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8. 찾아온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든 일이나 놀이는 마음에 따라서 다릅니다. 쉽다고 생각하니 쉽고, 안 쉽다고 생각하니 안 쉬워요. 어렵다고 생각하니 어렵고, 안 어렵다고 생각하니 안 어렵습니다. 삶하고 죽음도 매한가지입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삶을 지으면서 삶을 글이나 말로 담아냅니다. 죽음을 생각하니 죽음을 지으면서 죽음길로 차근차근 걸어갑니다.


  말꽃짓기를 할 적에는 “오늘 반드시 끝내겠어!” 같은 생각을 안 합니다. “오늘까지 익히고 받아들인 길에서 풀어내고 지나가자.”고 여깁니다. 두 가지 한자말 ‘만년(晩年·萬年)’을 놓고 꽤 여러 해 실랑이를 하다가 비로소 매듭을 짓고 지나가는데, 우리가 오래도록 익히 쓰던 말씨가 참 많더군요. 우리가 저마다 어떤 말씨로 ‘만년’을 가리킬 낱말을 펼쳤는가 하는 쓰임새가 낱낱이 떠올라서 제 혀끝을 스쳐 손끝으로 스며들기까지 여러 해 걸린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얼핏 보면 글손질이나 다듬기이지만, 곰곰이 보면 제자리에 제대로 쓰는 즐거운 말씨를 상냥하게 헤아려서 온몸으로 녹이는 길입니다. 자꾸 넘어지던 아이가 다릿심을 길러 걷다가 달리고 뛰는 길하고 매한가지예요. 글쓰기가 어렵다고 여기는 분은 스스로 올챙이 적을 잊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이 몸이 아닌, 아기였던 예전 몸을 떠올려요. 어떻게 걸었나요? 어떻게 말꼬를 틔웠나요? 어떻게 수저를 집었나요? 어떻게 웃었나요?


  글쓰기를 둘러싸고서 숱한 책이 나오지만, 바로 이 수수께끼는 일부러 안 건드리는 듯싶습니다. 글쓰기란 말하기처럼 쉽거든요. 수다 못 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사람을 잔뜩 불러모은 자리에서 펴는 이야기 말고, 마음 맞는 사이에 속닥속닥하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아니, 두 다리가 멀쩡히 있으면서 못 걷는다든지, 가슴이 멀쩡히 있으면서 숨을 못 쉬는 사람이 있는가요? 두 눈을 뜨면 뭔가 보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글이란, 우리 생각을 그저 머리끝에서 혀끝을 거쳐 손끝으로 옮기는 가벼운 소꿉놀이입니다. 그냥 쓰면 되고, 신나게 쓰면 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쓰면 됩니다. 다만, 아기가 걸음을 가다듬듯, 우리 생각을 담아낼 낱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추슬러야지요. 한자말이냐 영어냐를 따지기보다는, 제대로 제자리에 쓰는 말씨인가 하고 살필 노릇입니다. 제대로 제자리에 쓸 말씨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다 보면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미국스러운 말씨는 감쪽같이 사라진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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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4. 배우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배우자’를 우리말로 풀어내기란 쉽습니다. 다만 쉽기는 쉬운데, 이제 끝났겠거니 하고 여길 적마다 새 쓰임새가 튀어나옵니다. 아니, 우리말로 때랑 곳에 따라서 알맞게 쓰는 말씨가 떠올라요. 먼저, ‘배우자’란 한자말은 ‘짝’을 가리킵니다. 가장 수수한 쓰임새예요. 다음으로 ‘곁짝’이요, ‘곁사람’이지요. 이윽고 ‘사랑’으로 닿고, 수수하게 쓰는 ‘임자’나 ‘그이’나 ‘각시’나 ‘이녁’이 뒤따릅니다. 이쯤에서 마칠 수 있으나 ‘사랑짝’처럼 새말을 지을 만하고, 저는 여기에 ‘곁님’을 곁들입니다. 슬슬 마칠까 싶더니 ‘분’으로도 가리키고 ‘님’으로도 나타내요. 짝이면서 ‘짝꿍·짝지’가 있으니 ‘곁짝꿍·곁짝지’가 되기도 합니다.


