식을 습득하다 → 지식을 배우다

 언어를 습득하다 → 말을 배우다


  ‘습득(習得)’은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배워서 자기 것으로 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배워’서 ‘얻는’ 일을 가리키지요. 그래서 ‘배우다’나 ‘얻다’로 손볼 만하고, ‘익히다’나 ‘갖추다’로 손볼 수 있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습득(拾得)’을 “중국 당나라의 정관(貞觀) 시대의 승려”를 가리킨다면서 싣지만, 중국 스님 이름까지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당시 일본어 습득에 필요한 교재 확보가 쉽지 않았던 반면

→ 그무렵 일본말을 배울 때에 쓸 교재를 얻기가 쉽지 않았으나

→ 그즈음 일본말을 배움며 쓰는 교재를 얻기가 쉽지 않았지만

《손준식·이옥순·김권정-식민주의와 언어》(아름나무,2007) 142쪽


삼각비공식을 반드시 습득할 필요는 없다

→ 삼각비공식을 반드시 익혀야 하지는 않다

→ 삼각비공식을 반드시 배워야 하지는 않다

《하워드 가드너/류숙희 옮김-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사회평론,2015) 179쪽


난 거기서부터 고독을 습득한 것이 틀림없다

→ 난 거기서부터 외로움을 익힌 것이 틀림없다

→ 난 거기서부터 틀림없이 쓸쓸함을 익혔으리라

→ 난 거기서부터 틀림없이 쓸쓸함을 배웠으리라

《조용미-나의 다른 이름들》(민음사,2016) 4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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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조직화


 대중의 조직화를 꾀하다 → 대중을 한덩이로 묶으려고 꾀하다

 저항은 조직화되어 가고 있다 → 저항은 하나로 뭉쳐져 간다

 민주 세력이 조직화하다 → 민주 세력이 한데 모이다

 업무 체계를 조직화하다 → 업무 체계를 탄탄히 세우다

 대원들을 조직화하다 → 대원들을 한데 묶다


조직화(組織化) :사물이 일정한 질서를 갖고 유기적인 활동을 하게끔 통일이 이루어짐

조직(組織) : 1. 짜서 이루거나 얽어서 만듦 2.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룸



  ‘조직’이라는 낱말을 쓰려 한다면 “조직을 이루다”나 “조직을 세우다”처럼 쓸 때에 알맞습니다. ‘조직 + 화’ 꼴에 ‘-되다’를 붙이면 겹말이기도 하고, 뜻이 또렷하지 않아요. ‘조직 + 화’ 꼴에 ‘-하다’를 붙일 적에도 ‘조직화’가 어떤 모습인지 잘 드러나지 않아요. “하나로 모으다”인지 “한덩이가 되도록” 하려는지 “하나로 뭉치다”인지 “한데 묶다”인지 찬찬히 살펴서 쓰면 됩니다.



1920년대 전반에는 노동자를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 1920년대를 통틀어 노동자 조직을 이루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 1920년대를 통틀어 노동자 조직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 1920년대에는 노동자를 한덩이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 1920년대에는 노동자를 하나로 뭉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미즈노 나오키·문경수/한승동 옮김-재일조선인》(삼천리,2016) 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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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열정적


 열정적인 사랑 → 뜨거운 사랑 / 불타는 사랑

 열정적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 힘껏 바이올린을 켰다

 음악에 관한 일이면 열정적이다 → 음악과 얽힌 일이면 타오른다

 열정적 어조로 말을 한 후 → 뜨거운 말씨로 말을 한 뒤

 열정적 삶 → 뜨거운 삶 / 온사랑을 바친 삶


  ‘열정적(熱情的)’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열렬(熱烈)’은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이나 태도가 매우 맹렬하다”를 가리키고, ‘맹렬(猛烈)’은 “기세가 몹시 사납고 세차다”를 가리키며, ‘애정(愛情)’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킨다고 해요. 그러니 어떤 일을 몹시 사랑하는 마음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때에는 ‘뜨겁다’나 ‘불타다’나 ‘타오르다’ 같은 낱말을 써 볼 만해요. ‘힘껏’이나 ‘힘차게’를 써 볼 만하고, ‘신나게’나 ‘온힘 다해’로 손볼 만합니다. 2016.8.21.해.ㅅㄴㄹ



한국은 아주 열정적이다

→ 한국은 아주 열정이 넘친다

→ 한국은 아주 뜨겁다

→ 한국은 아주 화끈하다

《정구미-한국·일본 이야기》(안그라픽스,2005) 25쪽


이런 열정적인 수집은 목록을 작성하고

→ 이런 신나는 모으기는 목록을 짜고

→ 이런 재미나는 모으기는 목록을 쓰고

→ 이렇게 신나게 모으면 목록을 엮고

→ 이처럼 재미나게 모으면 목록을 짓고

《폴 제닝스/권혁정 옮김-책벌레 만들기》(나무처럼,2005) 135쪽


자기를 열정적으로 바칠 사람

→ 나를 뜨겁게 바칠 사람

→ 온몸을 기꺼이 바칠 사람

→ 몸과 마음을 힘껏 바칠 사람

《웬델 베리-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2006) 68쪽


나는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마당을 가꿨다

→ 나는 꾸준히 씩씩하게 마당을 가꿨다

→ 나는 바지런히 힘차게 마당을 가꿨다

《마르야레나 렘브케/김영진 옮김-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시공사,2006) 63쪽


어째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계속 수영만 하는 건지

→ 어째서 그렇게 뜨겁게 꾸준히 수영만 하는지

→ 어째서 그렇게 씩씩하고 꾸준히 수영만 하는지

→ 어째서 그렇게 자꾸 힘껏 헤엄만 치는지

《모리모토 코즈에코/양여명 옮김-코우다이 가 사람들 2》(삼양출판사,2015) 36쪽


건국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자치 조직을 열정적으로 만들었다

→ 건국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자치 조직을 힘차게 열었다

→ 건국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자치 조직을 힘껏 꾸렸다

→ 건국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자치 조직을 온힘 다해 이루었다

《미즈노 나오키·문경수/한승동 옮김-재일조선인》(삼천리,2016) 11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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