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3.7. 마을노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놀 적에 노래가 늘 함께입니다. 일할 적에도 노래가 언제나 같이합니다. 이런 우리 삶터에서 노래가 사라졌습니다. 놀이노래를 하는 어린이는 사라지고, 누리놀이를 하면서 쏟아지는 소리가 흐릅니다. 일노래를 하는 어른도 사라지고, 대중노래란 이름으로 남들이 부르는 노래를 그저 듣기만 합니다. 라디오도 이런 틀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신문·방송은 ‘우리가 지은 노래·소리·이야기’가 아닌 ‘남이 지은 노래·소리·이야기’예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란 이름으로 가리키는데, 오직 이 ‘보임틀’만 쳐다보며 생각을 잊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에요. 저마다 짓는 하루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보임틀’에 흐르는 줄거리만 말하니, 우리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지 않아 바보스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우리는 일하면서 노래했고 놀면서 노래했어요. 만나면서 노래하고 아기를 재우며 노래했지요. 스스로 노래하고 다같이 노래했습니다. 함께 읽고 서로 나누며 같이 노래하는 삶터는 어느새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바깥일을 보러 여러 날을 집을 비웠습니다. 우리 책숲 둘레로 땅을 갈아엎고서 나무를 새로 심는 분들이 지난 2019년에 고흥교육청하고 흥양초등학교 임대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습니다. 2019년 늦여름을 곰곰이 떠올립니다. 그무렵에 다섯 마을 어르신이 고흥교육청 일꾼하고 이야기해서 흥양초등학교 너른터하고 낡은 건물을 ‘앞으로 마을사람이 그냥(무상) 쓰기로 하면’서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었어요. 고흥교육청하고 다섯 마을 어르신이 그처럼 일을 매듭짓고서, 책숲 둘레 너른터도 우리 마을에 계신 분이 그냥 쓰시는 줄 알았는데, 따로 계약서를 쓰고 빌림삯(임대료)을 냈다고 하셔요.


  고흥교육청이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알 노릇은 없습니다. 그러나 계약서를 따로 쓰신 마을 어른이 빌림삯을 이태치 내셨으니 저희가 낡은 건물을 빌려쓰는 값을 마을 어른한테 드리기로 했습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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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3.5. 서울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시골사람 말씨대로라면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바깥일을 ‘서울’에서만 보지 않습니다만, 몇 해 앞서까지는 “인천을 다녀왔”다든지 “포항을 다녀왔”다든지, 대구 부산 광주 강릉 춘천 수원 대전 청주 음성 상주 마산 군포 양주 삼천포 서천 목포 신안 ……처럼 고장 이름을 밝히면 마을 어르신이 힘들어 하더군요. 마을 어르신은 저한테 ‘콕 집어서 어디’를 묻는 말씨가 아니에요. 그저 ‘시골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하겠거니’ 하고 묻는 말씨입니다.


  인천·서울에서 살며 말꽃을 짓던 무렵에는, 또 음성에서 살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때에는, 나라 곳곳을 그리 자주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말꽃을 짓겠다는 뜻으로 고흥에 깃들어 지내는 요즈음이야말로 외려 이 고장 저 고을을 틈틈이 찾아다닙니다.


  시골에서 ‘서울을’ 바라보면서 찾아가고 일을 본 다음 시골로 돌아올 적마다 새삼스러운데요, 우리나라는 모든 고장이 ‘서울을 닮아’ 갑니다. 고장빛이나 고을빛이나 마을빛이 확확 사라져요. 전주에 한옥마을이 있습니다만, 한옥마을을 빼면 서울하고 똑같아요. 제주에 오름이 있다지만 오름을 빼면 모든 곳은 서울하고 매한가지입니다. 부산다움이나 대구다움이나 포항다움은 뭘까요? 부천다움이나 의왕다움이나 시흥다움은 뭘까요? 옥천다움이나 문경다움이나 괴산다움은 뭘까요?


  더 들여다보면 이제 어느 고장에서든 ‘우리(사람들) 스스로’ 우리다움을 잊거나 잃는 셈이지 싶습니다. 남들처럼 비슷하게 입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먹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말하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읽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써요. 모두 바람(유행)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가공식품을 먹든, 풀밥(생채식·비건)을 누리겠다고 하든, 스스로 몸이며 마음을 살펴서 새롭게 가는 길이 아니라, 누가 어떤 틀을 세워 주면 그 틀에 따라가는 결입니다.


