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0.12.7. 빛날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숲 얘기종이인 〈삶말〉을 지난 흙날에 받고서 달날에 부치려고 두 아이하고 자리맡에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작은아이가 거들고, 나중에는 큰아이가 거들어요. 두 아이 손힘을 얻어 수월하게 매듭짓습니다. 〈삶말 57〉에는 ‘도서정가제 바라보기’를 놓고서 글을 하나 여미어서 실었습니다. 얘기종이에 꾹꾹 눌러담느라 길이를 꽤 줄였는데, 책숲 이웃님한테 이바지하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짐도 있고, 읍내 법무사를 찾아갈 일이 있어 읍내 우체국으로 갔는데, 어느새 또 바뀐 새 일꾼은 일머리를 새삼스레 모릅니다. 인천에서 살며 우체국에 다닐 적에는 ‘일꾼이 바뀐들 딱히 달라지지 않’았으나, 고흥에서 살며 지난 2011년부터 2020년 끝자락까지 읍내 우체국 일꾼은 왜 이렇게 일머리가 없고 일을 모를 뿐 아니라, 그들이 맡는 일을 귀찮아하는지 아리송해요.


  얼핏 둘레에서 얘기를 들으면 “여봐, 왜 그런지 모르나? 시골에서도 가장 구석퉁이인 고흥까지 와서 일하려니 다들 죽을맛이라고 해? 모르나? 고흥사람이 고흥 공무원으로 일하는 줄 아나? 아녀. 가까우면 순천이지만, 광주에서 날마다 출퇴근하는 사람 허벌나게 많어! 그러니 그들은 얼른 순환보직 끝나고 이 시골구석에서 빠져나가기만 기다리지!” 합니다. 아마 이 말이 맞을 듯합니다만, 그렇더라도 그들 벼슬꾼은 왜 그래야 할까요? 그들 일삯은 바로 우리가 일해서 번 돈을 나라에 낸 ‘낛(세금)’으로 받는걸요.


  저는 12월 7일을 그냥 좋아합니다. 제가 이날에 태어나서 좋아하지 않아요. 대여섯 살 무렵까지는 잘 모르다가, 일곱 살로 접어들고서 ‘대설’이라 적힌 글씨를 어머니한테 여쭈었는데요, “어머니, 이 글씨 뭐야?” “응, 한자로 대설이라고 해.” “대설이 뭐야?” “큰눈! 눈이 많이 온다는 뜻.” “와, 되게 좋은 날이네!”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12월 7일이란 날을 늘 설레며 기다렸어요. 막상 이날에 눈을 본 일은 두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지만.


  2020년 12월 7일에도 눈바람은 일지 않은 듯합니다. 고흥만 조용하고 다른 곳에는 눈이 왔을는지 모르지요. 제 난날도 아이들 난날도 곁님 난날도, 할머니 할아버지 난날도 안 챙기는, 그저 모든 하루가 새롭게 태어나는 빛날이라 여기는 터라, 아무것도 안 받고(따지고 보면 아무도 아무것도 안 주었다고 해야 맞지만) 조용히 지나갑니다. 조용히 지나가니 홀가분합니다. 그래도 문득 뭔가 스스로 주어 볼까 싶어, 가게에 들러 2000원짜리 진로 포도술 한 병을 장만합니다. 포도술 한 병이면 넉넉하지요. 저녁에는 아이들 조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찍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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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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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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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2020.12.2. 엄수 화신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저녁을 차리고서 셈틀을 켜고 우리말꽃을 여미는데 ‘엄수·화신’ 두 가지 한자말을 풀어내느라 밤까지 보냈습니다. ‘엄수’는 ‘엄격·엄정·엄중·엄하다’로 이어가고 ‘化身·花信’이라는 두 가지 한자말이 어떻게 어디까지 스며들었나를 샅샅이 짚어 보았습니다. 한나절을 꼬박 들여 갈무리해 놓았으니, 이 길풀이를 읽는 분은 살짝 틈만 내면 실마리를 다 풀겠지요. 다른 길풀이도 그렇습니다만, 풀이를 해내기까지 들이는 품은 만만하지 않아요. 그저 이 길풀이를 신나게 하면서 얻은 실마리는 다른 낱말을 새롭게 풀어내는 징검다리가 되니, 몇 낱말에서 오래 머물렀어도 앞으로는 더 많은 낱말을 한결 가뿐히 다스리는 말미를 누리기도 합니다. 새벽 두 시까지 기지개를 켜고서 밤하늘 별빛을 보고서 자리에 눕기로 합니다. 바람이 자고 볕이 좋은 아침이 될 듯합니다. 새 하루에는 또 어떤 낱말을 놓고서 신나게 길풀이를 하려나 어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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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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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2020.11.30. 쓰고 씁니다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팔리는 책을 쓰려면 큰곳(대형출판사)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책을 팔고 싶으면 글꾼(기자·평론가)하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합니다. 책을 널리 알리고 싶으면 굽히고 들어가거나 거저로 뿌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하나도 안 지키면서 2004년부터 책을 선보였습니다. 큰곳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큰곳은 돌림장사하고 이름힘(또는 힘이름)을 좋아하기에 저하고 안 맞습니다. 글꾼치고 줄(학맥·인맥·지연)을 안 따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시피 하니, 아는 글꾼이 없는 채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고운 이웃님한테 그동안 꾸준히 책을 드리며 살았는데, 이제 이러다가 살림이 거덜나겠구나 싶어, 책을 드리는 일을 확 줄이거나 안 합니다.


