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x츠바사 2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 만화읽기 . 만화비평 2023.7.26.

만화책시렁 569


《유키×츠바사 2》

 타카하시 신

 편집부 옮김

 대원씨아이

 2013.2.28.



  마음을 읽을 적에 서로 마음으로 만납니다. 마음을 안 읽는다면, 마음이 없이 얼굴을 보고, 몸매를 보고, 겉모습을 봅니다. 마음을 바라보기에 마음에 심을 사랑이라는 씨앗을 그립니다. 마음을 안 바라보기에 코앞에서 얼굴에 몸매에 겉모습을 보기는 하되, 정작 함께 그리고 지으면서 새롭게 펼 사랑은 아예 생각조차 않습니다. 《유키×츠바사 2》을 되읽다가 문득 헤아려 봅니다. 사람들은 으레 ‘사랑’이란 낱말을 혀끝에 올리지만, 정작 ‘사랑 아닌 살섞기’에서 맴돌기 일쑤입니다. ‘사람·사랑·살’이 모두 ‘사’에 ‘ㅅ’이 말밑이되, 셋은 다 다른 결로 쓰는 낱말입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숨결을 입으면서 ‘살덩이로 몸을 이루’지만, ‘몸뚱이만 쓰는 굴레’로는 사랑하고는 동떨어집니다. 그래서 얼굴·몸매·겉모습뿐 아니라 옷차림·매무새(태도)로 ‘사람을 재려(판단)’고 들면, 뜬금없거나 엉뚱하게 덫에 걸리지요. ‘살갗·살덩이’를 쳐다보면서 ‘살섞기’에 얽매일 적에는 사랑이 아닌 굴레이자 덫이자 수렁일 뿐입니다. 숱한 그림(영화·영상)은 온통 살섞기입니다. 사람들 눈을 홀리면서 가두려는 우두머리(권력자) 꿍꿍이에 휩쓸리는 노릇이에요. 마음을 읽고 목소리를 듣고 넋을 숨빛으로 마주해야 비로소 사랑입니다.


ㅅㄴㄹ


#高橋しん #世界の果てには君と二人で


‘내 목소리, 누군가에게 닿지 않으려나? 목소리를 잃어버렸지만, 더럽혀지고 너덜너덜해져 외톨이가 된 내 울음소리에 그날, 츠바사가 알아차려 준 것처럼.’ (8쪽)


‘선배가 마음속으로 하는 말은 나한테밖에 안 들려서, 가끔 너무나 창피하다. 그런데, 너뮤 유치하고 창피하지만, 두근두근 설렌다.’ (113쪽)


‘하지만 범인 따윈 정말로 알고 싶지 않았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지. 선배, 초능력은 절대 선배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게 아니야. 무척이나 괴롭고, 관련된 사람이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줘.’ (20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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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에게 고한다 3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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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20.

만화책시렁 514


《아돌프에게 고한다 3》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누구나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적에, 마음이 흐르고, 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서 삶을 이루고, 이 삶이 새롭게 모여서 살림으로 꽃이 피니, 이 꽃이 지면서 맺는 씨앗에 사랑이 깃듭니다. 그러나 누구나 무엇이든 말할 수 없을 적에는, 마음이 안 흐르고, 삶이 막히고, 살림이 꽃으로 피어날 틈이 없는데다가, 씨앗을 맺지 않고 사랑이 퍼지지 않습니다. 억누르는 무리는 늘 총칼에 주먹을 앞세웁니다. 힘으로 찍어 입부터 꿰매요. 시키는 말만 읊으라고 다그칩니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하는 말은 ‘다른 목소리’가 아닌 ‘틀린 목소리’라고 윽박지릅니다. 어느새 모든 나라에 ‘옳으냐 그르냐’로 다투며 가르는 싸움이 불거집니다. 우두머리랑 벼슬아치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봅니다. 사랑씨앗이 싹트지 않는 곳에는 뒷질이 넘치고, 우리 스스로 철이 안 들면서, 윗놈한테 종(노예)으로 얽매입니다.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세 아돌프’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걷는 길을 보여줍니다. 나이가 들면서 외곬로 기울어 ‘옳으냐 그르냐 싸우는 굴레’에 사로잡힌 ‘세 아돌프’는 다 다르게 죽음길로 치달아요. 왜 안 멈출까요? 왜 눈을 안 뜰까요? 오직 사랑으로 말할 때에만 사랑입니다.


ㅅㄴㄹ


“손을 못쓴다는데 기뻐하란 말입니까?” “죄송해요. 그치만 전쟁터에 끌려가면 왼손이 아니라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목숨을 건진 셈이잖아요! 도게 씨, 아버지처럼 덧없이 목숨을 버리시면 안 돼요!” (75쪽)


“지금 일본에선 사상의 자유를 말하는 사람이 죄다 빨갱이로 몰린단다. 그러다 보니 큰소리로 얘기도 못 하는 처지야.” (79쪽)


“유대인이지만 내 친구야.” “당신, 유대인 편이오? 적이 아니라?”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쨌든 거기 가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뭐야, 이건! 냉장육 운잔차잖소! 이걸 타란 말이오?” (169쪽)


《아돌프에게 고한다 3》(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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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멜랑꼴리
타아모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20.

