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타니 겐지로의 유치원 일기 -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태양의아이 유치원’그 감동의 기록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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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걷는 삶
 [사랑하는 배움책 8] 하이타니 겐지로, 《유치원 일기》(양철북,2010)

 


- 책이름 : 유치원 일기
- 글 : 하이타니 겐지로
-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 펴낸곳 : 양철북 (2010.12.30.)
- 책값 : 1만 원

 


  아이들이 자랍니다. 날마다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프고, 아이들은 먹고 싶은 대로 먹고픕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나 놀이라면 무엇일까요. 곁에서 어른들이 하는 일이나 놀이를 아이들도 똑같이 하고 싶을까요.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이나 놀이를 새로 찾을까요.


  학교도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없던 지난날을 헤아립니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무슨 꿈을 꾸면서 자랐을까요. 지난날 아이들은 저마다 어떤 일을 배우고 어떤 놀이를 즐기면서 자랐을까요. 지난날 아이들은 학교가 없어서 서운했을까요. 지난날 아이들은 학교가 없어도 아름다운 삶과 따사로운 사랑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으며 씩씩하게 뛰놀며 자랐을까요.


  학교가 막 생기면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요. 일제강점기에 생긴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쳤는가요. 해방 뒤 이 나라 학교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쳤나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넘어, 2000년대 학교는 아이들한테 어떤 곳이 되는가요.


.. 당연한 일이지만, 능력주의와 주입식 교육이 판을 치는 일본의 교육 현실에서 우리는 성가신 존재였다. 물론 아무리 성가신 존재로 여겨져도,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왔다 … 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건물은 대개 아이들을 얕잡아본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을 온통 분홍색으로 칠하고 벽에는 스누피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플라스틱제 놀이기구를 설치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정신이 의심스럽다. 창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어른들이 멋대로 생각한 디자인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되도록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아이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 재료를 다루거나 표현하는 것은 아이들이어야 한다 ..  (10, 21쪽)


  이웃들은 우리 아이들 볼 적마다 ‘학교 갈 때 안 되었니?’ 하고 묻습니다. 큰아이는 이태 뒤에 초등학교 들어갈 만한 나이가 되고, 두 아이는 모두 어린이집이건 유치원이건 다닐 만한 나이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엇비슷하게 어떤 시설에 보낼 수 있고, 학교에 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시설이나 학교에서 시험이나 공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구지게 뛰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시설이나 학교에 보내는 일은 하나도 안 내킵니다. 아이들은 시간표로 착착 짜서 몇 분 가르치고 몇 분 쉬고, 하는 틀로는 하나도 제대로 배울 수 없어요. 아이들은 일곱 살이고 여덟 살이고 아홉 살이고 실컷 뛰놀아야지, 책상 앞에서 이런 지식 저런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시설이나 학교에 갈 수 있어야, 아이들한테 새로운 길이 열릴까 생각해 봅니다. 시설이나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어떤 길을 열어 줄까요.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는 길? 대학교에 들어가서 취업 준비 하도록 재촉하는 길? 시설이나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사랑을 가르쳐 주나요? 시설이나 학교에서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꿈과 노래를 누리도록 이끌어 주나요? 시설이나 학교는 아이들이 숲과 들과 멧골과 바다를 얼마나 실컷 누비도록 북돋아 주나요?


  요즈음 시설이나 학교는 지난날처럼 주먹다짐이나 몽둥이질을 섣불리 안 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 보육교사나 학교교사는 지날날처럼 아이들한테 막말이나 거친 말을 함부로 읊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 슬기롭게 다스리는 교사는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어요. 아이들 앞에서 바르며 고운 넋으로 바르며 고운 말 들려주면서, 교사 스스로 바르며 고운 삶 일구려는 분이 얼마나 될까 알쏭달쏭합니다. 교사라는 자리는 교사자격증을 땄대서 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태양의아이 유치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자기 눈높이를 맞추어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곳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다 …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 줄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 … 우리 스스로 창조력이 풍부해야 하며, 아이들과 함께 변화해 가야 한다 … 아이들은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말을 획득한다. 그리고 말을 획득함으로서 더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  (38, 39, 110, 192쪽)


  어떤 어버이도 ‘어버이 자격증’을 따고서 혼인을 한 다음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다만, 어버이 자격증이 따로 없다 하더라도, 어른 된 두 사람은 ‘어버이로 지내는 길’을 그닥 깊이 헤아리지 않고 아이를 낳곤 해요. ‘어버이 길’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살피지 않기 일쑤예요.


  그런데,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오늘날 여느 어른’들한테 ‘어버이 길’을 안 가르쳐 주었을 수 있어요. 갓 스물을 넘거나 서른 넘은 사람들한테 ‘오늘날 어버이’들은 어떤 삶길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알려주나요. 오늘날 쉰 예순 나이를 누리는 분들은 이녁 아이들한테 어떤 어른 되는 길을 밝히는가요. 학교에서 교사 자리 맡는 분들은 숱한 아이들한테 어떤 사람 되는 길을 열어 주는가요.


  때 되면 밥 차리고, 때 되면 씻기고, 때 되면 옷 갈아입히고, 때 되면 빨래하고, 때 되면 쓸고닦고, 때 되면 예방주사 맞히고, 때 되면 놀이공원 가고, 때 되면 장난감 사 주고, 때 되면 바깥밥 사먹고, …… 이런저런 모습이 ‘어버이 길’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어버이 길이라 한다면, 이 땅에서 사람답게 아름다이 살아가는 길이라고 느껴요.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한껏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새 이야기 빚고 새 살림 일굴 때에 비로소 어버이 길을 연다고 느껴요.


..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아이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시인이다 … 아이들은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  (104, 132, 163쪽)


  아이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릅니다. 누가 가르치지 않은 가락과 노랫말을 스스로 지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이 곁에서 들은 노랫가락과 노랫말 되새기며 노래를 부릅니다. 어버이가 부른 노래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흐르던 노래를 떠올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이 조잘조잘 떠듭니다. 스스로 터져나오는 소리대로 조잘조잘 떠들고, 둘레 어른이나 또래 아이들 조잘조잘 주고받던 말소리 곱씹으면서 새삼스레 조잘조잘 떠듭니다.


  바람소리 듣고 자란 아이들은 바람소리를 살갗으로 느끼면서 알아차립니다. 자동차 붕붕 소리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동차 소리 느끼고 자동차 이름 하나하나 되새깁니다. 들판에서 풀 뜯고 꽃이랑 노래하던 아이들은 풀빛과 꽃빛을 가슴속으로 아로새깁니다. 높다란 아파트와 건물 비죽비죽 솟은 데에서 거님길 바깥으로는 못 다니도록 꽥 소리지르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자란 아이들은 봄빛과 여름빛과 가을빛과 겨울빛 하나도 모르는 채 나이를 먹습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저마다 무엇을 보면서 자랄까요. 이 나라 어른들은 저마다 무엇을 생각하면서 아이들과 어울릴까요. 이 나라 도시 아이들은 날마다 무엇을 느끼며 클까요. 이 나라 시골 아이들은 나날이 무엇을 마주하며 생각밭 키울까요.