  한자말 ‘가장(家長)’을 놓고도 매한가지예요. 10분쯤이면 매듭지을까 싶더니 자꾸 새 쓰임새가 떠올라 하루를 넘기고 이틀을 보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몇 해 앞서 ‘가장’을 좀 손질하다가 남겨 놓았어요. 바탕으로는 ‘집지기·집임자’이니 ‘지기·임자’나 ‘기둥’으로 손질할 만한데, ‘들보·대들보’라는 낱말로도 가리켜요. 이뿐인가요. ‘이끌다·끌다’에 ‘거느리다·다스리다’에 ‘꾸리다·돌보다·보살피다’를 돌아서 ‘아우르다·건사하다·지키다’로 뻗어요.


  곰곰이 보면 우리 낱말책 가운데 우리말 씀씀이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여태 없지 싶습니다. ‘배우자 → 짝. 곁짝. 임자. 그이’나 ‘가장 → 집지기. 기둥. 들보’로만 다룰 수 없어요. 숱한 자리에서 사람마다 새롭게 바라보면서 찬찬히 담아내는 말결을 살피면서 어우르는 눈빛이 있어야 합니다.


  말맛(어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결을 짚어야 말맛이 되겠지요. 왜 사람들이 때에 따라서 ‘배우자’를 ‘님’으로도 ‘분’으로도 ‘사랑’으로도 ‘짝’으로도 알맞고 부드러이 나타내는가를 살펴야 참다이 말맛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곳에 따라서 ‘가장’을 ‘지키다’로도 ‘돌보다’로도 ‘보듬다’로도 ‘건사하다’로도 ‘거느리다’로도 나타내는가를 읽어야 슬기로이 말맛이에요. ‘고독’이란 한자말하고 ‘외롭다’ 같은 우리말이 말맛이 다르다고 갈라 보았자, 이때에는 ‘혀에 길든 글맛’일 뿐입니다. 삶을 헤아리면서 가누거나 가리는 말맛은 ‘한자말하고 우리말로 가르’지 않아요. ‘우리가 지은 삶에서 피어나는, 우리가 지은 말로 생각을 담아내는 자리’에서 비로소 말맛이 뭉게뭉게 자라나서 퍼집니다.


  이렇기에 《우리말 어감 사전》이 아쉽지요. 뉘앙스나 어감에 갇혀서는 말맛을 못 읽습니다. 아니, 뉘앙스나 어감에 낱말을 가둘 적에는 사람들 스스로 누구나 예부터 즐겁게 펴던 말빛에 도사리는 말결을 나누던 말맛을 그만 죽이기 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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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3. 엑기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서너 해쯤 앞서 “영어 손질 꾸러미(영어 순화 사전)”를 갈무리하면 좋겠다고 여쭌 분이 ‘엑기스’란 낱말을 놓고 한참 헤매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왜 힘들지?’ 하고 아리송했어요. 그분은 ‘엑기스’가 영어가 아닌 일본말인 줄 알기는 하지만 어떻게 풀거나 옮겨야 할는지 못 찾았다고 하셔요.


  일본말이나 영어나 한자말이나 독일말, 또는 네덜란드말이나 포르투갈말이나 에스파냐말을 쓴대서 잘못이 아닙니다. 생각을 안 하는 채 쓰기에 말썽이 됩니다. ‘엑기스’ 같은 얄딱구리한 말씨가 이 땅에 깃들기 앞서도 ‘엑기스란 말로 가리킬 살림’은 이 땅에도 어엿하게 있습니다. 그러니 예전에 살림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가리켰을까 하고 생각하면 돼요. 또는 시골에서 살림하는 사람들 말씨를 헤아리면 되고, 집에서 수수하게 살림지기 노릇을 하던 할머니나 어머니 말씨를 떠올리면 되어요.


