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모네 탐정단 개똥이네 책방 31
김하연 지음, 신가영 그림 / 보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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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5



탐정놀이보다 동무들이 더 좋아

― 날아라 모네 탐정단

 김하연 글

 신가영 그림

 보리 펴냄, 2017.1.25. 13000원



  ‘탐정’이란 무엇일까요?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요? 탐정이나 추리소설은 어떻게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어른들까지 사로잡을 만할까요? ‘탐정(探偵)’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해요. ‘추리소설(推理小說)’은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주된 내용으로 하며 그 사건을 추리하여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의 중점을 두는 소설”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탐정이나 추리소설은 ‘숨겨진 범죄 사건’이 있어야 나옵니다. 탐정은 범죄를 숨긴 이들을 몰래 좇아서 속내를 밝히는 일을 하고, 추리소설은 끔찍한 범죄를 낱낱이 드러내는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어릴 적에 추리소설을 읽을라 치면 어른들은 몹시 안 좋아했어요. 그런 책을 왜 읽느냐 묻고, 제발 그런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으라 했어요. 이러한 말을 들을 적마다 대꾸를 못하고 마음으로만 생각했어요. 신문이나 방송에는 으레 사건·사고 이야기가 넘쳐요. 어른들은 신문이나 방송으로 늘 범죄나 숱한 사건 이야기를 살피지요. 이러면서 왜 아이들한테는 추리소설을 못 읽게 하는지 아리송했어요.



아빠는 주말마다 나를 서울 곳곳의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아빠는 추리소설을 읽고, 나는 옆에서 어린이 판으로 다시 쓰인 추리소설을 읽었다. 수수께기 같은 범죄 사건,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애태우는 범인, 여러 단서를 짜 맞춰 결국 멋지게 사건을 풀어내는 명탐정! (9쪽)


우람이가 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투덜거렸다. “야, 너 어려운 말 좀 쓰지 마. 그러니까 ‘현장’이 이 화단을 말하는 거지?” (28쪽)



  김하연 님이 글을 쓴 《날아라 모네 탐정단》(보리,2017)은 초등학교 어린이 넷이 ‘탐정단’을 꾸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네 아이가 꾸린 탐정단에 붙인 ‘모네’는 네 아이가 태어난 병원(산부인과)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탐정단을 꾸리자는 이야기는 한 아이가 말했고, 다른 세 아이는 썩 내켜 하지 않아요. 세 아이는 탐정단에는 그리 마음이 없습니다. 세 아이는 ‘서로 사이좋은 동무’이기 때문에 다른 한 아이가 하자는 탐정단을 그저 함께할 뿐이에요. 한 아이는 아버지가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아버지한테 많이 물들었다고 할 만해요. 아버지를 좋아하기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덩달아 좋아했다고 할까요.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제껏 쪽지를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에서 쪽지를 받을 정도로 친한 애도 없었거니와, 아이들은 전교 부회장한테는 쪽지를 돌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무도 내게 쪽지를 건네주지 않았다. (80∼81쪽)


가시오갈피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수정이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다니. 마음이 불편했다. 탐정은 착한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거짓말해야 한다는 걸 시우는 알고 있었을까? (89쪽)



  어린이문학 《날아라 모네 탐정단》을 살피면 두 갈래 이야기가 갈마듭니다. 하나는 탐정단을 이끄는 아이가 꾀하는 ‘숨겨진 일을 알아내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 아이가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세 아이는 탐정놀이보다는 서로서로 어떤 생각인가에 더 마음을 쓰고, 그동안 가까이 사귀지 못한 같은 반 다른 동묻들한테 마음을 씁니다.


  이리하여 ‘함정 수사’ 몫을 맡은 아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함정 수사를 해야 하는’ 일이 몹시 거북합니다. 탐정이라는 일은 “착한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거짓말해야 한다”는 대목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가장 중요한 건 더듬어도 괜찮다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을 열면 모두가 비웃는 눈길로 보거나, 다 듣지도 않고 딴청 피우기 일쑤인데. 그런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까. (152쪽)


“내 친구들 괴롭히지 마! 아저씨가 훔쳤잖아요! 그러니까 내 친구들 괴롭히지 말란 말이에요!” 시우와 다래가 울음을 뚝 그치고 휘둥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람이도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177쪽)



  네 아이 가운데 한 아이는 말더듬이라고 해요. 네 동무는 서로 아끼기에 한 아이가 말더듬이여도 이 아이를 놀리지 않아요. 더욱이 이 아이가 더듬더듬하며 끝까지 생각을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요. 이와 달리 같은 학교 다른 아이들은 말더듬이 동무를 매우 놀리거나 괴롭혀요.


