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아래!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2
이월곡 지음, 홍자혜 그림 / 분홍고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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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3



대통령은 사람들 ‘위에 선’ 권력자가 아니에요

― 위! 아래!

 이월곡 글

 홍자혜 그림

 분홍고래 펴냄, 2016.11.18. 12000원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목소리가 온나라 곳곳에서 촛불로 타올랐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회에서 의결을 해야 하고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해요. 그런데 이러한 법에 앞서 사람들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온나라 어디에서나 촛불을 들고 모였어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뿐 아니라 흑산도 같은 섬이나 고흥처럼 작은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에서까지 모여서 목소리를 띄웠어요.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목소리와 몸짓은 이제 더는 ‘대통령이 사람들 위에 올라선 권력자’가 아니라는 뜻을 밝히는 셈이지 싶습니다. 지난날에는 대통령 탄핵은커녕 택시나 버스나 길거리에서마저 대통령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했어요. 1970년대나 1980년대에 대통령 이름을 잘못 말하거나 나무랐다면서 곧장 경찰서로 끌려가거나 고문실에서 두들겨맞아야 하던 이들이 있었어요. 고작 스물∼서른 해 앞서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사람들한테 까마득히 높은 ‘위’였다면, 이제부터 대통령은 사람들 위도 밑도 아닌 ‘같은 자리’에 서서 심부름꾼 몫을 맡는 자리여야 한다는 뜻이 퍼진다고 느껴요.



책을 쓴 사람이나 책 내용이 책을 읽는 독자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읽는 책은 나의 위도 아래도 아닌, 옆에 있는 친구입니다. (10쪽)


우리는 지구에서 위와 아래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건 마치 농구공의 위와 아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북쪽이 위, 남쪽이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1쪽)



  이월곡 님이 글을 쓰고 홍자혜 님이 그림을 빚은 《위! 아래!》(분홍고래,2016)는 어린이 인문책입니다. 어린이가 이 나라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사회를 똑바로 보고 슬기롭게 살펴서 아름답게 가꾸도록 이끌려고 하는 인문책이에요. 어른들끼리 뚝딱거리는 사회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이도 얼마든지 마음을 기울이고 눈길을 두며 생각을 모으면서 가꾸는 사회라고 하는 대목을 밝히는 인문책입니다.



돈이 기준이 되고, 사람 위에 돈이 있게 되면서, 인간적인 삶을 누리기 어렵게 됐습니다. (43쪽)


새로 발견된 대륙에서 스페인은 대규모 농장과 금광을 운영했는데, 원주민을 농장과 탄광에서 일하는 ‘노예’로 부려 먹었습니다. 유럽인들은 이런 기회를 마치 신이 자신들에게 내려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재앙’이었을 뿐입니다. (49쪽)



  우리는 말하기 좋게 ‘위 아래’를 말하지만, 막상 위나 아래를 섣불리 가를 수 없기 마련이에요. 서울은 부산보다 위가 아니고, 부산도 서울보다 아래가 아니에요. 지도를 뒤집어서 놓고 살펴보면 위도 아래도 따로 없어요. 서울이 시골보다 위일 수 없고, 시골도 서울보다 위일 수 없어요. 서울은 언제나 서울이고, 시골은 언제나 시골이에요. 서로 돕고 손을 맞잡을 사이좋은 ‘이웃 고장’이에요.


  조선 같은 나라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신분이나 계급이 있었어요. 그때에는 사람들 사이에 위랑 아래가 크게 또렷이 갈렸어요. 윗자리에 있는 이들은 아랫자리에 놓인 사람을 함부로 다루었어요. 조선 사회에서 아랫자리에 있던 이들은 윗자리에 있는 이들 앞에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야 했어요.


