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의 시대 4 - 메이지 유성우 편
다니구치 지로 그림, 세키카와 나쓰오 글,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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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8.1.

만화책시렁 348


《‘도련님’의 시대 4》

 세키카와 나쓰오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5.3.23.



  2021년 일본에서는 ‘2020 올림픽’을 치릅니다. 한 해 늦게 여는 잔치라 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솜씨를 뽐내어 이기고 지는 싸움판입니다. 사이좋게 어우러지거나 즐겁게 함께하는 잔치나 놀이하고는 멀어요. 짜릿하게 겨루면서 눈물이나 손뼉을 자아낸다지요. 오늘 우리는 아직까지 배움수렁(입시지옥)을 안 버립니다. 배움수렁인 나라이니 열린배움터(대학교)에 치르는 값(학비)이 비쌀밖에 없고, 그곳에 들어가기까지 비싼값을 치르며 싸워야 합니다. 어느덧 어깨동무(평등교육·민주교육)는 사라졌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차지하려고 싸울 뿐입니다. 젊은이도 아기도 확확 줄지만 총칼을 든 싸움판(군대)을 없앨 생각조차 안 해요. 자, 그야말로 샌님나라요 꼰대나라요 도련님나라입니다. 삶이 아닌 죽음으로 곤두박질치는 나라입니다. 《‘도련님’의 시대 4》은 일본이 이런 바보나라로 스스로 굴러떨어지던 민낯을 이럭저럭 그려냅니다. 그런데 “시골은 잊혔네.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할 것일세.” 하고 읊던 일본 먹물(지식인) 가운데 기꺼이 시골로 들어선 사람은 몇 없어요. 오늘날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다들 크고작은 서울(도시)에 눌러앉지 않나요? 아직도 숲을 책으로만 만나면서 아이한테서 놀이를 빼앗지 않나요?


ㅅㄴㄹ


“난 이제 사회주의에 희망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네. 히비야 폭동으로 비로소 평민의 힘을 알게 된 것 같네. 그야말로 무질서하고 야만스러운 힘이긴 하지만, 적어도 천황과 공존하는 의회제 평민주의나 지식인이 주도하는 사회주의는 이 나라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네.” (112쪽)


“시골은 잊혔네.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할 것일세.” (125쪽)

.

.

다만, 비추천도서.


너무 재미없는 일본 먹물붙이 이야기를

그냥 먹물붙이 눈길에 얽매여 

먹물잔치를 보여주다가 끝나네.

먹물로 먹물을 그리니

그저 먹물판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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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숲의 아카리 2
이소야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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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1.8.1.

만화책시렁 362


《서점 숲의 아카리 2》

 이소야 유키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0.3.25.



  바쁘면 책이든 글이든 빨리 읽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늘 바빠서 책이며 글을 빨리 읽기만 한다면, 우리는 빨리 늙다가 빨리 죽습니다. 바쁜 일이 가득하기에 오히려 책이며 글을 느긋이 읽을 만합니다. 늘 바쁘지만 늘 틈을 내어 책이며 글을 느긋이 읽는다면, 우리는 느긋이 삶을 누리면서 즐겁게 하루를 짓습니다. 누리책집으로 책을 시키면 길에서 한때를 안 보내더라도 집에서 손쉽고 빠르게 책을 받습니다.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장만하면 길에서 하루를 보낼 뿐 아니라 길삯을 들이고 더디게 책을 손에 쥐는데다가 집까지 묵직하게 짐을 나릅니다. 《서점 숲의 아카리 2》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가 “빨리 읽고 빨리 늙고 빨리 죽을 뜻”이라면 굳이 두 다리로 책집마실을 안 가도 되고, 줄거리만 얼른 훑고서 치우면 됩니다. 오늘날 시골에서 풀죽임물(농약)을 그렇게 엄청나게 써대는 얼개하고 같아요. 이와 달리 우리가 “느긋이 읽고 즐겁게 삶을 보내며 하루를 지을 뜻”이라면 기쁘게 두 다리로 책집마실을 하면서 ‘줄거리를 이룬 이야기에 흐르는 사랑’을 헤아리면 돼요. 누리책집으로 책을 사는 일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틈을 내어 마을책집을 찾아가는 마음을 잊거나 잃는다면, 책읽기라는 뜻도 잊거나 잃지 않을까요?


ㅅㄴㄹ


“종전이 되던 해인 1945년. 책을 읽고 싶어도 도저히 구할 길이 없었는데, 2년 뒤 내가 구한 이 책을 모든 상가 식구가 순서대로 읽었어요. 어른이나 아이나 다들 뒷이야기를 궁금해했고, 빨리 읽고 싶다고 열망할 정도로 애타게 이 책을 기다렸어요. 생각해 보면, 그것이 이 서점의 시작이었습니다.” (21쪽)


“50년 뒤 우리 서점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반드시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할 순 없죠.” “그런가? 그렇다면 좀 슬픈걸. 50년 뒤에도 스오도에서 책을 사고 싶은데.” “울고 있나요?” “예? 울지 않는데요. 아! 하지만 그 서점의 60년이라는 세월을 생각하면 …….” (28쪽)


“아아! 왔군요.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즐거움이죠.” “이런 책도 팔리나요?” “예, 1년에 1권 정도?” ‘고작?’ “하지만 이 책을 찾는 사람은 전국에 몇 명이나 있어요. 그중 1권은 내가 사고 말이죠.”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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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암호는 물
안도 이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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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1.8.1.

만화책시렁 357


《세계의 암호는 물》

 안도 이코리

 최미정 옮김

 미우

 2012.11.15.



