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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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80


《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보림

 2005.3.10.



엄마는 ‘신발 한 짝’이란 말이 마치 슬픈 음악을 듣는 것처럼 우울하게 들린다고 했어요. (47쪽)


저는 편지를 자주 받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오늘은 엽서를 두 장이나 받았답니다. 하나는 선생님이 보내 주신 거고, 또 하나는 미국 중부 캔자스 주에 있는 아빠한테서 온 거예요. (64쪽)


결국 나는 아빠 트럭을 타고 양조장에 따라간 날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 (120쪽)



《헨쇼 선생님께》(비벌리 클리어리/선우미정 옮김, 보림, 2005)를 읽었다. 여러모로 추천도서에 이름이 오르는 책이지 싶은데, 그렇게까지 훌륭하다고는 느끼기 어려웠다.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다는 어린이가 쓴 일기하고 글월을 모은 얼거리라지만, 영어로는 모르겠는데 한국말(옮김말)로 보자면 하나도 어린이스럽지 않다. 이 대목을 가다듬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어쩌면 이 대목이야말로 어려울는지 모른다. 마음에 드리우는 그늘을 어린이 스스로 걷어내려고 애쓰는 길, 또 이 길에 여러 어른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길, 이 삶을 일기하고 글월로 풀어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딘가 아쉬운걸’ 하는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아무래도 어린이 목소리는 어린이 스스로 낼 적이 아니고는 안 어울리지 싶다. ‘어른이 된 사람 자리’에서는 어린이 흉내를 낼 뿐, 어린이가 되지는 않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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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
김현희 외 지음, 이재임 그림, 통일미래교육학회 기획 / 철수와영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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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시렁 147


《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

 통일미래교육학회 기획

 김현희·문인철·신대진·양미정·이기희·이신애·함규진 글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

 2019.3.18.



우리 모두 각자의 답을 갖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너는 어떤 것을 너의 답으로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더구나. 그래서 내가, 답을 찾도록 조금 도움을 주려 한단다. 정답을 그냥 선물 주듯 쓱 주는 게 아니라. (17쪽)


어떻게 평화 통일을 주장했다고 사형을 시켜요? 민주주의 국가라는 나라에서……. (99쪽)


남한도 아직 군대를 기준으로 하는 문화나 가치관이 남아 있단다. 어떤 사회가 ‘갑질’이 많고, 사회적 차별이 심하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토론을 꺼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사회는 군사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 (158쪽)


정치하는 어른들에게 맡겨 두면 또 이상하게 갈 것 같아요. 평화를 이루더라도, 또 상황이 바뀌거나 정권이 바뀌면 옛날처럼 싸해지고, 심지어 전쟁이 날 수도 있지 않겠어요? (162쪽)


남한은 남한의 방식대로 그 재주를 살려서 다양하고 멋진 문화를 만들어 냈지만, 그동안 북한 역시 북한의 방식대로 문화를 만들어 왔단다. (200쪽)



  모르는 사이라면 돕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모르면서 무엇을 돕겠어요. 도우려는 마음이라면 먼저 다가가서 사귀고 알고 만나고 어우러지기 마련입니다. 찬찬히 마주하고 어울리는 동안 서로서로 삶을 알고 살림을 가꾸는 길에 어떻게 사랑을 심으면 즐거울까 하고 헤아리기에 비로소 손을 내밀거나 어깨동무를 합니다.


  그런데 돕겠다고 나서기보다는 같이 지내겠다고, 한마을에서 어우러지겠다고, 이웃이 되어 살겠노라고 나선다면 새롭습니다. 어쩌면 누가 누구를 도울 일이란 없을 수 있어요. 같이 지내거나 살면 될 뿐입니다. 한마을에서 어우러지면 될 뿐이에요. 나한테 더 있기에 너한테 뭔가 나누는 돕기가 아닌, 삶에서 배어나오는 손길을 함께하면 보드라우면서 즐겁습니다.


  《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통일미래교육학회·이재임, 철수와영희, 2019)는 남북녘이 어떻게 갈린 채 어떤 나날을 걸어왔는가를 차근차근 짚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통일열차를 같이 타고, 같이 달리고, 같이 놓으며, 같이 돌보는 길을 어떻게 갈 만한가를 들려주지요.


  이쪽에서 돈주머니를 잔뜩 실어서 저쪽으로 실어나를 열차가 아닙니다. 마음을 담고 기쁨을 실어서 이리저리 오갈 열차입니다. 외길로 가기만 하는 열차가 아니라, 이쪽저쪽을 홀가분하게 오가면서 마음도 삶도 생각도 살림도 모두 말끔히 틔울 열차예요.