  오늘날에는 신분이나 계급이 없다고 하지만, 가만히 살피면 돈에 따라 신분이나 계급이 갈리기도 해요. 평수가 얼마나 되는 아파트인가에 따라서, 어머니 아버지 돈벌이에 따라서, 대학교 졸업장에 따라서, 때로는 자동차 배기량이나 크기에 따라서 신분이나 계급이 갈리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진욱이나 유림이 아빠처럼 월급 받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나 보너스 총액보다 회사 이윤 몫으로 돌아가는 돈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시키면서 임금은 훨씬 적게 주고, 해고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2쪽)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노동자예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어느새 정규직하고 비정규직이 크게 갈리고 말았어요. 더군다나 비정규직은 더 늘기만 하고, 줄지 않아요. 똑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일삯이 적은데다가 제대로 쉬지 못해요. 때로는 더 오래 더 많이 더 고되게 일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나 계급 탓에 외려 더 적은 일삯을 받기도 해요.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위랑 아래로 칼같이 가른 사회 얼거리를 아이들한테 물려주어야 할까요? 아이들은 앞으로 위랑 아래가 날카롭게 갈리고 만 사회 얼거리를 그냥 물려받아야 할까요?


  우리 어른들은 위랑 아래를 낱낱이 쪼개고 만 이 사회 얼거리를 그대로 지켜보거나 안 바꾸어도 좋을까요? 아이들은 앞으로 어른들한테서 위랑 아래를 조각조각 나눈 사회 얼거리대로 길들기만 해야 좋을까요?



옛날 왕조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왕과 신하, 왕과 백성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 관계처럼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찬물을 어른보다 먼저 마시기만 해도 혼나는 시절에 저 위, 하늘 꼭대기에 앉은 임금에게 안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100쪽)


다른 누구와 비교해서 탁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여러분은 어제와 자신보다 탁월해져야 합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정신이든, 그 어떤 것들도 어제보다 나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132쪽)



  어린이 인문책 《위! 아래!》는 처음에는 !로 열지만 이내 ?로 이야기를 잇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슬프도록 위랑 아래가 갈라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로 또렷하게 밝힙니다. 이러면서 ?로 물어요. 어른들이 계급을 갈라 놓고 만 이 사회를, 조선 사회 같은 신분이나 계급은 없다지만, 돈과 졸업장과 학연과 인맥 따위로 ‘눈에 안 보이는’ 신분이나 계급이 더 크게 있다고까지 할 만한 오늘날 한국 사회를 앞으로 어떻게 마주하거나 바라보아야 할는지 아이들한테 물어요.


  아름다이 어깨동무하는 나라를 꿈꾸면서 어린이한테 묻습니다. 대통령이 잘못할 적에 촛불을 들 줄 아는 몸짓으로 어린이한테 묻습니다. 공해를 일으키는 기업이나 정책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는지 어린이한테 묻습니다. 평등이란 무엇이고 평화는 또 무엇인지 어린이한테 물어요.


  어쩌면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너무 어렵거나 골치가 아플는지 모르는 물음이에요. 그러나 어른한테도 어린이한테도 비켜 가거나 고개를 돌릴 수 없는 물음입니다. 우리는 서울에 살든 도시에 살든 사회를 이루어요. 외딴 마을에 살든 도시 한복판에서 살든 크고 작게 사회를 이루지요. 아름다운 사회가 되느냐, 꽉 막힌 사회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은 바로 우리 손으로 이룹니다. 한 표 권리를 쓸 때뿐 아니라 여느 때에도 우리 목소리랑 몸짓에 따라서 사회가 달라질 수 있어요.


  위도 아래도 아닌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위나 아래를 따지는 목소리가 아닌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함께 걸음을 맞출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마음과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12.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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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 - 엄마는 편하고 아이는 책과 가까워지는
박지현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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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81



아이한테는 ‘재미있는’ 책하고 ‘재미없는’ 책만 있다

―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

 박지현 글

 예담friend 펴냄, 2016.11.21. 15000원



  오늘날에는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라면 으레 그림책을 장만하기 마련이에요. 지난날에는, 이를테면 1970년대 무렵만 하더라도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히는 집은 매우 적었어요. 1960년대를 헤아리자면 그무렵에는 어린이책이라고는 더더욱 적었고, 1950년대나 1940년대에는 아이들한테 책을 읽히면서 가르친다는 생각은 거의 못 했으리라 느껴요. 그만큼 한국은 어린이책이나 그림책 발자취가 짧아요.


