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가는 길 큰곰자리 32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 삶읽기 321


심부름이 사라지면서 이야기도 사라지네
― 심부름 가는 길
 이승호 글
 김고은 그림
 책읽는곰 펴냄, 2017.7.21. 1만 원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일”이 ‘심부름’입니다. 심부름꾼은 남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지요. 이와 달리 ‘일’은 남이 시킬 적에도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서 하곤 합니다. ‘일꾼’은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아이들은 때때로 스스로 생각해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옛날하고 퍽 다릅니다만, 옛날에는 아이들이 굳이 어른이 안 시켜도 스스로 낫으로 풀을 벤다든지 소한테 여물을 챙긴다든지, 닭우리에 짚을 깐다든지 했어요. 이때에는 아이들이 심부름 아닌 일을 하는 셈입니다. 씩씩하고 다부지게 작은 몫을 맡은 일꾼이에요.

“근디, 동순아! 너 아부지 심부름 한번 해 볼 텨? 오빠는 못 하겠다니께 대신 늬가 해야겄다.” 아버지는 동이한테 눈길도 주지 않고 동순이에게 말을 시킵니다. ‘얼러리? 동순이한테? 오빠가 버젓이 있는디? 저 아부지 도대체 왜 저런댜?’ (23쪽)

  어른으로서 하기에 벅차거나 틈이 안 날 적에 아이를 불러서 일을 맡깁니다. 바로 심부름입니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받는 심부름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보람을 누릴 만하고, 어버이가 아이를 믿고서 어떤 일을 맡긴다는 즐거움을 누릴 만해요.

  이와 달리 심부름이 번거롭거나 귀찮을 수 있어요. 살짝 짜증이 나거나 성이 날 때도 있겠지요. 툭하면 불러서 이것저것 시킬 적에는 싫은 마음이 날 만합니다.

셋은 다시 걷습니다. 동이는 무릎을 다쳐 걷기가 힘듭니다. 절뚝거리며 걷습니다. “어이, 쩔뚝이!” 그걸 본 누렁이가 동이를 놀립니다. “개가 사람을 놀려?” “개는 사람 아녀?” “넌 개여.” “그런가? 하여간에 쩔뚝이 소리 들으니께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지?” 동이는 할 말이 없습니다. 누렁이에게 미안해집니다. “앞으로는 안 놀리께.” 동이가 약속합니다. (68∼69쪽)

  이승호 님이 이녁 어릴 적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그려낸 어린이문학 《심부름 가는 길》(책읽는곰,2017)은 마지못해서 심부름을 하는 아이 마음을 보여줍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어떻게 살살 꼬여서 심부름을 맡기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심부름길에 나선 아이가 방아깨비하고 말을 섞는다든지, 냇물에서 ‘미꾸용’을 만난다든지, 같이 길을 나서던 누렁이(개)가 사람하고 말을 나눈다든지, 여러 일을 겪는다고 해요.

서랍 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거 아저씨가 돈 꺼내는 소리여. 빚 갚을라고.” 동순이가 실실 웃으며 아는 체합니다. 아저씨가 방에서 나옵니다. 과연 손에 흰 봉투가 하나 들려 있습니다. “자, 이거 아부지 갖다 드려라이. 이제 빚 갚응겨? 안에 편지도 있다이.” (95쪽)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어떤 심부름을 맡기고 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참말 아이들은 사람 아닌 여러 이웃이나 동무하고 말을 섞곤 합니다. 개미하고도, 나무하고도, 나비하고도, 새하고도, 구름하고도, 더구나 바람하고도 말을 섞어요.

  어쩌면 누구나 모든 이웃하고 말을 섞을는지 몰라요. 오늘은 어른이라는 몸을 입으며 살아가는 분들도 이녁이 어릴 적에 어버이 심부름을 하려고 제법 먼 길을 혼자서 걸어서 오가는 동안 들풀이나 들꽃이나 풀벌레하고 말을 섞었을 수 있습니다. 구름이나 바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크고작은 수많은 숲짐승하고도 말을 섞었을 테지요. 때로는 도깨비를 만나기도 했을 테고요.

