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잖아요? 함께하는이야기 2
김혜온 지음, 홍기한 그림 / 마음이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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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1


《학교잖아요?》

 김혜온 글

 홍기한 그림

 마음이음

 2019.1.5.



“할아버지, 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거예요?” “왜라니?” “학교잖아요?” (29쪽)


“난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넌 장애를 가진 동생이 없잖아.” (52쪽)


“어른들이 알아서 할 거야.” 엄마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어른들이라고 잘 아는 건 아니던데 뭐.” (70쪽)


“엄마는 맨날 나한테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러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 생각해야 된다고 그랬으면서! 특수학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교육 받을 권리래. 선생님이 그랬어.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거랑 똑같은 권리라고.” (86쪽)


“또 아파트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위험하대요. 제 동생은 위험하지 않아요. 가끔 떼도 쓰고 화나면 울고 소리도 지르지만 그건 누구나 그렇잖아요?” (94쪽)



  날이 갈수록 학교가 작아집니다. 한때 커다란 학교가 바람처럼 일었으나, 서울이건 시골이건 작은 학교로 달라집니다. 학급이 줄고, 학급마다 받는 사람도 줄어듭니다. 학교를 들여다보면 교과서도 예전하고 다릅니다. 예전 교과서는 작으면서 두꺼웠다면, 요즘 교과서는 크고 얇습니다. 그런데 예전 교과서는 흙종이(만화종이)였다면, 요즘 교과서는 형광물질하고 표백제를 넣어 새하얗고 무거운 종이입니다.


  그림이며 사진이 많이 담긴 요즘 교과서인데, 얼핏 보자면 교과서 안 같구나 싶으나, 곰곰이 보면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썰미는 흐르지 않는구나 싶어 교과서는 아직 교과서로구나 싶어요. 무엇보다도 건물이나 교과서가 껍데기는 바뀌되 속살이 바뀌지는 않아요. 네모난 틀에 갇힌 학교이면서, 이곳을 다닐 사람도 네모난 틀에 맞추어야 하는 학교입니다.


  그런데 그런 네모난 틀인 학교조차 다니기 어려운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이른바 ‘장애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학교잖아요?》(김혜온, 마음이음, 2019)는 서울 한켠에 세우려고 하는 장애인 학교를 둘러싸고 ‘집값이 떨어진다’느니 ‘장애 어린이가 거칠거나 사납다’느니 ‘장애인 학교 말고 대형마트를 세우라’느니 하는 목소리가 불거지는 오늘날 모습을 그립니다.


  머리띠를 질끈 두르고서 장애인 학교는 안 된다고 외치는 할아버지 앞에 선 아이가 묻습니다. “학교잖아요?” 할아버지는 대꾸를 하지 못합니다. 학교인걸요.


  재산으로 삼는 땅하고 집이 있는 어른들은 장애인 학교이건 다른 학교이건 그리 내키지 않는 눈치입니다. 이 학교이건 저 학교이건 집값이나 땅값에 이바지한다고 여기지 않거든요. 대형마트가 들어서야 껑충껑충 올라 그 땅이나 집을 팔고 나가기에 좋다고 여기지요.


  배우려 하지 않으니 배움자리를 마련하지 않아요. 배울 뜻이 없으니 껍데기는 바꾸어도 속살을 바꾸지 않아요. 배울 마음이 없으니 큰돈을 들여 건물이며 교과서 틀을 살짝 손보기는 하지만, 어린이하고 푸름이사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슬기롭게 배우는 판은 아직 마련하지 않아요. 이제는 새로운 학교가 들어서야지 싶어요. 일반 학교도 장애인 학교도 아닌, 모든 사람이 늘 드나드는 배움터가 있어야지 싶어요. 여섯 해나 세 해만 다니고 그치는 학교가 아닌, 늘 오가면서 누구나 배우는 터전으로 열린판을 닦아야지 싶어요. 스스로 배우지 않을 적에는 스스로 바보가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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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8
이유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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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20


《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

 이유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9.11.9.



