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으로 (사진책도서관 2015.11.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도서관은 우리 보금자리가 깃든 이곳에서 책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기에 꼭 책만 다루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느 도서관이든 그 도서관이 깃든 마을이나 터전을 살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꾼다. 커다란 도시에서는 커다란 도시를 이루는 얼거리를 살펴서 아이와 어른한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징검돌이 되고, 작은 시골에서는 작은 시골을 이루는 틀거리를 헤아려서 사람들한테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다리가 된다.


  모두 도시로만 떠나려 하는 작은 시골에 깃든 우리 도서관은 이 시골에서 ‘책을 이루는 바탕’을 새삼스레 돌아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고 생각한다. 책은 종이로 엮고, 종이는 나무한테서 나오며, 나무는 숲에서 자란다. 그러니, 책을 겉으로 보자면 숲이 옮겨서 새로 태어난 숨결이다.


  책이 태어나자면 숲이 짙푸르게 우거져야 한다. 이러면서 이러한 종이꾸러미이자 숲노래인 책에는 ‘종이에 얹을 이야기’가 있어야 하니,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서로 즐거이 어우러지는 삶이다. 머리로 쥐어짜는 지식이나 이론을 책에 담을 수도 있을 테지만, 시골에 깃든 우리 도서관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꿈을 책에 담을 적에 어떠한 숨결이 되는가를 노래하려는 터전이 되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도시로 보내는 시골 얼거리가 아닌, 즐겁게 시골에서 나고 자라고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샘터가 되려고 생각한다.


  가을비가 고인 땅을 철벅철벅 걸으며 작은아이가 논다. 가을비에 오들오들 떨면서 붉은 잎사귀로 바뀌는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면서 큰아이가 논다. 종이에 쥐어도 책이지만, 진흙탕길도 책이요 커다란 나무 한 그루도 책이다. 우리 둘레에는 언제나 새롭고 재미난 책이 넉넉히 있다. ㅅㄴㄹ



  광주 한국방송에서 찍은 우리 도서관 이야기가 11월 25일 저녁에 나왔다고 한다.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단다. (http://gwangju.kbs.co.kr/tv/feeltong/vod/index.html)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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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판 꾸미기 (사진책도서관 2015.11.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으로 사진책 여러 권하고 사진도록이 한 꾸러미 왔다. 사진가 엄상빈 님이 새로 펴낸 사진책 《강원도의 힘》하고 함께 보내 주셨다. 눈빛 출판사에서 나온 《강원도의 힘》은 아직 새책방에 안 들어간 듯싶은데, 이 사진책이 새책방에 들어가는 대로 느낌글을 쓰려고 생각한다. 시골에서 사진책도서관을 하노라면 도시에서 열리는 여러 사진잔치를 구경할 수 없기에 어떤 전시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데, 이번에 여러 사진잔치 도록을 한 꾸러미를 받았기에, 사진도록을 살피면서 어떤 전시가 있었는가를 가만히 헤아려 본다. 엄상빈 님이 빚은 사진엽서는 일본 사진잡지 앞쪽에 살짝 놓아 본다.


  가을비를 맞은 도서관 둘레는 진흙탕이 된다. 두 아이는 이런 길도 씩씩하게 다닌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길이 고르지 않은데다가 짐차와 삽차가 자꾸 오가기 때문에 곳곳이 파인다.