  요새는 아이들이 심부름을 다니는 일이 드뭅니다. 게다가 요새는 전화 한 통이면 가게에서 손쉽게 실어다 날라 줍니다. 어른들도 아이한테 심부름을 맡겨서 글월을 주고받기볻다는 손전화를 눌러서 이야기를 나눌 테고요. 심부름이 차츰 사라지면서 이야기도 웃음도 재미도 차츰 스러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2017.9.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성진 지음 / 타래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배움책 45


배우기에 비로소 ‘아버지·어버이·어른’ 된다
―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성진 글
 타래 펴냄, 2017.8.20. 14000원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그립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불을 갭니다. 마당에 서서 하늘바라기를 하고 나무한테 눈짓을 합니다. 바람맛을 느끼고, 평상을 덮은 천을 걷으며, 오늘 새롭게 하거나 누릴 일을 헤아립니다. 물병을 햇볕이 드는 곳에 내놓고 아침을 차릴 생각을 합니다. 새벽에 미리 불린 쌀을 살피고, 밥상이나 개수대를 행주로 한 번 더 훔쳐 주고는, 빨랫거리를 이엠발효액하고 중성세제를 살짝 섞은 물에 담가 놓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움직이는 어버이를 물끄러미 지켜보기도 하고, 함께 일손을 거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손낯을 씻고 나서 아이들 나름대로 어제 하다 못한 놀이를 잇기도 합니다. 어제 그리다가 만 그림을 더 그린다든지, 공책을 펼쳐서 글씨를 쓰거나 이야기를 짓기도 해요.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인 아빠는 육아에 관심조차 갖기 어렵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다 … (2015년 OECD 통계로) 한국인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고작 하루 6분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인 47분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3시간이고 1년이면 36시간에 불과하다. (16쪽)


  집안일을 도맡고 바깥일도 하는 몸이란 만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누가 덜어 주면 좋겠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할 적에는 한쪽으로만 눈이며 마음이며 몸이 트이지 싶어요. 아주 잘 하거나 훌륭히 해내지 못하더라도, 한집을 이루는 사람들이 저마다 모든 일과 살림을 고루 맡거나 거들거나 나눌 때에 튼튼하면서 즐거이 하루를 누리지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사내라는 자리에 서며 집안일을 도맡다 보니, 바깥일만 하며 살 적에는 도무지 못 느끼거나 못 배울 여러 가지를 즐겁게 배워요. 밥살림 옷살림 집살림을 어떻게 건사할 적에 즐겁거나 아름다운가를 배웁니다. 이러한 살림을 짓는 손길을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가르치는 길을 배웁니다. 무엇이든 차근차근 느긋하게 건사할 적에 스스로 넉넉할 수 있다고 배웁니다.

  더 많이 갖출 까닭이 없이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갖출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을 배워요. 아이한테 이것저것 더 많이 가르칠 노릇이 아니라, 아이가 어느 한 가지이든 사랑으로 배워서 활짝 웃는 춤짓으로 받아들일 때에 따사로운 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배웁니다.


육아를 위해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많이 배워야 함을 느낀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64쪽)


  바깥일을 하는 아버지로 살아가되, 바깥일에만 온힘을 쏟지 말자는 생각으로 두 아이를 마주하려는 수수한 아버지 한 사람이 쓴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타래,2017)를 읽습니다. 이 책을 쓴 아버지이자 사내이자 어른인 안성진 님은 수많은 ‘여느 한국 사내’처럼 아침저녁으로 회사를 오가면서 일을 합니다.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회사를 오가면서 일하여 버는 돈으로 집살림을 꾸리고요.

  그렇지만 안성진 님은 이름뿐인 아버지 자리에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름으로만 아버지가 아닌 ‘아이들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 하루를 짓고 싶은 뜻이 있습니다. 회사원 몸이기에 비록 하루를 오롯이 아이들하고 지내기는 어렵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라 하더라도 하루를 온통 아이들하고 어울리기도 만만하지 않아요. 지난 닷새에 걸쳐 회사를 다니며 고단한 몸을 쉬고픈 마음잉 가득하거든요.