무엇보다 동물에게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 사랑받으며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28쪽)


여러분이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해를 입힌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여러분이 더 싫어질지도 몰라요. 여러분이 싫다고 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또 해를 입힌다면 어떻게 될까요? (68쪽)


우리가 강아지를 사고 선물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강아지를 강제로 태어나게 하는 사람들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79쪽)


우리가 동물을 대할 때 헤아려야 할 점은 단 한 가지면 충분해요. 바로 동물도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는 점이에요. (98쪽)


우리가 직접적으로 동물을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다만 팜유 농장만 넓히고 싶었다고, 플라스틱은 다 재활용하는 줄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129쪽)



  풀꽃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곁에 풀꽃을 놓습니다. 풀꽃이 들려주는 말을 알아듣고, 풀꽃한테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뭇짐승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곁에 짐승을 둡니다. 짐승이 들려주는 말을 알아차리고, 짐승한테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해요.


  곁에 두는 꽃이니 ‘곁꽃’입니다. 곁에 두는 짐승이니 ‘곁짐승’이에요. 이런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곁에 있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곁님’이에요.


  우리를 둘러싼 터전에서 곁에 두는 숨결이라면 더없이 사랑으로 마주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무한테나 ‘곁’을 두지 않습니다. 오롯이 사랑으로 어우러질 숨결한테 곁을 두고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요.


  어린이인문 《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19)를 읽으며 곁짐승을 헤아려 봅니다. 예전에는 ‘집짐승’이었고, 어느 때부터인가 ‘애완동물’이었으며, 이제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이 생깁니다. 이처럼 달라지는 이름에는 조금씩 거듭나는 우리 마음이며 생각이 스민다고 느껴요.


  그저 집에만 머무는 짐승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반려)’ 짐승으로 여기기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싶어요. ‘한집짐승’처럼 ‘한-’을 붙일 수 있고, ‘곁-’을 붙인 ‘곁짐승’이라 할 수 있으며 ‘짐승’이란 말을 바꾸어 ‘곁짝’이나 ‘곁벗’이라 할 만해요. 왜냐하면 마음으로 만나고 아끼며 어우러지는 사이라면, 풀이건 짐승이건 나무이건 벌레이건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사람만 으뜸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푸나무이며 짐승이며 벌레이며 새이며 모두 우리 곁에서 아름드리 숨결로 맞아들여서 ‘곁동무’나 ‘곁지기’로 바라볼 만합니다.


  어린이한테 동물 권리를 들려주려는 작은 책은 이 대목을 짚습니다. 《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라는 책은 ‘사람도 살기 팍팍해서 권리를 못 누리는데 무슨 동물 권리?’라는 틀을 넘자고 밝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며 권리를 누리는 길이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숨결이 저마다 즐겁게 살아가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생각해 봐요. 사람으로서 이웃이며 동무를 아낀다면 풀 한 포기를 함부로 다루지 않아요. 사람답게 이웃이며 동무를 돌볼 줄 알면 작은 짐승도 커다란 짐승도 모두 빛나는 숨결로 맞아들여서 아끼는 포근한 터전이며 마을이 됩니다.


  우리 삶터가 메마르거나 팍팍하다면 사람됨이며 사람다움을 잊거나 잃은 탓일 수 있어요. 곁에 꽃 한 송이를 두면서, 곁에 여러 짐승이 아늑하게 지내는 보금자리로 가꾸면서,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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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8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박영아 옮김 / 북극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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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16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모리야마 이야코 글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박영아 옮김

 북극곰

 2018.9.11.



“그럴 리가! 여기 꽃 위에서 쭉 잤는걸.” 돼지는 손가락으로 풀숲을 가리킵니다. 풀숲에는 제비꽃이랑 연꽃이랑 민들레가 활짝 피어 있습니다. (14쪽)


구구단을 외우는데 삼 곱하기 사를 모르나 봅니다. “삼 사는 십이야.” 곰 아줌마는 알려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탁자 앞으로 돌아옵니다. (25쪽)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은데…….” 할아버지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때 어둠 저편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립니다. 다람쥐가 조르르 달려옵니다. 나뭇가지에서 가방을 내립니다. 다람쥐는 가방을 뺨에 대고 살살 비벼 봅니다. (43쪽)


여우는 엄마에게 토끼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가 먼저 말을 걸어 보렴. 토끼도 조금씩 적응할 거야.” (59쪽)



  아침나절에 두 아이한테 묻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래?” 오늘 큰아이는 “그럼, 케익을 구워 볼까?” 하고, 작은아이는 “그럼 나는 배추된장국을 해볼까?” 하고 말합니다.