  말더듬이 아이는 탐정놀이를 하는 동안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이 더 자랍니다. 말을 더듬느라 뜻을 제대로 밝히기가 늘 어려웠지만, 막바지 고빗사위에서 세 동무가 아저씨 한 사람한테서 괴롭힘을 받자 아주 씩씩하게 나서서 이를 막아내요.


  곰곰이 돌아보자면 《날아라 모네 탐정단》은 탐정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서로 어떻게 아끼는 동무로 지내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싶습니다. 탐정놀이가 재미있을 수 있고, 추리소설을 좋아할 수 있어요. 그러나 탐정놀이랑 추리소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곁에 있는 살가운 동무만큼 좋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곁에서 마음으로 아끼는 동무가 좋습니다. 곁에서 마음으로 지키고 씩씩하게 어깨를 겯는 동묵가 좋습니다. 아직 철이 없을지라도 천천히 철이 들면서 즐거운 삶을 배웁니다. 이웃한테 더 마음을 기울이고, 우리가 선 곳에서 이루는 꿈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여리거나 모자란 대목이 있는 동무이기에 더 따스히 어루만집니다. 아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는 동무이기에 더 살가이 다가섭니다. 2017.3.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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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 - 생태적 삶을 일구는 도시 농업과 건강한 먹을거리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25
곽선미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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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30



청와대 앞마당이 텃밭 될 수 있다면

―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

 곽선미·박평수·심재훈·오현숙·이상수·임현옥 글

 철수와영희 펴냄, 2017.2.4. 13000원



  오늘날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무엇을 잘 배울 적에 아름답게 자랄까요? 오늘날 초·중·고등학교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무엇부터 제대로 잘 배워야 사랑스럽게 클까요?


  이 물음을 듣는 어른은 저마다 다르게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을 테지요. 문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을 테고요. 이제는 바야흐로 경제나 돈을 잘 배워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을 테며, 피가 튀길 만큼 무시무시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만한 재주나 솜씨를 익혀서 빨리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씀할 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텃밭은 한 해에도 여러 번 모양이 바뀝니다. 씨 뿌리는 시기를 기준으로 세 번 정도 크게 변하는데, 이걸 미리 예상해서 계획하면 농사를 더 잘지을 수 있어요. (148쪽)


작물을 수확하고 받은 씨앗은 보관을 잘해 두어야 합니다. 바로 심으면 싹이 나지 않아요.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씨앗을 보관할 때는 종이봉투나 종이 상자, 광주리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데에 종류별로 나눠서 담는 게 좋습니다. (166쪽)



  곽선미·박평수·심재훈·오현숙·이상수·임현옥, 이렇게 여섯 어른은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철수와영희,2017)라는 책을 씁니다. 이 여섯 어른은 어린이랑 푸름이한테 무엇보다 ‘농사’를 가르치거나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도 오늘날 초·중·고등학교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인문지식이나 역사나 경제나 문학 못지 않게 ‘농사’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어야 한다고 여기리라 느낍니다.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네, 오늘 우리가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무엇보다 잘 가르쳐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흙살림’이지 싶어요. 산업이라는 테두리에서 바라보는 농업이 아닌, 큰 농기계를 거느리는 커다란 농업이 아닌, 스스로 텃밭을 일구어 푸성귀를 얻고, 조금 힘이 붙으면 조그맣게 논도 한 번 꾸려 보는 흙살림을 어린이랑 푸름이한테 가르치고 물려주어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농사를 지으려면 세상과 삶의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하나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기가지의 과정을 관찰해야 하지요. 계절과 때를 알곡 날씨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98쪽)



  농사를 짓기에 농사꾼입니다. 가만히 보면 오늘날 시골에 있는 학교 가운데 농업학교는 거의 다 사라집니다. 시골학교조차 시골아이한테 흙살림을 안 가르쳐요. 언제 씨앗을 심고 어떻게 돌보다가 언제 거두어 어떻게 갈무리하는가를 안 가르칩니다.


  시골학교조차 흙살림을 안 가르치기 마련인데, 도시학교는 흙살림을 어느 만큼 가르칠까요? 교사나 어버이는 아이들이 흙살림보다는 입시공부에 더 마음을 쏟기만을 바랄까요? 흙살림을 몰라도 입시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여길까요?


  어쩌면 쌀값이 너무 싸서 쌀농사를 짓다가는 외려 굶어죽는다는 말이 나올 만해요. 우리는 누구나 쌀밥을 먹고 푸성귀를 먹으며 고기를 먹지만, 정작 곡식하고 푸성귀하고 고기를 일구는 시골지기 일감은 ‘돈벌이가 안 된다’고 하는 한국 사회 얼거리예요.


