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을 위하여 코로나19 3부작
인디고 서원 지음 / 궁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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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푸른책시렁 156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20.4.24.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매번 이런 식이었습니다.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금씩 바꿔 가며, 늘 ‘대입’에 맞춰져 있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이번 해에는 누구를 더 유리하게 대학에 가게 해줄지 수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38쪽)


여러분이 지금 당장 바꾸고 싶은 공간은 어디인가요? 여러분이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바꿔 보고 탈바꿈한 공간의 특징을 마치 사진으로 보듯이 글로 표현해 주세요. (95쪽)


저는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가 사회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48쪽)


지구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과학 시간도 필요하지만, 큰 지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149쪽)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기존의 틀에서는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았던 것임이 분명합니다. (292쪽)



  찔레나무에 아직 꽃망울이 맺히지 않을 즈음 어떤 나무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시큰둥하게 지나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미일까 하고 갸웃하는 사람이 있을 테며, 굵직굵직 가시를 보고서 싫다고 꺼리는 사람이 있어요.


  찔레싹을 보고는 맛나겠네 여기면서 바로 톡톡 훑어 냠냠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시 돋은 잎줄기를 어찌 먹느냐며 손사래치는 사람이 있어요. 이 가시 잔뜩 나무가 하얗게 꽃잔치를 벌이며 온통 달콤하게 감쌀 적에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요.


  언제나 새로 배웁니다. 날마다 싱그럽게 익힙니다. 겨울 가고 봄이 오다가 여름으로 접어드는 철을 배워요. 늘 새롭게 흐르는 철이지만, 이러한 철을 알아볼 겨를이 없이 바삐 몰아치는 곳에서 ‘철없이 가는 삶’을 지켜보고 배우기도 하겠지요.


  부산이란 고장에서 푸름이가 푸르게 물드는 책을 곁에 두면서 푸른길을 익히도록 이바지하려고 힘쓰는 ‘인디고서원’이 있습니다. 이곳 책집지기는 푸름이랑 배움벗이 되면서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20)라는 책을 여밉니다.


 책이름을 그대로 옮긴다면 ‘배움길은 바른길로 나아간다’예요. ‘배우는 사람은 바르게 나아가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배우기에 싱그러이 바른삶이 된다’는 얘기이고요.


  이때에 물어보기로 해요. 배우기에 바를 수 있을까요? 배우지 않는다면 바르지 않을까요?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른길을 걸을까요? 안 배우는 사람이기에 안 바르고야 말까요?


  학교를 오래 다녔기에 배운 사람이지 않습니다. 학교를 오래 다녔으면 그저 ‘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입니다. 이런 졸업장이나 저런 자격증이 있으면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거머쥔 사람입니다. 졸업장이나 자격증은 ‘그 사람을 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이나 사랑이나 살림’인가를 밝히지 못합니다.


  한국사람이라 해도 다 다릅니다. 일본사람이라 해도 모두 달라요. 어느 나라 사람이기에 더 좋거나 나쁘지 않아요. 서울사람이나 시골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서울에 살기에 숲을 모르지 않고, 시골에 살기에 흙을 사랑하지는 않아요.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이라면 서울에서도 숲을 알고, 스스로 안 배우려는 마음이라면 시골에서도 흙을 마구 다룹니다.


  돌림앓이가 퍼지기 앞서까지 끝이 없도록 입시지옥으로 내달린 이 나라를 들여다보기로 해요. 돌림앓이가 퍼져서 학교가 더는 아이들이 모이는 자리가 되지 못하는 요즈음에도 ‘배움길’ 아닌 ‘입시제도·학사일정’만 걱정하는 교육부 나리를 바라보기로 해요. 왜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하고 이야기할까요? 아니, 왜 이 책으로 우리한테 물어볼까요?