  큰아이는 밀가루를 채치고 반죽하느라 부산합니다. 달걀을 풀고 물이랑 설탕 무게를 잽니다. 오븐을 쓰지 않고도 스탠냄비로 집케익을 굽습니다. 작은아이는 부지런히 배춧잎을 씻어서 썰고, 감자에 버섯에 파에 송송 썰고는 냄비에 불을 올립니다. 두 아이는 스스로 아침거리를 짓습니다. 그래, 너희는 참 하루를 이쁘게 여는구나! 어른이 곁에서 거들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는구나!


  어린이문학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모리야마 이야코·타카하시 카즈에/박영아 옮김, 북극곰, 2018)는 얼핏 본다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 얼마나 예쁜 빛인가 하는 대목을 짚습니다. 겉을 곱상하게 꾸미기에 예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지요. 예쁘다고 할 적에는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 때문입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 많겠지요. 그런데 예쁘장한 모습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요? 이와 달리 참다이 예쁜 속마음이라면 누구나 매한가지 느끼리라 생각해요.


  오로지 사랑일 적에만 예쁜 마음이겠다고 느껴요. 언제나 기쁘게 춤출 줄 알고 웃을 줄 아는 사랑일 때에만 예쁜 마음빛이 된다고 느껴요.


  문학도 영화도 대단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여깁니다. 오늘 하루를 빛내는 즐거운 길도 먼발치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 곁에 흐르는 가장 수수하고 작다 싶은 곳에서 예쁜 마음을 읽고, 예쁜 손길을 읽으며, 예쁜 눈빛을 읽으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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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5
이상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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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인문책시렁 109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

 이상수

 철수와영희

 2019.10.3.



아일랜드 사람들이 럼퍼 외에 다른 감자를 심었다면 어땠을까요? 3000 종류가 넘는 감자 중에 럼퍼 말고 다른 감자 너댓 종류를 섞어 심었다면 사태의 참혹함은 덜하지 않았을까요? (69쪽)


흙을 망가뜨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의 농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살충제를 사용하면 당장은 생산량이 늘어날지 몰라도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일부 해충만 득세하는 비정상적인 생태계를 조성하지요. (107쪽)


생명 윤리법이 있다 해도 중국처럼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는 얼마든지 인간 배아를 실험할 수 있습니다. (175쪽)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왓슨의 능력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동료 과학자를 폄하하고 인격을 조롱하는 그의 행위는 분명 존경받을 만한 태도가 아니지요. (200쪽)


유전체 정보는 모든 계층으로부터 광범위하게 모으는데 그 혜택은 일부 계층에게만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222쪽)



  밭고랑을 자꾸 쪼면 흙이 여물지 못합니다. 밭고랑 흙이 여물지 못하면 가랑비에도 흙이 떠내려갑니다.


  온누리 모든 흙은 주검입니다. 풀잎이며 나뭇잎이 시들어서 차근차근 삭아서 바뀌는 흙이요, 풀벌레에 나비에 잠자리에 크고작은 숲짐승이랑 들짐승이 죽으면서 바뀌는 흙입니다. 사람이 누는 똥오줌도 시나브로 흙으로 바뀌고요. 그런데 논밭에 풀 한 포기 남기지 않는다면, 겨울에 시든 풀잎이나 봄가을에 떨어지는 가랑잎이 내려앉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 흙은 싯누렇게 되어 마치 모래벌 모습이 되겠지요.


  흙이 기름지지 않으니 비료에 농약에 항생제를 쏟아부어서 논일이나 밭일을 하기 일쑤입니다.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흙이라면 비료도 농약도 항생제도 안 쓸 만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오늘날 흙일은 오롯이 농약장사에 비닐장사에 비료장사가 돈을 버는 얼거리로 흐르지 않을까요?