아이들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을 때 아이를 탓하기 전에 부모가 점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부모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73쪽)

우리 아이들의 놀라운 잠재력을 오로지 공부하는 능력으로만 길들이고 있는 셈이다.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만 6세 미만의 아이에게 문자 교육조차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83쪽)


  수수한 회사원인 안성진 님은 어떻게 아이들을 마주하려 할까요? 수수한 회사원이자 아버지이자 사내인 안성진 님은 어떻게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책을 쓸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어 보면 안성진 님은 아직 ‘훌륭한 아버지’는 아닙니다. 글쓴이 스스로 밝힙니다. 그러나 안성진 님은 ‘아직 훌륭한 아버지가 아닌’ 터라 ‘앞으로 훌륭한 아버지 자리로 다가서려고 애쓴다’고 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아이들하고 잘 하는가를 살피고, 스스로 무엇을 아이들하고 못 하는가를 헤아린다고 해요. 차분하게 이 두 가지를 살펴서, 누구보다 안성진 님 스스로 아버지이자 어버이요 어른인 사람으로서 거듭나려고 합니다.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가 되려면 ‘학교를 따로 안 다니더’라도 ‘늘 새롭게 배울’ 줄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해요. 지식을 넘어서 삶을 가르쳐야 하고, 정보를 넘어서 살림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을 배워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답니다.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는 아이들한테 조금 더 상냥하면서 따스하고 넉넉하게 다가서는 아버지가 되려는 길에 무엇을 배우고 깨달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적은 책이라고 할 만해요. 책 첫머리에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 한 가지를 옮기는데,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가 아이하고 마주하는 시간은 고작 하루에 6분이요, 한 해로 치면 36시간, 그러니까 한 해에 기껏 하루가 조금 넘을 뿐이라고 합니다.


현실에서 변화를 경험하기 어려운 이유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부모인지를 점검해 보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에 있어서는 부모가 가진 양육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181쪽)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가 한 해에 고작 하루만 아이하고 마주한다는 통계가 무엇을 말할까요? 이는 통계이니까 조금 더 길게 아이랑 마주하는 아버지가 있을 테지만, 한 해에 하루조차도 아이하고 마주하지 못하는 아버지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한 달이 가더라도 아이하고 말 한 마디 섞지 못하거나 않는 아버지도 있을 테고요.

  우리는 저절로 아버지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저절로 어머니가 될 수 없기도 합니다. 아기를 낳아 젖을 물리거나 우유를 먹이기에 어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먹여살리는 일만 하기에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배우기에 비로소 ‘아버지·어버이·어른’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려 하기에 비로소 아버지나 어버이나 어른이 될 만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육아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며 사랑이다. 부모가 어떻게 대해야 그것을 잘 표현하는 것인지를 배우게 되면 사실 복잡하고 어려울 게 없다.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된다. (199쪽)

아이가 아이로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이는 아빠로서 아이 곁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161쪽)


  어른이 좋아하는 대로 아이한테 밥을 차려서 먹일 수 없습니다. 어른이 입는 옷차림대로 아이한테 옷을 입힐 수 없습니다. 어른 걸음걸이를 아이가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른이 읽는 책을 아이한테 함부로 읽힐 수 없습니다. 영화에 등급제가 있듯이 책이나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어버이나 어른 스스로 등급을 살펴서 알맞게 가릴 수 있어야 합니다. 길거리에 넘치는 광고판이나 가게를 놓고서도 아이한테 아무것이나 보여주지 않을 수 있어야 할 테고요.

  아이를 학교에만 보낸대서 가르치기를 다 한다고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배울 수 없어요. 아이들은 집이며 마을이며 학교이며 사회 어느 곳에서나 두루 배워요. 책으로도 영화로도 인터넷으로도 모두 배워요. 여느 살림살이를 지켜보면서도 배우고, 이웃하고 동무한테서도 배워요.

  배울 줄 알면서 새롭게 가르치는 아버지가 늘어날 적에 나라도 마을도 집안도 평화로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이뿐 아니라 어버이로서 늘 모두 새롭게 배우려 하는 몸짓이 된다면, 참말로 기쁨하고 보람이 피어날 만하지 싶어요.