.. 자연의 것을 자연 그대로 먹을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음식 만드는 일에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 동물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거의 없는 요즘 아이들은 동물이라는 존재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덮어놓고 무서워했다 … 장애아 교육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불행이다 … 기요코와 아이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아이들을 격리시키거나 외톨이로 만드는 것은 큰 죄이며, 인간 전체로 봤을 때도 큰 손실이라고 ..  (25, 67, 123, 130쪽)


  하이타니 겐지로 님이 쓴 《유치원 일기》(양철북,2010)를 읽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님은 일본에서 ‘새로운 유치원’을 엽니다. 당신이 쓴 책을 널리 팔아서 벌어들인 돈을 밑바탕 삼아, ‘틀에 박힌 채 지식 쑤셔넣고 아이들을 톱니바퀴에 가두는 유치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컷 놀며 스스로 생각을 일구는 유치원’이 되기를 바라면서 유치원을 엽니다.


  유치원은 건물이나 시설이 아닙니다. 유치원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삶터요 배움터이자 만남터이고 쉼터입니다. 삶터인 유치원이기에 유치원 교사는, 또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어떤 자격증보다도 마음속에 품는 사랑이나 꿈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나 꿈은 없이 자격증만 있다면 ‘새로운 유치원’에서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자격증이야 언제라도 딸 수 있는걸요. 자격증이야 없어도 되는걸요. 곁에서 여러 해 궂은 일 도맡으며 어깨너머로 구경하거나 지켜보면서 일손 하나둘 거들면서 천천히 익힐 수 있고, 둘레에서 오래도록 크고작은 일 함께하면서 어깨동무와 두레와 품앗이가 무엇인가를 깨달으며 찬찬히 배울 수 있어요. 굳이 시험을 치러 점수를 살펴야 따는 자격증이란 뜻이 없어요. 곧, 가르치는 어른도 자격증이나 시험점수 따야 하지 않고, 배우는 아이도 자격증이나 시험점수 따야 하지 않아요. 가르치는 어른부터 스스로 삶을 생각하고 사랑을 나누면 즐겁지요. 배우는 아이도 스스로 삶을 깨닫고 사랑을 물려받으면 기뻐요.


..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려면 어른이 먼저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 한다 … 아이들에게서 뭔가를 발견하고 거기에 놀라거나 감동했다는 것은 벌써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것은 관념이 아니라 감동에서 시작해서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다 … 원래 모든 아이들은 상냥하다. 아이들의 마음이 황폐해지는 때는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낄 때뿐이다 ..  (57, 82, 152쪽)


  교사들 누구나 교사일기 쓰기를 바랍니다. 아이들한테만 일기쓰기 시키지 말고, 교사부터 스스로 교사일기를 써서, 이웃 교사랑 학부모한테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일기를 교사들만 살피면서 동글뱅이 그려 주거나 맞춤법 바로잡지 말고, 교사일기를 이웃 교사하고 학부모한테 보여주어 ‘교사로 지내며 아이들과 마주하는 웃음과 눈물과 기쁨과 슬픔’을 서로서로 아리땁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곧, 대통령은 대통령일기를 써서 사람들한테 날마다 보여주어야지요. 국회의원도 국회의원일기 쓰고, 시장은 시장일기를, 군수는 군수일기를 써야지요. 의사도 변호사도 판사도 간호사도 모두 일기를 쓸 노릇입니다. 회사 대표도, 회사 일꾼도, 저마다 하루일 돌아보면서 이녁 삶을 일기로 쓸 노릇입니다. 아이들과 지내는 어버이도 일기를 쓸 노릇입니다. 이 나라 푸름이도, 젊은이도, 모두모두 이녁 삶 밝히는 일기를 찬찬히 적바림하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며 알알이 보듬는 길을 생각할 노릇이에요.


  이때에 비로소 새 길 열 수 있겠지요. 이렇게 마음을 트고 서로 만날 수 있을 때에, 거짓이 스러지고 참삶을 열면서 빙그레 웃겠지요. 서로 마음속에 꿍꿍이 아닌 꿈을 품고, 마음밭에 미움 아닌 사랑 심을 때에, 다 함께 아름다운 보금자리와 마을 가꾸겠지요.


..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더욱 꼼꼼하게 살피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다 …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성장하는 생명체만큼 아름답지 않다 … 뭔가를 창조했을 때만이 인간은 성장한다 … 아이들이 위대한 창조자라는 사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바로 코앞에 훌륭한 본보기가 있는데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 걷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154, 180, 200쪽)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걷는 삶입니다. 아이 낳은 어버이라 하든, 아이 안 낳는 어버이라 하든, 또는 짝을 안 맺고 혼자 살아가는 어른이라 하든, 모두들 곁에는 늘 아이들이 있어서 함께 걷는 삶이에요. 내가 마신 다음 내뱉는 숨을 숲에서 나무가 마시고, 이 숨이 다시 푸르게 흘러나오면 이웃 아이들이 마셔요. 내가 쓰고 내놓는 물을 숲과 바다와 들과 갯벌이 걸러서 하늘로 올려보내 구름을 이루면, 이 구름은 온누리를 촉촉히 적시면서 이웃 아이들 마시는 물이 돼요.


  모든 삶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바람과 물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햇살은 어느 곳이든 골고루 비춥니다. 사람들 생각과 마음도 따로따로라 하지만, 처음과 끝은 늘 하나입니다.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삶인데, 삶이 나아가는 길은 모두 한 갈래로 같아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을 가르치며 배우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학교’라는 이름을 쓰든 안 쓰든 배움터이면서 삶터가 됩니다. 사랑을 가르치지 못하고 배울 수 없으면서 이름은 ‘학교’라 한다면, 이곳에서는 삶도 문학도 문화도 사랑도, 그리고 어떠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할 갑갑한 쇠울타리 감옥이 됩니다. 4346.3.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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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지음 / 양철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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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29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양철북 펴냄,2013.3.4./12000원

 


  한국글쓰기연구회 교사들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낀 삶을 찬찬히 적바림한 글을 엮은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양철북,2013)를 읽습니다. 전국 골골샅샅 여러 학교에서 씩씩하게 일하는 교사들은 아이들 씩씩한 얼굴과 웃음을 마주하면서 새삼스레 웃습니다. 아이들한테 교과서를 가르치는 자리에 서는 교사라 하지만, 막상 아이들은 교과서 바깥 이야기를 더 많이 배웁니다. 교사 또한 교과서를 벗어난 자리에 서면, 아이들한테서 새로운 삶을 마주하고 배워요.