  이 대목은 한켠으로는 우습고, 한켠으로는 무섭습니다. 밥을 돈으로 사다가 먹지 않고 손수 지어서 먹는다는데 외려 ‘굶어죽을’ 판이 되니까 우습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쌀 한 톨이 어떻게 태어난가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온갖 인문이나 정보나 지식만 넘치니 무섭다고 할 만합니다. 늘 밥을 먹으면서 밥살림을 모른다면 무서움을 넘어 무시무시한 노릇일 수 있어요.



지금이야 유기 농업이 많이 확산되었지만 박정희 독재 정권 시절에는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정부에서 권하는 농약이나 비료를 제날짜에 쓰지 않으면 간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잡혀가기도 했어요. (111∼112쪽)


쌀뜨물에는 인산이라는 양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는 식물의 열매를 잘 맺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걸 모아서 퇴비로 주면 좋아요. 또한 쌀드물에는 전분이 있어 기름기를 제거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설거지할 때 이용하면 좋겠지요. (92쪽)



  이제 시골에 사는 사람은 한국에서 10%조차 안 됩니다. 거의 모두 도시에서 삽니다. 그나마 시골사람은 아직도 빠르게 자꾸 줄어듭니다. 몇 안 되는 시골사람 가운데 흙살림을 짓는 이는 퍽 적은데, 우리는 ‘한 사람이 지은 곡식·푸성귀·고기’를 아흔 남짓한 사람이 기대어 먹는 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첨단 기계와 문명을 내다팔면서 곡식이며 푸성귀이며 고기이며 모조리 나라밖에서 돈으로 사들여서 먹는 셈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흙살림을 짓지 않기 때문에, 도시에서 똥오줌은 모두 쓰레기로 바뀝니다. 똥오줌이 거름이 못 되고 버려져요. 이러면서 하수도는 생활쓰레기뿐 아니라 똥오줌까지 섞여서 매우 넘치고, 이 하수도를 다루느라 돈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어야 하지요. 게다가 한국은 밥찌꺼기(음식물쓰레기)조차 몇 조 원에 이를 만큼 엄청나게 나와요. 이 밥찌꺼기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지요.


  흙살림하고 등지는 삶이 되면서 그만 쓰레기를 늘리는 사회가 되어요. 시골이 텅 비고 도시만 뚱뚱해지는 얼거리 못지 않게, 한국 어디에나 쓰레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마당이 되고요.



오늘날 세상이 삭막해진 것은 결코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경쟁고가 탐욕을 부추기는 사회 환경 때문이지요. 그럴수록 우리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114쪽)


유기물들은 흙 속으로 세균, 곰팡이 등의 미생물들을 불러들입니다. 이 유기물과 미생물 들은 작은 벌레나 지렁이 등 다른 생명을 불러들이고, 땅강아지와 두더지 등도 살게 하지요. 이러한 다양한 생물들은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배설하며 살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흙 입자들을 적당히 뭉치게도 학고 흩어지게도 하여 생명이 삵기에 좋은 구조로 만들어 줍니다. (53쪽)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는 어린이랑 푸름이가 다른 모든 인문지식과 학교교육에 앞서 ‘우리가 스스로 먹는 밥’을 제대로 다시 돌아보자고 이끌어 줍니다. 우리 사회 어른이 스스로 못 바꾸는 얼거리라면, 앞으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스스로 도시에서 작은 텃밭을 일굴 수 있도록 길동무가 되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먼저 텃밭을 배우고 가꾸면 둘레 어른이 이 텃밭살림을 함께 하도록 끌어당기자고 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어요.



이러한 (화학)농사법은 석유의 소비를 부추겼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지요? 농사에 쓰이는 화학 비료와 농약뿐 아니라 비닐, 농기계 등 농사 전반에 걸쳐 석유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를 보겠습니다. 농부는 석유로 만든 비닐로 하우스를 만들고 비닐로 흙을 덮습니다. 석유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화학 비료로 딸기를 키우고 석유로 만든 농약을 뿌려 줍니다. 또, 겨울철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석유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석유로 움직이는 농기계로 딸기밭을 관리하고 석유로 움직이는 냉장 트럭에 수확한 딸기를 실어 보냅니다. (20∼21쪽)



  삶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을 찾는 흙살림 이야기가 우리 앞날을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삶과 사람을 살리는 길을 찾는 동안 흙뿐 아니라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길을 함께 헤아릴 수 있다고 느껴요.


  마냥 사다가 먹는 살림을 멈추고 푸성귀 하나부터 손수 가꾸어 먹는 작은 텃밭살림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우리 삶터와 마을과 나라가 얼마나 크게 아름다운 길로 접어들 만한가를 헤아려 봅니다. 흙을 가꾸려는 생각을 품으면서 텃밭을 짓고, 집과 마을을 가꾸려는 생각을 아끼면서 밥을 지을 적에, 어린이와 푸름이 마음자리에 어떤 사랑이 샘솟을 만한가를 헤아려 봅니다.


