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만화 장진영 만화모음 1
장진영 지음 / 정음서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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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4.

만화책시렁 391


《민중만화》

 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년에 처음으로 ‘민족문학’이란 이름을 듣고, 1990년에 이르러 ‘민중문학’이란 이름을 듣습니다. 곧이어 ‘노동문학’이란 이름을 듣는데, 갈수록 ‘민족·민중·노동’하고 ‘문학’이란 이름이 머나먼 메아리 같더군요. 이 이름이 나쁘다고 여긴 적은 없되, 이 이름을 내세우는 쪽에 선 사람들을 보면 들풀하고 동떨어진 채 목소리만 높구나 싶어요. 때로는 우르르 모여 뒷주머니를 꿰찹니다. 《민중만화》를 보면서 1980∼90해무렵(년대)에 넘쳐나던 그림꽃을 하나둘 떠올립니다. 저는 그림꽃이라면 늘 모두 들여다보았기에 왼켠·오른켠을 가릴 일이 없습니다. 모든 그림꽃을 들여다보노라니 왼켠·오른켠에 선 이들은 그들끼리 무리를 지어 울타리를 쌓을 뿐, 어린이도 시골도 숲도 모르거나 잊은 채 나아가요. 장진영 님은 살며시 시골그림꽃을 그리기도 했습니다만, ‘민중만화’라는 이름을 붙잡고 싶어하면서 스스로 그림꽃빛을 잃는구나 싶어요. 글도 그림도 그림꽃도 ‘민중’일 까닭이 없고 ‘노동’일 쓸모도 없습니다. ‘들풀그림’이면 되고, ‘살림그림’이면 넉넉해요. 목소리를 내기에 바꾸는 물꼬가 된다고도 하지만, 목소리만 있고 집안일을 안 하거나 시골을 품지 않거나 숲하고 등지거나 어린이를 잊는다면, 무슨 ‘민중’이 될까요? 행주와 부엌칼과 호미를 쥐면 됩니다.


ㅅㄴㄹ


“민중의 힘으로 군사독재 타도하자!” (38쪽)


“아가씨. 좋은 말 할 때 저리 가 있어.” “야! 그게 좋은 말이니? 돼먹지 않은 게.” “어. 이년 봐라.” (78쪽)


민족문학 운동계열에서 만화를 거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민중문학, 노동문학 계열도 마찬가지다. 가장 노동문학적인 만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 만화의 역사에서조차 민중만화를 주목하는 글을 보지 못했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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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1 - 프로포즈, 영희와 철수 사랑에 빠지다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김영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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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4.

만화책시렁 396


《사랑해 10》

 김세영 글

 허영만 그림

 채널

 2001.2.15.



  사람이기에 사랑을 하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어떤 숨빛인지 살피지 않거나 사랑이 어떤 빛살인지 헤아리지 않으면 ‘살부빔’에 갇히거나 ‘순이돌이 갈라치기’에 빠집니다. 2000년 언저리에 ‘스포츠신문’에 실었고, 2007년에 ‘김영사’란 곳에서 새로 펴낸 《사랑해》는 그린이가 어떤 눈길로 삶·사람·살림을 바라보는 웃사내(가부장제)인가를 환히 드러냅니다. 아무리 너덧 살 아이를 내세운다지만, 아이가 속옷을 들추면서 예쁘냐고 묻는 그림을 버젓이 싣고, 순이는 언제나 집안일을 하고 돌이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얼거리에,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을 ‘이기주의’라고 얕보는 마음이요, 돌이는 툭하면 추근질(성추행)을 일삼는 눈빛이나 손길이나 몸짓입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그냥 막놈이요 쓰레기인 모습인데 “사랑해”란 이름으로 그리니, 오늘날 이 나라를 넌지시 비꼬거나 나무라려는 생각일까요? 아니면 그린이 스스로 사랑에는 아무 마음이 없고 생각이 없다는 민낯을 환히 보여주는 셈일까요? 지난날 총칼나라(군사독재)에 이바지하는 그림을 그렸다손 치더라도, 이제는 어깨동무(성평등)라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부디 살림돌이라는 자리를 바라보기를 빌 뿐입니다. 살림을 하지 않기에 고인물이요, 살림을 등진 눈으로는 사랑을 터럭만큼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ㅅㄴㄹ


