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책읽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1.6.

 


 집에서 다 읽은 책이나 자질구레한 살림을 도서관 한켠으로 옮긴다. 버려야 할 쓰레기는 버리되, 건사해서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거나 예전 일을 되새길 때에 쓸 살림은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서 스무 해쯤 묵히고 싶다.

 

 아이하고 도서관으로 간다. 아이 어머니가 아이 목에 긴 천을 둘러 준다. 바람이 쌀쌀하니 이렇게 해야 마실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는 널찍한 도서관에서 이리저리 달린다. 아직 바닥과 골마루에 책이나 상자가 잔뜩 쌓여 더 마음껏 달리지는 못한다. 큰 교실 한쪽에 사진책·그림책·만화책·어린이책·교육책 갈무리하며 늘 생각하지만, 다른 교실에 언제 새 책꽂이를 들일 수 있나 또 걱정 또 근심이다.

 

 그래도 큰 교실 한 칸은 그럭저럭 책이 자리를 잡는다. 제대로 갈래를 나눌 겨를은 없고, 바닥에 쌓이지 않게 하고, 상자나 끈으로 묶인 책을 하나하나 없애는 데에 마음을 쓴다. 어쨌든 자리를 잡아 꽂아야 나중에 찬찬히 갈무리하든 무얼 하든 할 수 있다.

 

 아이는 “이 고양이 책 (집에) 안 가져왔잖아? 가져가겠어.” 하고 말한다. 열한 마리 고양이 이야기 그림책 하나를 슬쩍 도서관에 두었는데, 용케 금세 알아본다. “어, 이 케익 그림책(케익 그림책이 아니라 생쥐가 케익을 앞에 놓고 먹는 모습이 나오는 그림책)도 내가 보는 책이잖아. 왜 안 가져왔어.” 하더니, 한창 끌러서 제자리 잡는 책상자에 털썩 앉는다. 그림책을 펼쳐 읽는다.

 

 “앉을 데가 없잖아.” 하고 말하며 앉았기에 얌전히 다른 책상자를 끌른다. 아이가 이 책상자에 앉아 책을 펼칠 때에는 둘레가 꽤나 너저분했으나, 아이가 그림책 다 보고 내려와서 대나무 막대를 갖고 놀 무렵에는 걸상으로 쓰인 책상자까지 이럭저럭 치워서 제자리에 꽂는다.

 

 집으로 돌아갈 무렵, 만화책 여러 권을 끄집어서 “나, 이 책 집에 가져갈래.” 하고 말하기에, “한 권만 가져가자.” 하고는 “이 가운데 깨끗한 녀석을 가져가자.” 하며 하나만 뽑고 나머지는 다시 꽂는다. 새해에 다섯 살이 된 아이는 갓난쟁이 그림이 나온 만화책을 꽤 눈여겨본다. 아이는 《아기와 나》 3권을 집었다. 집으로 돌아가며 걸어가는 길에 만화책을 펼쳐 읽는다.

 

 네 아버지도 어릴 적 만화책을 보며 걸어다녔단다. 추운 도서관에서 잘 놀아 주어 고맙다. 집에 가서 너랑 동생이랑 씻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책 하나하나 꽂으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1.2.

 


 새해를 맞이하고도 온갖 집일이 나를 부른다. 그러나 나는 이 일거리에 치이지 말자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나를 부르는 집일을 예쁘게 맞이하자고 다짐한다. 나 스스로 기뻐하면서 집일을 해야, 비로소 우리 집식구를 예쁘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렇게 느낀다. 내가 사랑하면서 집일을 건사할 때에, 내가 사랑하면서 얼싸안는 우리 집식구 아닌가.

 

 집안에 짐이 쌓이지 않게 하자며 빈 상자랑 다 읽은 책을 자전거수레에 차곡차곡 싣는다. 날이 차니 혼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갈무리하기로 한다. 두 시간 즈음 땀 뻘뻘 흘리며 상자를 끌러 책을 꽂는다. 꽂히기를 기다린 책들을 하나하나 쓰다듬는다. 그림책 꽂을 책꽂이도 모자라겠다고 느끼지만, 꽂는 데까지 꽂자. 빽빽하게 꽂지 말고 손이 들어갈 틈은 남기자고 생각한다.

 

 아침에서 낮으로 넘어가는 햇살이 포근하고 보드라우며 맑다. 어느새 한낮이 가깝다. 이제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가 밥을 차려야지. 아이가 배고프다며 어머니 괴롭히겠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 두 권 뽑는다. 《로타와 자전거》가 여기에 있었군. 아버지부터 대단히 좋아해서 아끼며 읽던 그림책이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 그림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 주었나. 이제 아이는 이 그림책 글을 새로 읽어 주면 예전보다 훨씬 잘 알아듣겠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글책이나 그림책이 꽤 많이 번역되는데, 《로타와 자전거》만큼은 다시 나오지 못하는 일이 안타깝다. 내 오래된 책은 자꾸 낡으며 때가 타는데, 새로운 책은 그예 안 나오려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2-01-06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마다 신문을 깔아주는 건 습기 때문일까요? 궁금해서 여쭙니다~~
이스트리드 린드그렌 '로타와 자전거'도 못 읽은 책이라 궁금하고요~ ^^

숲노래 2012-01-06 05:49   좋아요 0 | URL
신문종이 잉크냄새가 벌레를 쫓아 주고
신문종이가 습기를 빨아먹어 줘요.
책을 오래 두면서 안 다치게 하려면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낫게 건사하는 길이에요 ^^;;;

그러나, 신문종이 깔면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다고 해요.