  여름에 흘리는 땀도 물이고, 겨울에 내리는 눈도 물입니다. 봄에 돋는 새싹도 물이요, 가을에 맺는 열매도 물이에요. 우리 몸은 살과 뼈로 이루었다고 하는데, 이 살과 뼈는 몸에 넋이 깃들어 움직이는 동안 ‘찰랑이는 물’이 바탕입니다. 넋이 빠져나가면서 물기운이 스러지는 살이나 뼈는 그저 먼지입니다. 물이 없으면 무게가 없어요. 무거울수록 물을 단단히 품었다는 뜻이요, 가벼울수록 물을 훅훅 날렸다는 뜻이지 싶어요. 《세계의 암호는 물》은 겉에 “츠루타 켄지를 감동시킨 물 소재의 이색 단편집” 같은 말을 새긴 띠를 답니다. 이런 띠종이로 사람들 눈길을 얼마나 끌까 모르겠습니다. 다른 그림꽃님(만화가)이 즐겁게 보았다고 하기에 훌륭하거나 아름다울 수 있지만, ‘츠루타 켄지’ 그림결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세계의 암호는 물》 같아 어쩐지 물렁물렁하구나 싶어요. 일렁이는 물결처럼 싱그러운 이야기보다는, ‘안도 이코리’란 분이 ‘츠루타 켄지’를 기려서 바치는 줄거리 같아 맨숭맨숭하달까요. 밑바탕으로는 모든 숨결이 하나이지만, 삶자리에서는 모든 숨빛이 달라요. ‘물’은 크게 한덩이입니다만 숱한 숨결에 깃들며 다 다르게 빛납니다. 부디 이 물살에 가만히 녹아들어 새길을 찾아서 그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누구나 우주에 갈 자격은 갖고 있어. 멀고 먼 태고 적부터 쭉. 몸속 깊숙이에.” (14∼15쪽)


‘그렇구나. 오늘 바닷속 날시는 ‘비’가 내린 뒤 ‘구름’이 끼었다가, 화창하게 개겠습니다’ (116∼117쪽)


‘지구와 나를 나누는 것은,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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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13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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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7.27.

책으로 삶읽기 692


《불멸의 그대에게 13》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10.31.



《불멸의 그대에게 13》(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으면 바야흐로 싸움을 마친 다음에 맞이하는 나날을 그리려 한다. 나쁘다고 여긴 무리를 물리치려고 온힘을 다한 이들은 싸움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할 만할까? 여태 싸우느라 갖가지로 장만한 싸움연모는 어떻게 될까? 싸움밖에는 할 줄 모르던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할 만할까? 더는 싸우지 않아도 될 적에 사람들은 참말로 아늑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이 살아갈까? 총칼로 치고받으면서 몸을 갈기갈기 찢어야만 싸움인지, 아니면 몸은 멀쩡히 두지만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싸움으로 어느덧 바뀐 오늘날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노릇이다.


ㅅㄴㄹ


“잘 했다. 앞으로는 너 자신을 구가(謳歌)해라.” (33쪽)


‘모두가 각각 있을 곳은 어디지? 모두의 행복은 어떤 걸까? 나는 어떡해야 하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되나? 이 물은 어디로 갈까? 돌은 왜 뾰족한 것과 둥근 것이 있지? 나는 작은 돌이 더 좋은데. 타피오카는 맛있어. 아아, 나는 뭐지? 이대로 물속에 숨어버리면 다들 나를 잊어버릴까? 안 되겠어. 뭐라도 해야지. 모래레 뭔가 하다 보면 머리도 맑아지겠지.’ (60쪽)


“괴, 굉장하다! 넌 뭐든지 될 수 있구나!” “하지만, 누구도 될 수 없어.”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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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3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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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1..7.15.

책으로 삶읽기 693


《노부나가의 셰프 13》

 카지카와 타쿠로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4.30.



《노부나가의 셰프 13》(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읽다가 문득 생각한다. 이 그림꽃을 빚는 분은 아이를 낳아서 돌봐 보았을까? 왜냐하면 아기가 울면 달래고, 아기가 배고프다 하면 젖을 물리고, 아기가 똥오줌을 누리면 밑을 잘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얼핏 보면 아기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어버이라 할 텐데, 가만 보면 아기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마음으로 느끼고 읽어서 고스란히 맞아들여 새롭게 크는 어버이라고 할 만하다. 《노부나가의 셰프》는 ‘노부나가’ 곁에서 노부나가가 시키는 길을 고이 따르면서 새롭게 배우고, 이처럼 배우는 길에 스스로 깨달은 바를 노부나가 곁에서 이야기로 들려주는 사내가 걷는 길을 찬찬히 보여준다.


ㅅㄴㄹ


“쌀은 명이 발상지이며 애초에 서양에는 없던 식재료입니다 … 하지만 필라우는 이란, 이집트, 이탈리아, 스페인, 그 지방에 맞춘 독자적인 진화를 이루며, 중동과 서양에서 가장 알려진 쌀 요리가 된 겁니다.” (104쪽)


“화공도 똑같지 않은가요? 후원자가 바뀌면 그리는 그림도 바뀌죠. 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표현이나 도전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105쪽)


“우에스기 님은 신겐 님의 어떤 것을 알고 싶으셨던 겁니까.” “그 사내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알고 싶었다.” “그것뿐이라면 신겐 님도 용서해 주실까요? ‘바보 같은 꿈을 꾸어도 좋겠지?’” “그렇군. 그 사람은 마지막에 꿈을 꾸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다행이군.” (148∼149쪽)


“우리는 단순한 요리사다. 은어 요리를 내라고 하시면, 최고의 은어 요리를 낼 뿐이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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