  곰곰이 돌아보면 저는 1980년대 첫무렵에 어린 나날을 보냈는데요, 저는 그무렵에 그림책을 한 권도 본 적이 없어요. 그때에는 ‘그림책’이라는 말도 몰랐고, ‘어린이책’이라는 말도 몰랐어요. 동화책하고 동시집이라는 이름만 들었어요. 그림이 제법 실린 동화책은 조금 보았지만, 책은 얼마 읽지 않고 골목이나 운동장이나 바닷가에서 뛰놀기에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로 접어들고 1990년대에 이르면서 비로소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이 부쩍 나왔습니다. 2000년대 즈음부터 ‘한국스러운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이 빛을 보면서 자리를 잡으려 했고, 이제는 나라밖 아름다운 그림책이 무척 많이 한국말로 나오고, 한국스러운 창작 그림책도 꽤 많이 나온다고 느껴요.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야’, ‘내가 봤던 거잖아’, ‘나도 비슷하게 느꼈어’ 이런 생각을 한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39쪽)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가 가장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로 이야기를 끝낼지 모르겠다는 것. (49쪽)



  박지현 님이 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예담friend,2016)는 오늘날 아이를 낳은 뒤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나는 어머니’한테 길잡이 구실을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짝을 만나 한 집안을 새로 이룬 뒤, 사랑스러운 아기를 낳아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예쁘게 잘 돌볼 수 있을까를 헤아리는 어머니한테 그림책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일이란 부담스러운 숙제가 아니라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깝다. (68쪽)



  지난날에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드물었기에 어떤 책이 있는가를 알아야 했다면, 오늘날에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 많은 책 가운데 알짜를 가리거나 추려야 한다고도 여길 수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살핀다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는 나이에 맞추어 아이하고 어떤 그림책을 함께 나눌까 할 적마다 도움을 받을 만해요.


  그리고 그림책 함께 읽기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한테 기쁨처럼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참으로 그래요. 그림책도 어린이책도 ‘어른이 되어 처음 읽는’ 분이라면 어떻게 읽어 주어야 할는지 모르기 마련이고 낯설 테지요.



부모에게는 그림책이 과학동화, 수학동화, 명작동화, 창작동화 등으로 나뉘지만 아이들에겍 책은 오로지 두 가지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 (181쪽)



  아이들은 두 가지 책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재미없는 책은 안 읽고 재미있는 책을 읽어요. 어른이 보기에 뜻깊고 알찬 책이라 하더라도 아이한테 재미없으면 아이는 손을 안 뻗어요.


  이때에 어른들은 ‘재미는 있되 줄거리도 이야기도 없구나 싶은 책’에 아이들이 빠져들면 걱정을 할 수 있어요. 걱정이 되겠지요. 더욱이 참말로 ‘가벼운 재미만 다루는 장삿속 어린이책’도 꽤 있거든요. 학습효과(교과서 진도에 도움이 된다는)만 노리면서 가벼운 재미로 다가서는 참고서도 많고요.


  이런 책바다에서 아이하고 즐겁게 생각을 북돋우며 하루를 즐기려는 이야기를 다룬 책을 찾아나서자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를 곁에 둘 만합니다. 요모조모 알찬 그림책을 잘 추리고 보여주거든요.



사실 부모들이 만화책을 두려워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문학적 사고력고가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만화책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화책 한 권을 탈탈 털어 보시라. ‘앗!’, ‘으악’, ‘으아아아’, ‘쩌억’, ‘뿌직’, ‘팍’ 등과 같은 짧은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을 뿐 긴 문장이 별로 없다. (267쪽)



  그런데 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는 아쉽구나 싶은 대목도 눈에 뜨입니다. 글쓴이는 만화책을 두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딱 잘라서 말해요. 그렇지만 모든 만화책이 글쓴이 말처럼 “짧은 의성어나 의태어”만 담지 않습니다. 적잖은 만화책은 ‘숨이 긴 글월’이 담깁니다. ‘이야기가 아름다운’ 만화책도 많아요.


