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곰팡이 (도서관일기 2012.7.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집하고 서재도서관은 가깝다. 그러나 얼마쯤 떨어졌다. 집 바로 옆이 아닌 만큼 창문을 모두 닫아걸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장마철을 지나 무더위가 푹푹 찌면서 바람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마땅히 곰팡이가 핀다. 아침에 두 아이를 데리고 서재도서관으로 나오니, 문을 열자마자 곰팡이 내음이 확 풍긴다.


  창문을 연다 해서 냄새가 빠질까. 창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곰팡이 내음이 가득하지 않을까. 한 번 곰팡이가 핀 책꽂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일까 궁금하다. 이 책꽂이를 버릴 수는 없고, 겉에 무언가를 발라야 할까 싶다. 꽂은 책을 다시 꺼내어 책꽂이를 햇볕에 말린 다음 무언가를 발라야겠지. 일손은 곱으로 들고 여러모로 번거로울밖에 없다. 책을 시골마을에 두면 이렇게 곰팡이하고 씨름을 해야 할까. 책은 시골 아닌 도시에 깃들어야 하는가. 그렇지만 팔만대장경 같은 나무책이 오래오래 고이 이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책이 있어야 할 자리는 시골이든 도시이든 대수롭지 않다. 외려 시골일 때에 책을 잘 살피거나 아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책을 두려면 바람이 잘 들고 아주 좋은 나무로 책꽂이를 짤 뿐 아니라, 날마다 찬찬히 보듬으며 아끼는 사람 손길이 있어야 하리라. 날마다 사람 손을 타면 어느 책에도 곰팡이가 필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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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삶말》 3호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삶말》 3호를 찍었습니다. 어제(7.24)부터 조금씩 봉투에 넣어서 부칩니다. 혼자서 봉투질을 하고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부쳐야 하기에 여러 날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서 부쳐요. 누군가는 하루나 이틀 일찍 받을 테고, 누군가는 하루나 이틀 늦게 받을 테지요.
  즐겁게 받아서 기쁘게 읽어 주셔요.


  《삶말》은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가 되어 주시는 분한테만 보내는 이야기책입니다. 이 이야기책을 받아보면서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실 분은 언제라도 새롭게 도와주실 수 있어요. 곱게 도와주실 손길을 예쁘게 기다립니다~~ ^___^

 


● 《삶말》, 《함께살기》 한 해 받기 + 도서관 한 평 지킴이
   : 해마다 10만 원씩 (또는) 달마다 1만 원씩
  (두 평 지킴이는 20만 원 또는 2만 원씩, 세 평 지킴이는 30만 원 또는 3만 원씩)
   《삶말》, 《함께살기》 평생 받기 + 도서관 평생 지킴이
   : 200만 원 한 번 (또는) 사진책 100권 기증
● 돕는 돈은 어디로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손전화 : 011-341-7125
   누리편지 :
hbooklove@naver.com
★ 도서관 자리로 쓰는 ‘옛 흥양초등학교’를 통째로 장만할 꿈을 키웁니다.

 

 

- 삶말 3호에 실은 글 -

어른 시 〈실〉
도서관일기 2012.4.4. 봄햇살 책시렁
도서관일기 2012.4.12. 몇 억이라 하는 돈
도서관일기 2012.4.18. 단풍나무 푸른 빛깔
도서관일기 2012.4.26. 책들
도서관일기 2012.5.9. 좋은 날 좋은 책
도서관일기 2012.5.30. 마룻바닥에 누워 놀아
은지은지
‘민족주의’와 ‘보수주의’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
-의 : 노동자의 승리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사진
-의 : 절대적
서울 용산 뿌리서점 사진
말익히기 : 속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사진
소울 푸드(soul food)
빛나는 꽃송이
집안일은 즐거워
눈을 쉰다
푸른들
책을 왜 읽어야 할까
마음으로 살고, 생각으로 사랑하고 (《열네 살의 철학》 느낌글)
부산 보수동 글벗2 사진
아줌마 글, 아저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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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있는 곳 (도서관일기 2012.7.1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책이 있는 곳에는 물기도 불기도 가까이 있으면 안 됩니다. 물기가 너무 많으면 책이 눅눅해지고, 불기가 가까이 있으면 그만 책이 타거나 바랩니다. 가만히 헤아리면, 책이 아닌 나무가 우거진 숲도, 물이 너무 넘치면 나무가 살기 힘들어요. 숲에 불씨가 있으면 그만 숲이 홀랑 타서 사라져요. 숲이 숲답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책이 책답게 있을 수 있는 곳이로구나 싶어요. 그러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겠지요.