  한겨울에 석유로 난로를 지펴서 얻는 딸기가 아닌, 어린이랑 푸름이가 작은 텃밭에 씨앗을 심어서 키우는 딸기라면 얼마나 맛날까요. 제철딸기를 어린이랑 푸름이가 손수 키울 수 있으면 우리는 ‘석유를 아주 덜 쓰’면서 딸기 같은 먹을거리는 이 먹을거리대로 매우 맛나게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도시 농업의 목적은 생산량 증대가 아니라 ‘자급’에 있습니다. 내가 먹을 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지요. (39쪽)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라는 청소년책을 펴낸 철수와영희 출판사는 작은 곳입니다. 이 이쁘장한 책을 펴낸 작은 출판사가 앞으로는 흙살림 이야기에 이어서 옷살림 이야기하고 집살림 이야기도 펴낼 수 있으면 더욱 이쁘리라 생각합니다. 이 나라 어린이랑 푸름이가 밥이며 옷이며 집을 손수 짓고 가꾸며 살리는 길을 슬기롭게 배우도록 이끈다면 아주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살림을 손수 지으면 돈을 더 많이 안 벌어도 됩니다. 밥이랑 옷이랑 집을 손수 지어서 누릴 수 있으면 경제성장을 굳이 안 해도 나라가 아름다우면서 튼튼하게 설 만합니다. 정치 우두머리는 ‘일자리 만들기’보다 ‘사람들이 손수 짓는 살림을 북돋우기’로 나아간다면 다 같이 멋지면서 아름다울 만하지 싶어요.



식품 첨가물의 목적은 건강이 아닙니다. 사람 몸에 필요하거나 이로운 성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 좋게 하거나 향이나 맛을 내려고 쓰는 거예요. 물론 썩지 않고 오래가게끔 하는 방부제 같은 것들도 있지요.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131쪽)



  찬찬히 꿈을 꾸어 봅니다. 아파트 꽃밭이 텃밭으로 바뀌고, 아파트 주차장이 논으로 바뀌는 모습을 꿈으로 꾸어 봅니다. 학교마다 있는 주차장이 텃밭이나 논으로 바뀌는 모습을 꿈으로 꾸어 봅니다. 청와대 앞마당도 국회의사당 주차장도 텃밭이나 논으로 바뀌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누구나 틈틈이 호미를 쥐어 땀을 흘리는 모습을 꿈으로 꾸어 봅니다. 서울 광화문에 큼지막하게 선 신문사 창가에는 ‘상자 텃밭’이 놓여서, 신문사 기자도 틈틈이 텃밭을 돌보면서 손수 도시락을 챙겨 먹는 모습을 꿈으로 꾸어 봅니다.


  어린이랑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흙살림을 배울 수 있기를 빌어요. 흙부터 찬찬히 살피면서 삶을 살리고, 생각과 마음과 꿈을 사랑스럽게 살릴 수 있기를 빕니다. 2017.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청소년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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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꿀 거예요! 웃어라! 어린이 3
윤지영 지음, 김수경 그림 / 분홍고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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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3



보스니아 어린이 폴리치가 품은 작은 꿈

― 우리는 꿈꿀 거예요!

 윤지영 글

 김수경 그림

 분홍고래 펴냄, 2016.12.27. 12000원



  지구마을을 생각하면서 온누리 어린이 모두 “꿈꾸는 기쁨”을 넉넉히 품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든 《우리는 꿈꿀 거예요!》(분홍고래,2016)는 어린이 인문책입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린이가 이웃 여러 나라 또래 어린이를 책으로 마주하면서 ‘다 다른 나라’에서 ‘다 다른 꿈’을 지피는 살림을 들여다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바로 이렇게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살림에서 지피는 꿈 한 조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교실로 돌아갈 시간, 멜리타는 하얀 차를 쓱, 쓰다듬으며 가만히 소원을 말해 보았어요. “그래그래, 멜리타. 건강하게 자라서 나랑 신나는 여행을 가 보자. 내가 어디든 데려가 줄 테니 걱정하지 마.” 멜리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하얀 차도 조잘조잘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만 같아요. (18쪽)


“그런데 하동하야, 알지? 누구도 너를 바다에 데려가 줄 수는 없어. 물론 엄마가 힘껏 돕겠지만, 결국에는 네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할 거야. 네가 조금 더 크면 엄마 말을 이해할 거다.” (33쪽)



  케냐 시골마을에서 사는 멜리타는 “하얀 자동차”를 꿈으로 품습니다. 이레에 한 번 자동차를 구경하기도 어려운 시골에서 사는 멜리타는 어쩌다가 한 번 보는 자동차에 흠뻑 빠져든다고 합니다. 늘 자동차를 그리고, 이 자동차로 온누리를 마음껏 누비는 꿈을 그립니다.