  어느 모로 본다면 지난날에는 그림책을 퍽 얕잡거나 낮잡는 흐름이 있기도 했습니다. ‘말은 몇 마디 없이 그림만 큼직하게 실려서 아이들이나 본다’면서 다른 책보다 그림책이 마치 낮은 자리라도 되는 듯 여기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아름다운 그림책에는 나이나 국경이나 성별이나 계급을 모두 뛰어넘는 깊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림책은 너덧 살 아이만 읽지 않아요. 너덧 살 아이부터 모든 어른이 읽을 수 있기에 그림책이지요.


  만화책도 이와 같습니다. 어설프거나 너무 가볍기만 한 만화책은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짜고 잘 빚으며 잘 그린 만화책은 아이를 비롯해서 어른한테도 두루 도움이 되어요. 나이가 많이 어린 아이들한테는 어렵지만 《쥐》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만화책은 푸름이한테 오랜 명작으로 꼽힙니다. 이희재 님이 빚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글 문학’이 선보이지 못하는 ‘만화 문학’을 새롭게 보여준다고도 해요. 데즈카 오사무나 타카하시 루미코 같은 일본 만화가는 빼어난 상상력과 창작력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꿈과 사랑을 재미나면서도 그윽하게 베푸는 만화책을 그렸어요.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은 ‘사회가 깔보는 그림책’을 ‘다른 책하고 같은 자리’에 놓으면서 아이랑 어른이 함께 사랑하도록 몹시 애를 썼어요. 이러한 땀방울을 찬찬히 살피면서 앞으로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우리 어른들이 새롭게 살피면서 아이들하고 함께 읽는 길도 생각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이때에 비로소 “그림책 육아”뿐 아니라 “만화책 육아”도 즐겁게 할 테지요. 2016.12.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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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
나탈리 새비지 칼슨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박향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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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56



집 없는 아이들이 지붕을 얻게 도와주소서

―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나탈리 새비지 칼슨 글

 가스 윌리엄스 그림

 박향주 옮김

 아이세움 펴냄, 2001.1.15. 9000원



  집이 없는 사람한테는 더욱 추운 겨울입니다. 집이 없이 한데에서 자야 하는 사람한테는 몹시 추운 겨울입니다. 추운 바깥에서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사람한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정책은 좀처럼 서지 못합니다. 작은 오두막이어도 좋을 텐데 우리가 낸 세금은 이 같은 일에 제대로 못 쓰인다고 느낍니다. 탱크 한 대를 덜 사거나 전투기 한 대를 덜 쓰면서 작은 오두막을 한뎃잠이가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은 나오지 못해요.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아이세움,2001)이라는 어린이문학은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집이 없이 사는 할아버지하고 여러 아이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서울도 부산도 대전도 아닌 프랑스 파리입니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파리 같은 도시에서도 할아버지하고 여러 아이들이 집이 없이 이 겨울을 난다고 해요.



“당신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두려운 거예요. 당신한테 마음이 있는 걸 안 그 장난꾸러기들이, 당신 마음을 훔쳐 갈까 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14쪽)


수지는 미안했다. 수지는 손수레를 저만큼 밀어 놓고는 한쪽 눈을 감고 아르망의 키를 쟀다. 그러고는 석탄으로 콘크리트 바닥에다 정성들여 기다란 사각형을 그렸다. “여기가 할아버지 방이에요. 우리랑 함께 살면 돼요.” (24쪽)



  이야기책에만 나오는 이야기일 수 없다고 느껴요. 우리 삶에 흐르는 수많은 모습 가운데 하나가 이 이야기책에 살며시 담겼다고 느껴요.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도쿄에서도 서울에서도, 떠돌이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있을 테고 떠돌이 아이들은 어김없이 있을 테지요.