  이름이나 허울이나 껍데기로 그치는 아버지나 어버이나 어른이 아닌, 사랑스러운 아버지에 슬기로운 어버이에 아름다운 어른으로 거듭나는 길을 함께 배우면 좋겠어요. 저절로 되는 아버지가 아니라, 배워서 되는 아버지입니다. 배울 적에 바야흐로 사람입니다. 2017.8.3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책 읽기/살림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국대전을 펼쳐라! - 조선의 뼈대를 세운 법전 조선 시대 깊이 알기
손주현 지음, 오승민 그림, 강문식 감수 / 책과함께어린이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책 읽는 삶 176


뇌물죄를 볼기 100대로 다스린 경국대전
― 경국대전을 펼쳐라!
 손주현 글
 오승민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펴냄, 2017.8.7. 12000원


  조선 무렵 법 이야기를 다룬 《경국대전을 펼쳐라!》(책과함께어린이,2017)는 돋보이는 몇 가지를 잘 보여줍니다. 아무리 신분이나 계급이 있던 조선 무렵이라지만, 노비도 아기를 낳으면 말미를 얻도록 법에서 지켜 주었다고 해요. 아기 아버지가 되는 노비한테도 아기가 태어난 뒤 보름 동안 아기하고 곁님을 돌보도록 말미를 누리도록 법으로 지켜 주었다 하고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아기를 낳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얼마나 느긋하게 말미를 얻거나 누릴 수 있을까요? 아기를 낳는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헤아리는 이야기는 법에 어떻게 나오고, 이러한 법을 일터에서는 얼마나 살필까요? 정규직 아닌 비정규직은 이른바 출산휴가를 얼마나 누릴 만할까요?


“옛날부터 법은 있었어. 특히나 조선 바로 전의 고려에도 엄격하게 정해진 법전이 있었다고 해. 그런데 법이 있다고는 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늘 해 오던 관습이나 왕의 명령에 따르기 일쑤였어.” (17쪽)

치국이와 해박이는 팔을 높이 들어 서로의 손바닥을 부딪쳤다. “이거야! 아무리 노비라지만 아기를 낳기 전후로 80일 정도는 쉴 수 있어. 남편도 15일은 쉴 수 있고.” (35쪽)


  경국대전을 살펴보면, 조선 무렵에 돈을 써서 꿍꿍이셈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을 볼기 100대를 맞도록 하고, 3000리가 넘는 외딴 곳으로 유배를 보냈다고 합니다. 유배야 유배라고 하더라도, 볼기 100대를 때렸다는 대목이 돋보입니다. 삶자리에서 쫓겨나듯이 머나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 고달프기도 하겠지만, 볼기 100대를 때린다니, 참으로 훌륭하지 싶어요.

  사람이 맞아 보아야 번쩍 눈을 뜨면서 잘못을 뉘우칠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분이나 계급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뇌물죄 볼기 100대’라고 한다면, 스스로 높다는 신분이나 계급에 선 이들이 섣불리 뒷돈을 주고받지는 못하리라 느껴요.

  그냥 감옥에 넣기보다는, 또 돈을 써서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제도보다는, 이처럼 사람들이 어떤 몹쓸 짓을 했는가를 볼기질 100대로 다스리는 벌을 한 번 받는다면, 아무래도 그런 바보짓을 할 엄두를 못 내겠지요.


“그나저나 높은 분을 찾아가 뇌물을 주다 걸리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장형 100대에 처하고 최대 3000리 밖으로 유배를 갈 수 있다고 했잖아. 이 정도면 거의 사형 아래 단계라고 할 수 있지.” (65∼66쪽)

“맞아. 특히 수령은 임기를 채우고 다시 옮겨 가지만 아전들은 평생 한 관아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백성들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 그러다 보니 조정과 백성들 둘 다 속이는 일도 가능해.” (93쪽)


  《경국대전을 펼쳐라!》는 모두 열한 갈래로 나누어 경국대전에 깃든 법 이야기를 돌아봅니다. 비록 조선 무렵 법이기에 오늘날 법하고는 다르다 하지만, 옛 살림을 돌아보면서 배울 곳을 배우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가난해서 시집을 가지 못하는 아가씨한테 나라에서 돈을 보태 주어 시집을 갈 살림을 이루도록 했다고 합니다. 가을걷이가 적으면 세금을 덜 내거나 안 내도록 했다고 하지요. 조선 무렵에도 재판에서 3심 제도가 있었다고 해요. 벼슬을 얻는 시험에서 시골사람이 따돌림을 받지 않도록 헤아리기도 했답니다.