  이주 토요일(11/28)에 인천에서 ‘시읽기잔치(시낭송회)’를 한다. 이때에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사진으로 조촐하게 사진잔치도 함께할 생각으로 사진판을 꾸민다. 나무판에 사진을 풀로 붙인다. 나무판 하나에 사진을 둘씩 붙인다. 풀이 다 마른 뒤에 한동안 눌러 주고, 이런 다음에 톱으로 썰면 작은 사진판이 된다. 하나하나 손으로 다 하려니 품이나 겨를이 많이 들지만, 조촐한 사진잔치가 끝나면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웃님하고 나눌 수 있기에 이런 것을 즐겁게 꾸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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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킴이 이웃+광주방송국 손님 (사진책도서관 2015.11.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광주 한국방송에서 이틀에 걸쳐서 우리 도서관하고 시골집을 찍는다. 한 번 왔다가 떠나는 방송국 손님이 아니라 이틀 동안 찾아온 손님이 되다 보니 두 아이가 “어, 어제 왔던 사람 또 왔어!” 하면서 반긴다. 방송국 촬영기에 찍히는 일이 아이들로서는 만만하지 않지만, 이 사람한테 매달려 보고 저 사람하고 함께 놀자고 하는 일은 재미있다. 아이들은 누구한테 ‘놀 기운’이 더 있어서 함께 놀자고 할 만한가를 잘 안다.


  순천에 있는 〈형설서점〉을 방송국 분들하고 다녀오는 길에 도서관 이웃님한테서 전화를 받는다. 얼추 사십 분쯤 걸려야 고흥으로 돌아가서 도서관에 닿을 듯하다. 늘 도서관이나 집에 있으나 어쩌다가 이렇게 바깥으로 나왔을 적에 도서관 이웃님이 오셨네. 한참 기다리도록 하니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 도서관은 시골에 있기에, 기다려 주시는 동안 시골바람을 쐬고 가을바람을 마시면서 고즈넉한 숲내음을 맡아 주실 수 있기를 빈다.


  갓난쟁이를 아기수레에 누여서 찾아오신 이웃님은 얼결에 ‘도서관 손님’으로서 방송국 촬영기에 함께 찍힌다. 여수에서 걸음하셨는데 다음에는 아기가 조금 더 자라서 볼볼 길 무렵 오실 수 있을까. 아기가 볼볼 길 무렵 오신다면 도서관 골마루를 그야말로 신나게 닦아야 할 텐데. 그러고 보면, 우리 집 작은아이가 볼볼볼 도서관 골마루를 기어다니느라 이 골마루를 반들반들 먼지 하나 없도록 걸레질을 하던 지난날이 아련하다. 날이면 날마다 걸레를 빨고 짜고 훔치고 하면서 땀을 흘렸지.


  여느 때에는 도서관에서 책순이로만 있던 큰아이는 도서관 이웃님하고 방송국 손님이 있으니 오늘만큼은 놀이순이로 지낸다. 작은아이는 낮잠을 건너뛰면서까지 개구진 놀이돌이로 지낸다.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온힘을 쏟아서 뛰노는 두 아이는 이웃님이랑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곯아떨어졌다. 꿈나라에서 어떤 놀이를 하려나. 꿈나라에서 누구하고 놀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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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사는 마음 (사진책도서관 2015.11.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집안을 치우면서 집에 쌓인 책을 도서관으로 옮긴다. 도서관에서 자질구레한 것을 갈무리한다. 이때에 전화를 한 통 받는다.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오시겠다고 하는 전화이다. 마침 도서관에 있기에 즐겁게 오시라고 이야기를 여쭈고는 일손을 마저 놀린다.


  도서관에 찾아오신 분은 고흥에서 새로운 삶터를 찾으신다고 한다. 충북 청주에서 틈틈이 고흥으로 와서 자리를 살핀다고 하시는데, 청주라 한다면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예쁜 시골이 있는 고장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내 생각을 해 본다. 인천에서 전남 고흥까지 온 우리 식구를 돌아본다면, 인천 둘레에도 멀지 않은 곳에 예쁜 시골이 있다. 그런 곳을 모두 젖히고 전남 고흥까지 왔다. 충북 청주에서 고흥은 참 멀다 싶은 길이지만, 두고두고 지낼 조용하며 아름다운 삶터를 헤아린다면 고흥이라는 고장은 무척 훌륭하다고 여길 만하다.


  고흥을 떠나는 사람이 많고, 고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다. 고흥을 떠나려는 사람은 서울이나 커다란 도시가 살고 싶은 마음이리라. 고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은 조용하면서 아름다운 삶자락을 사랑하려는 마음이리라.