  우리말은 ‘알뿌리’이지만, ‘구근’이란 한자말을 써야 꽃밭일(원예·조경)을 하는 듯하다고 여기는 꾼(전문가)이 많습니다. ‘알뿌리’는 석 글씨라 길다고 손사래치는 분도 있어요. 이때에는 빙그레 웃으며 “옛날에는 그냥 ‘알’이라고만 했어요. ‘알’은 글씨가 하나라 더 짧은걸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어느덧 꽤 퍼진 ‘대리운전’이란 말씨가 있어요. 일본에서 들어온 이름입니다. 우리는 툭하면 일본말을 그냥 끌어들이면서 일본을 꾸짖거나 나무라는데요, 겉속이 다르고 앞뒤가 일그러진 꼴입니다. ‘대리운전’ 한 마디도 우리말로 지을 생각을 못 한다면 일본을 나무랄 주제가 못 돼요. 그러나 저는 부릉이(자동차)를 안 모는 사람이라서 이런 일을 맡길 까닭이 없다 보니 아예 생각조차 안 하며 지냈어요. 어느 책을 읽다가 비로소 ‘대리운전’이란 말씨를 보고는 “아, 더는 안 되겠구나” 하고 여기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누구를 불러서 부릉이를 몰아 달라고 한다면, 또 제가 누구 부릉이를 몰아서 옮겨다 준다면, 이러한 일을 어떤 이름으로 가리켜야 서로 어울리고 즐거우면서 이 삶터가 아름다울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첫째로 바탕은 ‘모시다’입니다. ‘대리’란 한자말은 ‘맡다·심부름·몫·돕다’가 밑뜻입니다. “과장 대리”란 “과장을 맡다·과장 심부름·과장 몫·과장 도움이”를 가리켜요. 그 자리에 서지는 않되 그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기에 한자말 ‘대리’를 쓰지요. 이런 얼거리를 더 들여다보니 ‘모시는 길·모시는 손’이 생각나고, 단출히 ‘모심길·모심손’ 같은 이름을 지을 만하겠구나 싶어요.


  그나저나 ‘엑기스’는 어떻게 옮길까요? 첫째는 ‘우리다·짜다·뽑다’입니다. 둘째는 수수하게 ‘물’입니다. 셋째는 ‘단물’이지요. 넷째는 ‘알짜·알맹이·고갱이·벼리’요, 다섯째는 ‘알차다·노른자’이고, 여섯재는 ‘몸통·몸·씨알·알·톨’입니다.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는 그때그때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가다듬으면 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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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1. 책숲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밤 두 시부터 이은 글살림은 이제 접을 때라고 여길 무렵, 고흥군 도의원으로 일하는 이웃님이 “최종규 씨가 폐교에 운영하는 도서관을 살릴 기획안 좀 보내 주시겠어요?” 하고 묻습니다. 지난 물날(수요일)에 매듭지으려 했으나 지난 물날에는 2021년 6월에 선보일 《곁책》 석벌손질(3교)을 마무리하느라 ‘시골 폐교 활용방안 기획서’를 못 썼어요. 이제 집안일을 하고, 오늘몫 앵두를 훑고, 비를 맞으며 매화알을 딸까 했는데, 부랴부랴 ‘책숲뜰’이란 이름으로 시골 폐교를 새롭게 살리는 길을 놓고서 한참 글자락을 꾸밉니다.


  비로소 마치고서 고흥군 도의원 이웃님한테 띄웠어요. 오늘처럼 함박비가 오는 날은 옷을 다 벗고서 마당이나 뒤꼍에서 신나게 비놀이를 하는데, 이 함박비를 그저 노래로만 듣고서 글자락을 꾸미자니 조금 섭섭합니다. 그러나 비는 또 다시 찾아오겠지요.


  책(문화) + 숲(자연) + 뜰(산책·놀이)를 하나로 묶자는 ‘책숲뜰’입니다. 이제 흔하게 쓰는 ‘책마을’ 같은 이름은 굳이 안 써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이름 ‘책숲뜰’은 아마 대여섯 해 앞서 처음 지어 보았는데, 올해에는 또는 이듬해에는 제대로 꽃피울 수 있을까요? 책숲뜰이란 이름이 꽃피울 수 있다면, 저는 이 이름도 살포시 내려놓고서 또 새롭게 이름을 짓는 길을 걸을 테지요. 저는 부릉이(자가용)를 몰지 않고 뚜벅이로 살아가다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니, 걷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즐거이 쓸 이름이 새롭게 떠오르곤 합니다.


