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에 (사진책도서관 2014.11.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따스한 고장 고흥이지만 이제 겨울 문턱이다. 물과 전기를 도서관에서 쓸 수 있기를 꿈꾸지만 올해에도 겨울 문턱까지 이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듬해에는 할 수 있을까? 이듬해에는 해야지. 이듬해에는 큰아이가 여덟 살이 되는 만큼, 겨울에도 네 식구가 도서관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도록 물과 전기뿐 아니라 뒷간과 쉼터와 난로도 모두 마련할 수 있어야지.


  이듬해에는 우리가 도서관으로 쓰는 폐교 건물 임대관리가 바뀐다. 그동안 이곳을 먼저 빌린 사람들 계약기간이 끝난다. 이듬해에는 우리 이름으로 빌리거나 이곳을 사들여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하며, 비로소 간판을 박을 수 있으리라.


  우체국에 가는 길에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으로 드나들던 길목이 다 파헤쳐졌다. 이곳을 먼저 빌린 이들이 삽차로 파헤쳤다.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풀뽑기와 땅고르기를 이들이 해 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이웃마을 할매가 이곳에 콩이나 보리를 심어서 거두는 일도 막아 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높다라니 자라서 곱게 물든 나무는 면소재지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도 보인다. 이 커다란 나무를 보고 우리 도서관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겠지. 요즈음은 도서관에 올 적마다 늘 나무를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 둘레에 심어서 가꾸려는 나무를 생각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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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판 톱질 (사진책도서관 2014.11.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에 이어 톱질을 한다. 나무판에 사진을 두 장씩 붙였기에 반으로 가르는 톱질을 한다. 나무를 켜면 톱밥이 나오고, 톱밥을 후후 불면서 다 자른 사진판을 턴다. 두 아이는 아버지 옆에 서서 톱질을 지켜본다. 석석 소리를 내며 둘로 갈리는 사진판을 바라본다.


  사진판을 둘로 가른 뒤 봉투에 소식지와 함께 넣는다. 이동안 큰아이는 책순이가 되고, 작은아이는 사진돌이가 된다. 책순이는 이 그림책 저 그림책을 보다가 문득문득 말한다. “이 그림책 예전에 집에서 본 적 있어.” 그래, 집에서 보다가 도서관으로 옮겼지. 사진돌이는 헌 사진기를 손에 쥐고 찰칵찰칵 찍는 시늉을 한다. 사진돌이가 사진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중에 이 아이한테 따로 작은 디지털사진기 하나를 선물해야겠구나 싶다.


  오늘 부칠 사진판과 소식지를 다 꾸린 뒤 우체국으로 간다. 뉘엿뉘엿 기우는 가을햇살을 바라보면서 자전거에 오른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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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는 숲 (사진책도서관 2014.11.1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시골에서는 나무로 이룬 숲을 봅니다. 그러나 나무숲이 아닌 다른 숲을 볼 수도 있어요. 비닐쓰레기로 이룬 덩이, 빈 농약병이 높이 쌓인 더미, 동그랗게 말아 볏짚 채운 비닐덩어리 같은 ‘다른 숲’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그렇습니다. 게다가 풀숲조차 제대로 보기 어려워요. 풀 뜯을 짐승이 시골에서 사라지고, 풀 먹고 튼튼히 자랄 아이들도 시골에서 자꾸 도시로 떠나거든요. 도시에서는 으레 ‘아파트숲’입니다. 여기에 ‘자동차물결’입니다. 나무와 풀과 꽃과 냇물과 바다와 풀벌레와 멧새를 사귀지 못하도록 가로막힌 오늘날에는, 사람들 가슴마다 꿈이나 사랑이 자라지 못해요. 푸른 기운 마시면서 삶을 짓지 못하니까요. 책은 많이 읽더라도 그저 지식으로만 머릿속에 담으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요. 무엇보다, 모든 책은 숲입니다. 모든 책은 숲에서 태어나요. 숲에서 아름드리로 큰 나무를 베어 종이를 얻어요. 여느 나무가 아닌 ‘숲나무’입니다. 책을 쓰고 책을 엮으며 책을 장만하고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숲가꾸기’와 ‘숲읽기’와 ‘숲살이’를 함께 합니다. 그냥 책이 아닌 ‘숲책’입니다. 우리 도서관이 시골에 깃들면서 ‘시골에서 책읽기 글쓰기’를 하는 까닭은, 모든 지구별 숨결이 시골에서 태어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숲을 읽으며 삶을 읽습니다. 숲을 돌보면서 삶을 돌봅니다. 숲을 사랑하면서 삶을 사랑해요.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푸른 숲’을 다 함께 짓기를 빕니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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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지킴이 사진 선물 (사진책도서관 2014.11.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지난 8월에 서울에서 사진잔치를 조촐히 열었다. 그때에 쓴 사진을 지난 토요일에 돌려받았다. 이 사진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가 시골에서 씩씩하게 서도록 돕는 ‘도서관지킴이’ 이웃님한테 하나씩 선물로 드리자고 생각한다.