  그러면, 고흥에서 나고 자라서 고흥에서 살겠노라 하는 꿈을 키울 만한 어린이나 젊은이는 고흥에 얼마나 될까? 장흥이나 보성에는 장흥이나 보성에서 나고 자라서 그 고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어린이나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어린이라면 아마 거의 다 서울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 가운데 대전이나 광주나 청주나 진주나 안산으로 가고 싶은 어린이는 얼마나 될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 가운데 시골로 가려는 어린이는, 더군다나 아주 깊은 시골로 떠나려고 하는 어린이는 얼마나 될까?


  이 나라에 ‘서울’이 어디 붙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고흥’이라는 땅뙈기 이름조차 들은 일이 없는 사람이 무척 많고, 고흥이라는 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단히 많으리라.


  도서관 손님이 들고 오신 두유를 두 아이가 마신다. 손님한테 차 한 잔을 드리지 못하고 손님한테서 두유를 받았다. 날이 저물려 한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 해가 매우 짧다. 손님이 돌아간 뒤 얼마 있다가 창문을 닫고 집으로 간다. 작은아이는 논둑길로 빙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돌아가는 길이 재미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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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2015년 11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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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도서관 풀내음

― 손으로 짓고 가꾸는 살림



  작은 반짇고리를 둘 장만합니다. 두 아이가 곁에 두며 놀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작은아이는 바느질을 할 생각이 없지만, 큰아이는 바느질을 배우고 싶습니다.


  여덟 살 큰아이는 혼자서 무엇이든 꿰매려 합니다. 어깨너머로 들여다본 눈썰미로 바늘귀에 실을 꿰고, 어깨너머로 살펴본 눈길로 천에 바늘을 콕 찌릅니다. 오늘 아침에도 무엇이든 꿰매고 싶다 합니다. “그럼 네 구멍난 잠옷 바지를 기우면 어때?” “좋아요.” 아이한테 잠옷 바지를 건넵니다. “구멍을 메우려면 천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 보자, 여기 있네.” 작은아이한테도 작아서 못 입는 바지를 찾습니다. 큰아이는 가위로 천 조각을 알맞게 오려서 구멍에 댑니다. 그러나 구멍을 메우는 바느질은 잘 안 됩니다.


  밥물을 올린 뒤라서 찬찬히 도와주기는 어렵지만, “조금 거들어 줄게.” 하고 말하고는 동그란 판이 자리를 잡도록 몇 땀을 기웁니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으면서 “이제부터 할 수 있겠니?” 하고 말하며 건넵니다. 아침을 짓는 동안 큰아이는 구멍 기우기를 마칩니다. “자, 다 했어요!” 하면서 웃습니다.


  서울에서 골목길을 오래도록 사진으로 찍은 김기찬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낸 사진책으로 《골목안 풍경》과 《잃어버린 풍경》과 《역전 풍경》과 《개가 있는 따뜻한 골목》이 있습니다. 사진책에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구경하는 풍경’ 사진은 아닙니다. 그럼 무슨 사진인가 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사진입니다. 김기찬 님은 이녁이 서울 골목길에서 마주한 사람들한테서 얻거나 누린 이야기를 ‘풍경’이라는 말을 빌어서 나타냈을 뿐입니다.


  “내가 이 돌담 마을에 애정을 갖는 것은 우선 돌담은 성벽보다 소박하고 예쁘기 때문이다. 성벽은 우람하지만 강제로 쌓여졌고 돌담은 우직한 농부들이 밭을 일구다 주워 놓은 돌로 내 집, 내 터 둘레에 바람을 막고 오붓한 내 살림을 꾸미기 위해서 쌓았기 때문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이름 모를 잡초들이 돌담 사이로 삐죽거리고, 하얗고 노란 꽃이 봄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고향을 사랑하는 시인이 된다(93쪽/김기찬).” 같은 글을 가만히 곱씹습니다. 이른바 ‘멋진’ 사진이나 ‘잘 찍은’ 사진이나 ‘놀라운’ 사진을 찍지 않은 김기찬 님인데, 이분은 ‘수수한 이웃’이 그야말로 수수하게 삶을 짓고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짓는 모습을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따사롭게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분은 성벽이나 문화재나 고궁이나 절집조차 사진으로는 담을 마음이 없이 시골집 돌담을 사랑하면서 서울에서 골목동네 이야기를 그렸어요.


