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밥상
박연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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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2.11.

만화책시렁 413


《사계절 밥상》

 박연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0.4.17.



  해마다 1월이 저물 즈음 빈터나 풀밭에 보랏빛으로 조그맣게 맺는 들꽃이 있습니다. 겨울 한복판부터 꼬물꼬물 고개를 내미는 이 들꽃은 봄이 떠나는 오월 끝자락이면 한꺼번에 눈녹듯이 사라지는 ‘봄까지꽃’입니다. 보이는 대로 톡톡 따서 혀에 얹으면 “봄을 그리는 맛이로구나!” 싶어요. 손톱보다 자그마한 꽃송이를 한 소쿠리 훑어서 말린 다음 물을 끓이고 우리면 부드러이 퍼지는 꽃내음으로 온몸이 포근합니다. 오늘 우리는 숱한 들꽃을 고장말이나 마을말이 아닌 서울말(표준말)로만 마주하려 합니다. 서울말은 나쁘지 않되 다 다른 풀꽃이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돋으면서 사람 곁에서 방긋거리는 숨결을 알자면, 이제 다시 오랜말을 헤아리거나 우리 스스로 이름을 새롭게 붙일 노릇이라고 느껴요. 《사계절 밥상》은 철마다 다른 풀밥노래를 들려줍니다. 일찌감치 시골에 터를 잡고서 어린이한테 시골살림을 그림꽃으로 속삭이는 박연 님은 들꽃·들풀하고 텃밭에서 돌보는 남새를 한결 부드러이 마주하는 길을 살몃살몃 짚어요. 시골 아닌 서울(도시)에서 산다면 어느 들꽃이든 섣불리 먹으려 안 하기 일쑤일 텐데, 가만히 쪼그려앉아서 넌지시 마음으로 말을 걸면 됩니다. 풀책(식물도감)을 덮고서 풀을 만나 보시겠어요?


ㅅㄴㄹ


“너희들이 봄나물인 줄 모르고 뽑아 버릴까 봐. 거기 있는 풀들이 거진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거든. 냉이, 민들레, 꽃다지, 별꽃, 제비꽃, 씀바귀 …….” “이거 다 잡초들 아녜요? 헤에!” (27쪽)


“벌레가 무서운데 텃밭 채소는 어떻게 먹니? 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는 게 텃밭 채소인데.” “그렇지만 징그럽고 무서운걸요.” “그럼 저기 날아가는 흰나비도 징그럽고 무섭니?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되는데.” “저 하얀 나비가 애벌레였다고요?”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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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양재점 4 - 키누요와 해리엇
와다 타카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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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숲노래 푸른책 2022.2.10.

만화책시렁 414


《비블 양재점 4》

 와다 타카시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9.30.



  넉걸음으로 마무리를 지은 《비블 양재점》을 읽고서 시원섭섭했습니다. 줄거리를 늘어뜨리지 않으니 시원하지만, 어쩐지 서둘러 마무리를 지은 듯하면서 너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일고여덟 자락쯤으로 줄거리를 짜서 펼치면 ‘할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옷짓기 살림살이’를 느긋하면서 살가이 나눌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는 누구한테나 마음으로 옷을 지어서 베풀’었고, ‘마음이 가면 돈이란 저절로 알맞게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대목을 둘레에 폈어요. 《비블 양재점》은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엇이든 실이며 옷감이 되’고 ‘더 값지거나 좋은 실이나 옷감은 따로 없다’는 대목을 생각날개를 훨훨 펴며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이야기를 넉걸음으로 욱여넣듯 빠르게 들려주려 하니 살짝 아쉬워요. 이 그림꽃책이 그리 사랑받지 못한 탓에 펴냄터(일본 출판사)에서 일찍 끝내자고 했을는지 모른다고도 느낍니다. 옷이란, 몸으로 누리는 새몸입니다. 우리 몸이란, 넋이 흐르는 마음에 입힌 옷입니다. 몸이 있기에 굳이 옷을 입어도 돼요. 풀꽃나무하고 숲짐승하고 헤엄이를 보면 알 테지요. 굳이 실을 얻고 천을 마름해서 옷을 짓는 뜻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겉모습이 아니라 속빛으로 가꿀 숨결로 갈 수 있습니다.


ㅅㄴㄹ


“좋아하는 옷은 언제까지나 몇 번이나 입고 싶으니까. 비록 웨딩드레스라도 그 정도의 물건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몇 번이나 결혼한다는 뜻은 아니야.” (110쪽)


“나는 할머니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나한테 가게는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니까.” (126∼127쪽)


“난 아무것도 몰랐어도 이걸 골랐을 거야. 한눈에 알 수 있거든. 이건 나를 위해 만들었다는걸. 증오로 만든 드레스와는 달라.” (133쪽)


#和田隆志 #キヌヨとハリエット

ヴィーヴル洋裁店


별점 만점을 주면서도

아쉽다고 말하는

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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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3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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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숲노래 푸른책 2022.2.4.

만화책시렁 399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3》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11.15.