.. 돌을 만지고 있는데 개구쟁이 이용우가 뭐라고 소리치며 들어온다. “선생님 이거 별이에요, 별!” 용우가 손에 들고 온 건 개나리인데 가지 끝에 핀 개나리꽃 세 송이가 노란 꽃잎을 벌리고 있는 게 마치 별 같다. “어쩜 이렇게 꽃잎이 이쁘니?” ..  (25쪽/노미화)


  아이가 개나리꽃을 별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요, 꽃은 별하고 같아요. 그러면, 교사들은 다른 별을 찾으러 교실을 박차고 나올 수 있어요. 자, 아이들아, 우리 다른 별도 찾으러 밖으로 나가서 봄을 한껏 누려 볼까, 하고 외칠 수 있어요. 수업 진도 나가야 한다고요? 그러면 교장 교감 두 분 함께 모시고 모두 교실을 박차면 되지요.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꼭 어느 날 어느 때에 맞춰서 해야 하지 않아요. 교장 선생님도, 교감 선생님도, 시멘트 건물 학교에서 낮에도 형광등 켠 채 일하시지 말고, 아이들도 교사들도 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들로 나가요. 들이 없는 도시라면, 학교 꽃밭으로 가요. 그래서 모두 함께 봄바람 마시고 봄볕 즐기면서 봄을 이야기하는 하루를 누려요.


.. 순진한 녀석들. 참 귀엽다. 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오는 한마디. “전에도 안 서 있으면 체육 안 하고 교실에 들어갔어요.”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체육에 목말라 하는데, 아까 장난으로 한 말이지만 체육 안 할지도 모른다고 애 태우게 한 것이 미안했다. ‘그래, 그냥 좀 귀찮다고 체육 안 하고, 바쁘다고 체육 안 하고, 그런 일은 절대로 안 할게.’ ..  (58쪽/박선미)


  교사는 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교사는 학생을 윽박지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교사는 교과서 지식 집어넣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사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한테서 아름다움을 늘 느끼고 마주하면서 스스로 새 아름다움 빚도록 이끄는 사람입니다.


.. 그래도 나는 대구를 벗어난 시골 학교에 있으니까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출근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텁텁하던 공기가 상큼해진다. 우중충한 햇빛에서 눈부신 녹색 속으로 들어가는데 기분이 어떻게 밝아지지 않겠나 ..  (90쪽/이호철)


  아이들더러 학교에 올 적에 맨손으로 오라 말하기 앞서, 교사들부터 학교에 갈 적에 자가용 좀 제발 끌지 않기를 빌어요. 학교 운동장 한켠에 제발 자가용 세우지 않기를 빌어요. 교사들부터 두 다리로 걸어서 학교에 오기를 빌어요. 교사들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기를 빌어요. 교사들 누구나 아이들과 나란히 길을 거닐면서 이야기 주고받기를 빌어요. 교사들 모두 아이들과 아침에 노래노래 부르면서 학교 가는 길이 신나고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이끌기를 빌어요.


.. 늦게 일어나서 마음이 바빴을 텐데 성현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떨어지려는 나뭇잎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더 이상 못 참아 엄마 품에서 떨어졌다” 그랬다.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서 엄마 나무 옆에 놔두고 다시 학교로 온 성현이는 교실에 와서 바로 일기를 썼다고 했다. 세상 귀찮은 듯 아무렇게나 다리 뻗고 앉아 있던 성현이를 겉모습만 보고 내가 섭섭해 했구나 ..  (212쪽/김숙미)


  교사는 아이들 속모습을 들여다보고 겉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는 곁지기입니다. 어버이 또한 아이들 속살을 헤아리고 몸가짐을 추슬러 주는 옆지기입니다. 곧, 교사도 어버이도 어른입니다. 어른이란, 나이 많이 먹어 밥그릇 숫자 많아야 어른이지 않습니다. 어른은, 마음속에 슬기로운 빛 한 줄기랑, 따사로운 사랑씨앗 하나랑, 포근한 꿈자락 하나 건사하면서 언제라도 이웃하고 나눌 때에 어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지요. 아름다운 어른을 바라보며 크는 아이들은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지요. 사랑스러운 어른과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어른으로 자라지요. 믿음직한 어른하고 학교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아이들은 날마다 새록새록 꿈을 먹고 사랑을 키우며 이야기를 빚어요.


.. 이렇게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으로 아이들을 답답하게 하는 동화들이 책으로 나오고, 이런 책이 좋은 책으로 알려지고, 아이들이 읽게 하고, 책을 읽은 아이들이 더 답답해지고, 그래서 책읽기를 싫어하게 되고 ……. 이렇게 문제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231쪽/박문희)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교사들 모두 아름다운 삶과 사랑을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땅 교사들 모두 어여쁜 꿈과 빛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온누리 어른들 모두 살가운 손길과 눈빛으로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뛰놀며 지구별 지킬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6.3.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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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 어린이문학과 교육 사상 살아있는 교육 27
이주영 지음 / 보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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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안 살리는 대한민국 학교
[사랑하는 배움책 13] 이주영,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보리,2011)

 


- 책이름 :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 글 : 이주영
- 펴낸곳 : 보리 (2011.12.1.)
- 책값 : 13000원

 


  《이오덕 교육일기》(한길사,1989)라는 책을 읽으면, 1960∼70년대 국민학교 모습을 환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내 아버지도 1960∼70년대뿐 아니라 1980∼90년대에도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와 교장 일을 하셨고, 퍽 여러 사람들이 교육일기나 교단일기를 썼는데, 《이오덕 교육일기》에서만큼 지난날 국민학교 모습을 또렷하게 밝혀 적은 글을 아직 못 보았습니다. 교사로서 지난날 국민학교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뉘우치거나 잘잘못 따지는 글을 아직 못 보았어요.


  1982년부터 1987년까지 국민학교 여섯 해를 다니던 내 지난날을 되새깁니다. 그무렵 나는 학교에서 돈 내라 쌀 가져와라 신문과 빈병 모아라 걸레와 커튼 만들어서 내라 화분 사라 교실에 텔레비전 들여 화상교육 하도록 국화 사라 …… 하는 이야기를 날이면 날마다 들었습니다. 육성회비를 내고 무슨무슨 수업료를 내며 스승날에 돈봉투를 내는 한편, 소풍 때에는 교사들 먹을 술과 떡과 고기 장만할 돈을 걷습니다. 낱낱이 떠올리자면, 한 주에 두 가지 새로운 ‘돈 걷기’를 했어요. 반장과 부반장 맡은 아이는 동무들 다그치거나 자로 때리면서 ‘돈 안 낸 동무’한테 욕지꺼리 퍼붓습니다. 처음에는 얌전한 말로 타이르다가도, 담임교사가 반장과 부반장 불러 교단에 세우고는 뺨따귀를 올려붙이면, 담임교사가 교무실로 돌아간 뒤 우리들을 윽박지르며 자를 휘두르곤 해요.