“당신 시골에서 살아 본 적 있어? 이런 오지에서 살 자신 있어?” “음. 지우 때문에 안 되겠네. 이제 곧 유치원도 보내고 학교도 보내야 하잖아!” … ‥하지만 자신들의 가난한 행복을 위해 자식을 포기한다는 게 과연 욕심 없는 마음일까? 그건 또 다른 형태의 이기주의 아닐까?” (47, 49쪽)


“우리들은 모두 여자에게서 태어났어.” “그래서?” “내가 여자들을 쳐다보는 것은 고향 하늘을 쳐다보는 것과 같은 거야.” (77쪽)


“바람이 나쁜 게 아니야. 바람이 돌을 사랑해서 수천만 년 동안 쓰다듬어 주고 뽀뽀해 주고 그래서 돌의 모습이 저렇게 변한 거야.” “엄마, 나한테 뽀뽀하지 마! 지우고 저렇게 못생겨지면 어떡해!” “하하! 사랑은 괜찮아. 뽀뽀하면 할수록 이뻐지는 거야.” (116쪽)


“뭘 그렇게 넋을 잃고 쳐다봐? 저런 거 처음 봐?” “음. 여자를 응원하고 있었어. 여자가 계속 이겨서 높이높이 올라가면 팬티가 보일지도 모르잖아?” “윽! 치한 같으니!” “흐흐.”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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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대도감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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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12.24.

만화책시렁 373


《요괴 대도감》

 미즈키 시게루

 편집부 옮김

 AK 커뮤니케이션즈

 2021.9.15.



  우리말로 나온 ‘미즈키 시게루’를 만날 수 있으니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만, ‘AK 커뮤니케이션즈’는 《요괴 대도감》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게게게의 기타로》를 열걸음으로 새로 갈라서 펴내는 몹쓸짓을 저질렀습니다. 예전에 일곱걸음으로 낸 판을 왜 새로 엮어 열로 갈랐을까요? 예전에 일곱걸음을 다 장만해서 읽은 사람은 ‘8·9·10’이 우리말로 안 나온 새 이야기인가 싶어 장만했다가 뒷통수를 맞았습니다. 읽는이를 속이는 이런 허튼 바보짓을 누가 모를까요? 한글판 《요괴 대도감》을 읽으며 그냥 일본판을 펴는 쪽이 낫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책값을 헤아린다면, 잘 펼쳐서 볼 만한 묶음새를 해야 할 텐데요? 책값을 높이려면 실묶음을 하든, 펼쳐서 보기에 좋게 하든 살필 일이요, 아니면 종이 무게를 낮추어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도록 헤아릴 노릇입니다. 앞으로 몇 해 뒤에, 다른 펴냄터에서 미즈키 시게루 님 책을 옮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뜻있고 값진 책을 후줄근하게 눈가림으로 내는 데에서 엉망으로 엮는 이런 짓은, 그림꽃(만화)을 사랑하는 이라면 도무지 저지르지 않겠지요. 부디 넋을 차리기를 빕니다. 넋을 차릴 뜻이 없다면 미즈키 시게루 그림꽃을 건드리지 않기를 빕니다.


ㅅㄴㄹ


[히요리보우] 맑은 날에만 나타나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매우 특이한 요괴로, 장난을 치지도 않고 그저 나타나서 가만히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히요리보우(日和坊)를 보고서 날씨를 확인하게 되었고, “히요리보우에게 내일은 맑은 날씨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라며 인형을 만들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것이 테루테루보우즈의 원형이라고 전해진다. (142쪽)


참고 참다가 쓰는 느낌글.

아니, 슬퍼서 쓰는 느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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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 떠나버린 지구인을 그리워하며...
이향우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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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12.24.