만화책시렁 568


《소녀의 멜랑꼴리》

 타아모

 김명은 옮김

 북박스

 2008.9.25.



  돌이는 순이 마음을 모릅니다. 순이는 돌이 마음을 몰라요. 돌이끼리 있기에 서로 마음을 알지는 않고, 순이끼리 어울리기에 함께 마음을 잇지는 않습니다. 마음은 스스로 터놓아야 알고 느끼고 마주합니다. 마음을 닫았는데 어떻게 알까요? 순이끼리도 돌이끼리도, 또 순이돌이가 함께 있을 적에도 매한가지예요. 우리는 먼저 ‘서로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대목을 받아들이고 만날 노릇입니다. 마음을 알 수 없기에, ‘알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알아서 나눌 적에 즐겁고 아름다울까?’ 하고 스스로 물어볼 노릇이에요. 이렇게 스스로 물어보면 누구나 “사랑으로.”란 소리가 가만히 흐를 만합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눈빛을 밝히는 다 다르되 하나인 사랑으로 만날 적에 비로소 마음을 읽고 느끼고 나누면서 알아갑니다. 《소녀의 멜랑꼴리》는 마음읽기란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처음에는 순이끼리, 이다음으로는 순이돌이 사이에서, 이윽고 누구나 터놓고 돌아보는 길로 가볍게 들려줍니다. 그림님 스스로도 아직 마음빛이 무엇인지 모르는 터라, 느끼는 대로 붓을 놀리면서 천천히 풀어냅니다. 실마리는 늘 곁에 있습니다. 실마리인 줄 못 알아채기 일쑤인데, 바로 알아보건 늦게까지 못 느끼건, 스스로 묻고 찾는 마음이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넌 코다마를 좋아하면서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랑 친해지는 게 싫으면 빨리 화해하면 되잖아?” (33쪽)


“반딧불! 굉장하다! 교토에는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구나. 반딧불은 돈 주고밖에 본 적이 없는데.” (50쪽)


“관서 사람이 바보라고 하는 덴 애정이 깃들어 있는 거다!” (70쪽)


우리 집은 모자가정이라, 저녁부터 여동생 뒤치닥꺼리와 저녁식사 준비는 내 역할이다. (130쪽)


그날 밤 마히루는 하나 늘어난 작은 가족과 함께 잠들었다. 크리스마스는 그녀에게 있어 소중한 날이기도 한 것이다. (176쪽)


+


《소녀의 멜랑꼴리》(타아모/김명은 옮김, 북박스, 2008)


크리스마스는 그녀에게 있어 소중한 날이기도 한 것이다

→ 섣달잔치는 동생한테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1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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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피뇽의 마녀 3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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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만화책시렁 559


《샹피뇽의 마녀 3》

 히구치 타치바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7.15.



  한자말 ‘마녀’로는 이 이름을 받는 사람이 무엇을 하며 어디에서 살아가는지를 얼마나 밝히거나 알려줄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마(魔)’라는 한자를 ‘마귀’로 새기곤 하는데, ‘마귀’란 무엇일까요? ‘마·마귀’ 같은 한자는 ‘나쁘다·궂다·못되다·그악스럽다’ 같은 결을 담습니다. 그런데 《샹피뇽의 마녀》에 나오는 아이는 ‘마녀’가 아닌 ‘숲아씨’입니다. 숲에서 살아가며 숲빛을 읽고 알고 나누는 길을 갑니다. ‘숲에서 살지 않으나 숲을 안 보고 못 읽고 안 나누는 사람들’하고 달라요. 먼 옛날 이웃나라에서는 ‘마녀사냥·마녀재판’을 했어요. 어질면서 착한 이들은 마을에서 살거나 마을 곁에 머물면서 숲빛을 나누려 했는데, 숲을 등지기에 그저 두려워하는 이들은 숲아씨를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껄끄러운 녀석으로 여겼어요. 오늘날은 어떤가요? 틀(제도권·사회)에 들어와서 ‘틀이 시키는 굴레’대로 밥벌이(회사원 노릇)를 안 하면 예전에 ‘마녀’로 몰았듯 똑같이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민낯이지 않나요? ‘버섯순이’를 그리는 조그마한 그림꽃은 ‘숲에서 버섯이 맡은 몫’을 사람도 얼마든지 하면서 조용히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숲이 숲일 수 있는 밑힘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버섯’입니다.