  다달이 내야 하던 돈을 떠올립니다. 육성회비, 수업료, 기성회비, 방위성금, 우유값. 틈틈이 내라 하던 돈을 헤아립니다. 전투기를 산다느니 군함을 산다느니 할 때에 돈을 더 걷고, 평화댐 짓는다며 다시 돈을 걷습니다. 4월 5일에 나무 심는다며 나무값을 걷고, 성탄절 앞두고 크리스마스 씰을 사라며 돈을 걷습니다. 학기마다 환경미화를 한다며 돈을 걷고, 청소용품 산다며 돈을 걷습니다. 가을에는 가을국화 사라며 돈을 걷어요. 이러는 동안 3월부터 12월까지 방학을 빼고 다달이 폐품수집을 합니다. 방학이 끝나는 9월은 폐품수집을 곱배기로 하라 시킵니다. 1∼3학년은 신문종이 5킬로그램, 4∼6학년은 신문종이 10킬로그램, 여기에 빈병은 1∼3학년 한 병, 4∼6학년 두 병씩 가져오도록 시켜요. 중·고등학교에서는 국민학교 때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오라 시키지요. 폐품수집날 닥치면 집집마다 신문종이와 빈병 모으느라 바빠요. 빈병 안 가져와서 학교에서 교사와 교무주임과 교감한테 얻어터질라치면, 이듬날부터 어머님들이 구멍가게에서 빈병을 사서 아이들더러 들고 가라 합니다. 그리고, 새마을저축이라는 이름으로 주마다 500원 넘게 돈을 넣으라 했어요. 5학년쯤 되니 주마다 1000원 넘게 돈을 넣으라고 바뀝니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한테 위문편지를 쓸 뿐 아니라 위문품 보내기 행사를 하느라 돈을 걷습니다. 스승날에는 반마다 학년마다 돈을 걷어 교사한테 줄 선물을 산다 합니다. 체육대회를 할 적에도 반마다 마련해야 하는 음료수와 빵과 김밥이 있고, 학기에 한 차례 있는 소풍날에도 아이들마다 내야 하는 선물이나 먹을거리나 돈이 있어요.


.. 1964년에는 상주군 이안서부초등학교 교감으로 발령받는다. 그러나 두 해 만에 다시 교감 포기서를 낸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당시 학교장한테 여러 차례 부조리한 지시를 받으면서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 1967년 3월 1일 경주시 경주초등학교 교사로 간다. 그러나 더욱 황폐하고 반교육 행태가 판을 치는 도시 학교 풍토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교육청에 간곡히 부탁해서 1968년 3월 1일 안동군 임동면 대곡분교로 옮긴다. 아주 산골학교를 찾아간 것이다 ..  (30쪽)


  나는 국민학교 다니며 돈 걷는 일에 질리고 질렸습니다. 하루 빨리 국민학교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담임교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애써 하는 일이란 수업이 아닌 돈 걷기예요. 그 다음은 교육청에서 내라 하는 통계조사표에 따라 설문조사 하는 일이고, 이 설문조사를 글씨 예쁜 아이들 시켜 갈무리하도록 시킵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이면 시화전을 한다 해서 돈을 또 걷어요. 붓글씨로 시를 쓰고 바탕에 그림을 그린 다음 그림틀에 끼워야 하니까 틀값이 있어야 한다지요. 그런데 이 그림틀도 제 아이 것이라 해서 주지 않아요. 돈을 치러 사 가야 합니다.


  내 어머니는 당신 두 아이가 주마다 몇 차례씩 돈 가져오라 이야기할 적마다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합니다. 그나마 나는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였기에 육성회비를 깎아 주었어요. 그런데 내 국민학교 3학년 때 담임교사는 내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인 줄 알고 나를 마구 팼어요. 자꾸 패고 괴롭혔어요. 그러더니 내 어머니 앞으로 편지를 하나 건넸고, 어머니한테 편지를 건네니 이날 저녁 아버지가 조용히 나를 부르더니 흰봉투에 한자로 두 글자 적어 나한테 주더군요. 모두 잠든 밤에 몰래 옥편을 뒤져 아버지가 흰봉투에 한자로 적은 글이 무언가 하고 알아보니 ‘寸志’였습니다. 이무렵 아버지 한 달 일삯(기본급)이 20만 원이 채 안 되었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흰봉투에 자그마치 3만 원을 빳빳한 돈으로 넣었습니다.


.. 이오덕은 참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되려면 아이들에게 몸으로 하는 일을 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 일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가 되고, 또 그것이 바로 공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아이들’이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인간답게 자라기 위해 어린이들이 살아야 할 현실이라고 반론하였다 … 이오덕은 작품에 작가 자신의 독창성이 없으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단언한다 … 이오덕은 ‘일’을 ‘즐거운 놀이’ ‘공부’ ‘창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65, 91, 143, 180쪽)


  국민학교 적에 시달린 돈 돈 돈 ……을 떠올리다 보니,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으던 일이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 반뿐 아니라 어느 반에나 몹시 가난한 동무가 있어요. 학교에서 거둔다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누구한테 주는지 참으로 알쏭달쏭했지만,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한테 똑같은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라 했어요. 찬찬히 돌아보니,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다달이 내도록 시켰습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500원씩입니다. 방위성금도 500원씩이었어요. 이무렵 인천에서 국민학생 한 사람 버스삯은 60원이었고, 라면 한 봉지 값은 80원이었다가 100원으로 올랐습니다.


  육성회비가 6천 얼마, 수업료가 1천 얼마, 방위성금 500원, 불우이웃돕기성금 500원, 새마을저축 500원, 기성회비가 500원이었나 1천 원, 우유값이 2200원 안팎, 여기에 폐품을 모아야지, 때때로 위문품 돈을 내야지, 특별 방위성금을 내야지, 다달이 무슨무슨 행사 끊이지 않아 자꾸자꾸 돈을 내야지 …… 예순 아이쯤 되던 우리 반에서 이 모든 돈을 제때 빠짐없이 내던 아이는 몇 안 되었습니다. 으레 늦게 내거나 흔히 얼마씩 적게 냈어요. 늦게 내면 늦게 내는 만큼 다 낼 때까지 담임교사가 두들겨팹니다. 이레 지나도록 안 내고 미루면 교무주임이 따로 불러서 더 두들겨팹니다. 한 달 지나도록 안 내고 버티면 월요일과 토요일 아침에 하던 애국조회 자리에서 교감이 단상으로 불러서 뺨을 갈기거나 구둣발로 정강이나 배를 걷어찹니다. 전교생 모두 보는 앞에서 얻어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맞는다고 끝나지 않아요. 체육 수업을 할 때에 체육교사가 또 얼차려를 시키며 괴롭혀요.