  배우는 척할 적에는 배움길이 아닙니다. 졸업장하고 자격증을 따는 길은 배움길이 아닙니다. 배움길은 살림길이요, 사랑길이며, 숲길입니다. 살림을 사랑하는 숲으로 나아가지 않고서야 배움길이 되지 않아요. 책읽기는 책을 읽는 길입니다. 책이어야 배우지 않아요. 꼭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를 거쳐야 ‘배웠다’고 할 만하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대학원에 유학까지 마쳤다지만 어리석거나 엉터리이거나 어쭙잖거나 엉성한 사람이 꽤 많습니다. 학교 문턱을 안 디뎠어도 슬기롭고 사랑스러우며 상냥한 사람이 퍽 많습니다. 우리는 어떤 길에 설 적에 즐거이 노래하고 아름다이 춤추는 참어른이란 자리에 설 만할는지, 이제부터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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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보자기 파랑새 사과문고 91
윤소희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랑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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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9


《붉은 보자기》

 윤소희 글

 홍선주 그림

 파랑새

 2019.9.27.



김부흥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기록에 대해 짐짓 놀랐으나 이득원처럼 흥분하지는 않았다. 이득원은 함께 하대업을 찾아가 사초 수정을 청탁하자고 김부흥을 설득했다. (46쪽)


“사초를 쓴 것이 네놈이냐?” 그제야 하대업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황송하오나, 전하께서는 어찌 열람이 금지된 사초를 보신 것이옵니까?” (56쪽)


‘사초를 내가 다 읽어 두었더라면, 이 머릿속이 이야기책들로만 꽉 차 있을 게 아니라 아버지의 사초 내용으로 꽉 찼더라면, 그깟 종이 뭉치 좀 없어진들 뭐가 걱정이겠는가. 잃어버리면 다시 쓰고, 빼앗아 가도 다시 쓰고, 불타 버려도 다시 쓰면 그만인 것을.’ (147쪽)


궁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잔혹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아버지는 함부로 비난하지 않았고, 애잔함과 비통함을 금치 못하며 써 내려갔다. 나쁜 짓을 일삼는 탐관오리들에 대해서도 그 탁하고 탐욕적인 마음의 가난함을 먼저 헤아렸다. 인덕이는 어째서 아버지가 그토록 목숨처럼 사초를 지켜야만 했는지 비로소 그 참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59쪽)


‘책쾌 아재, 아재가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지 알게 될 거예요. 동휘야, 너희 아버지는 나쁜 탐관오리가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165쪽)



  국민학교를 다니며 일기 숙제를 늘 해야 했는데, 그무렵 제가 쓴 일기에서 어머니나 아버지 이야기는 없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는 일기에 이 글을 쓴 사람 하루만 쓰라 했으니 고분고분 따른 셈인데요, 어머니나 아버지나 집안이나 마을 이야기도 바로 ‘글쓴이인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인 줄 스스로 미처 헤아리지 못한 탓이기도 하겠지요.


  날마다 신문이 나오고, 방송이며 유튜브에 온갖 이야기가 흐릅니다. 나라에는 국가기록원이 있어요. 으레 정치·사회·스포츠·문화예술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 가운데 여느 자리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요. 국가기록원은 1955년 어느 날 작은고장 어린이 일기를 건사한 적 있을까요. 1975년 어느 날 시골 어린이 일기를 건사하자는 생각을 한 적 있을까요.


  어린이문학 《붉은 보자기》(윤소희, 파랑새, 2019)는 ‘조선왕조실록’을 엮는 바탕이 되는 ‘사초’를 쓴 사람을 둘러싼 줄거리를 다룹니다. 사초를 쓰는 사람은 임금을 비롯해서 임금집이며 나라에서 흐르는 온갖 이야기를 곰곰이 보면서 고스란히 담아내는 몫을 한다지요. 감추고 싶거나 부끄러운 이야기라 하더라도 ‘사초를 쓰는 사람’은 이를 지우거나 감추거나 덜거나 손질하지 않으려고 애썼다지요.


  어린이문학 《붉은 보자기》는 ‘사초에 적힌 벼슬아치나 임금 자취’를 슬쩍 들여다본 벼슬아치하고 임금이 ‘사초를 쓴 사람’을 나무라거나 죽일 뿐 아니라 두멧시골로 내보내는 줄거리도 다룹니다. 스스로 했던 일을 감추고, 뭔가 잘못하거나 뒷자리에서 벌인 꿍꿍이는 모조리 지우도록 했다는 줄거리를 함께 다루는데요, 벼슬아치나 임금으로서 이들은 무엇이 부끄러웠을까요? 뭔가 잘못했던 일이나 꿍꿍셈이 부끄러울까요, 아니면 그무렵 이 나라를 이룬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를 제대로 모르면서 정치를 한 모습이 부끄러울까요?