  푸름이하고 함께 읽는 인문책인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이상수, 철수와영희, 2019)를 읽으며 흙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생물학을 짚은 인문책입니다만, 흙 이야기도 곧잘 흐릅니다. 생물학 이야기에 웬 흙이냐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습니다만, 모든 목숨이 살고 죽는 흐름은 흙하고 맞물리니, 흙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돌보거나 아끼는가 하는 길도 생물학을 깊고 넓게 익히는 징검다리가 되어요.


  한 가지만 심는 흙일(단일경작)일 적에는 작은 벌레 하나한테도 몽땅 갉아먹히곤 합니다. 여러 가지를 고루 심는 흙일이라면 온갖 벌레가 있어도 딱히 달라붙지 않는다고 해요.


  늘 풀밭을 마주하면서 살고 보니 ‘잡풀이라고 여기는 풀을 샅샅이 뽑아내어 죽이다 보니, 풀벌레가 먹이로 삼을 풀(잡풀)이 없어, 사람이 심는 푸성귀를 그렇게 갉아먹으려 하지 않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 풀벌레는 사람이 심은 푸성귀만 갉으려 하지 않아요. 아니, 사람이 심은 푸성귀도 더러 갉지만, 이보다는 사람이 안 심었기에 저절로 돋는 풀을 매우 달게 먹어요. 햇볕이며 빗물이며 바람을 듬뿍 머금은 여느 풀이야말로 풀벌레 먹을거리라고 할까요.


  푸른인문책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는 곁을 찬찬히 보는 눈길로 이끌려 합니다. 먹이사슬 너머 흙을, 뛰어난 과학자이기 앞서 참되거나 착한 마음을, 여러 과학 이론보다는 우리 삶자리를 바라보자고 이끌어요.


  노벨상을 탈 만한 이론을 세웠다고 하지만, 지구라는 별을 아끼거나 온누리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생물학 이론이나 과학 이론은 어느 길로 치달을까요? 싸움판에서 생화학 무기를 지어낸 사람은 바로 과학자였어요. ‘실험실에서 세포를 붙여서 사람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이들도 바로 과학자예요.


  사랑으로 맺어서 태어나는 아이가 아닌, 실험실에서 이모저모 짜맞추어 만드는 아이라면, 이 별은 어떻게 될까 싶습니다. 생물학이라는 과학은 바로 이 마음을, 눈길을, 숨결을, 삶을 처음부터 다시 헤아리면서 어깨동무하는 길로 어우러지자는 뜻으로 배우겠지요. 입으로는 ‘목숨을 아끼자’고 읊는 학문이 아니라, 삶으로 서로 손을 맞잡고 아름다이 피어날 길을 찾는 학교와 사회와 나라와 학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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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2-2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입했고 다음 읽을 책으로 순번 기다리고 있답니다.
과학책이 아닌 인문책으로 분류해놓으셨지만 과학, 인문, 구분이 중요한건 아니니까요.

숲노래 2019-12-25 20:11   좋아요 0 | URL
끝자락... 진화론 창조론 대목은
같은 얘기를 굳이 여러 벌 되풀이해서 아쉬웠어요.
저는 깊은 시골에서 늘 숲을 곁에 두고 살면서
진화론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엄청난 열매를 늘 보는데
‘과학‘을 다루는 한국 지식인이 좀 결벽이 센 듯해요.
양자물리학을 좀 공부하시면 좋을 텐데요..
아무튼, 그 대목을 빼고는 참 훌륭한 책이라고 느껴요.
과학도 인문도 철학도 종교도,
앞으로는 모두 ‘삶책(삶을 노래하는 책)‘으로 가면 좋겠어요,.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
오카다 준 글,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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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17 : 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겨루지 않아요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

 오카다 준 글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보림

 2008.8.25.



삼 학년이 되자 마코는 야구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스티커 때문이었다. 삼 학년 담임 선생님은 시험을 치러 백 점 맞은 아이에게 스티커를 주었다. 은빛 나는 별 모양 스티커가 참 멋졌다. 마코네 반 아이들은 스티커 때문에 백 점을 맞으려고 애썼다. (4쪽)


“신! 너 때문에 스티커 못 받았잖아.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냐?” 요시코는 백 점 맞은 시험지를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이를 노려보았다. (10쪽)