“이에 기록상 명명백백히 이 생원의 주장이 옳은 바, 노파 개덕은 양인이라 할 수밖에 없노라.” 어쩔 수 없었다. 치국이는 개덕 노파가 우는 소리에 따라 울었다. “거봐라. 이제 개덕이 자식들은 다 내 재산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고 내가 맘대로 팔아 치워도 아무 말 못해. 그게 법이야!” (122쪽)


  법이 없어도 착하게 사는 사람이 있어요. 법이 있으나 나쁘게 사는 사람이 있고요. 법을 몰라도 슬기로우면서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 있어요. 법을 아는데 그악스럽거나 어처구니없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꼭 법이 있어야 사회가 올바로 선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법이 없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곧고 착하며 고운 마음을 가꿀 줄 안다면 사회가 올바로 설 만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법을 아름답게 세워서 즐겁게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우리 삶터는 매우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생각해요.

  오늘 우리는 조선 무렵 경국대전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 법을 되짚는다면, 앞으로 오백 해 뒤에는 ‘오늘 우리 사회 법’으로 우리 먼 뒷사람들이 ‘그때에 참 아름다운 법이 있었다지?’ 하는 이야기가 흐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8.2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들 - 오늘 만나는 우리 역사 생각을 더하면 12
이정화 지음, 송진욱 그림, 심준용 감수 / 책속물고기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책 읽는 삶 174


손수 짓는 살림이 바로 문화유산
―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들
 이정화 글
 송진욱 그림
 책속물고기 펴냄, 2017.6.5. 11000원


  다음 사람들한테 물려줄 만한 살림살이를 놓고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다음 사람들이란 바로 어린이입니다. 이 땅에 새롭게 태어나서 자라는 어린이가 앞으로 어른이 될 무렵 넉넉히 누리거나 즐겁게 맞이할 만하도록 고이 간수하자고 하는 살림살이가 바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울에 있는 남대문이나 수원에 있는 수원성이 문화유산입니다. 훈민정음이나 경주 첨성대나 팔만재장경이 문화유산입니다. 그리고 기와로 얹은 오래된 집이나 짚으로 지붕을 이은 시골집도 문화유산이지요. 오래된 도자기를 비롯해서 짚으로 엮은 숱한 세간도 문화유산입니다.


은성이 아빠는 유물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고고학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성이는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출장을 자주 가는 아빠가 집에 없는 날이 더 많은 게 그저 불만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은성이는 고고학자가 되어 아빠와 유물 발굴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8쪽)


  어린이책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들》(책속물고기,2017)은 우리 곁에서 크고작은 문화유산을 가꾸거나 지키거나 돌보거나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언뜻 보자면 요즘 사회에서 그리 대수로워 보이지 않는 문화유산일 수 있다고 할 텐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슬기롭게 가꾼 살림살이가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살림살이를 지을 수 있어요. 오랜 살림살이가 있기에 이를 발판으로 삼아서 새로운 꿈을 키우는 길을 갑니다.

  예부터 종이를 얻거나 나무를 돌본 슬기를 오랜 ‘나무 살림살이’에 비추어서 오늘날 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부터 흙이나 돌이나 나무나 짚만으로 튼튼하며 멋진 집을 지은 슬기를 비추어 보면서 오늘날 정갈하며 아름다운 집살림을 이루는 길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언제 찾아가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문화유산들은 그냥 지켜진 것이 아니에요. 오래도록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그대로 다시 물려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42쪽)

“평생 모은 문화유산을 그냥 준다고요? 공짜로요? 그럼 할머니가 손해 보는 거 아니에요?” 또다시 시작된 태민이의 질문 공세에 할머니가 웃었다. “녀석, 숨도 안 찬 모양이네. 그동안 그림이며 도자기를 수집하느라 돈을 많이 썼으니 손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박물관에 기증하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연구에도 보탬이 되니 더 좋은 일이지.” (68쪽)


  한쪽에서는 오랜 문화유산을 건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랜 문화유산에 깃든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말로 들려줍니다. 한쪽에서는 오랜 문화유산을 돌본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앞으로 새롭게 문화유산이 될 새로운 살림을 짓습니다.

  왜 그렇잖아요, 공장에서 수천만 개씩 똑같이 찍어낸 물건을 가리켜 문화유산이라 하지 않아요. 그러나 사람들이 저마다 품을 들이고 오랫동안 아끼면서 손수 지어낸 살림은 문화유산이라고 합니다.