  가을걷이가 한창인 시골입니다. 샛노랗게 물결치는 들녘은 하나둘 사라지면서 볏포기 꽁댕이만 남은 누런 땅으로 바뀝니다. 다만, 요즘은 손에 낫을 쥐고 가실(벼베기)을 하는 시골지기는 드뭅니다. 늙은 시골지기도 젊은 시골지기도 그냥 손쉽게 기계를 부릅니다. 기계는 짜리몽땅한 벼를 빠르게 베어서 볏줄기를 빠르게 잘라냅니다. 사람은 길가나 논둑에 멀거니 서서 이 모두를 지켜봅니다. 논배미 하나쯤 기계 몇 대로 말끔히 비웁니다.


  기계가 하는 가실에는 기곗소리만 있습니다. 두레도 품앗이도 아닌 기계질이기 때문에 우렁창 기곗소리가 마을마다 가득합니다. 손으로 낫을 쥐어 가실을 한다면, 한쪽에서는 노래하는 소리가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꾼을 북돋우는 소리가 있을 테며, 또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있겠지요.


  빨래를 해 주는 기계는 손품을 덜어 줍니다. 밥을 지어 주는 기계도 손품을 덜어 줍니다. 짐을 싣고 빠르게 달려 주는 기계는 다리품을 덜어 줍니다. 컴퓨터도 손전화도 모두 우리 품을 덜어 줍니다. 그리고, 손품이랑 다리품이랑 몸품을 줄이는 만큼 우리한테 널널한 겨를이나 말미가 생길 듯하지만, 품을 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외려 더 바쁩니다. 말 한 마디를 섞거나 이야기꽃을 피울 겨를을 못 냅니다. 가실을 일찍 마치지만 드높은 하늘이랑 너른 들녘을 찬찬히 보면서 가을노래를 부를 말미를 못 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를 적에 손으로 기저귀를 빨고, 손으로 씻기고, 손으로 안거나 업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손으로 이불깃을 여미고, 손으로 글씨를 써서 함께 글놀이랑 그림놀이를 하고, 손에 손을 잡고 천천히 들길이나 숲길을 거닐면, 늘 이야기잔치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마주하는 밥상맡에서도 아이들은 쉬잖고 입을 놀립니다. 종알종알 종달새 노래 같습니다.


  마을 어귀 빨래터에 가서 빨래를 하면 아이들은 까르르 놀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를 다녀올라치면 아버지 뒤에 탄 아이들은 늘 수다를 떨다가 노래를 부릅니다.


  손에 호미를 쥐어 밭을 갈 적에는 흙 쪼는 소리 말고는 귀를 거슬리는 소리가 없습니다. 풀벌레하고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를 듣다가,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맨발로 마당에서 뛰놀며 맨손으로 노는 아이들도 서로 깔깔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단추를 눌러 텔레비전을 켜거나 손전화를 열면 온갖 정보와 영상이 넘칩니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이나 손전화를 앞에 두고서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으로 살가이 샘솟는 ‘말’은 서로 손으로 아끼고 보듬는 살림살이에서 비로소 흐를 수 있습니다. 도시 이웃은 엄청난 문명과 기계와 건물과 정보에 휩싸여서 ‘말’을 잊습니다. 시골지기도 온갖 기계를 곁에 두고 이 일도 저 일도 기계에 맡기는 사이 어느새 ‘말’을 잃어요. 이제는 어디에서나 누구도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유행노래 아닌 삶에서 사랑으로 지은 구성진 꿈을 노래하려고 오늘도 아이들 손을 잡고 샛노란 가을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4348.10.1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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