  나는 아버지가 교사였기에 숱한 주먹질과 발길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폐품 무게가 500그램이라도 못 미치면, 빈병 갯수를 채우지 못하면, 하루라도 늦게 가져오면, “넌 아버지가 교사이니까 잘 알 텐데 늦게 가져와!” 하고 윽박지르면서 참말 눈물 펑펑 쏟도록 때렸습니다.


  내 동무들은 어떻게 국민학교 여섯 해를 견디었을까요. 집안이 가난해서 돈 한 푼 학교에 바치기 어렵던 동무들은 국민학교 여섯 해를 어떻게 떠올릴까요. 이제 그때 일은 다 잊고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갈까요. 지난날 일을 거울 삼아 ‘돈으로 사람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짓’을 안 하며 참답고 슬기롭게 살아갈까요.


.. 이오덕이 어린이 시 지도에서 배척하려고 했던 것은 생활 감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을 외면하고 감동 없이 기교만으로 작품(감동)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그릇된 동시 제조 방법과 태도다.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자라도록 돕기 위해 시 쓰기를 지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오덕은 이런 권위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생활을 몸과 마음으로 겪으면서, 아이들이 쓰는 글과 아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당시 유행하던 시 쓰기 방법은 참된 인간 교육이나 시 쓰기 교육의 길이 전혀 아님을 알게 되었다 ..  (121, 127쪽)


  이주영 님이 쓴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보리,2011)라고 하는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주영 님이 쓴 이 책은 ‘이오덕 평전’은 아니고, ‘이오덕 사상 연구’입니다. 교사 이오덕 님이 국민학교 교사·교감·교장 노릇을 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고, 이 아픈 가슴으로 ‘아이들 살리는 길’을 얼마나 눈물겹게 찾아헤맸으며, 애써 찾아헤맨 참길을 씩씩하게 지키려고 온힘을 다했는가 하는 대목을 곰곰이 짚습니다.


  다만, ‘사상 연구’라고 하지만, ‘어린이문학 비평을 둘러싸고 후배들이 벌인 논쟁’에 너무 길다 싶은 자리를 내주어, 이오덕 님 삶자락과 교육 이야기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합니다. 이오덕 님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떻게 곰삭혔으며, 어떻게 ‘참교육 이론 밑틀’을 세우면서 문학창작과 문학비평과 글쓰기교육과 우리 글 바로쓰기로 나아갔는가 하는 실마리를 밝히지는 못해요. 앞으로 이 대목을 차근차근 되짚으면서 고침판이라든지 새판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몇 이론가나 비평가하고 주고받은 글은 이오덕 님 삶에서 그닥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거든요. ‘독재정권이 아이들을 죽이는 짓’과 ‘독재정권 손아귀 앞에서 굽실거리며 아이들을 안 지키고 외려 아이들을 더 옥죄는 교사들 끔찍한 짓’을 코앞에서 바라보아야 한 슬픈 눈물과 생채기를 씻으며 참교사로 거듭나려 애쓴 이오덕 님 발자취를 살포시 밝히면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요.


.. 이오덕 계열 문학을 현실주의 어린이문학이라고 말하기 시작하였지만 정작 이오덕은 이 말에 거부감을 갖는다. 어린이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라면 어떤 ‘주의’를 가졌든, 어떤 경향의 작품을 쓰든 모두 어린이 삶과 현실을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 어떤 특정한 작가들, 곧 이오덕 자신의 문학론을 ‘현실주의’로 규정하고, 자기를 따르는 작가들을 묶어서 따로 ‘현실주의’ 작가나 작품으로 일컫다니 이상하다는 것이다 … 이오덕은 문학 이념이나 갈래나 형식이 아니라, 작품이 어린이가 현실을 살아가는 데 참된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 이오덕은 아이들이 집안일이나 농사일을 돕는 자기 삶을 부끄럽게 여기고 글로 쓰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교육 현실을 비판하면서, 그런 이야기도 솔직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래야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다운 마음을 기를 수 있다고 하였다 ..  (173, 182∼183쪽)


  이오덕 님이 교사로 일하던 때뿐 아니라, 제가 국민학생이던 때, 그리고 내 다음으로 국민학교에 들어온 아이들 누구나 대한민국에서는 사랑받지 못하며 자랐다고 느껴요. 독재정권과 제도권교육은 아이들을 살리지 않아요. 독재정권과 제도권교육은 아이들을 죽여요. 아이들을 죽이려 하는데 죽지 않으면 목을 옥죄어 노예로 부립니다. 시키는 일을 몽땅 하게 만들고, 두들겨패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노예로 만들어요.


  가만히 돌아보면, 오늘날 학교에서는 지난날 학교처럼 돈을 끔찍하게 걷지는 않아요. 이제 교사들 일삯은 제법 많고 수당 또한 퍽 많아요. 요즈음 교사들이 아이들 닦달하거나 다그치며 돈 걷기 할 까닭은 사라졌다 할 만해요. 그러나, 요즈음 교사들은 아이들을 대학입시지옥으로 밀어넣는 하수인 노릇을 해요. 학교에서도 학교 바깥에서도 오직 시험공부에만 마음을 팔도록 내몰아요. 아이들한테 삶을 말하거나 사랑을 밝히거나 꿈을 북돋우는 교사를 찾아보기 매우 힘들어요. 아이들 스스로 이 땅에서 씩씩하게 홀로서기 이루며 아름다이 살아가는 길 열어젖히는 이슬떨이 되는 교사는 자꾸 줄어들어요.


.. 이오덕은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진정성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그 뜻을 지키기를 촉구하였다. 어린이문학의 진정성이란 작가가 어린이문학이 사회에서 갖는 책임을 사무치게 느끼고, 어린이가 살아가는 현실을 올바르게 알며, 민족과 인류의 앞날을 살아갈 어린이가 문학을 통해 간접 체험을 즐기고 그 즐거움에 힘입어 어린이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 어린이문학가이기 때문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면 어린이문학 작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 ..  (193, 194쪽)


  교사도 어버이도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빌어요. 교사도 어버이도 아이들 죽이는 짓 그만하기를 빌어요.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야 하는 시험노예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시골 떠나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야 하는 월급노예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꿈을 키울 푸른 숨결이에요. 아이들은 사랑을 나눌 푸른 넋이에요.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가 살려야지 싶어요. 교육부에서 아이들 살리는 길 열지 않는다면, 우리가 우리 살아가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아이들 살리는 길 마련해야지 싶어요.