  낫으로 풀을 베다가 그만 손가락을 찍어서 피가 철철 흐르면 어찌해야 할까요? 둘레에 있는 어느 풀이든 다 좋으니, 넓적하든 가늘든 이 풀포기를 훑어서 찬찬히 감싸면 됩니다. 강아지풀로 감싸든, 머위잎이나 쑥으로 감싸든, 뽕잎이나 감잎으로 감싸든, 느티잎이나 솔잎으로 감싸든 다 같아요. 갓잎으로 감싸도 안 쓰라리더군요. 민들레잎도 좋고 배춧잎도 좋아요,.고들빼기잎이나 소리쟁이잎이나 도트라지잎을 쓴다면 아주 훌륭하고요.


  삶을 이루는 길은 언제나 다 다르기에 새롭고 즐거워요. 살림을 짓는 하루는 늘 다 다르니까 싱그러우면서 재미나요. 뭐, 틀에 갇힌다고 나쁘지 않습니다.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따르기에 괴롭지 않습니다. ‘누가 시키느냐’는 대수롭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대수롭습니다.


  마음을 열면 돼요. 마음을 열어서 바라보면 돼요. ‘겉으로는 고기를 먹는다’지만, 사람이 먹는 고기는 ‘고기를 먹는 짐승’이 아닌 ‘풀을 먹는 짐승’입니다. 풀을 풀로 먹든, 풀을 먹는 고기로 먹든, 우리 몸에 들어오는 숨결은 같아요. 다만, 오늘날에는 ‘풀을 먹고사는 짐승’이 ‘풀 아닌 화학사료를 먹는 굴레’에 갇혔고, 비바람해를 먹고살 풀이 비바람해가 아닌 ‘비닐집에 갇혀 농약에 비료에 수돗물을 먹’는 얼거리라서, 이제는 풀밥을 먹든 고기밥을 먹든 우리 밥살림이 ‘화학약품에 길든 쳇바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바꾸고 새롭게 사랑으로 지피는 길이 대수롭습니다.


  무엇을 먹거나 읽느냐도 따져야겠습니다만, 어떻게 먹거나 읽는지를 훨씬 깊게 먼저 살필 노릇이고, 먹거나 읽은 다음에 스스로 어떤 사랑으로 오늘을 지으려는가를 생각할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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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28. 비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예전에는 그저 비를 ‘비’라고 하다가, 어느덧 ‘비님’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비’라고만 할 적하고 ‘비님’이라고 할 적은 사뭇 다릅니다. ‘해’라고만 할 적하고 ‘해님’이라고 할 적에도 확 달라요. 아이를 ‘아이님’이라 하고, 동무를 ‘동무님’이라 하고, 책을 좋아하는 이웃을 ‘책님’이라 하면, 서로 만나는 마음까지 새롭더군요.


  둘레에서 마주하는 사람이며 목숨마다 ‘-님’을 붙이다가 남이 아닌 나한테도 ‘-님’을 붙이곤 합니다. 다같이 님이 되자고, 서로 님으로 노래하자고, 누구나 님이면서 이야기(니르다·닐다·이르다)를 할 적에 온누리가 넉넉히 피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손바닥에 떨어지고 이마를 톡 치고 머리카락이며 몸을 적시는 빗물은 구름이기도 했고 아지랑이에 바다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을 흐르는 피이기도 했고, 냇물이며 샘물이기도 했습니다. 나무나 꽃이기도 했고, 흙을 안고서 질척질척한 길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얼음이나 눈이기도 했고, 못이며 수돗물이 되기도 했고, 빵이나 밥이나 주전부리가 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풀꽃나무가 되기도 했던 비·물방울인 만큼, 이 숨결은 책이 되기도 했어요. 오늘 우리 곁에서 책이란 몸뚱이로 있는 숱한 종이꾸러미는 모두 숲에서 자라던 나무였으니, 이 별을 두루 돌던 빗물이란 기운이 고이 배었다고도 하겠습니다. “책을 읽는다 = 숲을 읽는다 = 비를 읽는다 = 물을 읽는다 = 별을 읽는다 = 숨을 읽는다 = 삶을 읽는다 = 나를 읽는다 = 사랑을 읽는다”라고까지도 말할 만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참방참방 놀이를 하고 쓱싹쓱싹 비질을 합니다. 비가 그친 날에는 폴짝폴짝 놀이를 하고 살림을 갈무리합니다. 비를 싫어한다면 우리 스스로 ‘나’를 싫어하는 셈이고, 비를 반긴다면 우리 스스로 ‘숲’을 반기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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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25. 새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 집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우리 집은 바람 따라 나무가 춤추는 소리가 넘실거립니다. 우리 집은 뭇새가 엄청나게 찾아들어 하루 내내 조잘조잘 노래합니다. 우리 집은 온갖 풀벌레가 저마다 다르게 노래하면서 어우러집니다. 우리 집은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도 벌나비에 개미에 뱀에 개구리에 두꺼비에 두더지에 여러 이웃이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마당에 서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물까치가 얼추 열대여섯 있나 싶더니, 뒤꼍으로 두어 걸음 옮기니 서른 남짓 있다가 뿔뿔이 흩어집니다. 물까치 곁에는 참새가 그득하고, 참새 둘레에는 박새에 딱새에 작은 새가 나란히 있습니다.