ㅅㄴㄹ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싫은 일, 불안한 일은 꼭 일기장에 적어서 마음속에 앙금이 남지 않게 하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셨어요, 마녀님이.” (13쪽)


‘어제 무척 괴로운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니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잊어버렸다는 건 별일이 아닌 거겠지? 하지만 마녀님의 다정한 손길만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78쪽)


“루나를 만지면 네 피부는 문드러지고, 루나의 호흡을 들이키는 순간 병에 걸린다고 하면, 넌 어떡할래? 어떻게 생각해? 루나가 기분 나빠? 이제 같이 있고 싶지 않아?” (96쪽)


#シャンピニオンの魔女 #?口橘


《샹피뇽의 마녀 3》(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


하지만 존재감은 벌레급이니까

→ 그렇지만 벌레 같은 놈이니까

→ 그러나 벌레 자리에 있으니까

12쪽


넌 최선을 다해서 이 아이를 간호하도록 해

→ 넌 온힘을 다해서 이 아이를 돌봐

→ 넌 있는 힘껏 이 아이를 보살펴

28쪽


초장부터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해

→ 냅다 이러면 어쩌자는 셈이야

48쪽


미흡한 제자지만 앞으로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허술히 배우지만 앞으로 저도 잘 여쭙니다

→ 덜익은 아이지만 앞으로 저도 잘 봐주십시오

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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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집 5
야마모토 오사무 글 그림, 김은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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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책으로 삶읽기 837


《도토리의 집 5》

 야마모토 오사무

 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12.27.



《도토리의 집 5》(야마모토 오사무/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을 다시 되읽었다. 《사랑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적에 처음 읽었는데, 그무렵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만 한 이야기조차 못 받아들이거나 ‘만화라서 안 읽는다’는 소리가 짙었다면, 《도토리의 집》으로 바꾼 이름으로 한글판이 나온 뒤로는 제법 읽혔으나 어쩐지 ‘이웃’을 마주하거나 바라보는 눈길은 썩 달라지지 않은 듯싶다. ‘장애인’이라는 이름도, ‘비장애인’이라는 이름도, 이웃을 바라보는 이름으로 쓸 수 없다. ‘장애인·비장애인’이란 이름은 서로 금을 긋는 굴레이다. 고뿔에 걸리거나 넘어져서 다친 이웃이 있으면 “다리를 저는구나”라든지 “많이 앓았구나”라든지 “이제 안 아프니” 하고 말을 건넨다. ‘절다’나 ‘앓다·아프다’는 금긋는 말도 아니고 따돌리는 말도 아니다. ‘장님·벙어리’도 따돌리는 말일 수 없다. ‘고삭부리’로 가리키는 이름이 따돌림말이거나 나쁜말일 수 없다. ‘더듬이’가 나쁜말이지도 않다. 가리키는 말을 그저 가리키는 대로 쓰는 터전이라면, ‘장애·비장애’가 아니라, ‘이웃·동무’나 ‘너·나·우리’라는 낱말로 가리키리라 느낀다. 한자나 영어로 덮어씌우는 이름은 참으로 ‘덮어씌우기’로 치닫기에, 오히려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돌봐줘야 하는 자리’로 바라볼밖에 없다. 아기는 ‘아기’일 뿐이고,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그런데 일본도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사람을 ‘사람’으로 못 본다. 우리 모습만 보더라도, 사람한테 ‘사람’이라 하는가, 아니면 ‘人間’이란 한자말을 덮어씌우는가를 보면 어렵잖이 알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는 목소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내기 눈으로 한 마디를 한다. “시골에서는 아흔 살 할머니도 버스삯을 내고 타는데, 턱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시골버스는 하루에 한둘이 지나가도 고맙다고 여기는 판입니다. 시골에서는 바퀴걸상(휠체어)을 태울 버스도 택시도 없습니다. ‘진정한 차별(?)’은 바로 시골에 있지 않을까요?” 《도토리의 집》은 틀림없이 뜻깊은 책이고, 여태 여러 벌 되읽었지만, 더 되읽을 일은 없다고 느낀다. 이제는 새롭게 앞날을 그리고 짓는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어깨동무(연대)’란 무엇인지를 ‘서울 아닌 시골’이라는 눈으로, 또 ‘어린이 눈’으로 볼 노릇이다.


ㅅㄴㄹ


“왜죠? 왜 항상 나만 야단 맞아야 하죠? 듣지 못하는 게 그렇게 나쁜 건가요? 그럼 들리게 해줘요! 내 귀를 어떻게 좀 해달라구요!” (152쪽)


“10년 전에 우리가 취학유예와 면제운동을 벌일 때도 그랬었다구.” (167쪽)


“역시 공통된 언어, 수화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던 거지요.” (214쪽)


+


집안이 풍비박산될 거예요

→ 집안이 무너져요

→ 집안이 주저앉아요

15쪽


더 힘있는 사람들에게 건의해 보세요

→ 더 힘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 더 힘있는 사람들한테 내밀어 보세요

167쪽


어차피 만년적자 작업이니까

→ 뭐 늘빚인 일이니까

→ 그래 으레 허덕이니까

→ 암튼 내내 밑지니까

190쪽


행정기관과 담판을 벌이기도 했으며

→ 나라터와 맞붙기도 했으며

→ 나라일터와 다투기도 했으며

→ 나라와 부딪히기도 했으며

217쪽


분발하면 틀림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 땀흘리면 틀림없이 지을 수 있습니다

→ 힘내면 틀림없이 지을 수 있습니다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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