  ‘어떻게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시시콜콜한 대목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시시콜콜한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삶을 모른다면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펼까요? 셈틀이나 손전화가 없는 가난한 어린이나 푸름이도 제법 있는데, 다짜고짜 누리맞이를 하면 가난한 아이들은 어리둥절하겠지요. ‘저소득계층·차상위계층’이란 이름이 아닌 ‘이웃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어떤 살림살이인가를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스스로 챙겨서 살피지 않는다면, 제대로 나라살림을 알차게 가꾸는 길을 안 가거나 못 가겠지요.


  대통령뿐 아니라 시장·군수이며 읍면동사무소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큰기업 꼭두머리도 만날 수 있겠지만, 작고 낮은 자리에서 수수하게 하루를 짓는 사람도 언제나 만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붓’이라면 정치·사회·스포츠·문화예술이라는 갈래만 다룰 노릇이 아닌, 신문사나 방송사 곁에 있는 작고 낮은 사람들 살림살이를 나란히 지켜보고 어깨동무하면서 담아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문학 《붉은 보자기》에 나오는 ‘사초를 쓴 어른’은 임금하고 벼슬아치를 둘러싼 이야기를 아로새겼다면, 이 집안 딸아이는 어떤 이야기를 새로 쓸 만할까요. 구태여 임금이나 벼슬아치 이야기를 더 써야 할까요, 아니면 두멧시골이며 이 나라 골골샅샅에서 수수하게 삶을 짓고 사랑을 꽃피우는 이웃들 이야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쓰는 붓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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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는 허수아비의 모험 비룡소 걸작선 52
필립 풀먼 지음, 피터 베일리 지음, 양원경 옮김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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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01


《겁없는 허수아비의 모험》

 필립 풀먼 글

 피터 베일리 그림

 양원경 옮김

 비룡소

 2009.2.10.



안으로 들어간 잭은 고무래, 괭이, 빗자루, 삽, 갈퀴 등에 둘러싸인 채 짚단 위에 앉아 있는 허수아비를 발견했다. 잭이 보기에 그것들은 모두 벽에 기대어 서서 허수아비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적어도 잭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잭이 헛간에 있다는 걸 농기구들이 알아챘다고 여겨진 순간, 그 물건들은 다시 평범한 고무래와 괭이 등의 농기구로 보였다. (83쪽)


“늘 이런 식으로 식료품을 구하나요? 농부들에게서 그냥 가져오냐고요.” 요리사가 설명했다. “군대를 유지하라고 농부들이 기증하는 거야. 봐라, 우리가 여기서 농부들을 지켜 주지 않으면 브룬즈윅 공작이 와서 몽땅 가져가 버릴걸.” “그러니까 군인들이 농부들의 식료품을 가져가지 않으면 공작이 그럴 거라고요?” (141쪽)


“말도 안 돼요. 죽어 가는 사람들이 그런 슬픈 노래를 듣고 퍽이나 고마워하겠네요. 어쨌거나 허수아비들은 달라요. 노래와 춤, 농담, 옛날이야기 같은 것들이 필요해요. 안 해 주실 거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세요.” (266쪽)



  우리가 먹는 밥알이 모두 목숨이요, 우리랑 똑같이 말하는 줄 안다면, 우리는 밥상맡에서 어떻게 보낼까요? ‘말하는 밥알’이라니 끔찍하거나 무서워서 그만 밥을 못 먹을까요, 아니면 밥알하고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다가 “반가워! 아름답게 내 몸이 되렴!” 하고 외치면서 먹을까요?


  우리가 손에 쥔 연필한테 마음이 있어, 우리가 연필을 써서 닳고 닳을 적마다 연필이 “아, 이제 내 몸이 거의 사라지네.” 하고 말한다면, 우리는 깜짝 놀라서 연필을 집어던질까요, 아니면 연필한테 “응, 여태 온갖 이야기를 적도록 몸을 내주어 고마워. 몽당연필이 되더라도 널 잊지 않아.” 하고 속삭일까요?


  허수아비가 먼먼 마실길을 나서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겁없는 허수아비의 모험》(필립 풀먼/양원경 옮김, 비룡소, 2009)입니다. 허수아비한테는 두렵거나 꺼리는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 모든 하루가 새롭고, 새로운 하루에 맞닥뜨리는 모든 일이 즐거우며, 언제나 둘레 모든 이웃이며 동무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한다지요.