“그래, 너희들은 크리스마스에 뭘 받고 싶니?” “집이 있으면 좋겠어요, 페르 노엘. 집을 선물로 받고 싶어요.” 수지가 말했다. (45쪽)


군밤 장수 곁을 지날 때 아르망은 아이들에게 군밤을 사 주었다. 군밤을 손에 쥔 아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러고 있다 먹었다. 손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59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떠돌이 할아버지는 어느 곳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떠돌이로 지낸다고 합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머니 혼자 맡아서 돌보다가 너무 살림이 고되어 그만 셋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서 지내야 한답니다. 떠돌이 할아버지는 이제껏 아무하고도 안 얽힌 채 혼자 살았는데, 떠돌이 아이들이 갑자기 이녁 앞에 나타나서 어쭐 줄 몰랐대요. 할아버지가 늘 머물며 잠을 자는 곳에 이 아이들이 어느 날 낮에 갑자기 몰려들어 웅크린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대요. 새끼 제비처럼 올망졸망 추위에 떨며 웅크린 아이들을 보고는 ‘그동안 차가운 마음으로 곁을 안 두며 지내던 나날’이 크게 흔들렸대요.


  그런데 떠돌이 아이들을 만난 떠돌이 할아버지는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만, 둘레에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은 마음이 거의 안 흔들리지 싶습니다. 떠돌이 아이들은 도움 손길을 거의 하나도 못 받으면서 쫄쫄 굶거든요. 이제 막 셋집에서 쫓겨난 아이들은 밤에 어떻게 자야 하는가도 모르고요.



다음 날 아침, 밤새 눈이 조금 내려 있었다. 아르망은 일어나 앉아 눈을 비비고 둔치를 바라보았다. 파리는 하룻밤 사이에 하얗게 변해 있었다. 따뜻한 방 안에서 창으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한테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아이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안에서 놀아야 하는데, 돌봐 줄 어른이 없으면 얼어 죽을지도 몰라. (67쪽)



  이웃을 벼랑에 내모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웃한테서 벼랑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벼랑에 서며 마음도 몸도 힘든 사람이 있습니다. 벼랑에 선 사람을 하나도 못 느낄 뿐 아니라 조금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청와대나 국회나 법원이나 국세청 같은 건물을 너무 크게 올리느라 작은 오두막 한 채에는 마음을 못 쓰는지 모릅니다.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국세청도 작고 수수하게 지어서 작고 수수하게 돌본다면, 이 겨울에 한데에 내몰린 채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이웃이 없는 나라살림이 될 만하지 싶어요.



“집이 없대요? 페르 노엘이 아무 집도 안 준대요?” 수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석탄 난로 불빛에 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105쪽)


아르망은 괴로운 나머지 파리 하늘 높이 떠 있는 별을 올려다보았다. “하느님,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도 다 잊었습니다. 구걸밖에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걸하오니, 제발 이 집 없는 아이들이 지붕을 구하게 도와주소서.” (108쪽)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요? 말도 거의 안 하면서 혼자 동냥으로만 살아온 떠돌이 할아버지는 가녀린 아이들을 등돌릴 수 없어서 언제나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도울 길을 생각하는데, 뾰족한 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떠돌이 아이들하고 똑같이 맨몸에 빈손일 뿐인 떠돌이 할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지붕’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열 사람이 저마다 밥그릇에서 한 술씩 덜면 새롭게 밥 한 그릇이 나온다고 했어요. 백 사람이 저마다 밥그릇에서 반 술씩 덜면 새롭게 밥 여러 그릇이 나와요. 천 사람이나 만 사람이 저마다 밥그릇에서 아주 조금씩 덜어도 새로운 밥그릇이 꽤 많이 나와요.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세금)은 바로 이렇게 푼푼이 모여서 나라를 이루고 마을을 이루는 바탕이 되어요.