  서울·큰고장을 떠나 시골·두메·숲·바다를 안으며 살아가려 하는 사람한테 대뜸 “왜 이런 구석으로 와? 이런 밑바닥 말고 서울에서 버티면 되지 않아?” 하고 묻는 분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묻는 분으로서는 ‘서울을 골라서 살아가는 길’뿐 아니라 ‘시골을 골라서 살아가는 길’이 있다는 생각이 아예 없어요. 그도 그럴 까닭이 마을·배움터·나라 모두 ‘서울로 가야 뜻을 이룬다(성공)’고 여깁니다. 돈이 되고 이름을 팔고 힘을 쥐는 틀이 아닌, 삶을 바라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는 길을 고른다고 할 적에는 “자네 돈 많은가? 배부른가 보이?” 하고 핀잔하거나 비웃는 분도 많아요.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빙그레 웃으며 “전 배가 안 고픈걸요. 하루 한끼만 먹고 곧잘 굶으며 즐거워요.” 하고 대꾸합니다.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3》을 읽으며 뒷걸음을 기다립니다. 석걸음에 이른 그림꽃은 ‘외딴섬’이라는 곳에 ‘아버지랑 아들’만 외딴집에 깃들어 구멍난 지붕을 안 고치면서 별바라기를 하며 ‘서울(도쿄)하고 사뭇 다른 하루’를 누리는 살림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똑같이 갇힌 틀’에서 ‘어버이랑 아이’ 사이인데에도 말을 나눌 틈이 없는 삶을 바라지 않아요. 느긋이 바다를 품는 하늘빛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시부야의 스크럼블 교차로에서 다들 물고기처럼 용케도 부딪히지 않고 걷고 있더라고. 이 섬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인데, 도쿄는 나를 모르는 사람밖에 없는 곳이라,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어. 난, 그 사람의 파도가 바다만큼 무섭다고 생각했지.” (51쪽)


“머리 스타일 같은 거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지. 뭐, 어찌 되든 상관없긴 해. 문제는 그 사람의 속이야. 하지만 사람의 속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 그리고 속알맹이는 자기 자신에게 제일 안 보이지. 머리를 스스로 자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133쪽)


“그 녀석, 말을 못 해. 말을 꺼내는 데 엄청 용기가 필요한 것 같더라. 하지만 언제나 무지무지 눈을 빛내면서 즐거운 듯 웃지. 내가 그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뿐인데도, 난 자신에 대해 얘기를 하는 타입이 아닌데.”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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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용사 2
로켓상회 지음, 나카시마723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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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2.4.

만화책시렁 409


《쓰레기 용사 2》

 로켓상회 글

 나카시마723 그림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1.5.31.



  섣불리 ‘쓰레기 = 나쁜것’으로 여기지만, ‘쓰레기’는 오늘날에서야 ‘나쁘다’고 여길 뿐입니다. ‘시래기’라는 밥살림도 있고, ‘쓰레기’는 우리가 “쓰고서 남아 흙으로 돌아가는 살림”이에요. 겨울 어귀에 시들기에 겨우내 바스라지면서 새흙으로 돌아가고 봄에 돋는 새싹을 북돋아요. 《쓰레기 용사 2》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스스로 ‘하찮다’고 여기면서 붙이는 “쓰레기 씩씩님(용사)”이라는 이름이라는데, 밑바닥이라는 곳에서 살아가거나 일을 하기에 ‘쓰레기’라면, 바로 이 밑바닥이 있기에 가운자리나 윗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뿌리가 없이 줄기나 가지나 잎이나 꽃이 없어요. 밑바탕을 이루는 너른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서 힘을 내니, 바야흐로 더욱 넓고 깊이 꿈을 펴면서 삶을 이룹니다. ‘청소부’를 ‘미화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또 어떻게 바꾼다고 하는데, 이름을 바꾼들 일감은 바뀌지 않아요. ‘이름바꾸기’가 나쁘지 않되, ‘이름을 바라보는 우리 눈’부터 바꾸어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바라보는 우리 눈길이 그대로라면, 아무리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름을 붙이더라도 따돌리는 짓이나 괴롭히는 말씨나 하찮게 다루는 몸짓은 고스란히 이을 테니까요.


ㅅㄴㄹ


‘용사는 살인의 프로지, 구세주가 아니다. 임무도 아닌데, 저런 패거리와 싸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애당초, 정말로 타인이 말리러 끼어들어야 하는 상황인가? 합의 하에 저러고 있을 가능성은?’ (47쪽)


“방금 그 해설은 저의 헌신에 대한 특별강의입니까!” (185쪽)


“사부는 왜 용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까?”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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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2 - SL Comic
카멘토츠 지음, 박정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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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2.2.

책으로 삶읽기 721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2》

 카멘토츠

 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6.20.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2》(카멘토츠/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을 읽었습니다. 꼬마곰은 어쩌다 달콤가게를 차려서 사랑받습니다만, 이 달콤가게를 뺀 마을이나 터전은 거의 모릅니다. 마을사람은 꼬마곰네 달콤이를 반겨요. 꼬마곰은 배우고 익힌 대로 달콤이를 구울 뿐이요, 온마음을 기울여 새롭고 맛난 달콤이를 나누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즐겁게 배워서 기쁘게 굽는다면 새롭고 맛난 달콤이를 누릴 테지요. 밥 한 그릇도 글 한 줄도 씨앗 한 톨도 이와 같아요. 마음에 사랑을 기울여서 짓습니다. 꾸미거나 치레할 적에는 멋도 빛도 삶도 없습니다.


ㅅㄴㄹ


“안녕하세요. 오늘 수업을 맡게 된 곰입니다! 케이크를 만들 때 명심해야 할 점을 칠판에 적어 보겠습니다! 이겁니다! ‘즐겁게 정성껏 만들기’.” (58쪽)


“바다 저편에는 뭐가 있나요?” “외국이 있지요.” “외국?” “외국이 뭔가요?” “여기하고는 다른 나라를 외국이라고 해요.” “다른 나라요?”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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