만화책시렁 386


《우주인 1》

 이향우

 서울문화사

 1999.3.20.



  이향우 님 그림꽃을 처음 만나던 때를 떠올립니다. 나라(정부) 고인물을 조금 걷어낼 만하다 싶었으나, 이쪽 저쪽 그쪽 다 똑같았고, 삶터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습니다. 삐삐가 차츰 자취를 감추고 손전화가 퍼지더니, 셈틀은 그야말로 몇 달 사이에 휙휙 거듭나요. 엊그제 있던 살림을 오늘 갈아치워야 하는 듯 여기는, 아니 안 갈아치우고는 못 배기는, 눈깜짝마다 새길을 익히느라 바쁘던 나날이면서, 새뜸(신문)이 한자를 거의 다 버리고 한글로 돌아서고, 이러며 영어가 미친춤을 추고, 부릉이(자가용)를 모는 젊은이가 부쩍 늘어나던 나날입니다. 이쪽은 고인물 울타리라면, 저쪽은 다른 고인물 울타리요, 그쪽은 날마다 갈아치우는 울타리였어요. 이런 틈새에서 태어난 《우주인》은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따사로운 빛살 같았습니다. 다만, 《우주인》 뒤로 그림님이 선보이는 낱책을 만나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그림꽃책에 나오는 ‘우주인’이 들려주고 보여준 모습대로 ‘별나라(우주)’로 조용히 나들이를 가셨는지 모릅니다. 토막토막 선보인 그림꽃은 아쉽습니다. 삶자리에서 조촐히 보내는 하루를 가만가만 담기만 하면 이 자그마한 하루살림이 저절로 빛나는 그림꽃인 줄 헤아려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나는 우주인이다. 우주인이라고 한다. 나는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뭐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8쪽)


우리는 크리스마스의 바다에게 트리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바다는 우리에게 감기를 선물로 주었다.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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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무리씨의 시계공방 3
히와타리 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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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12.11.

만화책시렁 384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3》

 히와타리 린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10.31.



  시골에서 살기에 ‘때(시간)’를 안 살피며 살아갑니다. 시골에서는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구름이 흐르고 별이 돋는 흐름을 읽습니다. 하루를 열 만하구나 싶은 새벽에 기지개를 켜고, 하루를 닫을 만하구나 싶은 저녁에 집안을 추스릅니다. 여름이면 하루가 길고, 겨울이면 하루가 짧아요. 다만, 여름이건 겨울이건 스스로 헤아리는 일거리는 즐거이 품습니다.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3》을 읽으며 비로소 이 그림꽃책을 이야기할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그림감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마을에 조촐히 깃든 자그마한 가게에서 일하면서 수수하게 누리는 하루를 차분히 담아낼 만할까요? 요새는 ‘서울·큰고장 이야기’가 아닌 ‘시골·작은고장 이야기’를 담아내는 이웃님이 늘어납니다. 대단하거나 높은 이름을 얻는 일자리가 아닌, 투박하거나 조그마한 일터를 즐거이 옮기는 이웃님도 나타나요. 아마 가장 작은 이야기는 ‘아이 낳아 돌보기’일 테지요. 이른바 ‘살림글(육아일기)’인데, 가장 수수할수록 가장 빛난다고 생각해요. 하루(시간)가 흐르는 길을 스스로 읽는 사람들이 ‘해(나이)’가 지나는 길을 담은 살림(시계)을 함께 들여다보고 아끼고 생각하면서 살랑사랑 바람 같은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ㅅㄴㄹ


“아아, 그런가.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처음 오시는 분은 대부분 그런 반응을 보이시니까요.” “하지만 대단하네요. 정말로 점장님이세요?” “네, 맞아요. 위엄 같은 건 전혀 없지만.” “이곳은 혼자서?” “네. 지금은 그래요. 아, 그럼 시계를 잠깐 봐도 될까요?” (20쪽)


“하지만 그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선물? 나한테?” “응. 이거!” “와아!”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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