  소나무판에 사진을 두 장씩 붙인 판이기에, 톱으로 반씩 가른다. 그리 안 두꺼운 소나무판이지만 반으로 가르는 데에 제법 품을 들여야 한다. 봉투에 손으로 주소를 쓰고, 도서관 소식지와 사진판을 넣어 테이프로 마감을 하려니 여러 시간이 든다. 이 일도 여러 날에 걸쳐서 조금씩 해야겠다.


  내가 톱질을 하고 봉투에 주소를 적는 동안, 두 아이는 도서관 둘레를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논다. 나무타기를 하고 가랑잎을 주우면서 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 멋져, 예뻐. 나무타기만큼 신나는 놀이가 또 어디에 있겠니. 다만, 너희가 아직 아귀힘과 팔힘이 모자라서 나무타기 시늉만 하고 나무를 오르지 못하지만, 한 살 두 살 먹는 사이 어느새 나무를 거뜬히 타고 오르리라 생각해.


  손글씨로 봉투질을 하기는 수월하지 않다. 그러나, 도서관지킴이 이웃님을 그리면서 주소와 이름을 하나하나 적는 동안 퍽 즐겁다. 앞으로 도서관지킴이 이웃님이 차츰 늘기를 빈다. 아무렴, 꾸준히 늘어날 테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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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1-2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살기님께서 손수 찍으시고 손수 소나무판 틀에 붙이신
사진들이 참으로 좋네요.^^
받으시는 분들 모두, 참 소중한 선물이 될 듯 싶습니다~^^*

숲노래 2014-11-21 06:32   좋아요 0 | URL
오늘내일 바지런히 잘라서 부치면
다음주에 닿을 듯해요.
appltreeje 님도 즐겁게 받아 주셔요 ^^
고맙습니다~
 


 삶말 18호 쓰기 (사진책도서관 2014.11.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소식지 〈삶말〉 18호를 쓰기로 한다. 지난달에는 어렵게 돈을 모아 소식지를 인쇄소에 맡겼으나, 이달에는 아무래도 돈을 모으기 힘들어 손으로 소식지를 쓴다. 16절 종이 앞뒤로 글을 손으로 또박또박 눌러서 쓰면 손목과 손가락과 팔뚝이 꽤 저리다. 여느 글을 쓸 적에는 그냥 쓰지만, 복사를 해야 하니 글씨가 굵고 짙게 나오도록 힘을 주니 손이 저릴밖에 없다.


  한 바닥은 도서관일기와 알림글을 넣는다. 다른 한 바닥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통그림을 넣기로 한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맨 처음 넣을 그림을 그린다. 마음으로 먼저 그린 뒤 사인펜을 든다. 별을 테두리만 먼저 그린 뒤, 별살이 퍼지는 모습을 그린다. 별살을 일곱 고리로 그리고 나서, 별 몸통에 ‘숲’이라는 낱말을 적는다. 꽃과 제비를 그린 뒤 개미를 그린다. 가시내와 사내 두 아이를 그린다. 별이 베푸는 별비를 그리고, 구름과 해와 눈과 나뭇잎과 씨앗과 물결을 골고루 그린다. 다시금 별을 까맣게 그린 뒤 나무로 해와 아이들을 둘러싸도록 그려 넣는다.


  인쇄소에 소식지를 맡기면 사진을 넣을 수 있고, 손으로 소식지를 쓰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복사하는 돈은 얼마나 들까. 200부를 복사해야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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