  예쁜 아이들로 자라도록 북돋아야지요. 착한 아이들로 크도록 이끌어야지요. 참다운 아이들로 빛나도록 보살펴야지요.


  좋은 하루 누리는 어른 되어, 아이들도 나란히 좋은 하루 누릴 수 있도록 하기를 빕니다. 좋은 하루 즐기는 어른 되어, 아이들 누구나 좋은 하루 즐길 수 있게끔 돕기를 빕니다. 좋은 하루 빛내는 어른 되어, 아이들 스스로 좋은 하루 빛내는 슬기 일구도록 어깨동무하기를 빌어요. 4346.3.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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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 - 크리스탈 아이 레나가 들려주는 사랑, 신뢰, 기쁨의 메시지
레나 기거 지음, 윤혜정 옮김 / 샨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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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먹는 아이들
 [사랑하는 배움책 14] 레나,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

 


- 책이름 :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
- 글 : 레나
- 옮긴이 : 윤혜정
- 펴낸곳 : 샨티 (2313.1.21.)
- 책값 : 13000원

 


  봄꽃을 따서 먹습니다. 봄에 피어나는 꽃송이를 봄풀 잎사귀랑 함께 먹습니다. 꽃잎과 풀잎에 풀줄기까지 먹습니다. 때로는 뿌리까지 캐내어 꽃과 잎과 줄기와 뿌리 몽땅 먹습니다.

  봄에 먹는 봄풀에는 봄맛이 납니다. 여름에 먹는 여름풀에는 여름맛이 나고, 가을에 먹는 가을풀에는 가을맛이 납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뜯거나 캐내어 먹는 풀인가에 따라 풀맛이 다릅니다. 풀마다 흙내음이 다릅니다. 풀마다 바람내음이 다릅니다. 여기에, 풀마다 햇살내음이 달라요.


  풀을 먹는 사람들 마음도 다르지요. 즐겁게 풀을 먹는 사람한테는 즐거운 기운이 서립니다. 기쁘게 풀을 맛보는 사람한테는 기쁜 기운이 감돕니다. 웃으며 풀을 나누는 사람한테는 웃음꽃이 스며요.


  무엇을 먹더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스스로 어떤 매무새인가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책 한 권 읽을 적에도 이와 같아서, 꼭 어느 책을 읽어야 마음을 살찌울 수 있지 않아요. 스스로 마음을 살찌우고 싶을 때에는 어느 책을 읽든 마음을 살찌워요. 스스로 지식이나 정보만 쌓을 마음이라면, 어느 책을 읽든 지식이나 정보만 느낍니다.


..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아직 대부분의 어른들을 가로막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어른들 역시 인디고나 크리스탈 인간으로 진화하도록 요청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요 … 만일 제가 저를 사랑하지 않으면, 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으면, 늘 제가 옳다고 주장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들면 레나와 문제가 생깁니다 … 우리 크리스탈 아이들은 인간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삶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있어요 ..  (18, 23, 85쪽)


  아이들은 봄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봄철에 봄을 먹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은 시골자락 봄을 먹습니다. 서울에서 사는 아이들은 서울자락 봄을 먹어요. 곳마다 봄빛이 다르니, 아이들이 먹는 봄 또한 달라요. 어느 아이는 싱그러운 봄빛을 먹고, 어느 아이는 백화점 상품광고 같은 봄빛을 먹어요. 어느 아이는 손수 씨앗을 뿌려 거두는 봄빛을 먹을 테고, 어느 아이는 공장에서 만든 화학제품 봄빛을 먹습니다.


  아이들이 봄을 먹는 결 그대로, 어른들도 봄을 먹습니다. 어른들 누구나 봄을 먹지만, 참 많은 어른들은 봄을 먹는 줄 모르거나 못 느껴요.


  여름에도 그래요. 참 많은 어른들은 여름에 여름을 먹는 줄 모릅니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늘 매한가지예요. 어른들부터 철을 모르면, 아이들도 철을 몰라요. 어른들부터 철하고 동떨어진 보금자리에서 삶을 일구면, 아이들도 철하고 동떨어지면서 삶하고 멀어져요.

  무엇을 먹는 삶인지 느낄 줄 알아야 해요. 무엇을 먹고 나누면서 내 숨결을 빚는지 깨달아야 해요. 날마다 마시는 바람을 찬찬히 살펴야지요. 늘 바라보는 햇살과 달빛을 살펴야지요. 언제나 감도는 기운을 살결로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 딛는 땅이 흙인지 시멘트인지 돌아보아야지요.


.. 사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며 치유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입니다 … 동물과 자연은 매우 많은 사랑을 발산해요. 그것도 순수하고, 참되고, 조건 없는 사랑을요 … 우리의 눈과 이해와 지식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규칙과 법칙이 이 세상에는 참 많아요. 그럴 때 우린 그것을 따르지 않아요. 우린 무엇이 우리에게 좋고 무엇이 무의미한지 알고 있어요 … 사람들은 우리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앞에 보여준 자기 모습에 화가 난 것입니다 ..  (41, 43, 47, 95쪽)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를 불러들입니다. 내 목소리를 곱게 가누어 부르는 노래 한 자락은, 내 노래를 듣는 사람도 즐겁게 할 테지만, 누구보다 나 스스로 즐겁습니다. 내 목청을 맑게 돋구어 부르는 노래 한 가락은, 내 노래를 들을 사람을 기쁘게 할 텐데, 이에 앞서 나 스스로 기뻐요.


  시원한 물 한 모금 맑게 마십니다. 목구멍을 적시고, 가슴을 적십니다. 몸을 적시고, 마음을 적십니다. 나한테 스며드는 물 한 모금이 어떤 숨결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곧, 내가 늘 뱉는 말마디 하나가 어떤 숨결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늘 듣는 말마디 하나는 어떤 숨결인가 하고 나란히 생각합니다.


  가는 말이 곱기에 오는 말이 곱다 하는데, 내가 보내는 말은 얼마나 고운가요. 내가 안 고운 말을 듣는대서 나도 안 고운 말을 내쏘면 되는가요. 내 마음속에서 샘솟아 내 입으로 터져나오는 말마디가 고울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일 수 있는가요.


  생각이 고스란히 삶으로 이어집니다. 환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환하게 빛나는 삶을 찾아요.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름답게 비추는 삶을 찾아 길을 나서요. 두려움을 품으니 두렵지, 두려움을 안 품는데 두려울 까닭 없어요. 사랑을 품기에 사랑스럽지, 사랑을 안 품는데 사랑스러울 까닭 없어요.