  싱거운 꿈일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시골에서도 자동차가 흔한 터라, 도시에서는 그야말로 자동차가 미어터질 듯이 많은 터라, “하얀 자동차”라는 꿈은 하찮거나 작을까요?


  캄보디아 시골마을에 사는 하동하는 “파란 바다”가 꿈이라고 해요. 바다를 여태 한 번도 못 본 하동하로서는 바다를 보고 싶다고, 바다를 누비고 싶다고, 바닷바람을 쐬면서 바닷물을 가르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바다를 가슴에 담은 꿈이란 밋밋할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버스이든 기차이든 자동차이든 조금만 달리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우리로서는 너무 ‘쉬울’ 수 있습니다만, 캄보디아 어린이 하동하로서는 대단하면서 놀라운 사랑으로 품는 꿈이에요.



‘그런데 이건 어디가 고장 난 거지?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 모세는 발밑에 놓아둔 아빠의 공구 통을 슬쩍 건드려 보았어요. ‘아빠, 저 잠비아에서 최고 기술자가 될래요. 돈이 없어 새것을 못 사는 친구들의 물건들을 쓸모 있게 척척 고쳐 줄래요. 다시는 고장 나지 않게 아주 확실하게요.’ (47, 54쪽)


“무엇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이건 다리가 있을 때부터 꾸었던 꿈이에요. 음…… 그리고 다리가 없다는 게 의사가 되는 데 그다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남들보다 빨리 걷지 못해서 움직이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오래 서 있으려면 목발이나 다른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건 조금 불편할 뿐이에요.” (67쪽)



  대통령이 되겠노라 해야 꿈이지 않습니다. 돈 많이 벌고 이름 널리 알리는 운동선수가 되겠노라 해야 꿈이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군수도 안 되어도 돼요. 시골 면사무소 공무원으로 있어도 돼요. 공무원조차 안 되고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어도 돼요. 꿈이란 ‘직업 갖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꿈이란 말 그대로 ‘꿈’이에요. 스스로 즐겁게 이루면서 이웃이랑 동무하고 사이좋게 짓는 살림을 사랑스레 북돋우려는 마음이 바로 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잠비아 어린이 모세는 아버지처럼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고치는 솜씨쟁이가 되려는 꿈을 품습니다. 전쟁 불길이 가시지 않은 스리랑카에서 다리 한쪽을 잃은 사타사람은 ‘한 다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의사가 되겠노라’는 꿈을 품습니다.



“교실도 교실이지만 우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너무 자주 바뀌고, 때로는 선생님이 오시지 않아 몇 달씩 수업을 못 하기도 했었거든. 그때마다 우리를 가르쳐 줄 선생님이 영영 안 오면 어떡하나 너무너무 떨렸어. 사실 두어 달 머무르다 가 버리는 선생님들이 서운하고 섭섭했었지.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도시에서 공부하고 살던 사람들이 시골에서 생활하며 선생님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 (85쪽)


“내일은 할머니 머리를 예쁘게 묶어 드려야지. 내가 묶어 주면 수건으로 절대 가리고 싶지 않을 거야.” (100쪽)



  깊은 두멧시골로는 교사가 되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고, 어쩌다가 오는 교사도 ‘도시하고 너무 멀어 싫다’며 이내 떠난다고 해요. 케냐 시골마을 나세리안 어린이는 ‘내가 나고 자란 고장’에서 이곳 아이들한테 새로운 삶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어른이 되겠노라는 꿈을 품어요. 도시로만 가 버리는 어른이 아니라, 시골을 즐겁게 일구는 어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요.


  보스니아 어린이 폴리치는 더없이 수수한 꿈을 키우는데요, 바로 ‘할머니 머리’를 곱게 땋거나 묶는 꿈입니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도 얼마든지 곱다면서, 이 하얀 머리를 날마다 곱게 땋거나 묶어 드리고 싶다고 해요.



“렝키텡 무얼 사면 좋겠니? 너에게 필요한 걸 사자.” “우리 염소 두 마리 정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런데 염소도 염소지만, 네 옷이나 책이나 이런 걸 사는 게 낫지 않겠니?” “엄마, 염소를 사서 잘 키워서 새끼를 낳으면 내다 팔아요. 그러면 그걸로 공책도 사고 옷도 사면 되잖아요.” (116쪽)



  《우리는 꿈꿀 거예요!》를 보면, 케냐·캄보디아·잠비아·스리랑카·보스니아·알바니아·베트남, 이렇게 일곱 나라 열 어린이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 열 어린이 꿈 이야기에 한국 어린이 꿈 이야기를 곁들여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입시지옥이 없는 어깨동무 나라를 꿈꾸는 이야기를 곁들일 수 있어요. 한국 어린이는 ‘자동차 없이도 즐거운 마을살림’을 꿈꾸어 볼 수 있어요.