또, 제가 '보기 좋은' 모습은
굳이 좋아하지 않다 보니까... 에궁...

예쁘게 접어서 깔 겨를이 없기도 하고요 .ㅠ.ㅜ

..

<로타와 자전거> 이야기는 쓰려고
몇 해 앞서부터 준비하는데
아직 글을 안 썼습니다 ^^;;;
 


 책꽂이 걱정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2.30.

 


 도서관 책꽂이가 아주 많이 모자란다. 그런데 어떤 책꽂이를 마련해야 할는지 선뜻 생각을 갈무리하지 못한다. 커다란 책꽂이 마흔 개는 있어야 교실 두 칸에 널브러진 책들을 꽂을 수 있다. 이 널브러진 책을 꽂아야 비로소 도서관 꼴이 나서 사람들한테 둘러보라고 할 수 있고, 교실 한 칸에 그럭저럭 꽂은 책도 이래저래 자질구레한 것을 치울 틈이 생긴다.

 

 그러나, 살림집 끝방부터 아직 제대로 치우지 못했고, 살뜰히 건사하지 못하는 집일을 돌아보느라 몸이 그만 지쳐, 도서관 책꽂이 일을 자꾸 뒤로 미룬다. 나 스스로 책꽂이를 짤 겨를을 낸다면 모르나, 책꽂이를 짤 겨를이 없다면 목돈이 들더라도 하루 빨리 새 책꽂이를 마련해야 한다.

 

 면내 우체국에 소포꾸러미 보내러 가는 길에 살짝 들러 한 시간 즈음 책 갈무리를 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이렁저렁 치워서 교실 한 칸이나마 어설프더라도 열어 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톰 책 있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2.4.



 아침에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에 나온다. 여느 날처럼 늘 일찍 일어난 아이하고 아침에 한 시간 즈음 책을 갈무리할까 하고 생각한다. 오늘은 논둑길을 걸어 들어온다. 이 논둑길을 지나면, 우리가 빌려쓰는 옛 흥양초등학교 운동장이며 빈터이며 온통 나무를 심은 데를 가로질러야 한다. 나는 그럭저럭 지나가지만, 아이 키로 보자면 이 나뭇가지는 우람한 나무들 덤불이나 수풀일는지 모르겠다. 이 길을 지나다가 아이 허벅지가 좀 긁히다. 바지를 좀 입고 나오지.

 아버지가 책짐을 끌러 제자리에 꽂는 동안 아이는 만화책 놓은 데에서 아톰 만화책을 알아본다. “아버지 나 이거 하나 꺼내 줘.” 상자에 꽉 낀 아톰 만화책을 아이가 제 힘으로 꺼내지 못하니 나한테 꺼내 달라 한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권 따로 떨어진 일본판 아톰 한 권을 건넨다. 너는 한글도 일본글도 아직 모르니 더 정갈하고 깨끗한 판으로 된 일본 아톰으로 보렴.

 오늘은 읍내 장마당에 가기로 해서 살짝 책을 추스르고 나오려 한다. “자, 이제 집으로 갈까?” 그런데 아이가 무얼 찾는 낌새이다. “아버지, 나 사진기 찾아 줘.” 응? 아이가 목걸이로 하고 온 작은 사진기를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겠단다. 이런. “어디에 두었는지 잘 찾아봐. 아버지는 안 만졌으니 모르잖아.” 한참 이곳저곳 살펴보지만 안 보인다. 참말 어디에 두었을까. 어디 구석진 데에 숨기지 않았겠지만, 아이가 얼결에 어딘가 올려놓고는 이 자리를 못 찾으리라. 나도 도무지 못 찾겠다. 나중에 다시 와서 찾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 말리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28.



 책짐을 나를 때에 바깥벽에 맞추어 쌓았는데, 슬슬 바깥벽 쪽에 붙은 책을 끄집어 내어 끌르다 보니, 바깥벽에 붙은 상자가 촉촉하게 젖은 줄 느낀다. 벽에 붙인 책은 바깥벽을 타고 물기가 스민다. 깜짝 놀라 부랴부랴 벽 쪽에 붙은 상자와 책을 모두 들어낸다. 상자는 얼른 벗기고, 바닥부터 물기 올라오는 책꾸러미는 창턱에 쌓아 볕바라기를 시킨다. 많이 젖은 책은 하나씩 떼어 따로따로 말린다.

 벽에 붙이지만 않으면 괜찮을까. 이곳에서는 곰팡이가 필 걱정은 없다고 느끼지만, 교실 안팎 온도가 크게 달라 물기가 올라오며 젖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 늑장을 부리다가 그만 책을 아주 망가뜨리고 말 뻔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