  시골자락 들판에 서던 허수아비는 시골집 테두리만 보고 듣고 알았습니다. 바야흐로 시골마을을 떠나 큰고장을 이리저리 돌면서, 또 숲을 가로지르면서, 날마다 마주하는 모든 살림이며 숨결이 재미나고 놀랍습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 사람들이 아리송하면서 궁금하다지요. 이 아름다운 터전에서 이 아름다운 나날을 왜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 보내는지 알 길이 없다지요.


  허수아비는 길을 가며 노래합니다. 허수아비는 길고긴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웃습니다. 허수아비는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삶길을 싱그럽게 꿈꿉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을 가꾸며 스스로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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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 - 첫 선거 설렘이 민주주의 성숙으로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6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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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푸른책시렁 155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0.3.1.



완강한 반대론자들은 18살이면 투표하기에 아직 어리고 학교가 정치로 난장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찬찬히 짚어 보죠. 과연 나이가 많다고 정치적 판단이 성숙하는 걸까요? (5쪽)


적잖은 사회학 개념이 그렇듯이 일본이 ‘대통령’으로 옮긴 번역어가 그대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 일본에선 ‘통령’이란 말이 고대부터 통용되어 익숙한 말입니다. 사무라이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통령은 ‘무사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를 뜻했습니다. 지금도 통령이란 말은 일본의 신사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77쪽)


분명한 사실은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모두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대형금고를 설치해두고 애용했다는 점입니다. 전두환이 자신을 따르는 군부의 장성들과 장차관들은 물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돈 봉투를 선심 쓰듯 나눠 주었다는 증언들은 그 대형금고가 30여 년 지속된 군부독재 시대에 어떤 구실을 했는지 짐작케 합니다. (155쪽)


언론이 호남 독자가 아닌 영남 독자를 확보하려고 ‘신경’ 쓰는 까닭을 알고 나면 너무 단순하여 믿어지지 않을 텐데요, 영남 지역 인구가 호남 지역 인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74쪽)


남쪽의 부익부빈익빈 체제나 북쪽의 ‘수령경제 체제’ 모두 겨레의 미래일 수 없습니다. 남쪽 사회는 자살률, 출산율, 노동시간, 사회복지를 비롯한 삶의 여러 지표에서 ‘경제 선진국’을 자부하기 어렵습니다. 북쪽은 과도한 명령경제 체제가 이어지면서 ‘대량 아사’까지 겪었습니다. (211쪽)



  열여덟 살 푸른나이에 비로소 투표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투표권은 더 넓게 펴야지 싶습니다. 열다섯 살 푸름이도 이 나라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가기에, 푸름이 앞길을 헤아리는 일꾼을 가리자면 푸름이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자리가 있어야 해요. 어린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어린이가 이 땅에서 어린이다우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마음을 펴는 길은, 바로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고서야 나라길로 삼지 못합니다. 열 살 어린이부터 누구나 투표권을 누릴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이와 맞물려 푸름이하고 어린이는 모둠살이라고 하는 길을 생각해야겠지요. 어른을 흉내내어 저지르든, 어른보다 모질게 저지르든, 어른하고 똑같이 저지르든, 학교나 마을에서 어린이·푸름이가 일으키는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놓고 달게 값을 치를 노릇이지 싶습니다. 이 대목을 함께 밝히면서 투표권에 다가서야지 싶어요.


  2020년 4월에 치르는 선거부터 열여덟 살 푸름이가 함께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길을 내다보는 푸름이한테 선거하고 투표권이란 무엇인가를 짚어 주는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손석춘, 철수와영희, 2020)를 읽습니다. 글쓴님은 이 책으로 여러 가지를 다루려 합니다. 열여덟 살 나이라고 해서 ‘삶을 읽는 눈’이 얕은가 하고 물어요. 어떨까요? 스물여덟 살이나 여든여덟 살이기에 ‘삶을 읽는 눈’이 깊을까요? 열일곱이나 열여섯이나 열다섯은 어떨까요?


  흔히 ‘어린이한테서 배운다’고 말합니다. 줄세우기나 돈힘이나 이름값에 하나도 매이지 않는 어린이 마음이기에 어느 일이든 더 또렷하면서 환하고 맑으면서 정갈하게 밝힌다고 하지요. 티가 없는 마음으로 참하면서 착하게 말한다고 합니다.