  투박한 수저 한 벌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손수 나무를 하고 깎고 다듬어서 지었다면, 얼마든지 문화유산이 되어요. 부채도 연도 베개도 문화유산이 될 수 있어요. 우리가 손수 지어서 즐겁게 누리는 살림을 적에는 ‘손때가 타는 문화유산’이 됩니다. 배냇저고리가 문화유산이 되지요. 색동저고리가 문화유산이 되어요. 누비옷이나 누비이불이 문화유산이 됩니다.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우지 않더라도, 우리가 날마다 만지고 쓰다듬는 자그마한 살림살이는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따사로운 문화유산이 되지요.


“난 오늘 소원 하나를 이루는 거란 말이야.” “소원이 겨우 궁궐 지킴이였다고? 박물관장이 아니고?” “진짜 내 소원은 ‘문화유산 지킴이’로 살아가는 거야. 난 유물이나 유적이 정말 좋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면 그냥 막 가슴이 설레거든.” (84쪽)


  어린이책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들》은 어린이한테 돋보이거나 놀랍다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잔잔하면서 차분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유리 진열장에 꽁꽁 가두어 놓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늘 고이 흐르는 문화유산을 들려주려고 해요. 즐겁게 아끼고 기쁘게 나누던 작은 살림에서 피어난 문화유산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달포에 걸쳐 장갑이나 모자나 조끼를 떠 봐요. 온누리에 오직 하나만 있는 멋진 살림을 지어 봐요. 돈 몇 푼을 내면 곧장 사들일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닌, 어버이로서 넉넉히 사랑을 들여서 여러 날에 걸쳐 손수 깎은 놀잇감을 아이들한테 선물해 봐요.

  생각을 새롭게 북돋우는 발판이 되기에 문화유산입니다.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길을 열기에 문화유산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이웃하고 나누도록 이끌기에 문화유산입니다. 2017.8.2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4
루이사 비야르 리에바나 지음, 클라우디아 라누치 그림, 이선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책 읽는 삶 175


악기를 만지는 기쁨을 꺾지 마요
― 용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
 루이사 비야르 리에바나 글
 클라우디아 라누치 그림
 이선영 옮김
 책속물고기 펴냄, 2017.6.20. 10000원


  악기 값은 얼마쯤 할까요? 아마 악기를 장만해 보기 앞서까지 모르겠지요. 저는 국민학교라는 곳을 다닐 무렵 학교 앞 문방구에서 리코더를 장만한 뒤로 딱히 악기를 장만해 보지 않았습니다. 악기하고 제가 죽이 맞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학교 수업으로 있는 음악 시간에는 우리가 노래를 즐기도록 북돋우지 않았어요. 오직 시험점수로만 따지면서 주눅이 들게 내몰았어요.

  곁님하고 살림을 꾸리면서 리코더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 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알토 리코더하고 소프라노 리코더가 있고, 리코더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악기가 있고, 우리 겨레 오랜 악기인 단소는 나무뿐 아니라 옥으로 빚기도 하더군요. 플라스틱 악기는 플라스틱이라는 결이 있다면, 스텐이나 옥이나 나무는 저마다 다른 소릿결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소릿결을 학교에서는 느끼기 어려웠어요. 더욱이 스스로 악기를 켜거나 불거나 타거나 뜯거나 치는 즐거움을 학교 음악 교육에서는 아이들한테 느긋하게 가르칠 겨를이 없기도 했습니다.


“용아, 너 방금 일어났구나. 이제 뭐 할 거야?” 조금 전부터 고도프레드를 지켜보던 꼬마 들국화가 물었어요. (10쪽)

어디선가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어요. 고도프레드는 먹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었지요. 어떤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아, 정말 고운 소리야!” (16쪽)


  피아노를 장만하던 날을 떠올립니다. 피아노는 돈이 많은 사람들 집에나 있는 악기 가운데 하나로만 여겼으나, 헌 피아노라면 백만 원 남짓 들이면 장만할 수 있더군요. 백만 원 남짓 이르는 돈이 적다고 할 수 없으나 여러 달 푼푼이 모으거나, 한두 해 살림을 아끼면 피아노 한 대를 들이는 일도 할 만하더군요. 피아노는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이들한테 재미나며 살가운 놀잇감이자 악기로 늘 곁에 있어요.

  그리고 바이올린도 장만했어요. 피아노처럼 바이올린도 헌 악기로 장만할 적에는 값이 매우 눅습니다. 어린이가 처음 소릿결을 익힐 적에 쓰는 헌 악기라면 더욱 눅은 값이고요.