  같이 쓰면 됩니다. 같이 누리면 됩니다. 같이 먹고 마시면서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 됩니다. 같이 일하면 되고, 같이 놀면 되지요. 같이 쉬고, 같이 걷고, 같이 바라보는 수수하면서 너른 길부터 마련할 적에 비로소 손을 잡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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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 - 고학년 온작품읽기 이야기 삶말 교육도서 4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지음 / 삶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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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1


《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삶말

 2019.3.14.



‘온’작품을 ‘온’작품답게 읽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온’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는 것입니다. (14쪽)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종이책을 기준으로 성인은 1년에 8.3권을 읽는데 비해 초등학생은 8배나 많은 67.1권을 읽고 있습니다. (25쪽)


2학년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2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는 뜻이므로 2학년보다 조금 더 오래 살고 경험도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당연합니다. (82쪽)


아이들은 작가를 신경 쓰며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책을 고를 때 작가를 본다는 아이들이 거의 없듯이, 아이들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작가도 별로 없습니다. (132쪽)


많이 배운다고 많이 깨닫는 것은 아니지만 배움이 깊어질수록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256쪽)



  국민학교란 이름이던 곳을 여섯 해 다니면서 교사다운 교사를 만난 적이 있는지 아리송하구나 싶었기에 늘 두 가지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는, 교사란 참 싫은 놈이고, 다른 하나는, 차라리 내가 교사가 되어 보자예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교사가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때리지 않기, 윽박지르지 않기, 숙제로 괴롭히지 않기, 어버이한테서 돈 뜯어내지 않기, 운동회 억지로 시키지 않기, 동무들 앞에서 창피하게 내몰지 않기 …… 이런 모습을 생각해 보았어요.


  오늘 문득 돌아봅니다. 저는 이런 밉거나 싫던 모습을 얼마나 털어낸 어른이자 어버이로 오늘 하루를 짓는지, 어릴 적에 국민학교 교사한테서 입은 숱한 매질이나 창피나 들볶음을 얼마나 몸이나 마음에서 씻어냈는가 하고.


  《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삶말, 2019)는 ‘뜻있는’ 초등학교 교사라기보다는 ‘신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를 마주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들이 일군 책이라는 열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책을 첫 쪽부터 끝 쪽까지 가만가만 읽으며 새록새록 느낀 한 가지라면, 요즈음 초등학교는 이런 ‘신나는’ 교사가 있어 무척 달라졌겠구나 싶더군요.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아직 ‘신나는’ 교사이지는 않겠지요? 아직 허울이나 겉치레에 매인 교사도 제법 있겠지요? 치렁치렁 긴머리를 나부끼는 남교사는 몇 사람쯤 있을까요? 긴바지도 깡똥바지도 마음껏 입으면서 아이들하고 공을 차며 노는 여교사는 몇 사람쯤 있을까요? 옛날엔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만, 요새는 제법 나타났을까요?


  ‘온작품읽기’란 책 하나만 오롯이 읽자는 뜻이 아닙니다. 삶을 오롯이 읽는 마음결로 거듭나도록 책 하나를 제대로 읽는 길을 들이면서 눈도 마음도 생각도 몸도 활짝활짝 틔우자고 하는 멋스러운 발걸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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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문성원 옮김, 문종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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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시렁 146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

 구드룬 파우제방

 문종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5.25.



엄마가 전보다 자주 집에 있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나와 오빠도 싫어할 까닭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문을 열어 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랐다. (19쪽)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거나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 내 생각을 굳건히 지킬 줄 알아야 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나는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 볼 자격도 없지.” (112쪽)


“아빠, 아빠가 듣고 아주 기뻐하실 얘기를 제가 준비해 두었어요.” 내가 오빠 말을 가로막았다. “오빠 혼자가 아니라 저하고 같이 준비한 거예요!” “있다가 집에 가서 얘기하자.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으니까.” (196쪽)



  낮잠을 거르고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아쉬운 아이들입니다. 조금 더 놀자고, 한 가지 놀이를 더 누리고 싶다고, 뭔가 더더 하고서 꿈나라로 가고 싶다 합니다. 이런 날은 으레 이튿날 늦게 일어납니다. 그럴 만하지. 저녁에 하나를 더 하는 만큼 아침에 하나를 덜 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아이들은 모를 수 있어요. 오늘 다 하지 않더라도 이튿날 일찌감치 일어나서 하면 되어요. 오늘 더 하지 않아도 새로운 하루에 새로운 마음하고 몸으로 해도 됩니다. 오늘 더 해야겠다고 버티거나 붙잡으면 이튿날에는 그만 기운이 쪼옥 빠지거나 처질 만해요.