  사람이 살아갈 보금자리를 좋고 예쁘며 알맞게 돌볼 수 있다면, 책이 있을 자리가 되든 다른 무엇이 있을 자리가 되든 좋고 예쁘게 알맞게 돌볼 수 있겠지요.


  오늘날 사람들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사람됨을 빛내거나 밝히는 가장 아름다운 길을 놓치거나 놓거나 등진 채 엉뚱하거나 얄궂은 쪽으로 기울어졌지 싶어요. 참답게 살아갈 길을 찾아야 비로소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책씨를 퍼뜨리며 사랑꿈을 이룰 수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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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과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2.7.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잡지 《월간 사진》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달에 창간 마흔여섯 돌이라 하면서, 특집기사를 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사진을 즐기다’라는 꼭지가 있어, 나한테도 몇 가지를 여쭌다고 한다. 사진책을 읽는 즐거움, 가장 좋아하는 사진책 하나, 사진책을 읽는 버릇, 사진책을 잘 갖춘 책방, 사진책이란 무엇인가, 하고 다섯 가지를 여쭌다. 어느 하나 쉬 말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모두들 퍽 길게 적을 만한 물음이다. 그러나 짤막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니까 여러모로 간추려서 적어 본다. 새벽에 바지런히 글을 쓰서 누리편지를 띄운다. 아침에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으로 간다. 잡지 기사에 사진을 함께 싣는다 하기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야 한다. 이렁저렁 도서관 청소를 하고 나서 책 사진을 찍는다. 책 사진을 찍는 김에 오랜만에 ‘사진책 자리’도 사진으로 찍는다. 이제 도서관 바닥에 자질구레한 것이 거의 없는 터라, 어디에서 어떻게 찍어도 퍽 그림이 된다고 느낀다. 책꽂이 벽에 붙인 사진도 좋은 그림이 된다. 사진이 그림이 된다.


  집으로 돌아와 누리편지를 다시 보낸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책으로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2007년부터 오늘 이때까지 달삯을 꼬박꼬박 치르면서 ‘사진책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벌이가 마땅하지 않으면서 달삯을 치르기란 벅찬 일이라 할 만하지만, 이곳 ‘사진책 서재도서관’이 씩씩하고 튼튼하게 이어가기를 바라는 사람들 따순 손길에 힘입어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킬 수 있다. 나라에서나 지역정부에서나 내 서재도서관을 도운 적은 없다. 아마, 나라나 지역정부에서 생각이 있었으면, ‘국립 사진도서관’이나 ‘시립(또는 군립) 사진도서관’을 세우지 않았을까. 꼭 번듯한 건물로 세워야 할 ‘사진도서관’ 또는 ‘사진책도서관’은 아니다. 자그마한 골목집 하나를 알맞춤한 값으로 사들여서 예쁘게 꾸미면 된다. 나라에서도 지역정부에서도 이 같은 일을 안 하니까, 나는 내 힘으로 이 일을 한다. 사진과 사진책을 사랑하고 싶은 이라면, 전남 고흥이 퍽 먼 시골로 느낀다 하더라도 스스럼없이 찾아오리라. 책과 사진을 누리면서 좋은 숲과 시골과 자연을 나란히 누리리라.


  사람은 책만 볼 수 없다. 사람이 책을 보자면, 책이 태어나는 밑바탕이 되는 숲을 함께 보아야 한다. 숲을 느끼며 책을 볼 때에 비로소 삶도 사랑도 사람도 슬기롭게 깨달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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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도서관 이야기책 《삶말》 3호를 만듭니다. 오늘 사이에 얼추 마무리를 짓고 이주에 인쇄소에 넘기면 다음주부터는 책을 부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6쪽으로 내야 종이값을 빠듯하게 맞추는데, 《삶말》 3호는 40쪽이 될 듯합니다. 새로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실 분이 늘어나면 서재도서관 이야기책 엮을 때에 한결 수월할 텐데, 좋은 님들이 즐겁게 지킴이가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여름비 쏟아지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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