  손발로 짓는 책이자 숲이자 뜰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몸하고 온마음으로 가꾸는 뜰이요 숲이며 책이라고 봅니다. 모든 길은 밑바탕이 사랑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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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0. 기본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아이들이 밥을 짓고 살림을 여러모로 거들기에 바쁠 적에 일손을 크게 덥니다. 이때마다 “고맙구나. 멋져. 아름다워. 맛있어. 사랑해.” 같은 말을 잇달아 들려줍니다. 올여름에 새로 나올 《곁책》을 놓고서 글손질에 왜 이리 품이 많이 들까 하고 돌아보니 ‘곁’이란 이름을 붙여서 책을 이야기하자니 웬만한 낱말책(사전)하고 똑같이 토씨 하나까지 더욱 꼼꼼히 따질밖에 없겠더군요. 그냥저냥 좋구나 싶은 책을 다룰 《곁책》이 아닌, 참으로 곁에 두고서 되읽거나 되새길 만한 책이란 무엇일까 하고 이야기하려니, 읽고서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손질합니다.


  새로 태어날 책을 읽으시면 다들 알 수 있기도 할 텐데, 리영희 님이 남긴 말을 가슴에 새긴다는 사람이 많다지만, 정작 제대로 새기는 사람은 드물지 싶어요. 떠난 어른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 했습니다. 아무래도 옛글로 삶을 익힌 분이라 ‘좌우의’를 썼고, 이 땅에서 ‘왼(좌)’이 너무 짓밟힌 길을 바로잡거나 추스르려고 이 말씨를 달았을 텐데, 새는 오른날개뿐 아니라 왼날개가 있어야 납니다. 거꾸로, 왼날개로만 날 새도 없어요. 왼날개 곁에는 오른날개가 있어야지요. 새뿐인가요? 나비하고 벌하고 풀벌레도 매한가지입니다. 왼오른이 ‘똑같’아야 합니다. 왼오른날개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모자라거나 크면 기우뚱하지요.


  어린이한테 들려줄 쉬운 말로 하자면 “두 날개”입니다. 굳이 왼쪽하고 오른쪽을 가를 까닭이 없어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아야 합니다. 복판(중도)에 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둥이 서야 하고, 뿌리를 내려야지요. 삶이라는 줄기·기둥이 서고, 사랑이라는 뿌리를 내리면서, 생각이라는 머리를 틔우고 눈을 뜰 노릇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를 돌아보면 왼쪽·오른쪽은 그저 싸우고 다투고 겨룰 뿐입니다. 어깨동무를 도무지 안 해요. 스스로 왼쪽이라 일컫든 오른쪽이라 내세우든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보입니다. 왼길이 무엇이고 오른길이 무엇인가조차 제대로 안 배우면서 입(이론)으로만 떠드는구나 싶어요. 더구나 싸움박질을 하더라도 서로 어떤 길을 가는가 살피면서 서로 모자라거나 덜되거나 아쉽거나 얄궂은 대목을 다독이도록 더욱 배워야 할 텐데, 배움길이란 없이 싸움길만 두드러지는구나 싶어요.


  석벌손질(3교)을 마쳐서 출판사에 글꾸러미를 보내면서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저는 왼길도 오른길도 못마땅합니다. 그저 ‘두 길’을 고르게 바라보면서 ‘숲길’을 ‘사랑길·살림길’로 짓는 ‘삶길’에 설 생각입니다. 이러다 보니 저를 거북하게(불편하게) 여기는 분이 많아요. 둘레에서 자꾸 “자네, 저쪽 당 사람인가?” 하는데 “저는 이 당도 저 당도 그 당도 아닙니다. 오직 숲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꿈꿀 수 있는 사랑이라는 길을 볼 뿐입니다. ‘핵마피아’랑 ‘태양광·풍력마피아’하고 뭐가 다른가요? 두 무리가 하는 짓은 똑같이 막삽질이고, 똑같이 숲하고 바다를 망가뜨리고, 똑같이 마을을 무너뜨리는걸요.” 하고 대꾸해요.


  일본스런 한자말 ‘기본·기초적’하고 ‘기초·기초적’을 2009년에 애벌로 갈무리하고 2016년에 두벌로 갈무리한 뒤 2021년에 세벌째 갈무리했습니다. 이제 거의 끝났나 싶은데, 앞으로 대여섯 해나 일고여덟 해 사이에 더 추스르면 새로 갈무리해 할 수 있습니다. 낱말꾸러미를 붙잡고 보니 별은 어느덧 스러지고 밤새가 자면서 낮새가 하나둘 깨어납니다. 밤새 노래하던 개구리도 이제 잠들려고 합니다.


ㅅㄴㄹ


‘기본적’ 다듬기 : https://blog.naver.com/hbooklove/22076430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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