바보라는 말을 듣자 잇페이는 화가 났다. “그래, 맞아! 우리는 바보야! 네가 우리 같은 애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너같이 대충대충 해도 스티커를 받고 우쭐대는 애가 우리 기분을 알 수 있겠어?” 마코의 얼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그러졌다. “난 우쭐댄 적 없어!” “우쭐대지 않는 애가 보란 듯이 모자에 별을 붙이고 다녀!” (35쪽)


“화장실이 뭐가 훌륭하냐?” 잇페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화장실을 칭찬하는 건 신이뿐이야.” 마코가 말했다. “맞아. 화장실이 잘 해도 칭찬하는 사람은 없어.” (42쪽)



  나라지기가 어떻게 다스리느냐를 놓고서 ‘잘한다·못한다’를 이레마다 따지곤 합니다. 어쩌면 날마다 따질는지 모릅니다. 이레마다, 또는 날마다 인기투표를 하는 셈인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할까 싶곤 합니다. 잘하거나 못하거나를 따지는 일이 나쁘다기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못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있으면 나라지기는 이를 귀담아들을 노릇이요, 한 사람이라도 즐겁다는 목소리가 있으면 더욱 힘내야겠다는 채찍질로 삼을 노릇이지 싶거든요.


  일터 가운데 영업부 쪽에서는 한켠에 성적표를 붙이기도 합니다. 저마다 얼마나 잘 팔았거나 돈을 벌어들였는가를 놓고서 막대표를 붙이지요. 이러면서 첫째하고 둘째처럼 높은자리를 북돋우고 꼴찌에 있는 이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이때마다 첫째자리이든 꼴찌자리이든 고단하기는 매한가지예요. 첫째자리는 그 높이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쓸 테고, 꼴찌자리는 얼른 벗어나고 꼴찌를 남한테 넘겨주려고 악을 쓸 테니까요.


  1983년에 일본에서 처음 나오고, 한국에서는 2008년에 처음 옮긴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오카다 준 글·윤정주 그림/이경옥 옮김, 보림, 2008)를 읽으며 속이 쓰립니다. 1983년에 일본에서 나온 어린이책이라지만 아직 일본에서 이런 교실이며 교사가 있을 듯하고, 2008년에 한국말로 옮겼다 하더라도 요새에도 한국에서 이런 학교이며 교사가 있을 듯하거든요.


  잘했다고 하는 아이한테 ‘별 스티커’를 붙여 주면서 북돋우는 뜻이 나쁘지는 않아요. 그러나 어느새 아이들은 별 스티커 숫자에 목을 매답니다. 동무보다 더 많이 따거나 차지하려 합니다. 동무보다 적게 얻거나 하나도 못 딴 아이는 주눅이 들거나 놀림을 받습니다.


  이른바 줄세우기예요. 앞자리는 잘한다 여기고 뒷자리는 못한다 여기는 셈인데요, 시험성적만으로 줄세우는 이런 일을 배움이나 가르침이라도 해도 될는지 궁금해요. 시험성적뿐 아니라 달리기 성적도 따질 테고, 책을 많이 읽은 성적도 따질 테며, 글솜씨나 그림솜씨도 성적으로 따질 테지요.


  더 빨리 달리면 무엇이 좋을까요? 뒤처지는 동무를 모르는 체하면서 혼자 앞서 나아가면 무엇이 즐거울까요? 넘어진 동무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첫째나 둘째를 거머쥘 적에 무엇이 기쁠까요? 이런 곳에 사랑이나 꿈이나 노래나 춤이 흐를 수 있을까요? 어깨동무가 아닌 혼자살기로 치닫는 데에서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배우는 한마당을 열 수 있을까요?


  어린이책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는 어린이가 흔히 읽을 텐데, 어린이 곁에서 교사하고 여느 어버이도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둔 어버이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고 새기면 더 좋겠어요. ‘성과 제도’에 목을 매달지 않도록, 남보다 앞서야 한다고 닦달하지 않도록, 서로 아끼면서 도우며 활짝 웃음짓는 즐거운 살림이 되도록, 새롭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겨루지 않아요. 우리는 지구에서 보기에 별빛도 등급으로 가릅니다만, 별빛에 왜 등급이 있어야 할까요? 별빛은 모두 별빛이요, 다 다른 별빛은 언제나 푸근하게 우리 별 지구를 감싸 주는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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