  모둠살이에 찌들거나 얽매여 참소리를 내지 않거나 못하는 어른이 많다면, 외려 ‘나이 많은 사람’은 투표권을 못 쓰도록 할 일은 아닐까요? 이를테면 잘못을 숱하게 일으킨 사람한테는 투표권을 없애듯이 말이지요.


  뒷돈을 주고받은 어른 모두, 헐뜯기를 일삼는 어른 모두, 누리판에서 몰래 남을 괴롭히거나 흉보는 어른 모두, 교통법규를 툭하면 어기는 어른 모두, …… 투표권을 없애고 세금을 더 내도록 나라틀을 세울 노릇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2020년 4월에 치르는 선거를 놓고서 전남 고흥이란 고장에서 국회의원에 나서려는 이들이 내놓은 정책을 보니, 하나같이 삽질입니다. 이런 찻길을 더 놓고, 저런 다리를 더 놓으며, 그런 산업을 꾀하도록 끝없이 파헤치고 시멘트집을 세우는 정책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삽질을 더 바라기에 삽질 정책만 가득 선보일까요? 삽질 정책을 펴야 이곳저곳에서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니 이러한 모습을 자꾸 되풀이할까요?


  투표권하고 비례대표도 찬찬히 볼 노릇입니다만, 선거 후보자로 나서는 이가 ‘삽질 정책’만 쏟아내지 않도록 ‘돈을 들여서 펼 정책’하고 ‘돈을 안 들이고도 틀을 고치거나 바로잡으면서 알차게 일할 정책’을 나란히 밝혀서 지키도록 다스리기도 해야지 싶습니다. ‘돈을 들여서 펼 정책’은 ‘어느 부피를 넘지 못하도록’ 막고, 이를 어기면 후보자 등록을 취소하는 틀도 있어야지 싶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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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2단 : 일반동사 - 알파벳 없이 입으로 익히는 어린이 영어 아빠표 영어 2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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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590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2단 동사》

 마이크 황

 miklish

 2018.5.5.



한국말하고 영어는 다르고, 한국말하고 일본말은 다르며, 한국말하고 중국말은 다르다. 모든 말은 다른데, 한국말뿐 아니라 모든 나라 모든 말은 고장마다 다르다. 말을 배운다고 할 적에는 언제나 이 다른 결을 느끼면서 헤아려야 한다.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아기도 사람들이 내는 소릿결이 다르구나 하고 알아차리기에 혀랑 입술이랑 입이랑 모두 다르게 가누면서 소리를 터뜨리고, 귀를 열며, 생각을 움직인다.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2단 동사》는 ‘움직씨’를 짚는다. 왜 움직씨일까? 움직이는 삶을 담아내니까. ‘움직씨’ 가운데 몇 낱말, ‘like’하고 ‘give’하고 ‘have’를 다루는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낱말을 다뤄도 될까 궁금하다. 고작 세 낱말이 뭐가 많냐고 할 테지만, 한국말하고 영어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like’이든 ‘give’이든 ‘have’이든 한 가지로만 풀어낼 수 없다. 더욱이 영어를 가르치는 분들은 ‘have’를 ‘가지다’ 하나로만 풀어내면서 끝내기 일쑤인데, 그러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한국말에서 ‘가지다’는 잘 안 쓰니까. 제법 쓰는 말인 ‘가지다’이지만, ‘가다’에 대면 ‘가지다’는 안 쓴다고 할 만하고, ‘있다’를 헤아리면 ‘가지다’는 쓰임새가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하다. “I have ice”는 “나는 얼음을 가진다”일 수 없다. “나는 얼음이 있다”나 “나한테 얼음이 있다”여야 맞다.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2단 동사》에 나온 사진으로 보자면, 손바닥에 얼음을 얹었으니 “내 손에 얼음을 놓았다”나 “난 얼음을 쥔다”처럼 풀어도 되겠지. 다시 말하자면, 영어 낱말 하나를 놓고 한국말로 얼마나 다르게 풀어내는가를 보여주고, 한국말 한 마디를 놓고 영어로 또 얼마나 다르게 풀어내는가를 먼저 보여주고서 여러 낱말을 두루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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