  웃음꽃은 웃음씨앗 낳습니다. 노래꽃은 노래씨앗 낳습니다. 말꽃은 말씨앗 낳아요. 나는 언제나 꽃입니다. 나는 웃음꽃이 될 수 있으나, 눈물꽃이 될 수 있어요. 나는 노래꽃이 될 수 있으나 다툼꽃이 될 수 있어요. 나는 말꽃이 될 수 있으나 가시꽃이 될 수 있어요. 어느 꽃이 될는지는 바로 나 스스로 고릅니다. 내 생각으로 내 삶을 짓습니다.


.. 저는 또 건강 보험이 무의미하게 보여요. 왜 내가 아플 거라고 기대하나요? 저는 제가 건강할 거라고 생각해요 … 아이는 재미있게, 놀듯이 오직 호기심과 배우는 기쁨으로만 걸음마를 배웁니다 … 모든 존재는 다 똑같고, 높낮이도 없고, 똑같이 가치 있으며, 모두가 소중합니다 … 두려움은 환상이에요. 그건 대부분 상처와 관련이 있어요 … 저는 두려움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으로 봅니다 ..  (47, 63, 80, 106쪽)


  여섯 살 큰아이가 봄까지꽃을 꺾습니다. 봄까지꽃 흐드러지기 앞서 냉이꽃을 한 줌 꺾고 놉니다. 얘야, 봄까지꽃도 냉이꽃도 맛난 풀이란다. 모두 우리 밥이란다. 알지? 이 풀들 먹으며 날마다 새로운 봄을 받아들이잖니.


  그러니까, 우리는 즐겁게 먹으려고 꽃을 따고 풀을 뜯는단다. 함부로 아무 꽃이나 꺾거나 따지 않아. 즐거운 숨결 받아들이려고 꽃을 한 송이 얻는단다. 더 생각할 수 있다면, 굳이 꽃을 꺾지도 따지도 자르지도 않고서 꽃내음 얻을 수 있어. 눈을 크게 뜨고 꽃을 바라보렴. 눈을 살며시 감고 꽃결 느끼렴. 손을 가만히 뻗어 꽃잎 쓰다듬으렴. 볼을 대고, 귀를 대고, 살결을 대고, 꽃결을 보드라이 느끼렴.


  봄나물 뜯으며 배를 채울 수 있고, 봄나물 흐드러진 들판에서 봄나물과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채울 수 있지. 해하고 속삭일 수 있고, 달하고 수다를 떨 수 있어. 구름하고 노닥거릴 수 있고, 바람을 타며 날 수 있어. 아이야, 네 마음에 따라 이루어진단다. 네 마음에 어떤 빛이 있는가에 따라, 너 스스로 마음에 어떤 빛줄기 담아 돌보느냐에 따라 날마다 새롭게 이루어진단다.


.. 진심으로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물을 수 있고 알 수 있어요 … 저는 제가 무엇을 아는지 알아요. 제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알고, 제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알아요 … 우린 모두 같아요. 저는 모든 사람들과 같은 평지에 서고 싶어요. 그것이 사랑이에요 … 저는 기분 좋게 즐겁게 지내고, 삶을 누리기 위해 이곳에 있어요. 즐겁지 않은 뭔가를 하는 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 여러분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아주 간절하개 바라고, 그 대답에 감사의 뜻을 표하세요 ..  (125, 131, 143쪽)


  레나 님이 쓴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삶을 즐겁게 가꾸는 빛을 떠올리고, 생각을 즐겁게 보듬는 빛을 곱씹습니다.


  ‘크리스탈 아이’로 지구별에 찾아온 레나 님은 이녁 스스로 빛인 숨결이겠지요. 레나 님은 레나 님 스스로 빛일 뿐 아니라, 우리들 누구나 스스로 빛인 줄 깨닫도록 도와줄 벗님이겠지요.


  껍데기 아닌 알맹이를 바라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겉치레 아닌 속치레로 삶을 즐겨야 할 사람들입니다. 옷차림에 앞서 마음차림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말로 떠들기 앞서 몸으로 살아내며 마음으로 누릴 사람들입니다.


.. 자연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우리는 자연을 지키고, 존중하고, 즐기고, 누리는 데에 온힘을 쏟아야 해요. 자연은 순수한 사랑 그 자체예요. 자연은 아주 아름다운 에너지를 발산하죠 ..  (177쪽)


  봄은 봄이기에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겨울은 겨울이기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숲은 숲이라서 아름답고, 들은 들이라서 아름답지요.


  히말라야 기슭에 깃든 조그마한 나라 부탄은, 중앙정부에서 풀약이든 농약이든 앞으로 하나도 안 쓰겠다고 밝혔어요. 지구별에서 맨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요. 다른 나라에서는 조금 쓰든 많이 쓰든 풀약이나 농약을 쉽게 써요. 부탄은 유기농 곡식을 나라밖으로 내다 판다는 생각이 아니라, 부탄사람 스스로 먹을거리를 지어서 즐기려고 하는 생각이에요. 삶을 즐기겠다는 뜻이고, 삶을 사랑하겠다는 마음입니다.


  한국은 어떠한가 돌아봅니다. 한국은 자동차가 끝없이 늘어나요. 석유가 차츰 줄어든다 하더라도 석유 먹는 자동차는 자꾸 새로 나오고, 부쩍 늘기만 해요. 서울사람은 벌레 잡는 약이든 술냄새 지우는 약품이든 아주 많이 씁니다. 시골에서는 논둑과 마늘밭에 풀약을 칩니다. 삼월로 접어드는 고흥 시골마을마다 할아버지들 경운기 몰며 풀약치기에 바쁩니다. 스스로 닭이나 돼지나 소를 키우지 않으면서도, 가게나 술집에서 닭고기와 돼지고기와 소고기 언제라도 사다 먹는 서울사람입니다. 언제라도 이런저런 고기를 사다 먹으니, 시골에서 짐승우리 키우는 일꾼은 갖가지 항생제와 사료를 잔뜩 쓸밖에 없고, 짐승 사료 거두어들이는 땅뙈기에서는 풀약을 어마어마하게 씁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에서든 시골에서든, 또 전라남도에서든 고흥군에서든, 또 고흥군에서도 작은 면이나 리에서조차 ‘이제 우리는 풀약 안 쓰겠어요’ 하고 외치는 곳이 없어요.


.. 가장 좋고 가장 쉬운 것은 가슴으로 이 책을 읽는 거예요 … 동물들은 서로 가슴을 통해서 대화를 해요. 우리와 동물 간의 대화도 그렇게 이루어진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언어를 잊어버렸어요. 그들의 가슴은 닫혀 있어요 …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사랑이에요 ..  (11, 69, 175쪽)


  봄을 시샘하는 꽃샘바람 붑니다. 꽃샘바람 살그마니 지나가면 바야흐로 달콤한 꽃바람만 불겠지요. 꽃바람만 부는 봄에는 꽃비가 내릴 테고, 꽃볕이 드리울 테지요.