  이러면서 새로 씁니다. 오늘 하루는 ‘새하늬마높(동서남북)’이라는 오랜 우리말이 걸어온 길을 실타래로 풀어내려고 용썼습니다. ‘새 하늬 마 높’ 이렇게 넉 마디를 풀어내기까지 얼추 스물여섯 해가 걸린 듯싶습니다. 스물여섯 해를 거친 보람이어도, 이 보람을 실은 책을 펴는 이웃님은 몇 분 만에 누리겠지요. 글쓴이란 늘 이렇습니다. 스물여섯 해를 용썼든 마흔여섯 해를 힘썼든, 책손·글손이 즐겁고 홀가분하게 이 모든 이야기를 넉넉히 누리기를 바랍니다.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내는 조그마한 두달책(격월간지) 《우리말 우리얼》에 ‘새하늬마높’ 이야기를 담을 테고, 언제 나올 지 모르지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우리말 이야기책’에 다시 실을 텐데요, 그때까지는 누리글집에 말밑찾기 글은 안 올리려 합니다.


  마을책집 이야기를 노래꽃으로 갈무리합니다. 이렇게 갈무리한 노래꽃을 마을책집에 가져다주기도 하고, 글월로 띄우기도 합니다. 한 땀 두 땀 서린 이 노래꽃으로 마을책집마다 신나는 웃음꽃이며 손길꽃이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우리말꽃을 쓰는 사람은 늘 징검다리 노릇입니다. 징검돌 하나를 더 놓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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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2020.11.13. 떠난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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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에 참새가 들어와서 숨졌습니다. 꼭꼭 닫아 놓고 다니지만, 바람길이 하나 있어, 가끔 이 바람길로 참새나 딱새나 박새가 들어왔다가 못 나갑니다. 여름에는 잠자리나 매미도 이 바람길에 슬쩍 들어왔다가 못 나가더군요. 이 아이들이 책숲 바람길로 들어왔다가 못 나가는 그림이 선합니다. 뭔자 좁은 틈이라서 궁금하기에 들여다보다가 쏙 들어오고, 쏙 들어온 뒤로는 화들짝 놀라며 이리저리 날다가 부딪힌 끝에 넋이 나가서 그만 허둥지둥해요. 이러다가 들어온 길을 잊어버립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면서 “내가 어디로 들어왔더라?” 하고 생각하면 다시 나갈 텐데, 못 나가는 어린 넋이 수두룩합니다.


굶어서 죽은 참새를 아이들도 봅니다. 두 아이는 손수 땅을 파서 묻어 주겠다고 합니다. 비록 몸을 떠난 넋일 테지만, 앞으로 새몸을 얻어 새롭게 날갯짓하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느긋하게 날고, 궁금한 대목을 조용히 풀고서 포근한 마음차림이 되어 보금자리로 돌아가기를 빌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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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찾아오실 분은 쪽글로 미리 알려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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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2020.11.24. 하늘을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하늘을 보며 산다면 하늘을 이야기합니다. 숲을 보며 산다면 숲을 이야기해요. 책을 보며 살 적에는 책을 이야기할 테고, 연속극이나 영화를 보며 살 적에는 연속극이나 영화를 이야기하겠지요. 아이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으레 아이들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곁님(거의 곁가시내)한테 맡기고 집 바깥으로만 나도는 분은 아이들 이야기는 거의 안 할 뿐더러, 얼핏설핏 구경한 이야기를 하고, 집 바깥에서 돌며 겪거나 마주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사람으로서 우리말꽃에 담을 이야기라면 ‘더 많은 낱말’이 아닌 ‘낱말이 태어나고 자라고 흐르는 동안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담았고 나누었으며 오늘에 이른 사랑이 어린 살림인가’입니다. 새벽녘에 ‘골목’이란 낱말이 얽힌 말밑을 풀며 ‘골 + 목’이 ‘고 + ㄹ + 목’이요, ‘고을·고장’하고 맞물릴 뿐 아니라, ‘고이다’나 ‘곱다’하고도 살며시 얽히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다시 말하자면, “골목 : 서로 이으면서 좁은 길이나 자리”로 말풀이를 새롭게 가다듬는다면, “골목에서 함께 놀며 곱게 웃음짓는 어린이”처럼 보기글을 붙일 만하다는 얘기예요.


  우리가 ‘안으로 굽는 팔’이라면 그만 허물을 달래어 벗기지 못하면서 그만 허울좋은 모습으로 감싸고 맙니다. 우리가 ‘사랑으로 품는 팔’이라면 모든 허물을 살살 달래고 벗겨서 그야말로 고운 모습으로 노래해요. 이른바 ‘주례사서평’이란 ‘제 식구 감싸기’라고 느끼고, 허물을 허울좋게 꾸민 바보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건 낯선 사람이건, 이웃이 쓴 글을 놓고서 ‘숲이랑 하늘이랑 풀꽃나무를 마주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곱다시 이야기(비평)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스런 ‘별점 만점’도, 괴롭히려는 ‘별점 테러’도 없어야겠지요. 이런 두 가지 짓은 모두 우리 스스로 갉아먹는 수렁에 빠져드는 지름길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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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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