  어버이는 아이 곁에서 하루를 지켜보면서 찬찬히 북돋우는 몫을 하지 싶습니다. 이래야 저래라 시키는 어버이가 아닌,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즐기자고 하는 이야기를 문득 상냥하게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구드룬 파우제방/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은 집안일에 두 아이가 끼어드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한 아이는 푸름이요 다른 아이는 어린이입니다. 어버이가 보기엔 아직 앳되니 두 아이 도움을 바라지도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두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하고 우리가 모두 한집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울 적에는 같이 웃기보다는, 슬플 적에도 같이 울면서, 새로 나아갈 길을 찾자고 여기지요. 어버이만 아이를 돌보면서 이끌지 않아요. 아이도 어버이를 보살피면서 이끌어요. 어버이로서는 생각이 막히더라도 아이로서는 생각이 열릴 수 있어요.


  귀를 기울여서 들어요. 눈을 뜨고서 봐요. 마음을 열고서 함께해요. 그러면 모든 길은 즐겁고 눈부시게 확 열리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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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 대한민국 임시 정부 이야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5
배성호.최인담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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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09


《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배성호·최인담

 철수와영희

 2019.4.11.



대한민국은 이전 대한 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답니다. 바로 제국이 아니라 민국이라고 한 것이에요. 제국은 황제의 나라라는 뜻인 데 반해, 민국은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라는 뜻이거든요. (16∼17쪽)


1915년에 결성된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 광복회는 의병 전쟁과 계몽 운동에 참여했던 세력이 모여, 공화정을 수립하기 위해 군대식 조직을 갖추고 군자금을 모으며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26쪽)


꿈에도 그리던 해방이 되었지만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어요. 미국이 한반도 38도선 아래 지역을 관리하는 미군정을 선포했어요. 미군정청은 광복 직후 여러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수립된 위원회 등과 같은 자치 기구도 인정하지 않고 해산했어요. 또한 통치를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일제 강점기 친일 관리들에게 일을 맡겼어요. (90쪽)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꿈꾸었던 나라는 휴전선으로 갈라진 지금의 모습이 아니에요. (114쪽)



  나라가 있다지만, 지구 바깥에서 바라보면 이 별에는 어떠한 금도 안 보입니다. 지구 바깥에서, 곧 우주에서 볼 적에는 그저 지구일 뿐,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없습니다. 우주 아닌 하늘에서 보아도 매한가지예요.


  해가 지구를 볼 적에 지구는 오로지 지구입니다. 지구를 흐르는 바람도, 지구 곳곳에 흩뿌리는 빗물도 그저 지구라는 별을 싱그럽고 포근하게 감싸는 숨결입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뭍을 차지하며 살아가는 목숨 가운데 사람은 어쩐 일인지 어깨동무나 손잡기보다는 땅바닥에 금을 긋고서 다투곤 합니다. 한쪽은 임금 자리에 서고 다른 한쪽은 종이란 자리로 밀어놓으면서 위아래로 가르기도 해요.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갈 적에 즐거울까요?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길일까요? 같이 나누고 함께 즐기는 살림일 적에 서로 웃고 노래할 만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배성호·최인담, 철수와영희, 2019)는 봉건 사회가 저물고서 대한제국이란 이름을 거쳐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설 무렵 이야기를 단출히 들려줍니다. 몇몇 우두머리가 휘어잡는 나라가 아닌, 누구나 씩씩하게 삶터를 가꾸는 나라로 달라지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퍽 짧다 싶은 동안에 숱한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새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길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도 아닌,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길이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었어요. 이동안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에, 군사독재에, 막삽질 경제정책에, 아직 나라는 뒤숭숭하다고 할 만합니다. 마음을 열고 사랑을 여는 길을 좀처럼 못 뚫는다고도 할 텐데, 그렇지만 이 길을 고이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사람이 차츰 늘어나지 싶어요. 그러니 《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같은 책이 나올 수 있겠지요. 우두머리 몇 사람을 떠받드는 책이 아닌, 우리 발자취를 돌아보는 책에, 우리 앞길을 밝히는 뜻을 나누려는 책을 어린이가 스스로 손에 쥐고서 눈망울을 밝히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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