  서울에서는 공원 잔디밭에 누구나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하다가 도시락 까먹을 수 있기를 빕니다. 시골에서는 논둑이나 밭둑에서 자라는 봄풀을 누구나 실컷 뜯어서 봄나물로 즐길 수 있기를 빕니다. 봄에 봄빛을 먹으며 봄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빌어요. 마음을 열어 사랑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빌어요. 마음을 터서 꿈을 짓는 사람으로 서로 어깨동무하기를 빌어요.


  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멧새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구름이 싣고 찾아오는 봄글월 예쁘게 선물받아요.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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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인생 - 우정, 자유, 관용, 직업, 행복 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2
고성국.남경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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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26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어른은
― 열려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이야기
 철수와영희 펴냄,2013.2.19./13000원

 


  고성국·남경태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러모은 《열려라, 인생》(철수와영희,2013)을 읽다가, 서울과 경기도에 자그마치 2500만 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대목을 보며, 살짝 놀랍니다. 그래, 그렇지요. 서울과 경기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요.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는 더욱 커지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아요.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은 서울과 경기도에 남으려고 하지, 서울과 경기도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 않아요. 게다가,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광주와 대전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전라남도 고흥 장흥 해남 강진에서도 모두 서울로 가려 해요.


  서울과 경기도는 미어터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흙으로 된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조차 운동장 흙을 모두 없애고 우레탄과 시멘트를 깝니다. 오직 자동차 다니기 좋은 길로 바꿉니다. 사람이 느긋하게 걷거나, 풀이나 나무가 자라거나, 밭이나 논을 일군다거나, 숲을 이룰 만한 땅이 송두리째 사라집니다.


  조그마한 땅뙈기 있더라도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금싸라기라 할 테지요. 조그마한 땅뙈기에도 가게를 짓고, 빌라를 올리며, 아파트를 세우겠지요.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뭐 하나 지어도 돈이 된다 할 테고, 볕 안 들고 우중충한 땅밑집이나 옥탑집조차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린다 할 테지요.


.. 친구가 빌린 돈을 내가 대신 갚아줄 상황이 됐을 때, 후회 없이 원망 없이 그럴 수 있을까. 이걸 자기 스스로한테 물어 보고 결정하라는 거야. 이건 친구를 믿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야. 바로 자신의 문제지 …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래서 관계 자체가 굉장히 기분 좋고, 즐겁고, 편안해야지 … 자기 규칙을 스스로 정할 자유가 있어야 하는 거야 … 실제로 아이들이 대화하는 법을 몰라. 또래끼리 만나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고 ..  (41∼42, 43, 77, 132쪽)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건,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건, 도시에 아이들이 있도록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며, 시골 아이는 앞으로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시골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도시 아이한테 시골 아이 되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시골 아이더러 시골 아이 삶을 즐기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 3000만이 넘게 바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에 1000만이 넘게 우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는 끝없이 커지고, 시골은 끝없이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에서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니, 도시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자꾸 늘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사람이 부쩍 줄어드니, 시골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부쩍 줄어듭니다. 무척 널따란 시골 여러 군을 아울러 국회의원 한 사람 뽑아요. 아주 좁다란 도시를 촘촘히 갈라 수많은 국회의원 뽑아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수많은 사람을 살뜰히 다스릴 일꾼이 있어야 한다지요. 그러면, 숲과 논밭과 멧골과 냇물 넓은 시골은 아무렇게나 두어도 될까요. 숲이 망가지고 논밭이 어지럽게 되며 멧골과 냇물을 무너뜨려도, 사람은 잘 먹고 잘 마시며 잘 살 수 있을까요.


.. 현대 예술에 유독 사이비가 많은 건, 난해함을 가장한 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 자유를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는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들이나 처음부터 자유롭게 큰 영혼들이 아니야 … 협력 업체뿐 아니라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관용의 부재가 드러나. 예컨대 삼성은 지금도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잖아.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면 갈등이 폭력적으로 번지게 돼 있어 ..  (70, 81, 82, 112쪽)


  푸름이한테 푸른 숲길 보여주고 싶은 두 어른이 《열려라, 인생》이라는 이야기책을 꾸립니다. 두 어른은 푸름이들이 푸른 넋을 건사하면서 푸른 얼을 빛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틀에 갇히는 푸름이 아닌 스스로 삶을 즐기는 푸름이로 지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두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입으로 떠드는 즐거움 아닌, 몸으로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사회에서 세우는 틀이 아닌 스스로 좋아하는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학교에서 높이는 울타리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마을을 생각합니다.


..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해. 생명에는 차별이 없잖아 … 수도권에 2500만 명이 살아. 인구의 절반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거야. 실제로 학교에서 모종 만드는 숙제를 냈는데 결국 흙을 못 구해서 포기하더라는 거야. 요즘은 학교 운동장도 우레탄 같은 걸로 깔잖아. 그런 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이건 자연과이 소통이 심각하게 단절되었다는 뜻이야 …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탐구하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  (129, 131, 154쪽)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누립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귑니다. 아름다운 삶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땅에서 펑 샘솟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걷습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그러니까, 남이 아름다움이라는 선물을 베풀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빛내면서 내 이웃한테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 되어 환하게 웃으면서 내 동무한테 사랑스러움을 선물합니다.


.. 자본주의의 본질은 똑같은 상품을 대량 생산해서 대량 소비를 꾀하는 거잖아. 그런데도 특별하다는 말을 쓰는 거야. 자본주의는 개성마저도 복제해 … 어렸을 땐 집안 어른들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누구도 네 인생 잘 즐기며 살아라 하고 가르치는 법이 없었어 ..  (213, 229쪽)


  누구나 즐겁게 여는 삶문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돌보는 삶자락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나누는 삶사랑입니다.


  이제, 이 나라 어른들은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하기 앞서, 어른부터 스스로 서울을 떠나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어울리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어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흙을 만지고 보듬으며 즐기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밝혀야지 싶습니다.


  대학바라기 입시지옥을 비판만 해서는 교육 문제를 풀지 못해요. ㅈㅈㄷ 신문을 손가락질하기만 해서는 언론 문제를 풀지 못해요. 정치꾼 몇 사람 술안주 삼아 나무란대서 정치 문제를 풀지 못해요. 큰회사 우두머리 몇 사람 반찬 삼아 꾸짖는대서 경제 문제를 풀지 못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일굴 때에 문제를 풀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즐길 때에 말썽거리를 풀면서 슬기로운 실타래를 꾸려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아낄 때에 아름다운 이 나라로 거듭나겠지요. 서울사람이 100만으로 줄고, 경기도사람 또한 100만으로 줄 날을 기다립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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