  이렇게 곁님하고 아이들이 누릴 악기를 하나씩 천천히 장만하면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저도 저한테 악기를 선물하고 싶어요. 저도 제가 누릴 악기를 갖고 싶어요. 한참 헤아린 끝에 저는 저한테 북을 선물하기로 합니다. 나무랑 가죽을 쓴 북으로 장만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북을 치면서 가슴이 쩌렁쩌렁 울리는 소릿결을 느껴 봅니다.


고도프레드는 한 번만 연주하게 해 달라고 지휘자를 졸랐어요. 결국 바이올린 연주를 허락받았지요. 하지만 활로 바이올린을 켜자마자 줄이 힘없이 끊어져 버렸어요. 지휘자의 말은 정말이었죠. (20쪽)

“네가 그렇게 슬프기만 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도 마음이 아파.” 다른 들국화들도 고도프레드를 다독였지요. (36∼37쪽)


  어린이문학 《용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책속물고기,2017)를 읽으면서 악기와 삶과 꿈을 나란히 떠올립니다. 이 어린이문학은 긴 잠에서 깨어난 용한테 들꽃 한 송이가 넌지시 말을 걸면서 첫머리를 열어요. 긴 잠에서 깨어난 용은 딱히 무엇을 하겠노라 하는 생각이 없습니다. 들꽃은 용한테 ‘긴 잠에서 깨어났으니 이제 무엇을 할 생각’이냐고 물어요. 용은 이 물음을 듣고는 깜짝 놀라요. ‘그래, 긴 잠에서 깨어나면 스스로 꿈(하고픈 일)을 찾아야 하는구나’ 하고 느끼지요. 꿈에서 깬 뒤에 꿈을 찾는다고 할까요. 잠에서 깨었으니 새로운 길을 걷는다고 할까요.


운동선수도 고도프레드에게는 맞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고도프레드의 마음속에는 바이올린 생각뿐이었지요. (44쪽)


  《용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에 나오는 용은 막 잠에서 깨어나고서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어느 아이가 켜는 바이올린 노래를 듣고는 흠뻑 사로잡혀요. 용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픕니다. 들꽃은 용을 북돋우는데, 들꽃을 뺀 다른 모든 사람들은 용을 말려요. 그러고 보니 이 작품에는 용하고 들꽃하고 사람들이 나오네요. 들꽃은 용이 기운을 내도록 돕고, 사람들은 용이 하는 일마다 ‘안 돼!’ 하면서 가로막네요.

  용은 이 일도 저 일도 가로막힐 뿐 아니라, 도무지 이 땅에서 살아갈 뜻을 못 찾아요. 용은 이것도 저것도 저한테는 안 어울린다고 여기면서, 참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는지 모르는 하루를 보내요.

  사람들은 왜 용한테 ‘넌 바이올린을 켤 수 없어!’ 하고 잘라서 말해야 했을까요? 용한테 맞춘 커다란 바이올린을 마련해 줄 수는 없었을까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장만하면서 살피니, 어린이한테 맞춤한 작은 바이올린이 있고, 어른한테 맞춤한 조금 큰 바이올린이 있어요. 그러니 용한테 맞춤한 커다란 바이올린도 얼마든지 짤 만하지요.


“참 신기한 소리네! 난 저 바이올린이 정말 좋아!” 고도프레드가 말했어요. “바이올린이 아니야. 저건 콘트라베이스지.” 옆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뭐라고요? 콘트라베이스요?” 콘트라베이스는 고도프레드만큼 커 보였어요. 고도프레드가 용인데 말이에요. (52∼53쪽)


  꿈을 품는 아이나 어른이 꿈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루고 싶으며 하고 싶은 길을 누구나 즐거우며 씩씩하게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것 때문에 안 되거나 저것 때문에 못 한다고 울타리를 쌓지 않으면 좋겠어요.

  용도 바이올린을 켤 수 있기를 빌어요. 바이올린이 아니라면 다른 악기를 용이 만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피리도 피아노도 좋지요. 콘트라베이스도 기타도 좋지요. 북도 좋고 장구도 좋아요.

  어느 악기가 되든 마음껏 누리면서 새로운 소리나 노랫가락을 깨우면 좋겠어요. 어느 악기를 타거나 켜거나 뜯거나 불거나 치든, 늘 즐거운 꿈을 사랑스레 지피는 길을 저마다 신나게 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7.7.1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