  나라살림이 바라보는 곳이 작디작은 사람들 마음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여리디여린 이웃들 눈망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빌어요.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거운 살림이 되고, 손을 맞잡으며 넉넉한 삶이 될 수 있어요. 2016.1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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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숲해설가 - 손쉬운 생태놀이 60개, 가까운 생태공원 12곳
장세이.장수영 지음 / 목수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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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79



엄마만 숲해설가? 아빠도 함께 숲놀이꾼!

― 엄마는 숲해설가

 장세이·장수영 글

 목수책방 펴냄, 2016.10.20. 15000원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은 시골을 누립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에서 지낸다면 아무래도 숲하고 더 가까이 지내기는 어려울 테지만, 도시보다는 숲이 한결 가깝겠지요.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은 숲이라든지 바다라든지 들을 누리기가 만만하지 않아요. 도시에는 높다란 건물이 많고 자동차가 오가는 찻길이 넓으며 온갖 가게가 줄줄이 늘어서거든요. 숲으로 짙푸른 쉼터(공원)를 도시에서 쉽게 마주하기는 만만하지 않아요.


  그래도 요즈음은 도시 한켠에 숲으로 짙푸른 쉼터가 늘어납니다. 아무리 도시를 높다란 건물로 채우더라도 ‘아이뿐 아니라 어른’ 모두 ‘숨을 쉬어야 하는’ 줄 깨닫기 때문입니다. 100층이 넘는 건물만 세운다고 해서 이루는 도시가 아니라, 짙푸른 숲으로 아름다운 쉼터가 함께 있을 때에 살기 좋고 즐거운 도시가 되는 줄 시나브로 느끼지 싶어요.


  장세이·장수영 두 분이 빚은 《엄마는 숲해설가》(목수책방,2016)는 바로 서울에서 아이들한테 숲놀이를 이끌어 주고, 숲노래를 부르려 하는 보드랍고 너그러운 마음을 밝힙니다.



아이는 타고난 놀이꾼이자 철학자이며 또한 과학자입니다. 엄마가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면 아이의 그러한 면모는 더욱 빛납니다. (18쪽)


세상의 모든 아이는 밥상 차리기의 명수랍니다. 초대 받은 친구는 숲 속의 생명이라면 누구라도 좋아요. 그럼 초대 손님이 좋아할 음식도 따로 내놓아야겠네요. 딱따구리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요? 두더지는요? 사마귀도 한번 초대해 볼까요? (38쪽)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들어가서도 놀 수 있고 배울 수 있어요.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집에서 어버이 곁에서 살림을 배우며 놀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숲정이(마을숲)에 가거나 숲쉼터(생태공원)에 가서도 놀 수 있고 배울 수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이곳 교사가 이끄는 대로 놀거나 배운다면, 숲정이나 숲쉼터에서는 아이들이 저희 나름대로 놀이를 지어서 누릴 수 있어요.


  가랑잎으로 놀고 나뭇가지로 놉니다. 풀 한 포기로 놀고, 들꽃 한 송이로 놉니다. 풀벌레랑 함께 놀고, 숲으로 찾아든 뭇새 노랫소리를 들으며 놀아요. 봄에는 꽃내음을 맡으며 놀고, 여름에는 개구리하고 풀벌레가 베푸는 노래를 들으며 놀다가, 가을에는 싱그럽고 포근한 바람을 쐬면서 논 뒤에, 겨울에는 하얗게 온누리를 덮는 눈을 뭉치며 놀아요.



숲에서 하는 가장 좋은 놀이는 아이 스스로 창조한 놀이예요. (46쪽)


풀도 저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그 풀의 이름을 알아낼 수 없다면 그냥 풀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모르는 나무를 보고 잡목이라고 말하지 않듯이, 그냥 풀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럼 아이도 작지만 소중한 생명인 풀을 쓸모없다는 인상의 잡초로 여기지 않을 테니까요. (87쪽)



  숲에서 노는 아이는 숲을 배울 수 있어요. 숲에서 노는 아이는 숲을 사랑하는 길을 천천히 몸으로 익힐 수 있어요. 숲에서 노는 아이는 숲을 곁에 두는 즐거움이나 보람이나 아름다움을 찬찬히 깨달을 수 있어요.