  미용사가 아니어도 할머니 머리 땋기로 기쁨을 나눌 수 있듯이, 어머니 아버지한테 맛있게 저녁밥을 차려 드리는 꿈을 키우며 기쁨을 나눌 수 있어요. 빼어난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온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늘 노래하는 꿈을 키울 수 있지요.


  자그마한 자리에서 싹트는 꿈이에요. 작은 씨앗 한 톨처럼 자라는 꿈이에요. 돈이 많다고 해서 이루는 꿈이 아니지요. 돈이 없다고 해서 못 이루는 꿈이 아니고요. 따스한 마음으로 이루는 꿈이라고 느껴요. 넉넉한 마음으로 짓는 꿈이지 싶어요. 온누리 어린이가 저마다 즐겁게 꿈꿀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 곁에서 우리 어른들도 맑으면서 밝게 꿈을 키우기를 빕니다. 2017.1.2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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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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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58



찰리랑 우주여행을 나선 초콜릿 공장 아저씨

―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로알드 달 글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0.3.25. 7000원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 님이 1964년에 쓴 동화책이에요. 영화는 2005년에 나왔으니 어느 모로 보면 ‘요즈막에 지은 이야기’로 여길 수 있지만, 1960년대에 쓴 꽤 묵은 이야기예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뒷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시공주니어 펴냄)이고, 로알드 달 님이 1973년에 썼어요. 한국말로는 2000년에 나왔습니다. 초콜릿공장 뒷이야기는 영화로 나오지 않았으니, 영화만 본 분이라면 이 이야기책을 모를 수 있어요.



거대한유리 엘리베이터는 정말이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높이 치솟았다. 마침내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바다가 마치 지도처럼 발 아래 펼쳐졌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여러분도 유리 바닥에 서서 내려다봤다면 아찔한 기분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16쪽)


“찰리,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걱정만 하고 싶으냐? 그러기는 싫지? 자 그럼 떠나 보자! 아, 잠깐만요 …… 도킹은 대단히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36쪽)



  초콜릿 공장 아저씨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입니다. 이 유리 엘리베이터는 어디로든 가고 싶은 데를 다 갈 수 있어요. 커질 수 있고 작아질 수 있는데다가 빨라질 수 있고 하늘까지 날 수 있어요.


  ‘아니, 비행기도 아닌데 어떻게 날아?’ 하고 말한다면, 또 ‘기름통이 없는데 무슨 재주로 날아?’ 하고 묻는다면, ‘날개도 없이 어찌 날아?’ 하고 따진다면 재미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 생각을 한껏 펼치거든요. 생각날개를 펼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옳거니 그르니 따지면 한 쪽조차 못 넘어가요. 게다가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보면, 초콜릿 공장 아저씨하고 찰리하고 찰리네 식구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나가요.


  자, 이쯤에서 또 꼬치꼬치 토를 달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우주선도 아니고 유리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우주여행을 해?’ 네, 유리 엘리베이터는 하늘도 날고 우주도 간다니까요.



육군 참모총장이 대답했다. “폭파시켜 버려야 합니다!” 대통령은 언짢아했다. “자네는 뭐든지 폭파시키는 걸 좋아하는군. 좀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나?” 참모총장은 대답했다. “저는 폭파하기를 좋아합니다. 소리가 근사하지 않습니까? 쾅쾅! 펑펑!” (72쪽)


윙카 씨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노인들한테서 등을 돌리고 초콜릿 폭포수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실랑이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왜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욕심부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할까. 싸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어야겠다.’ (166쪽)



  로알드 달 님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로 여러 가지를 건드립니다. 돈에 파묻히거나 권력이 사로잡힌 어른 사회를 비꼽니다. 겉치레에 매달리거나 눈속임에 빠진 어른 사회를 나무랍니다. 평화가 아닌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무기 싸움을 벌이는 커다란 두 나라(미국하고 소련. 두 작품이 1964, 1973년이 나왔기에)를 꾸짖지요.