  하긴. 멧비둘기에 직박구리에 개똥지빠귀에 까마귀에 까치에, 겨울에는 조롱이나 수리에, 할미새나 딱따구리에, 곧 봄이 되면 찾아들 제비에, 또 동박새에, 숱한 새가 끝없이 드나들면서 뭔가 쪼고 구경하고 둘러보다가 갑니다. 이 많은 새는 어디에서 밤을 보낼까요. 이 많은 새는 겨우내 어떻게 어디에서 지냈을까요. 노래하는 새가 가득하니까 굳이 사람 목소리를 내는 노래를 들을 일이 없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서 처마 밑에 앉거나 나무 곁에 서면, 끝없이 울리는 새노래가 있고 바람노래가 있습니다. 또 나무줄기를 살살 어루만지면 줄기를 오르내리면서 콩콩 뛰는 숨소리를 느낍니다. 바위에 앉으면 이 바위가 쿵쾅쿵쾅 가슴이 뛰는 소리가 온몸으로 퍼집니다.


  곁에 갖가지 종이책을 늘 잔뜩 쌓고서 살아갑니다만, 새노래 바람노래 돌노래 나무노래 풀노래 구름노래 해노래 별노래를 듣다 보면, 종이책에 적바림한 이야기는 매우 가볍거나 얕구나 싶어요. 아니, 이 여러 노래를 두루 담아내어 글빛을 밝히는 글님이 참 드물구나 싶습니다. 노래하지 않는 글이란 메마릅니다. 노래하지 않는 붓이란 차갑습니다. 노래하는 글이기에 상냥하고 따스하고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나뭇가지에 앉는 새처럼, 바람을 타는 새처럼, 구름을 가르는 새처럼, 풀꽃을 사랑하는 새처럼, 언제나 노래하는 새처럼, 글 한 줄을 여미는 길을 연다면, 모든 책이 얼마나 고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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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24. 혼잣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저는 혼잣말을 늘 합니다. 어디에선가 갑자기 목소리가 울리면서 묻더군요. 이때에 “흥! 그럼 넌?” 하면서 되묻는데, 모습이 없이 마음으로 목소리만 다가오는 그이는 “그럼 넌?” 하고 되물어요. “뭐야? 네가 먼저 말해야지, 물어보고서 되묻는 놈이 어디 있니?” 하고 따지면, “네가 말하면 네 말에 모든 수수께끼가 있어.” 하고 대꾸하기 일쑤입니다.


  우리말꽃을 쓰는 하루는 언제나 마음이랑 묻고 말하고 생각하는 이야기마당입니다. 아침에는 ‘부정·본래’란 한자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면 되는가를 놓고 한참 길찾기를 했고, 저녁에는 ‘관념·개념·견해’란 한자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풀면 되는가를 놓고 한참 실랑이를 합니다. 아무튼 길찾기하고 실랑이는 마쳤어요. 다만 오늘 마쳤다뿐, 다음달이나 다음해에 또 이 낱말을 마주하면 그때에는 더 깊거나 넓게 다룰 품을 헤아릴 만하지 싶습니다.


  하루는 조용히 흐릅니다. 어제하고 오늘은 고요히 빛납니다. 눈여겨보는 마음이 된다면 우리 삶은 언제나 노래요, 눈여겨볼 마음이 없다면 으레 쳇바퀴일 테지요. 모처럼 백기완 어른 옛책을 되읽어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투박한 할아버지인데, ‘아이들한테 새길을 비추고 싶어 자꾸자꾸 새말찾기를 하셨다’고 느낍니다. 요새는 ‘새말찾기를 하는 젊은이’를 거의 못 봅니다. 다들 머리가 딱딱하게 굳거나 사랑이 말라버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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