  아이를 이끌고 숲놀이를 보여주고 알려주는 어버이는 고단한 일이나 시름이나 걱정을 털어낸 채 홀가분하게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이나 보람을 누릴 만해요. 아이만 숲에서 놀지 않아요. 아이한테 숲놀이를 알려주는 어머니랑 아버지도 함께 숲놀이를 즐기지요. 옛날처럼 마을이나 숲이나 들마다 아이들이 넘치는 오늘날은 아닙니다만, 사랑스러운 아이한테 사랑스러운 숲노래를 들려주는 기쁨을 나눌 수 있어요.



돌과 친구가 된 아이에게 “이 돌은 언제 태어났을까?” 하고 물으면 아이는 상상의 영역을 과거로 넓힙니다. “이 돌은 어디에서 왔을까?” 추리하면서 아이가 상상하는 공간도 무한히 넓어집니다. (115쪽)



  《엄마는 숲해설가》라는 책은 어머니가 숲해설가로 거듭나면서 숲놀이꾼이 되는 길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엄마만 숲해설가나 숲놀이꾼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 아빠들도 숲해설가나 숲놀이꾼이 되면 어떠할까요?


  어머니랑 아버지 모두 숲해설가랑 숲놀이꾼이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온누리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다 같이 숲해설가요 숲놀이꾼이 되어 이 땅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길을 아이들하고 곱게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2016.1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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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 - 사회는 외우는 게 아니야!
배성호 지음, 박진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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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2



한국은 ‘동쪽’ 나라일까 ‘서쪽’ 나라일까

―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

 배성호 글

 박진주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펴냄, 2016.11.10. 11000원



  언제부터인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가리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컫곤 합니다. 이 한자말은 “동쪽에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는데, 한국을 동쪽으로 바라본다면 중국이나 유럽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될 만해요. 그런데 미국이나 멕시코나 브라질에서 한국을 본다면? 이때에 한국은 ‘동쪽’ 나라가 아닌 ‘서쪽’ 나라예요. 중국에서 한국을 보면 이 나라는 ‘동쪽’이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한국을 보면 한국은 ‘서쪽’이에요.



그동안 우리는 무심코 우리나라가 동쪽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가 아닌 중국의 눈으로 본 것이야 이처럼 세상은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다가와. (16쪽)


프랑스에서는 유럽의 화폐인 유로화를 쓰기 전에 ‘프랑’이란 화폐를 썼어. 그때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와 작품 속 장면을 각각 앞면과 뒷면에 담았어. 우리나라 지폐에도 문학 작품의 한 장면을 넣는다면 어떨까? 혹시 담고 싶은 주인공이 있니? (29쪽)



  초등학교 교사인 배성호 님이 쓴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책과함께어린이,2016)는 어린이가 우리 사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적에 ‘아름답고 슬기로울’ 수 있을까 하는 대목을 찬찬히 풀어내는 책입니다. 어른들이 ‘사회 지식’으로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두 번 거듭 헤아려’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국이 동쪽 나라인가 서쪽 나라인가 하는 이야기는, 한국이 ‘북쪽(북반구)’인가 ‘남쪽(남반구)’인가 하는 이야기하고도 맞물릴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있는 나라를 ‘북쪽’이나 ‘위쪽’으로 여기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한국에서 익숙한 지도’하고는 다르다 해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호주나 뉴질랜드가 ‘위쪽에 놓인 지도’를 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참말로 어디가 ‘위(북쪽)’이거나 ‘아래(남쪽)’일까요?