  그러면 로알드 달 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일까요? 무엇보다도 꿈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더 많은 돈이나 더 많은 힘이 아닌, 즐거운 삶과 기쁜 사랑을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주어요. 다음으로 신나게 일하고 노는 살림을 들려주어요. 억지로 힘겨이 일하지 말고, 즐겁게 일하고 신나게 놀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한테 틀에 박힌 지식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아이가 마음껏 생각날개를 펴도록 북돋우는 배움을 누리자고 말해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으니, ‘우리가 스스로’ 우리 꿈을 바라보면서 나아가자고 이야기합니다. 남이 해 주는 도움이 아닌, 남이 베푸는 길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지은 꿈으로 우리 스스로 씩씩하게 걸어가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조지아나 할머니가 물었다. “그럼 …… 그건 …… 우리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못 간다는 말이유?”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찰리, 어서 가자!” 윙카 씨는 찰리를 쿡 찌르면서 속삭였다. “문 쪽으로 계속 걸어가라!” (241쪽)



  동화책에서도 영화에서도 로알드 달 님이 들려주려는 ‘스스로 하기’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찰리는 스스로 제 길을 열고, 찰리는 스스로 초콜릿 공장을 새롭게 살리는 길을 밝힙니다. 찰리는 초콜릿 공장 아저씨한테 닫혀진 마음을 아저씨가 스스로 열도록 가만히 북돋우는데, 초콜릿 공장 아저씨도 언제나 찰리가 스스로 제 길을 걷도록 이끌지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할아버지 한 분은 참말로 스스로 일어났어요. 침대에서 안 일어나려고 하는 할머니도 스스로 안 일어나려고 합니다. 돈에 사로잡히거나 전쟁무기에 얽매인 어른들도 스스로 돈에 사로잡히거나 전쟁무기에 얽매여요.


  평화를 바란다면 스스로 평화라는 길을 걸어야 해요. 사랑이라는 꿈을 이루려면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을 걸어야 해요. 한 걸음씩 걸어요. 두 걸음 세 걸음 꿋꿋하게 걷고 당차게 나아갑니다.


  자, 우리도 스스로 생각해 보기로 해요. 앞길을 스스로 헤치고, 앞날을 스스로 짓기로 해요. ‘유리 엘리베이터’로 멋지게 하늘을 날며 우주여행을 누리는 찰리랑 초콜릿 공장 아저씨처럼, 우리 나름대로 멋진 여행을 꿈꾸면서 이루기로 해요. 2017.1.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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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 읽기 + 쓰기 스토리닷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 1
이정하 지음 / 스토리닷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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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79



맞춤법 틀린 편지가 아름다워

―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글

 스토리닷 펴냄, 2016.4.15. 12000원



  밥을 짓습니다. 맛나게 먹을 밥 한 그릇을 짓습니다. 때로는 밭에서 거둔 먹을거리로 밥을 짓고, 때로는 가게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로 밥을 짓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에는 혼자 밥을 지었고, 아이들이 제법 자라서 심부름을 할 수 있으니 곁에 두면서 이것저것 잔일을 맡깁니다. 쌀자루에서 쌀을 퍼서 담아서 살살 헹구는 심부름을 맡기고, 달걀을 깨서 거품기로 푸는 일을 맡깁니다. 마늘을 빻으라 하거나 찌꺼기를 뒤꼍에 내놓으라 하거나 밥상다리를 펴고 행주로 닦으라 합니다. 가끔 작은 칼을 건네어 감자나 당근을 썰어 보도록 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밥살림을 더 배우고 어깨너머로 지켜보면서 ‘손수 밥짓기’를 차츰 알아차리겠지요. 하나씩, 차근차근, 천천히, 조금씩, 시나브로 눈을 뜨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전문 요리사가 되려면 청소, 설거지, 물 가늠하기 등을 꼬박 몇 년을 거쳐야 드디어 요리를 할 수 있는 불을 만날 수 있다지 않은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15쪽)



  1인 출판사 ‘스토리닷’을 일구는 이정하 님이 빚은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읽으면, 첫머리에 밥짓기 이야기가 나옵니다. 밥을 짓는 솜씨를 키우기 앞서 이래저래 ‘잔일’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글쓰기도 밥짓기하고 비슷한 얼거리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자잘하거나 쉽다 싶은 일부터 살피고, 삶에서 바탕이 되는 일부터 헤아릴 적에 비로소 글 한 줄을 즐겁게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네 책방에 가면) 큰 서점과 인터넷서점에선 보기 어려웠던 책들이 정말 나에게 “저를 데려가세요” 하고 말을 걸어옥곤 한다. 또 이런 동네 책방의 좋은 점은 책방 주인장들과 책에 대해 좀 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어서 좋다. (18쪽)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이야기’가 있을 적에 쓴다고 할 만합니다. 아무 글이나 쓰지는 않으니까요. 숙제로 독후감을 써야 하든, 일터에서 보고서를 써야 하든, 면사무소에 서류를 갖다 내야 하든, ‘써야 할 일’이 있으니 글을 씁니다.


  틀에 맞추어 딱딱하게 써야 하든, 사랑스러운 이웃님한테 기쁨과 웃음을 담아 편지를 쓰든, 우리는 늘 ‘할 이야기’를 글로 쓰고 ‘할 일’을 글로 옮깁니다.



둘째 언니가 고등학교를 대도시로 가게 됐고, 그 방에 있던 세계문학전집을 동화책이나 위인전 대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슬레이트 지붕에서 뚝뚝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나 비 오는 소리 그리고 얇은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코끝 시린 바람에도 이불 뚤뚤 말고 읽었던 펄 벅의 《대지》나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의 줄거리는 지금도 가물가물해도 그 여운만큼은 아직도 남아 있다. (20∼21쪽)


내게 있어 글은 이런 것이다. 우리 딸이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모른 채 써 주는 편지, 팔순 넘어서 이제 갓 한글을 배운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에게 쓰는 첫 편지 같은 것. (29쪽)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빚은 이정하 님한테 ‘글’이란 어린 딸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모르더라도 즐겁게 써서 내미는 편지와 같다고 합니다. 이제 갓 한글을 배운 할머니가 쓰는 편지와 같다고도 합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써야만 ‘글’이지 않아요. 기자나 학자가 써야만 ‘글’이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으로서는 한글을 익히면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글이 됩니다. 맞춤법이 어긋나도 좋아요. 띄어쓰기를 틀려도 돼요. 마음에서 우러나는 이야기가 있을 적에 쓰면 될 글이에요. 함께 나눌 이야기를 그리면서 쓰면 될 글이지요.



경험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것이기에 그 얘기는 덩달아 독특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읽는 사람마저 그 얘기에 빨려 들어간다. (53쪽)


‘의’ 자는 글의 피를 빨아먹는 듯하다. ‘의’ 자를 많이 쓴 글치고 뜻이 분명하게 들어오거나 글이 갖는 힘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능한 ‘의’ 자를 쓰지 않거나 적게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95쪽)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써요. 너는 네 이야기를 글로 쓰고요. 우리는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써요. 나란히 밥상맡에 둘러앉았어도 밥을 먹는 손길이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니, 밥을 함께 먹은 이야기를 글로 옮길 적에도 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에요. 학교에서 한 반 아이들이 똑같은 교사한테서 똑같은 교과서로 배우더라도 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헤아리면서 글을 쓸 테고요.


  간추려 본다면, 우리는 저마다 우리 나름대로 삶을 짓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글도 저마다 다르면서 아름다울 만합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을 흉내내거나 따를 까닭이 없어요. ‘바로 내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돼요. ‘바로 내 삶’이 무엇인가를 바라보면 돼요. ‘바로 내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피면서, ‘바로 내 마음’이 어떠한 결인가를 글 한 줄에 고스란히 담으면 되어요.



글을 쓰는데, 소리 내어 읽어 본다?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해 본 사람들은 그 효과를 단번에 알 수 있다. (103쪽)



  글에서 ‘-의’만 빼도 무척 매끄럽다고 합니다. ‘-적(的)’을 몽땅 털어내도 매우 부드럽다고 하지요. 같거나 비슷한 뜻을 나타낸다면 되도록 영어나 한자말이 아닌 한국말로 쉽게 쓸 적에 훨씬 곱다고 하고요. 왜 그러한가 하면, ‘-의’이나 ‘-적’이나 어려운 낱말을 털어낸 글은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우리 이야기’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테니까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얼마든지 틀리더라도 ‘우리 이야기’가 흐르는 글은 즐겁게 읽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빈틈없이 맞더라도 ‘우리 이야기’가 흐르지 않으면 즐겁게 읽기란 힘들어요. 어려운 말을 자랑하듯이 곳곳에 끼워넣은 글도 즐겁게 읽기 힘들지요.


  어느 모로 본다면 겉치레를 내려놓아야 비로소 글다운 글이 되리라 봅니다. 겉으로 꾸미려 하지 말고, 속내를 속마음을 속사랑을 속속들이 털어놓으면서 어깨동무를 하려는 몸짓일 적에 ‘글’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이야기가 태어나지 싶어요.



자신의 얘길 쓰시고 싶다면 굳이 컴퓨터로 워드에 쓸 필요가 없어요. 너무 건조하잖아요. 좀 더 아날로그적인 도구로 자신의 얘길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욕실 거울에 손가락으로 “안녕?” 이렇게, (185쪽)



  글쓰기를 어떻게 해 볼까요? 거울에 손가락으로 써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늘에 대고 손가락으로 써 볼 수도 있어요.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써 볼 수 있겠지요. 바닷가 모래밭이라든지, 바닷물에 대고 써 볼 수 있어요. 두 사람이 서로 등에다 글을 써 줄 수 있고,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살살 살가이 써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담으면서 글이 되고, 사랑을 띄우면서 글이 되어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글이 되고, 이야기꽃을 피우려 하기에 글이 되어요. 그러고 보면 웃음과 노래와 기쁨을 북돋우는 따사롭거나 넉넉한 마음이 언제나 글 한 줄로 새롭게 태어나는구나 싶습니다. 2017.1.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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