백제가 신라와의 대결에서 지고 끝내 항복하면서, 의자왕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 기록된 거야.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 입장에서는 의자왕이 나라를 잘 돌보지 않아, 백제가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담고자 했겠지. 그건 그렇고, 삼천 궁녀는 정말 있었을까? 당시 백제 궁궐 인구를 합해도 3천 명이 채 안 되었다고 하니, 삼천 궁녀는 심하게 과장된 이야기지. (38쪽)



  시골에서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갈 적에 으레 “서울에 올라간다(상경)” 같은 말을 씁니다. 시골사람도 서울사람도 서울에 ‘올라간다’ 하고, 시골에는 ‘내려간다’고 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참말로 서울은 ‘높으니까 올라가야’ 하는 곳일까요? 시골은 ‘낮으니까 내려가야’ 하는 곳일까요?


  가만히 보면 예부터 ‘낙향’이나 ‘귀양’ 같은 말을 쓰면서 ‘서울하고 멀어진 시골로 가는 일’은 ‘내려감’일 뿐 아니라 ‘낮아짐’으로 여기곤 해요. 이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눈길은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를 만할까요? 평등이라는 테두리에서, 지역자치라는 얼거리에서, 또 마을을 살리고 북돋우려는 틀에서, ‘올라간다(상경)·내려간다(낙향)’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광고를 엄격하게 법으로 막는 이유가 있어. 광고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계속 보다 보면 알게 모르게 그것에 익숙해지거든 … 하지만 우리나라 편의점을 한번 떠올려 볼까? 그곳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광고가 무엇일 것 같니? 바로 담배 광고야. (67쪽)


오늘날 드라마 속 여성들이 성공한 남자와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는 곱씹어 생각해 볼 문제야. 여성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꼭 백마 탄 왕자나 재벌 2세가 짠 하고 나타나 여자를 도와주어야 할까? (76쪽)



  백제에 삼천 궁녀는 없었다지만 노래에도 삼천 궁녀라는 말이 나오고, 그냥그냥 ‘의자왕 삼천 궁녀’라는 말이 사회에 또아리를 튼답니다. 백제가 신라에 무너진 탓에 백제를 깎아내리려고 하던 역사가나 권력자가 거짓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며, 한국 사회나 역사를 깎아내리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무척 많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어느 모로 보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서 마치 참인 듯 길들이려는 일은, 광고하고도 같다고 할 만합니다. 편의점에 가장 많이 있다는 담배 광고는 사람들이 저절로 담배에 익숙하도록 이끌 테지요. 더욱이 도시에서는 어디를 가든 광고판이 넘쳐요. 운동선수는 수많은 광고로 덮인 옷(운동옷)을 입고 움직입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한테 어마어마한 광고를 늘 보여주면서 그 광고에 나오는 상표에 길들이도록 내몬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주장들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무조건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 올림픽 때문에 소중한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는 건 큰 문제야. 그리고 단 한 번의 올림픽 행사를 위해 애써 지은 시설들이 올림픽이 끝난 뒤 활용되지 않는다면 골칫거리로 남겠지. (124쪽)



  어린이 인문책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인문책에 흐르는 ‘사회’ 이야기를 살피면, 정치·사회 기득권자나 권력자가 여느 사람들을 어떻게 길들이려고 하는가를 넌지시 짚습니다. 이러면서 어린이가 스스로 ‘열린 눈’이 되어 ‘사회 고정관념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룹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기에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정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대목을 밝힙니다. 기득권자나 권력자가 한쪽으로 이끌려는 속뜻을 어린이가 슬기롭게 읽어내어 제 생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보여줍니다.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어야 어린이 스스로 씩씩하게 설 수 있겠지요. 사회를 똑똑히 바라보며 제 생각을 슬기롭게 가꿀 때에 어린이는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겠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박근혜 정권이 국정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까닭은 ‘어린이와 푸름이가 사회와 역사를 슬기롭게 보는 눈’을 가로막으려는 속셈이라고 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함께 ‘고정관념’이 아닌 ‘열린 생각’일 때에 사회가 아름답게 거듭난다고 느낍니다. ‘굳어진 사회 지식’이 아닌 ‘새롭게 짓는 생각’을 어른하고 어린이가 함께 가꿀 수 있을 때에 우리 사회도 온누리도 아름다운 길을 가리라 봅니다. 2016.1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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